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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셀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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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절대적 행복’의 환상의 본질을 드러내는 새뮤얼 존슨의 비핀적 성찰


    18세기 초반이 『로빈슨 크루소』의 다니엘 디포와 『걸리버 여행기』의 조나단 스위프트의 시대라면 18세기 후반은 『라셀라스』로 대표되는 새뮤얼 존슨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적 정신에 기반한 토론 모임이라는 현대적 의미의 ‘클럽’이란 말이 정착된 것도 바로 새뮤얼 존슨의 정열적인 문단 활동 덕분이며, 현재의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 있기 이전에 영어 사전의 기틀을 잡은 것 역시 새뮤얼 존슨의 가장 위대한 업적에 해당한다. 이외에도 자신이 편찬한 셰익스피어 전집 서문에 붙인 새뮤얼 존슨의 셰익스피어론은 지금까지도 셰익스피어 연구의 전범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정치적 에세이 및 칼럼 등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등 그의 문단 내외를 넘나드는 업적은 한두 가지로 요약될 수 없을 정도이다.

    지난 1995년 《워싱턴 포스트》지(紙)가 ‘지난 천 년간 가장 위대한 문인’으로 선정한 바 있는 새뮤얼 존슨의 이 풍자적 산문은 현대 독자로서는 얼핏 진부하고 따분한 ‘인간의 행복’이라는 오랜 주제에 접근하면서도 허구적 이야기의 매력을 잃지 않고 있다. 또한 그러한 이야기의 매력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삶에 대한 균형감 있는 시선과 이것을 담아내는 허구적 형식 간의 조화는 이 작품을 단순한 교훈적 우화로 치부할 수 없게 한다. 부족한 것이 없는 ‘행복의 골짜기’에 살고 있는 아비시니아(옛 에티오피아)의 왕자 라셀라스는 자신을 둘러싼 이 행복에 의심을 품고 ‘골짜기 너머의 삶’ 속에 벌어지는 인간들의 일반적인 운명을 탐색하기로 한다. 그리고 이 여정에 온갖 학문을 섭렵하고 은둔하며 사는 학자 이믈락과 그의 여동생 네카야 공주가 함께하게 되고, 권력의 다툼이 벌어지는 공적 삶과 가정의 소소한 불행이 끊임없이 벌어지는 사적 생활을 체험하면서 인간 본성과 삶의 본질에 대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이치와 상식의 성찰들을 선보인다.

    새뮤얼 존슨은 이 지적 순례를 이집트 변방과 카이로를 유랑하며 만나는 많은 군중들과 라셀라스 왕자 일행이 벌이는 대화의 형식으로 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간접적 체험으로서의 대화의 범위는 과학 기술에 수반되는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이성적 사유에서부터, 인간의 이성과 상상력이 지닌 불확정성(과대망상증에 빠진 천문학자의 이야기), 인간관계의 사회적 가치 등에까지 이른다. 이 밖에도 신앙 행위, 도시와 전원의 생활, 문학과 학문, 정치, 순수와 경험, 젊음과 늙음, 영혼과 내세 등등 삶 속에서 우리가 부딪히기 쉬운 여러 경험의 양상과 제반 문제에 대해 라셀라스의 이야기는 이성적 성찰과 합리적 사유의 전범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도대체 ‘인간의 행복’이 어떻다는 말인가. ‘삶의 지혜’나 ‘유토피아를 향한 낭만적 동경’보다는 세속적 일상의 안위를 염려하는 이 현대의 독자들에게 아비시니아의 라셀라스 왕자라는 허구적 인물이 겪는 지적 여정은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유토피아적 이상’의 좌절과 그 패배의 역사가 선사하는 ’평범한 진리‘


    과학적 지식에 기초한 인류 문명의 연속적 발전을 꿈꾸던 계몽주의 시대에 대한 일반적 선입관과 달리 새뮤얼 존슨은 오히려 이러한 단순한 이상 추구의 ‘헛됨’과 패배로 귀착되고 마는 그 결말을 폭로하고 있다. 그의 계몽주의는 인류 역사의 무한한 발전에 대한 순진한 신뢰에 기초해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18세기의 지식인의 시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유토피아에의 동경과 지향을 바라보는 새뮤얼 존슨의 시각은 세속적 일상을 떠난 고고한 학자의 순진한 지평을 넘어선다. 그는 유토피아에의 동경 그 자체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이러한 인간의 초월적 지향이 매번 좌절되는 경험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총 49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산문이 매번 행복의 좌절과 이상의 패배의 경험으로 끝을 맺고 있는 것은 이를 증명한다. 새뮤얼 존슨은 ‘행복의 골짜기’라는 안이한 유토피아에서 인간의 삶의 모순이 혼란스럽게 뒤얽혀있는 디스토피아로의 역전된 상승을 경험하는 라셀라스의 궤적을 그려냄으로써, 이 실패로부터 평범한 진리를 이끌어낸다. 즉 이상적 해답에의 맹신이야말로 ‘이상’에의 추구를 방해하는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것이다.

    이 작품이 새뮤얼 존슨의 비관적 인생관을 집약했다거나 허무주의적 가치관을 드러내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라셀라스』의 첫 문장에서 ‘공상의 속삭임’과 ‘희망의 환영’을 좇는 이들에게 ‘라셀라스 왕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권하는 그의 목소리는 결코 독자들에게 인간의 삶의 이상을 권위에 기대어 지혜를 전달하는 지식인의 목소리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이는 그러한 이상적인 답을 맹신하는 태도에 대한 비판적인 성찰이며, 이러한 성찰에 독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작가의 도전적인 목소리에 가깝다.

    한편, 존슨의 이 철학적 산문은 순수한 허구와 새뮤얼 존슨 자신의 비평관이 섞여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새뮤얼 존슨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이믈락의 다음과 같은 말은 개인의 특수성 보다는 누구나 알 수 있는 보편성의 가치를 신뢰한 새뮤얼 존슨의 문학관을 집약하고 있는 구절에 해당한다.


    “시인이 할 일은 개별적인 존재나 사물이 아니라 일반적인 종(種)을 검토하는 것, 다시 말해 보편적인 속성과 포괄적인 현상에 주목하여 그것을 밝혀내는 것입니다. 시인은 튤립 꽃의 줄무늬가 몇 개인지를 세거나 숲 속의 풀밭에 있는 여러 가지 색조의 차이를 묘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시인은 자연에 대한 묘사를 할 때 뚜렷하고 두드러진 특징들을 포착하여 그것을 통해 모든 사람의 마음에 본질적인 원형이 떠오르게끔 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따라서 시인은 사람에 따라 주목할 수도 있고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그런 자잘한 차이점들 따위는 무시해 버리고, 그 대신 주의 깊은 사람이든 부주의한 사람이든 누구에게나 똑같이 분명하게 인식되는 그러한 보편적 특성들을 추구해야 하는 법입니다.” (p. 58)




    인류의 희망적 미래에 대한 회의로부터 출발한 새뮤얼 존슨의 지적 순례


    영국 문학사에서 그 이름으로만 접하던 국내 독자들에게 『라셀라스』는 그의 고전적 저작을 제대로 된 번역으로 만나볼 수 있는 기회이자, 그의 문학적 업적을 추상적 개괄이 아닌 직접적인 목소리로 ‘체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새뮤얼 존슨의 당대 비평관과 유토피아에 대한 그만의 독자적 해석을 담고 있는 이 ‘허구적 산문’은 이상과 행복에의 동경이라는 인간의 오랜 주제에 대한 계몽주의적 인식을 살펴볼 수 있게 할 뿐 아니라, 소설이라는 문학 장르가 태동하던 초기의 형태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19세기에 편중되어 소개되어온 서구 소설에 익숙한 국내 독자들로서는 소설이라는 허구적 양식이 근대적 형식을 갖추어가던 18세기라는 과도기적 이행기를 경험하게 해줄 수 있는 귀중한 작품인 것이다.

    어느 장을 펼쳐보아 읽어도 이들의 대화는 마치 계몽주의 시대 한 클럽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생생한 체험을 제공한다. 이 체험은 단순히 18세기의 독자들에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현대 독자들에게도 이 열띤 대화의 여정은 열려있다. 확정적 진리의 해답이나 인류의 이상적 미래에 대한 절대적 믿음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덧없는 좌절로 돌아갔던가를 경험한 것으로 치자면, 18세기의 독자들에 비해 엄연히 자행되고 있는 살육과 불화의 시대를 경험하고 있는 현대 독자들의 체험이 부족할 리 없다. 현대 독자들이야말로 이 작품의 여정을 충실히 따라볼 필요가 있는 미래의 독자였던 셈이다. 이들의 마지막 순례에 해당하는 49장의 제목은 “결론이 아무것도 없는 결론”이다.

    목차

    1. 골짜기에 있는 왕궁

    2. 행복의 골짜기에 하는 라셀라스 왕자의 불만

    3. 아무 부족함이 없는 사람에게 부족한 것

    4. 왕자의 수심과 사색은 그치지 않다

    5. 왕자는 탈출을 궁리하다

    6. 비행기술에 관한 토론

    7. 왕자는 학식이 깊은 사람을 만나다

    8. 이믈락의 지난 이야기

    9. 계속되는 이믈락의 이야기, 시에 관한 논설

    10. 계속되는 이믈락의 이야기, 순례에 관한 조언

    11. 계속되는 이믈락의 이야기

    12. 라셀라스 왕자는 탈출할 방법을 찾아내다

    13. 라셀라스 왕자와 이믈락은 뜻밖의 방문을 받다

    14. 왕자와 공주는 행복의 골짜기를 떠나 여러 가지 놀라운 일을 겪다

    15. 왕자 일행은 카이로에 도착하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보이다

    16. 왕자는 활기차고 쾌활한 젊은이들과 어울리다

    17. 왕자는 지혜롭고 행복한 사람을 만나다

    18. 전원생활을 잠깐 살펴보다

    19. 성공과 번창에 따르는 위험

    20. 은둔의 행복, 은자의 이야기

    21. 자연에 순응하여 사는 인생의 행복

    22. 왕자와 공주는 관찰하는 일을 서로 분담하다

    23. 왕자는 높은 지위가 주는 행복을 조사해 보다

    24. 공주는 별로 성과는 없지만 자신이 하기로 한 탐색을 열심히 수행해 나가다

    25. 일반 사람들의 가정생활에 대한 공주의 계속되는 이야기

    26. 높은 지위의 삶에 대한 논설

    27. 계속되는 라셀라스와 네카야의 대화

    28. 결혼에 대하 계속되는 토론

    29. 이믈락이 들어와서 대화를 다른 데로 돌리다

    30. 왕자 일행은 피라미드를 방문하다

    31. 왕자 일생은 피라미드에 들어가다

    32. 공주에게 뜻밖에 불행이 닥치다

    33. 왕자 일행은 페쿠아를 잃고 카이로에 돌아오다

    34. 페쿠아가 없는 공주는 삶의 의욕을 잃다

    35. 아직 잊혀지지 않는 페쿠아, 슬픔의 변화과정

    36. 공주는 페쿠아의 소식을 듣다

    37. 시녀 페쿠아의 모험담

    38. 계속되는 페쿠아의 모험담

    39. 어느 학자에 대한 이야기

    40. 천문학자는 그의 근심의 원인을 밝히다

    41. 천문학자는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주장하다

    42. 천문학자는 이믈락에게 지침을 남기다

    43. 상상력의 위험한 지배

    44. 그들은 한 노인과 대화를 나누다

    45. 공주와 페쿠아는 천문학자를 방문하다

    46. 왕자가 들어와 새로운 화제를 꺼내다

    47. 이믈락이 영혼의 본질에 대해 논설하다

    48. 결론이 아무것도 없는 결론



    작품해설

    작가연보

    저자소개

    새뮤얼 존슨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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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muel Johnson 1709년 영국의 중부 지방인 스태퍼드셔 리치필드에서 서적상의 아들로 태어났다. 옥스퍼드의 펨브루크 대학에 입학하고 지적인 면에서 동료들과 선생의 주목을 받았으나 가난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옥스퍼드 대학을 떠났다.

    1733년 포르투갈 신부 제롬 로보의 『아바시니아 여행기 Voyage to Abyssinia』를 번역하고, 이듬해 26세 때 자신보다 스무 살 연상인 미망인과 결혼하여 고향 근처에서 학교를 열어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1737년 작가로서의 삶을 꿈꾸며 런던으로 거처를 옮기고 《신사의 잡지Gentleman’s Magazine》에 의회기사를 써주는 것으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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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영문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인디애나 대학교와 버지니아 대학교에서 연구 활동을 했으며 현재 국민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서 [채털리 부인의 연인], [라셀라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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