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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지성사 창사 30주년 기념 사사(社史). 1975년부터 2005년까지 문학과지성사가 걸어온 발자취를 정리한 책이다. 지난 30년 동안 문학과지성사는 기민한 탐색과 엄정한 심사와 신중한 검토를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촉발하는 서적들과 참다운 삶의 형상을 그리는 문학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발간하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킬 새로운 사유와 한국 문학을 풍요롭게 할 새로운 문학인들을 발굴해왔다.

문학과지성사 창사 30주년 기념 사사(社史)

발간사

문학과지성사가 창사 30주년이 되었다. 문학과지성사가 출범한 1975년은 제3공화국의 관 주도형 경제 정책이 고도 성장을 향해 피치를 올리던 시절이었고, 또한 그 목표를 향한 강압적 국민 총동원 속에서 각종 사회적 모순과 정치적 압제의 충적이 임계점을 향해 일촉즉발로 다가가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문학과지성사는 그런 사회적 상황에서 계간 『문학과지성』 동인의 한 사람이 언론 탄압에 저항하다가 사회적 추방을 당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설립되었다. 아니, 그 사건을 지성의 대장정을 위한 신호음으로 기꺼이 받아들이고자 건립되었다. 따라서 문학과지성사의 출항은 정치적 근대화주의자들과 문화적 현대인들 사이에 근본적인 단절을 긋는 행위였다. 문학과지성사의 현판식은 그 단절이 결코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싸움으로 이어질 것을 선언하는 의식이었다. 그로부터 30년 동안 문학과지성사의 구성원들은, 기민한 탐색과 엄정한 심사와 신중한 검토를 통해, 한국 사회에 대한 깊은 성찰을 촉발하는 서적들과 참다운 삶의 형상을 그리는 문학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발간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항구적 쇄신의 방식으로. 반석을 놓는 자세로. 그럼으로써 문학과지성사는 한국 사회의 정신적·물질적 균열을 파헤치고 한국인의 지적 자원을 발굴하여 한국 사회가 이루어야 할 세계를 가리키는 투시의 이정표가 되고자 했다. 또한 문학과지성사는 한국 사회에 대한 인식을 심화시킬 새로운 사유와 한국 문학을 풍요롭게 할 새로운 문학인들을 발견하고 조력하는 데 정성을 기울여 저의 신실한 사업이 거듭 이월되기를 도모하였다.

그 30년은 치열한 고뇌와 가쁜 싸움의 시절이었다. 그 30년은 싱싱한 의욕과 정신의 광휘가 밤바다의 물결처럼 반짝인 시간이었다. 그 30년은 한국인의 의식을 감금하고 있는 샤머니즘과 패배주의의 장벽을, 온몸을 물집으로 만들며 두드린 기간이었다. 그 30년은 한국 사회의 모순을 들끓는 거품으로 부숴뜨리며 자유와 해방의 푸른 해원을 향해 항진한 자취였다. 롤링과 피칭은 격심했으나 거친 해풍을 안은 깃발은 엽렵히 나부끼고 수평선을 응시하는 정신은 은화처럼 맑았다. 육체의 피로는 허무와 광신의 망령들을 수장시키는 각성의 천둥 아래 서늘히 씻겨내렸다. 그 30년 사이에 세상은 크게 요동하였고 문학과 지성은 부단히 율동하였다. 그 30년 동안 한국 사회의 격변의 요처마다 문학과 지성이 없은 적이 없으려고 하였다.

이제 우연한 수치의 주기를 맞아 그 사람들이 거울 앞에 선다. 매번 뒤돌아보았으나 늘 고단한 노동 같았으니 이번에는 긴 숨을 호흡하듯 뒤돌아보기로 결심한다. 정신의 보건 사업이 필요한 때가 온 것이다. 그 사람들은 제 누님 같은 제 모습을 완상하는 대신 자신의 사연과 자신의 체험과 자신의 역정(歷程)을 가만히 복기하기로 한다. 바둑돌 같았던 이성의 행진을 운산해보려고 한다. 일출 같았던 감성의 무한히 퍼지는 가두리를 더듬어보려고 한다. 그러나 지성의 고삐가 풀리지는 않았는지, 상상의 지평선에 괜한 철책을 세우지는 않았는지 되짚어보기로 한다. 입지전을 쓰지 않기 위하여. 참회록을 쓰지 않기 위하여. 도취를 경계하고 변명을 예방하기 위하여. 다만 나날의 노동이 나날의 각성이 되는, 삶답게 사는 삶의 본원적 자세를 여전히 되풀이하기 위하여.

오늘의 사사(社史)는 그 사람들에 의한 그 사람들의 기록이다. 이 기록은 그러니까 외재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이다. 30년의 기간에는 그것이 불가피하다. 문학과지성사는 이제 겨우 청년기를 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관찰과 판단이 모자랄지도 모르나 대신, 망각되지 않은 기억과 피부를 저리게 하는 체험들의 두터운 질감이 있다. 이 기록 자체가 훗날 역사의 재료로 쓰이리라.

2005년 12월
권오룡 성민엽 정과리 홍정선

발간사

제1장 문학과지성사 역사의 주요 국면들
'문학과지성' 30년, 그 흐름의 대강 / 홍정선
「문학과지성」의 창간 / 김치수
문학과지성사의 출범과 70년대 / 김주연
「우리 세대의 문학」과 80년대의 새로운 모색 / 이인성
「문학과사회」의 창간과 후속 세대의 등장 / 성민엽
주식회사 문학과지성사로의 전환 / 채호기

제2장 시대적 배경과 문화적 실천 양상
문학과지성사가 함께한 역사와 사회―산업화 통치 체제와 민중-민주화의 갈등 / 진덕규
자유와 성찰―'문학과지성'의 지적 지향 / 김병익
주체성과 언어 의식―「문학과지성」의 인식론 / 권오룡
「문학과지성」에서 「문학과사회」까지―계간지 활동의 이념과 지향 / 정과리
한국 시의 현대성을 둘러싼 연대기― '문지 시선'의 역사 / 이광호
성찰적 실험과 새로운 한국 소설사에의 도전―문지 소설 30년 / 우찬제
자율성과 개방성―문학과지성사의 인문사회과학 분야 출판의 흐름 / 김태환

제3장 문지 30년 회고와 전망_기념 좌담
참석자 : 김치수, 정문길, 복거일, 오정희, 최원식
사회자 : 오생근

제4장 문지와 나
행복한 편승자의 변 / 정명환
'문지(文知) 핵심'의 측근 / 황동규
'문학과지성사'와 한국사회사학회 활동 / 신용하
내가 찍힌 사진 한 장 / 김윤식
잃어버린 친구들 / 홍성원
우정을 찾아서 / 정현종
내 문학이 있게 한 집 / 김원일
표지 장정과 나 / 오규원
마르크스를 갖고 문지에 첫선을 보이다 / 김학준
어떤 인연 / 김인환
첫 시집 <동두천>을 펴내던 무렵 / 김명인
내가 자라온 친정의 이름/ 이성복
첫 시 / 김혜순
문지와의 만남 / 최두석
소중한 인연 / 임철우

부록 1. 주식회사 문학과지성사 창립(1993년) 정관
부록 2. 주식회사 문학과지성사 창립(1993년) 주주 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