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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6회 '일본판타지소설대상' 우수상 수상작. 유령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유머러스하고 상쾌한 감각이 돋보이는 소설이다. 원한에 사무친 무시무시한 유령이 아니라 명랑하고 촐싹대며 유머감각이 풍부한, 산 사람과 다를 바 없는 유쾌한 20세의 청년 유령이 등장한다. 어느 비 내리던 밤 포르노테이프를 빌리려고 집을 나섰다가 뺑소니 사고로 유령이 되어버린 주인공과, 그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햄버거 가게 아르바이트 여학생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이야기 전개는 거의 만담이라고 해도 좋을, 두 주인공의 유쾌한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며, 산 자는 이 유쾌하고 뻔뻔한 유령과 함께 지내는 동안 자신이 잃어버렸던 것들을 하나씩 기억해내며 예전에 꿈꾸었던 삶의 보람을 되찾아간다.

<보너스 트랙>은 유령을 소재로 하면서도 공포물과는 거리가 먼, 유머러스하고 상쾌한 소설이라는 면에서 색다른 작품이다. 주인공인 유령 녀석은 명랑하고 유머 감각이 풍부한, 산 사람과 다를 바 없는 20세의 청년 유령이다. 이야기는 유령인 료타와 산 자인 쿠사노의 유쾌한 대화로 진행된다. 유령은 이승의 제약에서 자유롭다는 특권을 내세워 산 자의 생활에 간섭한다. 산 자는 유쾌하고 뻔뻔한 유령 녀석과 지내면서 잃어버렸던 것들을 하나씩 기억해내며 삶의 보람을 되찾아간다. 전반적으로 유쾌한 작품이지만, 갑자기 눈물이 툭 떨어질 정도로 가슴 저린 부분도 있고 마음이 한없이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부분도 있다. 놀라운 사실은 막 데뷔한 신인 작가가 이런 감정의 기복을 완벽하게 컨트롤하고 있다는 것이다. 료타는 지극히 평범한 녀석이었지만, 유령이 되고 나서는 현실에 찌들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에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이 <보너스 트랙(Bonus Track)>인 것이다. - 일본 문학계 서평 - ※신초샤 간행 문예 전문지 <波> 2005년 1월호에서 발췌 코타니 마리 (문학평론가) 따뜻한 유령 소설이 주는 정감(情感) 제16회 일본판타지소설대상 우수상 수상작 코시가야 오사무 作 <보너스 트랙> 고스트 스토리, 즉 유령 소설은 언제나 세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물론 나도 매우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영국의 강령술(降靈術)을 다룬 이야기를 특히 좋아하는데, 그런 장면이 나오는 이야기라고 하면 곧장 달려든다. 어떤 부모가 죽은 아이를 만나고 싶어서 강령술사를 방문하고, 모두가 식탁을 둘러싸고 앉아 강령회를 시작한다. 그런데! 여자아이의 훌쩍거리는 울음소리가 들리거나 테이블이 덜컹덜컹 움직이거나…라는 식의 흔한 전개를 들은 것만으로도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 되는 거야?”라고 물으며 빠져들어 버린다. 요즘에는 CG라든가 특수촬영 같은 게 고도로 발달한 탓인지 비주얼 위주의 고스트 스토리 종류는 말 그대로 고저스(Gorgeous)한 전개로 ‘유령=공포를 위한 도구’라는 규칙을 극한까지 추구해가는 느낌이라서 스펙터클한 즐거움이 가득하다. 예를 들어 영화 <식스 센스>나 <디 아더스> 등은 근래에 보기 드문 걸작으로, 오랜 세월 동안 다크 판타지를 사랑해온 비평가들조차도 떨게 만드는 뛰어난 작품이었다. 그래서 유령이 나온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은 채 호러를 싫어하는 남편을 극장에 데려가면 엄청난 공포에 눈물을 흘리면서 “왜 보기 전에 미리 말해주지 않았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어쩌면 고스트 스토리는 이미 독자에게 튼튼한 심장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장르가 되어 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금년도 판타지소설대상의 우수상을 수상한 <보너스 트랙>은 이런 흐름에 역행하는 고스트 스토리이다. 호러 계열이라기보다는 따뜻하면서도 긴장을 주는 계열이라고 하는 게 옳을 듯. 이런 타입은 꽤나 드물다. 햄버거 체인점에서 일하는 25세의 쿠사노 테츠야는 어느 날 야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에 교통사고를 목격한다. 달려가는 검은 스포츠카, 그 뒤에 남겨진 피해자. 그 몸은 보는 동안에도 계속 차가워져서, 쿠사노의 필사적인 소생조치에도 불구하고 숨이 끊어져 버린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죽은 요코이 료타가 쿠사노에게 들러붙어버린다. 평범함 그 자체인 샐러리맨과 그 예비군이었다고 할 만한 평범한 학생. 어쩐지 비슷하다고도 할 수 있는 두 사람은 아마 그 사고가 아니었다면 만날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엉뚱한 일로 인해 두 사람은 생(生)과 사(死)의 울타리를 넘어 남자끼리의 공동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들러붙은 남자와 그걸 받아준 남자. 두 사람의 만남으로 인해 일어난 변화는 과연 두 사람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이었을까? 본 작품에 등장하는 유령은 사악함의 수준을 넘어 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허연 물질로 변해 버린 것 같은 무서운 괴물이 아니다. 조금은 슬프고 조금은 사랑스러운, 끝나 버린 인생에서 그저 약간 더 그어진 연장선상에 있는 누군가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엉뚱한 탄력을 받아 ‘인간’의 길에서 조금 빗나가 버린 존재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렇지만, 유령이 이 세상과 관계를 가질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식으로 정말 약간의 부록-‘보너스 트랙’과 같은 것이 아닐까? 이 작품은 그런 가벼운 기분으로 말을 걸어오는 듯한 느낌이다. 언제였던가, 고스트 스토리를 좋아하는 친구와 ‘어째서 이런 걸 좋아하는 걸까?’라는 이야기를 한참 주고받은 적이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나왔지만 그 중에서도 제일 큰 이유로 지목된 것은 ‘공포에 대한 관심’이라는 것이었다. 줄줄이 계속되는 일상생활에 약간의 자극을 받고 싶은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는 현대인에게 비일상적인 자극이라고 하면, 예를 들어 불륜이라든가 사회적인 사건도 좋은 소재이겠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어쩐지 비릿하고 진부하다. 매일같이 그런 것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에 거기로부터는 조금 떨어진 것을 찾게 된다. 그러나 일상으로부터 너무 빗나가 버리면 상상력이 미처 따라가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슬픔이라든가 분노라는-네거티브하지만 알기 쉬운 것을 축으로, 거기에 어딘지 모르게 모럴을 첨가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그런 조건을 따지다 보면 결국에는 괴담이나 유령 이야기로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평범한 결론이 되어 간다. 제멋대로인 독자로의 의견일 뿐이다. 거기까지 이야기했을 때, 친구가 갑자기 말했다. “그렇지만 유령이라는 게 있다면 인간에게 죽음이 마지막은 아니라는 거니까 어쩐지 기분이 좋네요.” 참고로 이 친구도 현재 투석을 받으며 투병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그런 걸 계속 마음에 두고 있던 나는 긴장감 가득한 유령 소설을 좋아하면서도 본 작품처럼 갑자기 나타난 유령과 교제하는 고스트 스토리도 꽤 쿨(Cool)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명 패스트푸드 체인의 정사원으로 일하는 쿠사노 테츠야.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 합격 통지를 받자마자 덜컥 취직한 직장이 눈 돌아가게 바쁜 곳이라 미처 후회할 틈도 없는 삶을 살고 있다. 학창시절에는 나름대로 문화생활을 즐겼지만 취업 후에는 장거리 출퇴근, 폭주하는 업무량, 소심한 성격으로 인한 요령부득 등으로 팍팍하기 이를 데 없는 생활의 연속이다. 원룸 맨션은 잠만 자는 곳으로, 자동차는 출퇴근 머신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그런 날은 언제까지고 계속될 것만 같았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 늦은 퇴근길에 정신 나간 폭주 스포츠카가 치어 죽이고 도망간 어느 남자의 시체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2류 미만 3류 이상의 평범한 대학에 다니던 평범한 대학생 요코이 료타. 노상 난투극이 다반사인 데다가 꼬맹이들까지 10살만 되면 어깨에 힘을 주고 걸어 다니는 무시무시한 동네에서 자라난 탓에 일찌감치 ‘유머와 넉살’이라는 처세술을 깨달았다. 지긋지긋한 고향에서 탈출하여 도쿄에서의 세련된 캠퍼스 라이프를 꿈꾸었지만 현실은 그저 그런 대학에서의 무미건조한 학창생활. 그런 생활이 졸업 때까지 계속될 것만 같았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 독신 청년의 ‘불타는 투혼’을 잠재우고자 포르노테이프를 빌리러 가던 길에 정신 나간 폭주 스포츠카에 치어 죽기 전까지는……. 평범한 음악 CD처럼 첫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정해진 순서대로 연주되는 삶을 살았더라면 스쳐지나갈 일조차 없었을 듯한 두 사람은 그 뺑소니 사고로 만났다. 눈앞의 남자가 이미 숨이 끊어졌다는 것도 모르고 필사적으로 인공호흡을 하는 쿠사노, 사후세계라는 건 생각도 않고 살다가 졸지에 유령 신세가 되어 웬 낯선 남자가 자기의 입술에 딥 키스를 퍼붓는 광경을 목도하게 된 료타. 그 뜨거운 만남(?)을 인연으로, 두 남자의 희한한 동거 생활이 시작된다. (실은 료타가 무작정 쿠사노에게 얹혀사는 것뿐이지만.) 처음에는 남에게 보이지 않는 ‘투명인간’ 생활을 즐기던 료타는 점차 아무도 자신을 알아봐주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점차 외로움을 느끼게 되고, 혹시나 하는 기대를 갖고 고향집의 부모님을 찾아가보지만 슬픔에 젖어 오열하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도망치듯 돌아오기도 한다. 자신이 정말 죽어 버렸음을 절실하게 깨달은 료타는 유일하게 자기를 알아봐주는 쿠사노에게 부탁하여 뺑소니범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료타는 그 보답(?)으로 요령이라고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는 쿠사노에게 직장 생활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다. 한편, 료타는 쿠사노의 직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고생 미나미 아이코를 보고 한눈에 반하게 된다. 죽은 다음에야 취향인 여자아이를 만나다니 이렇게 억울할 데가! 그녀 곁을 맴돌던 중에 그녀의 오빠이자 역시 아르바이트생인 미나미 히로토가 유령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회유와 협박을 통해 미나미 히로토에게서 ‘수사 협력’에 대한 OK를 받아낸다. 난데없이 나타난 유령 녀석이 어여쁜 여동생 곁을 기웃거리는 꼴을 보지 않으려고 협조를 약속한 미나미 히로토는 사실 유령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이 많아서 유령과 연관되는 것을 피해왔었다. 그러나 료타가 의외로 괜찮은 녀석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 세 사람의 콤비플레이는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뺑소니범을 찾아다니는 한편, 미나미 히로토가 예전부터 봐 왔던 동네 인근의 사연 있는 유령들을 찾아 저승으로 보내주는 세 사람. 료타는 쿠사노에게도, 미나미 히로토에게도, 그리고 유령들에게도 이런 저런 도움을 주면서 보람을 느끼며 음악 앨범의 본 트랙보다 보너스 트랙이 더 좋을 경우가 있는 것처럼 살아있었을 때보다 죽은 다음의 인생이 더 괜찮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미나미 아이코와 그녀의 친구 노지리 아스카가 남몰래 만나 오던 자살 여고생의 유령이 성불하여 저승으로 떠나가던 날, 쿠사노와 료타 일행은 드디어 문제의 스포츠카를 찾아낸다. 몸을 던진 쿠사노와 미나미 히로토의 대 활약으로 뺑소니범들은 경찰에 검거되고, 소원을 성취한 료타는 그렇게 잡아보고 싶었던 미나미 아이코의 손을 맞잡은 채 눈부신 빛에 둘러싸인 채 저승으로 떠나간다. 이런저런 뒤처리를 하고 집에 돌아온 쿠사노는 쉴 틈도 없이 다시 출근 준비를 시작한다. 하지만, 료타를 만나기 전 같았으면 업무 후 피로 때문에 미처 신경 쓰지 못했던 일들을 생각하기 시작한다. 어차피 지루한 일상은 계속될 것이다. 하지만 조그맣지만 긍정적인 변화들도 계속될 것이다. 상쾌하게 시작되는 내일의 아침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