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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년 동안의 방황하고 소외된 역사를 거치면서도 유머로 웃음을 간직한 민족인 유대인. 이 책은 인간 본성으로서의 유대인의 정신을 수많은 유대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설명한다. 유대민족이 형성해 온 위대한 근본사상이 담긴 유대적 유머를 전체적인 연관관계 속에서, 그리고 인류사에서 유대민족사가 차지하는 독특함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유대인 고유의 유머를 우주적 유머라고 부르며, 거기에는 한 인간을 떠받치는 세계상과 자아상이, 즉 그의 신앙이 표출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이 우주적 유머에 관한 성찰을 토대로 유머의 역사는 정신의 역사 및 신앙의 역사와 분리해서 고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유대인들을 지탱하는 힘은 과연 무엇인가? ‘유대인’ 하면 떠오르는 것은 단연코 탈무드이다. 5천 년에 걸친 유대인의 지적 자산이 농축되어 있는 ?탈무드?, 그 속에는 삶의 의의, 인간의 존엄성, 행복과 사랑 등등 온갖 가르침이 들어 있다. 따라서 유대인이라면 누구나 배우고 익혀야 할 필독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천 년을 광야에서 방황하던 유대인들을 하나로 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과연 ?탈무드?에 들어 있는 금과옥조 같은 가르침 때문이었을까? 온 인류에게 소외를 당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 힘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여기서 잠시 우리는 그토록 오랜 세월 동안 핍박과 억압 속에서도 삶의 여유를 가졌던 유대인들을 지탱하는 힘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웃음－문화사로 본 유대인의 유머?는 탈무드에서의 신성한 가르침이 아닌, 인간 본성으로서의 유대인의 정신을 수많은 유대인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살펴보는 아주 독특한 책이다. 시대적으로 차근차근 작가와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전 세계를 감동시켰던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생각난다. 그리고 점점 영화 속 귀도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된다. 귀도는 인류사 최악의 비극 중 하나인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의 시대에서, 그 끔찍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간다. 그러나 귀도는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자신의 처지에 대처하면서 너무도 사랑스러운 그의 아내와 아들에게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주인공 귀도가 죽으러 끌려가면서도 아들이 보고 있는 것을 의식하여 장난감 병정처럼 신나게 사형수를 따라가는 장면이 있다. 귀도는 죽기 전 마지막 순간에도 아들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짓는다. 그는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가? 로베르토 베니니에 의하면 영화의 제목은 레온 트로츠키Leon Trotsky의 말에서 인용된 것이라고 한다. 멕시코에서 레온은 스탈린이 보낸 자객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을 알고 있었는데, 한번은 정원에 있는 부인을 본다. 그 모습을 보고 그는 모든 것을 대신하여, “인생은 아름다워!(Life is beautiful!)”라고 썼다. 이것이 바로 유대인들의 힘이다. 그들은 그 끔찍한 상황에서도 웃음을 보였고, 인생은 아름답다고 말할 수 있었다. 그들에게는 선택받은 민족으로서 언젠가는 신이 다시 그들을 돌아봐주실 것이라는 소망이 있었다. 그리고 그 소망으로 그들은 슬픈 운명을 향해 웃음을 던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박해하는 인류를 향해, 이방인들을 향해 그들만의 위트로 조롱하고 비웃을 수 있었다. ?참새도 보고 사자도 볼 수 있는 너른 시선 유대적 유머는 몹쓸 위트와 ‘유대적 유머’라는 싸구려 딱지 때문에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할 수 없다! 유머란 얕잡아봐서는 안 될 문제이며, 인간의 가장 소중한 본질적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인류의 다양한 문화권이 만들어낸 ‘유머’라고 하는 다채로운 팔레트를 들여다보는 일은 마냥 즐겁다. 그중에서 유대적 유머 또한 나름의 명성을 얻었다. 그렇다면 유대적 유머는 제대로 인식되고 있는가? 서너 살 된 자녀를 처음 동물원에 데려가 보면 아이들은 길 위를 통통 튀어오르는 참새에 넋을 잃은 나머지 우리 안에 있는 코끼리, 캥거루, 호랑이, 사자 같은 동물들에는 거의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훌륭한 유대식 위트에서 유대적 유머의 본질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와 비슷한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참새 나름의 중요성도 무시하지 않으면서 유대적 유머라고 하는 사자들에 시선을 던지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흔히들 ‘박해받는 소수민족’이라는 유대인들의 운명을 가지고 유대적 유머의 특성을 설명하려 한다. 유대인들은 어디서나 지배사회의 주변부에서 살아야 했기 때문에 주변을 바라보면서 세상사를 ‘양쪽에서’ 관찰하는 데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설명에는 많은 진실과 통찰이 담겨 있다. 그러나 이러한 통찰이 너무나 강력해서 사람들은 다른 연원에서 유래하는 유대인 고유의 유머에는 관심조차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저자는 그 고유한 유대적 유머를 우주적 유머라고 부른다. 거기에는 한 인간을 떠받치는 세계상과 자아상이, 즉 그의 신앙이 표출된다. 아마도 유대교 신앙은 거기에 내재해 있는 유머 없이는 결코 제대로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유대적 유머란 유머와 풍자가 깃든 삶의 표현들의 다채로운 모자이크 유대적 유머는 유대인과 비유대인을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사랑을 받는다. 그러나 그것이 비유대적 유머와 구분되는 것이 맞다면, 과연 어떤 점에서 그럴까? 유머는 무엇이라고 꼭 집어 정의하기 어렵다. ‘유대적인 것’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다루는 주제에서 자연과학에서와 같은 엄격한 정의를 문제 삼으면 사태는 아주 난감해진다. 유대적 유머의 매력은, 분명한 특징이 있으면서도 다채롭게 변형되기 때문에 분류에 집착하는 사람들을 진 빠지게 만든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유대교와 유대민족의 본질을 보여주는 확실한 특성을 조명하고자 시도한다. 즉, 유대민족이 형성해온 위대한 근본사상이 담긴 유대적 유머를 전체적인 연관관계 속에서, 그리고 인류사에서 유대민족사가 차지하는 독특함의 관점에서 고찰하려는 것이다. 저자는 유머와 풍자가 깃든 삶의 표현들의 다채로운 모자이크를 제시한다. 연구는 좁은 시대에 국한하지 않고 그 시초부터 오늘날까지의 유대문학 전체를 포괄한다. 지나간 시대의 유대적 유머를 밝혀보려는 시도에서 부분적으로 민간전승과 민담에 의존했지만, 대부분 문학 출전을 위주로 한다. 우주적 유머에 관한 성찰을 토대로 유머의 역사는 정신의 역사 및 신앙의 역사와 분리해서 고찰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그동안 연구자들은 유대민족의 3,000년 역사와 그것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 속에서 어떤 수미일관된 발전과정을 입증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 아주 진지하게 천착했다. 그러나 이러한 연관관계 속에서 유대적 유머에 대해서는 거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가령 유대교 성서(구약)인 타나크에 나타난 유머를 주제로 한 문헌은 많은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 타나크에는 그 어떤 유머도 없는 것 같다고 하는 문헌도 있고 그 반대의 주장을 하는 문헌도 있다. 그러나 이런 문헌이야말로 얼마나 빈약한 것인가! 아가다의 창작자들은 1,500년 전에 타나크에 나타난 유머에 대해 섬세한 감각을 탁월하게 보여주었다. 그들은 현대 연구자들에게 최고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유대적 유머의 내적 발전원리를 가능한 한 선명하게 보여주려는 시도에서, 그 발전은 전혀 직선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무어인이 다스리던 스페인에서 유대계 작가들의 순전한 삶의 기쁨에서 나온 ?시편?과 19세기 유대계 작가들의 전혀 새로운 풍자, 부림절에 공연하는 전통희극과 패러디적인 ?탈무드?의 논문, 예멘에 거주하는 유대인들의 즉흥익살극 등 이러한 다채로움 속에서 어떤 진화의 단계를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 작업인지는 여러 겹으로 겹치는 두 장르의 희극적 문학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그 하나는 그로테스크한 것에 속하고 다른 하나는 억압된 자들의 유머에 속한다. 저자는 이러한 문학 장르들이 일반적으로 근대 유대문학의 산물로 평가되고 있지만 사실은 이미 유대교 성서에 들어 있음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책에서 과제는 분명하다. 유대적 유머의 특징을 규명하고 그것의 예를 들어 설명하면서 수천 년에 걸쳐 문학 속에 나타난 표현형태들을 추적하는 것이다. 또한 풍자와 불행을 야기하는 사건들을 접했을 때의 쓴웃음도 함께 고찰한다. ?유대계 작가들의 숙연한, 그러나 골계미가 스며 있는 작품들 이 책에는 유대계 작가들의 수많은 문학작품들이 소개된다. 이 작품들을 읽어보면 딱히 유대인이 아니라도, 그 처절한 상황에서 어떻게 웃음을 통해 그나마 삶을 인간적으로 꾸려갈 수 있는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그것도 아주 숙연하게. 미국의 유대계 소설가 맬라무드는 그의 소설 ?호반의 여인?에서 희비극적 만남을 연출했다. 유대인이라는 사실을 ‘프리드먼’이라는 가명 속에 감춘 미국인 헨리 레빈은 여행 중 이탈리아에서 아름다운 여인 이사벨라 델 돈고를 만난다. 그는 그녀가 귀족의 딸이라고 생각한다. ‘프리드먼’은 전도유망한 연애 초기에 “유대인이세요?”라는 그녀의 예기치 못한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한다. “몇 번이나 ‘절대 아니다’라고 말해야겠소? 왜 그런 바보 같은 질문을 계속하는 거요?” “당신이 유대인이기를 바랐기 때문이지요.” 그녀는 천천히 코르셋 단추를 풀었다. 프리드먼은 흥분에 빠졌다. 그러면서도 극도로 당혹스러웠다. 그녀가 왜 이러는 거지? 그녀가 가슴을 드러냈을 때 그는 그 아름다움에 거의 울고 싶을 지경이었다. …… “부헨발트였어요”라고 이사벨라는 말했다. “아주 어렸을 때 파시스트들이 우리를 그곳으로 끌고 갔지요. 나치들이 그랬어요.” 프리드먼은 맥이 빠지면서 그녀가 겪은 그 참혹함과 치욕에 압도당해 신음소리를 냈다. “전 당신과 결혼할 수 없어요. 우린 유대인이에요. 저에게 과거는 뭔가 의미가 있지요. 제가 겪은 일은 제겐 소중해요.” “이사벨라!” 그는 풀이 죽어 소리쳤다. “들어봐요! 난, 난 말이야…….” 프리드먼은 내내 그녀의 이름을 부르면서 호수에서 피어오르는 안개 속에서 그녀를 찾아다녔다. 그러나 안개는 달빛 어린 돌들만을 감싸고 있었다.

저자의 글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들어가는 글

1. 희극, 유머, 웃음이란 무엇인가
2. 풍자- 그로테스크하면서 희극적인 것
3. 중세 히브리 시문학에 나타난 유머와 풍자
4. 억압받는 자들의 유머
5. 유대적 유머- 그 긍정에서 부정까지
6. 이스라엘의 유머
7. 선택된 민족
8. 우주적 유머- 서론
9. 유대적 유머의 대척점들
10. 신의 유머와 인간의 유머
11. 아가다의 정신에 관하여
12. 타나크의 유머
13. 유대교 신비주의에 나타난 해학과 유머
14. 미물도 신의 창조를 찬미하다
15. 신이 미소짓지 않는다면
16. 아우슈비츠의 웃음
17. 쇼아 문학- 환상적인 것과 그로테스크 한 것
18. 후기의 요약

참고문헌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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