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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에게 보낸다 - 퇴계가 손자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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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서평

    대학자 퇴계의 일상과 손자에 대한 가르침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서간집


    ‘자식 교육은 아버지가 아닌 할아버지가 맡는다’라는 말이 있다. 물론 지금의 교육 환경과 가족 구조를 보면 낯선 표현이지만 곰곰 헤아려보면 참 지당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결혼 연령이 지금보다는 훨씬 낮아 이른 나이에 자식을 보았으니 아버지가 자식 교육을 맡는다는 것은 무리가 아니었을까. 게다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비롯해 대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던 상황이었으니 집안 어르신이 아이의 교육을 맡는 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세월이 흐르고 흘러 숱한 변화를 거치면서, 가족의 해체 위기뿐만 아니라 집안 어르신의 역할이 점점 사라져가는 요즘, 아주 귀한 글을 접하게 되었다. 퇴계가 손자에게 보낸 편지라니! 우리나라 주자성리학을 심화·발전시켰으며 조선 후기 영남학파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여 한국 인문학의 커다란 줄기를 형성한 퇴계. 손자에게 보내는 퇴계의 편지는 과연 어떤 내용일까, 그 궁금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게다가 편지란 일상의 자잘한 일에서부터 대소사에 이르기까지 사사로운 감정이 오롯이 담겨 있는 글이 아니던가. 사상이라든가, 학문적 논의가 아닌,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겨나오는 편지야말로 한 인물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귀중한 자료다. 이제 이 소중한 자료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오로지 퇴계 학문을 올곧게 연구해온 번역자 정석태 선생의 말을 들어보기로 하자.



    편지 모음이 한 권의 책으로 되기까지……


    퇴계가 손자 안도에게 보낸 편지를 번역해보려는 생각을 가진 것은 두어 해 전의 일이다. 처음에는 이 편지들이 퇴계의 일상 생활을 밝혀주는 내용을 풍부하게 담고 있어서 퇴계 생애를 엮는 작업을 하는 과정에 자주 자료로 취해서 쓰곤 하였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더욱 주의 깊게 고증을 하게 되었고, 또 세심하게 교감(矯監)도 하게 되었다. 특히 퇴계와 안도와의 관계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이 편지들을 읽는 것이 퇴계 생애를 엮는 작업을 하면서 얻게 된 또 한 가지 큰 즐거움이었다. 어떤 경우는 나 자신을 안도의 자리에 앉혀 놓고 퇴계의 가르침을 들어보려고 한 적도 있었다. 사실 난 오랜 기간 동안 논문을 쓰기 위한 목적으로 글읽기를 해왔기 때문에, 글을 대하고서는 먼저 내 생각이나 내 판단부터 앞세우기 일쑤였다. 그리고 글, 나아가 글을 통해 필자가 하려는 말에는 도대체 귀를 기울이려고 하지를 않았다. 나는 퇴계가 제자들에게 누누이 경계해 마지않던 그러한 병폐에 오래도록 깊이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 편지들을 읽는 동안 그러한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하였다. 한편으로는 안도가 몹시 부럽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선은 퇴계 생애를 엮는 작업이 급해서 바로 번역을 할 수는 없었다.

    번역은 퇴계 생애를 엮는 작업을 마치고 난 다음에 하기 시작하였다. 작년 봄에 <퇴계선생연표월일조록>의 원고 작성을 마친 다음, 먼저 퇴계가 안도에게 보낸 편지를 모두 모아서 카드부터 만들었다. 번역 대본(臺本)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먼저 편지들을 보낸 연·월·일을 밝혀 순서대로 하나하나 정리하였다. 여기에 한 통의 편지가 잘못 분리된 것은 합하고, 두 통 이상의 편지가 한 통의 편지로 잘못 묶인 것은 분리하는 작업을 거친 다음, 유묵(遺墨) 등과 한 글자 한 글자 꼼꼼히 대조하는 등의 교감 작업을 거쳤다. <퇴계선생연표월일조록>에서 이미 기본적인 고증 작업이나 교감 작업이 이루어진 상태였지만 다시 하였다.

    번역 대본을 퇴계가 안도에게 보낸 편지에 대한 정본(定本)으로 확정하기 위해서였다. 번역은 정본으로 확정한 대본을 가지고 하였다. 이러한 작업은 여기에서 처음 이루어진 것이다. 사실 편지 중에서도 가족들에게 보낸 이와 같은 편지는 특히 일상적인 성격이 강하다. 더욱이 편지를 받는 쪽인 안도가 퇴계에게 보낸 편지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의 번역은 상당한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나는 <퇴계선생연표월일조록>의 원고 작성을 이미 마친 상태라서 번역을 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으리라 생각하였다. 편지에 빈번히 나오는 일상적인 사실들도 대부분 밝혀 놓았으니 그리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실제 번역을 해나가다 보니 그것이 아니었다.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이다. 작년 여름에 초벌 번역을 마치고 나서도 거듭 읽으면서 고쳤다. 그 과정에 이미 작성해둔 <퇴계선생연표월일조록> 원고의 오류를 수정한 것도 더러 있었다.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공부란 참으로 끝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절감한다.


    퇴계의 손자 안도는 나이가 들면서 과거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퇴계의 슬하를 떠나 있는 경우가 잦았다. 더욱이 결혼을 하고 난 이후에는 당시의 풍습대로 처가살이를 하느라 퇴계를 떠나서 살았다. 특히 안도의 처가살이가 장인의 근무지를 따라 옮겨 다니는 것이라서 퇴계가 안도에게 편지를 보낸 지역은 전국에 걸쳐 있다. 가까이는 예천·안동·봉화·영주·함창 등지에서부터 서울과 원산까지 전국에 걸쳐 있다. 그리고 먼 곳에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자연 퇴계는 자신뿐 아니라 가족과 친지들, 나아가 제자들의 근황을 알리는 내용을 상세하게 언급하였고, 이 때문에 역으로 퇴계가 안도에게 보낸 편지는 퇴계의 일상을 알려주는 더없이 좋은 자료가 된다.

    이와 함께 안도가 서울에 머물 때는 퇴계의 가장 믿을 만한 인편으로, 퇴계가 서울로 보내는 편지뿐 아니라 사직장이나 다른 사람의 청탁을 받아 지은 글 등을 전해주는 역할도 하였고, 서울의 제자들을 포함한 여러 지인(知人)들의 편지와 역으로 퇴계가 다른 사람에게 지어주기를 부탁한 글, 그리고 조정의 근황과 제자 및 지인들의 소식 등을 고향에 있는 퇴계에게 전해주는 역할도 하였다. 퇴계는 자신의 가장 중요한 저작 중의 하나인 <성학십도>를 수정해서 판각하는 것과 관련된 일도 안도에게 믿고 맡겼다. 이 때문에 퇴계는 안도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자신을 포함한 모든 주변 정황을 특히 상세하게 설명하곤 하였다. 특히 퇴계가 안도에게 보낸 편지는 퇴계 일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인 노년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그때의 퇴계의 삶, 일상뿐 아니라 퇴계의 삶 전반을 살펴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된다.

    퇴계가 안도에게 보낸 편지는 현재 125통이 전한다. 그중 절반이 조금 넘는 70통의 유묵이 남아 있다. 특히 그 유묵은 안도가 평생 소중하게 보관했던 것이다. 할아버지 퇴계의 가르침을 새기려는 뜻으로 지금도 그 유묵에는 안도의 소장인(所藏印)이 선명하다. 그것을 퇴계 종택에서 보관해오다가 나중에 장첩하여 지금도 전하고 있다. 이 책에서 활용한 유묵은 모두 ‘이안도장(李安道章)’이 찍힌 진품 유묵이다. 안도는 퇴계 서거 후에 퇴계 관련 사업을 하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안도가 퇴계 서거 후에 한 일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퇴계의 일생 사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9책에 이를 정도로 방대한 양의 <퇴계연보초기>를 엮었고, 또 퇴계가 남긴 시문 작품 등을 수집 정리해서 문집을 엮는 작업을 주관하였다. 특히 전자 <퇴계연보초기>는 후일 유성룡이 <퇴계연보>를 엮는 기본 자료가 되었다. 그리고 후자의 경우도 후일 퇴계 문집을 간행하는 밑바탕이 되었다. 이런 면에서 안도는 나의 학문적인 선배가 된다. 나 자신 퇴계 생애를 엮는 작업을 했고, 또 지금은 <퇴계전서> 정본 편찬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니 말이다.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자상하게, 할아버지의 절절한 애달픔과 사랑


    과거의 선현들을 바라볼 때 그들이 이미 이루어놓은 업적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그들도 현재의 우리처럼 일상적인 삶을 살다갔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기 쉽다. 종교적이거나 자신의 신념 등 어떤 특별한 이유 때문에 독신을 지켜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그들은 모두 결혼을 했고, 또 자식을 낳아서 기르며 살았다. 그리고 현재의 우리와 다를 바 없이 일상의 고된 짐을 감당하며 살았다. 도리어 그러한 짐을 지는 것이 사람에게 부여된 마땅한 도리로 생각했다. 퇴계도 그랬다. 그렇다고 퇴계를 현재의 우리나 과거의 보통 선비 정도로 낮추어 보아도 된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퇴계도 여느 사람들처럼 한 날 한 날을 살아간 생활인이라는 사실을 먼저 알고 퇴계를 다시 보자는 뜻이다. 일상의 고단한 짐을 조금도 회피하지 않고 감당하면서도 그러한 높은 업적을 이룬다는 것이 범용한 사람으로서 감히 생각이나 할 수 있는 일이겠는가. 그 때문에 더욱 퇴계에게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번역자 정석태 선생이 밝힌 대로, 이 책에는 16년 동안 퇴계가 손자 안도에게 보낸 125통의 편지가 오롯이 담겨 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안도가 퇴계에게 보낸 편지는 한 통도 남아 있질 않아, 퇴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도저히 번역할 수 없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나마 퇴계의 편지가 남아 있게 된 것은 안도의 아내 권씨 부인의 공이 컸다. 숱한 전란을 겪으면서도 권씨 부인은 할아버지의 편지를 소중하게 갈무리하여 후세에 전해주었으니, 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하여 지금 우리는 퇴계의 숨결이 담긴 편지를 접하는 영광을 누리게 되었다.

    이 책은 퇴계가 아들 준에게 곧 관례를 치르게 되는 손자의 이름을 정하는 편지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안도가 15세 되던 해부터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하여 퇴계가 서거하는 70세까지(안도는 30세까지) 이어진 편지가 실려 있다. 편지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노라면 제자들과 지인들의 근황을 묻는 편지도 두루 있지만, 여느 할아버지에게서 느끼는 푸근함이 퇴계에게서도 물씬 풍겨나온다. 손자가 과거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를 바라는 마음과, 퇴계가 기거하는 마을에 가뭄이 들거나 큰비가 올 때 농사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전염병이 돌아 온 마을사람들이 겪는 아픔을 함께 나누는 절절한 애달픔이 담겨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아내가 병치레를 하고 있어 아들이 젖을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걸렸으니 때마침 아이를 출산하여 젖이 나오는 여종을 보내달라는 안도의 편지에 대한 답으로, 퇴계는 남의 자식을 죽여서 자기의 자식을 살리는 것은 매우 옳지 못하다고 안도를 준엄하게 꾸짖는다. 이 때문에 퇴계는 안도의 아들인 증손자를 전혀 보지 못하고 아이를 떠나보내고 만다. 사실 젖먹이 유모를 두는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흔한 일임에도, 비록 미천한 신분의 아이지만 생명 귀하기는 똑같다는 퇴계의 인본사상을 엿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손자 안도가 대학자인 할아버지를 배경으로 하여 경거망동할까 늘 걱정되어, 항상 행동거지를 바르게 하고 신중하라고 거듭거듭 당부하기도 한다. 이는 곧 말년에 몸이 많이 쇠약해져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어 벼슬을 계속 사직하는 자신의 처지를 두고 조정에서 말이 많은 데 따른 염려이기도 하다. 또한 대스승으로서, 외우기만 할 뿐 학문에 대한 깊이가 없이 덜렁대는 손자가 걱정되어 손자에게 학문에 임하는 자세와 더불어 선비가 갖춰야 할 덕목을 때로는 준엄하게 타이르기도 하고 때로는 달래기도 하지만, 그 속내는 손자를 사랑하는 영락없는 할아버지의 모습이다.


    125통의 편지를 담은 이 책의 본문 중에 퇴계의 친필 유묵이 실려 있어, 유려하면서도 힘이 넘치는 그의 필체를 통해 그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더불어 책의 말미에 퇴계와 안도의 연표 및 원문을 실어놓아 퇴계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자료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저자소개

    생년월일 -
    출생지 -
    출간도서 0종
    판매수 0권

    고려대 대학원에서 한문학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에서 오랫동안 강의를 했으며, 도산서원 및 퇴계 종택 소장자료(총 240책, 24,000컷) 촬영을 총괄했다.
    현재 부산대 점필재연구소 연구교수이다.

    생년월일 1501~1570
    출생지 경북 예안
    출간도서 10종
    판매수 1,467권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이다. 본관은 진성(眞城), 자는 경호(景浩), 호는 퇴계(退溪), 시호는 문순(文純)이다. 수십 차례 관직을 받고 사양하며 여러 차례 서울을 오르내렸지만 벼슬살이에 큰 뜻이 없었다. 벼슬에서 물러나 많은 제자와 강학하며 진실한 삶을 추구하여 ‘사람됨의 학문’을 체계화하였다. [퇴계집]에 실린 3000여 통의 편지와 2500여 수의 시는 그의 학문과 삶에 대한 생생한 기록이다. [주자서절요], [송계원명이학통록], [자성록], [계몽전의], [고경중마방], [성학십도] 등을 저술하였다. 오늘날 동아시아 지역을 넘어 서구의 학자들까지도 이황의 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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