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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룬다티 로이의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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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카트리나로 드러난 미국의 위선과 치부

    카트리나와 9·11 테러 사건은 한편으로 닮아 있다. 두 사건 모두 미국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재앙이었을 뿐만 아니라, 복구에만도 여러 해가 걸릴 만큼 타격도 막대했다. 게다가 세계 수호를 자임하는 초강대국 미국의 자존심이 여지없이 망가진 점도 같다. 하지만 두 사건의 영향과 파장은 매우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2001년의 9월이, 오사마 빈 라덴을 상징으로 하는 ‘스펙터클한’ 부도덕에 의존해 미국 자신의 치부를 은폐하고 ‘테러와의 전쟁’과 같은 다른 방향으로 호도됐다면, 2005년의 9월은 지난 4년의 ‘민주주의’라는 이름의 위선과 불공정한 미국의 모순과 치부를 전 세계에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한달 평균 56억 달러의 전쟁 비용 소모하면서도 뉴올리언스 홍수 방지 프로그램에 필요한 1억 500만 달러의 예산을 싹둑 잘라 4000만 달러로 삭감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는 현실을 알려주었으며, 14만 명의 병력을 무의미한 전장에 보내는 바람에 국내 구호를 담당할 요원조차 모자라 둥둥 떠다니는 시체를 쳐다만 봐야 하는 모순의 나라가 미국의 참 모습이라는 것도, 또한 대피령이 내려도 도망조차 갈 수 없어 죽음으로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알려준 버림당한 흑인들의 나라가 세계 최대의 제국 미국이라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작은 것들의 신 The God of Small Things]이라는 소설로 1997년 부커상을 수상하며 혜성처럼 등장한 인도 출신의 작가이자 활동가인 아룬다티 로이는 이 책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에서 눈에 보이는 미국의 모순, 즉 기업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 ‘제국의 모순’은 모순이 아닌 원래 그들 제국의 속성상 그럴 수밖에 없음을 역설한다. 그녀는 아름답고, 풍부하고, 신랄하고, 감동적인 언어를 통해 미국이라는 세계 최강의 제국이 기존의 제국주의와는 상이한 방식으로 민족적·종교적 근본주의와 인종주의를 유발하고 있으며, 국가가 기업과 언론 등과의 결탁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보고 이를 하나하나 추궁하며 파헤치길 마다하지 않는다.



    열정적인 연설의 진수,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는 좌파 독립 출판사 사우스 엔드 프레스(South End Press)가 아룬다티 로이의 기고문과 연설문을 모아 만든 정치 평론집《The Ordinary Person’s Guide to Empire》(2004년 9월)을 우리말로 번역한 책이다. 따라서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산문으로 가득 찬 다수의 정치적 에세이와 달리, 이 책은 읽어나가기가 편하고 로이 특유의 열정적이며 새로운 의미의 제국주의 비판 --------이를테면, 기업 미디어와 결탁한 국가의 신자유주의 프로젝트, 테러와의 전쟁, 온정적 보수주의 따위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 --------의 핵심을 매우 잘 드러낸다.

    이라크전을 일으킨 미국을 바라보는 로이의 직설적 발언을 보자면 어쩌면 그녀가 ‘반미주의자’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만 정작 로이는 조지 부시의 미국 행정부와 미국민을 동일한 범주에 놓고 바라보지 않는다. 그녀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의 비참한 실패에 초점을 맞추며, 미국과 세계 시민들이 시민 불복종의 행동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그녀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이 “우리의 들판, 가정, 강, 일자리, 기간 시설, 자연자원을 강탈하는 행위와 동일한 과정의 산물”이라는 점을 ‘절대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그렇기 때문에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저항하는 모든 투쟁”과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목표로 하는 모든 투쟁”은 미국의 이라크 침략에 당당히 저항해야만 하며 우리는 이라크 민중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항만 노동자들은 이라크 침공에 사용되는 물량을 적재하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예비군 대상자들은 양심적 병역 거부를 통해 예비군 소집에 불응하며, 마지막으로 반전 활동가들은 핼리버튼과 같은 군수 회사에 대항해 보이콧을 조직함으로써 제국을 “포위하고 제국이 숨 쉴 수 없도록 산소를 박탈하고, 창피를 주고, 조롱”함으로써 우리의 자유를 지켜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에는 부록까지 합쳐 전부 8편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이 모든 에세이에서 그녀의 감동적인 연설에서처럼 열정과 명확함과 분노를 읽을 수 있다. 이라크 전쟁을 주제로 한 두 편의 글, 곧 ?제국의 진실?과 ?인스턴트 제국 민주주의?는 2003년 개전 초기에 쓰였지만 현재까지도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라크 전쟁은 현재진행형이고, 미국은 벌써부터 패배를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부록으로 실린 ?함께 우리의 미래를 준비합시다?와 ?인종주의의 새로운 우화?는 각각 2003년과 2004년 포르투알레그레와 뭄바이에서 열린 제3,4차 세계사회포럼의 연설문이다. 그녀의 열정과 명확함은 물론이고 신랄한 야유와 시적 정취를 온전히 드러내고 있는 글이다. ?전쟁이 곧 평화라는 아이러니?, ?샹카르 구하 니요기를 추모하며?, ?시민 불복종의 의미를 되새기며?는 인도의 현대 정치 상황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혀준다. 인도는 아대륙이며 10억 인구가 거주하는 총천연색의 복잡다기한 사회로, 기꺼이 수고하며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들이다. 읽는 이들은 상황이 인도에서도 동일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을 수 있다. ?역사의 위인들이 행진에 나설 때?는, 이상이 배신당하는 과정을 검토하면서 정치를 명확하게 벼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목차

    전쟁이 평화라는 아이러니

    제국의 진실

    인스턴트 제국 민주주의

    역사의 위인들이 행진에 나설 때

    샹카르 구하 니요기를 추모하며

    인종주의의 새로운 우화

    시민 불복종의 의미를 되새기며



    [부록]

    함께 우리의 미래를 건설합시다

    옮긴이 후기

    후주

    찾아보기

    본문중에서

    자유의 수호 우리가 누리는 자유의 경계를 순찰하는 것이야말로 자유를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자유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자유가 억제되고 있습니다. 일단 시민 사회가 자유를 넘겨주고 나면 투쟁 없이는 되찾을 수가 없습니다. 자유를 회복하는 것보다 자유를 포기하는 것이 훨씬 더 쉽습니다.

    p. 25



    인종주의와 칠면조 “칠면조를 사면하는” 미국의 전통이야말로 새로운 인종차별을 폭로해 주는 상징적 우화입니다. 전미칠면조연맹은 1947년 이래 매년 미국 대통령에게 추수감사절용 칠면조를 한 마리씩 선물합니다. 대통령은 매년 관용의 의식을 통해 그 특별한 새를 살려주고는 (다른 놈을 잡아먹습니다.) 대통령의 사면을 받은 그 선택된 칠면조는 버지니아 주 프라잉 팬 공원으로 보내져 천수를 누리게 됩니다. 추수감사절용으로 사육된 나머지 5천만 마리는 추수감사절에 잡아먹힙니다. 대통령에게 칠면조를 납품하는 계약을 따낸 식료품업체는 자신들이 그 행운의 칠면조에게 고관대작과 어린 학생들과 언론에 사근사근하게 굴도록 훈련까지 시킨다고 말합니다.(조만간에 녀석들은 영어도 할지 모릅니다!)

    기업이 주도하는 새로운 인종주의의 시대는 이렇게 작동합니다. 주의 깊게 선별되어 사육된 소수의 칠면조는 사면과 함께 프라잉 팬 공원 입장권을 받습니다. 여러 국가의 현지 엘리트들, 부유한 이민자 공동체, 투자 은행가들, 가끔은 콜린 파월이나 콘돌리자 라이스 같은 흑인들, 몇몇 가수와 (나 같은) 일부 작가들이 그들입니다. 나머지 수백만 명은 일자리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나고, 전기와 수도가 끊기고, 에이즈로 죽습니다. 원래 그들은 잡아먹으려고 키운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프라잉 팬 공원으로 이송된 행운의 칠면조들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심지어 그 가운데 일부는 국제통화기금 IMF과 세계무역기구 WTO를 위해 일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누가 감히 이 조직들을 반 反칠면조적이라고 비난할 수 있겠습니까? 일부는 칠면조 선발 위원회의 이사로 봉직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누가 감히 칠면조들이 추수감사절에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칠면조들은 추사감사절에 기꺼이 참여하는 것입니다! 누가 감히 빈민들은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화에 반대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프라잉 팬 공원에 입장하기 위해 난리들입니다. 대다수가 그 와중에 죽어나간들 무슨 대수겠습니까?

    pp. 93~95.



    세계화 프로젝트와 국가 기업이 주도하는 세계화 프로젝트에 독자적으로 맞설 수 있는 개별 국가는 없습니다. 신자유주의 프로젝트와 맞닥뜨리자 우리 시대의 영웅들이 갑자기 왜소해지는 것을 우리는 거듭거듭 목격했습니다. 비범하고 카리스마적인 저항 운동의 거인들이 권력을 잡고 국가의 수반이 되더니 무기력해져 버렸습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을 말하는 것입니다. 룰라는 작년 세계사회포럼의 영웅이었습니다. 올해 그는 국제통화기금의 정책을 실시하고, 연금 혜택을 축소하고, 노동자당에서 급진파를 쫓아내느라고 바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사유화 계획과 구조 조정 정책을 밀어붙였습니다. 수백만 명이 집을 빼앗겼고, 일자리를 잃었고, 수도와 전기가 끊겼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배신감에 가슴을 치면서 후회해 봐야 소용없습니다. 룰라와 만델라는 어느 모로 보나 걸출한 인물들입니다. 그러나 야당 세력에서 정부를 책임지는 위치로 변신하는 바로 그 순간에 그들은 다양한 위협에 포박당하고 맙니다. 이 가운데서 가장 사악한 것이 자본을 빼가겠다는 위협입니다. 이 위협 하나면 어떤 정부라도 간단히 제압할 수 있습니다. 지도자의 개인적 카리스마와 투쟁 경력이 기업 카르텔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자본주의의 작동 방식이나, 그 문제에 있어 권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순진한 태도입니다. 급진적 변화는 정부들끼리 협상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오직 민중만이 급진적 변화를 강제할 수 있습니다.

    pp. 96~97.

    저자소개

    아룬다티 로이(Arundhati Roy) [저] 신작알림 SMS신청 작가DB보기
    생년월일 1961~
    출생지 인도 케랄라주
    출간도서 6종
    판매수 961권

    1961년 메갈라야 실롱에서 태어났다. 1997년 첫 장편소설 [작은 것들의 신]으로 부커상을 수상하며 일약 세계적인 작가로 발돋움했다. 1988년 [상상력의 종말]을 발표하며 사회운동가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생존의 비용] [권력의 정치학] [전쟁이야기] [보통 사람들을 위한 제국 가이드] [제국 시대의 대중 권력] 등 인도 사회와 세계의 여러 이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라난 재단의 문화자유상, 시드니 평화상, 노먼 메일러 집필상을 수상했고,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을 올렸다.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으며, 현재 번역과 집필, 다큐멘터리 작업 등을 하고 있다. 편역서로 [우리는 어떻게 비행기를 만들었나](지호, 2003)가 있으며, 역서로 [모차르트](책갈피, 2002), [벽을 그린 남자, 디에고 리베라](책갈피, 2002), [축구 전쟁의 역사](이지북, 2002), [렘브란트와 혁명](책갈피, 2003), [브레인 스토리](지호, 2004), [전쟁과 우리가 사는 세상](지호, 2004), [미국의 베트남 전쟁](책갈피, 2004), [그 많던 지식인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청어람미디어, 2005), [전쟁의 얼굴](지호, 2005), [한 뙈기의 땅](밝은세상, 2006), [존 리드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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