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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생태숲 탐방기 : 양영수 숲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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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양영수
  • 출판사 : 도화
  • 발행 : 2024년 05월 22일
  • 쪽수 : 144
  • ISBN : 9791192828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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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제주도에 거주하는 양영수 소설가가 인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해 쓴 제주 한라생태숲에 관한 에세이다. 전문적인 식물학자가 아닌 소설가의 눈으로 한라생태숲에 서식하는 식물과 동물의 세계를 감상하고 쓴 숲 탐방기로 쉽게 잘 읽힌다.
탐방기를 읽어줄 보통사람들의 눈높이를 고려해 가급적 전문적인 용어나 어려운 낱말을 피하고, 한라생태숲에서 반드시 알아두면 좋을 식물과 동물 20여 종에 관한 이야기를 마치 대화하듯이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1년 12개월로 나누어 매월 특징적인 생태 식물과 동물을 소개한다. 1월 소나무, 2월 매화·수선화·복수초, 3월 벚나무·먼나무, 4월 동백나무·목련, 5월 진달래·산수국·민들레·새우난, 6월 연꽃·뽕나무, 7월 신록의 숲, 8월 구상나무·주목·비자나무, 9월 산딸나무, 10월 단풍나무·굴거리나무 11월 조릿대·고사리, 12월 꿩·노루·백로 등의 한라생태숲에 서식하는 식물과 동물에 관한 정보와 재미있는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들려주어 한라생태숲을 ‘우리를 부르는 숲’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한라생태숲 탐방기』는 저자의 놀라운 통찰력으로 발길과 손길, 눈길이 닿는 한라생태숲의 아름다움과 그 가치를 우리들 앞에 증명해내고 있다. 독자들은 저자와 한라생태숲을 함께 걷다보면 즐겁고 재치있고 유익한 감정의 새로운 경지를 느끼면서 새로운 한라생태숲의 세계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추천사


식물학자가 아닌 소설가의 눈으로 식물을 보고 식물들 세계를 소설가적인 상상력으로 감상해 보자는 생각이었다. 숲공원 탐방기를 써나가는 동안에 내가 녹색문화 운동의 역군이 된 것 같은 생각도 들었지만, 식물들 생태의 실상은 환경운동이나 학술연구의 관심사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생활인들의 흥미있는 화젯거리도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탐방기를 읽어줄 보통사람들의 입장을 고려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탐방기의 형식적인 수신자가 실제 인물인 것은 아니고, 내가 탐방기를 쓰는 동안에 이를 읽어줄 의중의 인물을 설정하여 교신하는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 의중에 두는 인물에게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를 상상하면서 탐방기를 써나가는 것이 화제를 더 풍부하게 해주었다 할 것이다.
-머리말 중에서

목차

머리 말

1월 소나무 / 11
2월 매화, 수선화, 복수초 / 23
3월 벚나무, 먼나무 / 33
4월 동백(冬柏)나무, 목련 / 45
5월 진달래, 산수국, 민들레, 새우난 / 59
6월 연꽃, 뽕나무 / 75
7월 신록의 숲 / 87
8월 구상나무, 주목, 비자나무 / 99
9월 산딸나무 / 107
10월 단풍나무, 굴거리나무 / 113
11월 조릿대, 고사리 / 123
12월 꿩, 노루, 백로 / 133

본문중에서

한라생태숲에서 제일 많이 눈에 뜨이는 수종이 소나무입니다. 이 숲공원은 원래부터 있던 오래된 자생 숲을 기반으로 하여 조성되었기 때문에 하늘 높이 크게 자란 소나무 거목들도 많이 있습니다. 소나무는 옛날부터 십장생에 꼽혔을 정도이니, 백년노송도 많이 있을 것입니다. 나이 어린 소나무의 외양은 다른 수종 나무들과 별로 다른 것이 없어보이는데, 노령에 이른 소나무 거목의 자태는 어딘가 위엄있고 운치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최장 기간의 진화과정이라는 오랜 역사를 품은 나무인데다가, 다시 백 년을 살면서 터득한 지혜가 나타난 것이 아닐까요. 고령의 거목 소나무들은 나뭇가지 하나 뻗쳐가는 것도 예사롭지 않은 심미안을 보여주는 것만 같습니다. 마치 어릴 때부터 꿈꾸던 늘그막 풍치의 구도가 뒤늦게야 나타난 것 같습니다. 옛날 한민족의 문인화나, 민화, 병풍그림, 도자기 장식 등에서 대표적인 소재가 소나무였지 않습니까. (「1월 소나무」 중에서)

수선화보다는 좀 늦지만, 한라산 일대에서 봄을 알리는 전령사 풀꽃으로는 복수초도 있습니다. 하얀 눈 무더기 속에서도 싱싱한 황금색 꽃을 피우는 당찬 풀꽃인데, 두껍게 쌓인 눈을 뚫고 나와 꽃을 피우면 그 주위가 동그랗게 녹아들어 구멍이 난다고 해서 얼음새꽃이라고도 한다는군요. 복수초라는 이름이 오해를 많이 일으키는데, 여기서 복수는 원수 갚는 복수가 아니라 행복과 장수를 뜻하는 복수입니다. 잎은 고사리와 비슷한 모습이지만, 독성이 강하여 사람이고 짐승이고 먹으면 사망에 이를 정도라는데, 이 풀꽃의 강한 생명력이 독성으로 통하는 모양입니다. 복수초의 강한 독성은 인체의 체력 강화에도 작용하는지 한약 약재로도 많이 이용된다고 합니다. 그 강인한 생명력을 한꺼번에 발산한 탓인지, 꽃을 피우고 나서는 잎부터 시들어지면서 휴면기에 들어간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에너지가 넘쳐나는 한평생일 것 같습니다. 한라생태숲에서는 복수초 군락지가 여기저기 아주 흔하게 산재해 있는 것을 보면, 계획적인 식재가 아니라 그냥 저절로 형성된 군락지 같습니다. 복수초는 드라마틱한 생명력으로 한평생을 산다는 뜻에서 제주도의 굴절 많은 역사와 통한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2월 매화·수선화·복수초」 중에서)

4월 달 저의 화두는 동백나무와 목련입니다. 동백나무로 말하면 얘깃거리가 많이 있고, 특히 제주도 역사와 관련하여 얘기할 것이 많을 거 같습니다. 제주도의 초중고 학교들을 통털어서 교목 실태를 조사했더니, 동백나무가 교목인 학교가 제일 많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주신화 스토리를 연극으로 연출할 때 서천꽃밭에서 얻어오는 환생꽃이 바로 동백꽃이라는 말도 들었습니다. 학교 교목이나 환생꽃에서 연상되는 강인한 생명력이 동백나무 생태의 어떤 점과 관련이 있을지 상상해 봤지요. 우선 동백나무는 소나무처럼 대표적인 장수식물인데, 수백 년 수령인 동백나무는 흔하다고 합니다. 동백나무의 생존방식 가운데 중요한 것은 추운 겨울을 잘 이겨낸다는 점일 것 같습니다. 나무 이름부터가 겨울 동자를 품고 있네요. 겨울철에는 초록색 윤기가 유난히 더해지는 동백나무 잎을 보면 이 나무의 비범한 생명력이 느껴집니다. 동백나무는 추운 겨울 한복판에서 매서운 찬바람을 이겨내고 꽃봉오리를 키웠다가, 봄철이 되어야 꽃을 피우는데, 열매는 늦가을이나 되어야 다 익는다고 하니 꼬박 1년을 바쳐서 1세대 번식을 마치는 셈이네요. 벌 나비가 날아다니지 않는 추운 겨울서부터 꽃을 피워야 하니까, 동백꽃은 새들에 의해 암수 꽃술 간에 꽃가루 전달이 이루어지는 조매화라고 합니다. 동백꽃에는 벌 나비 유혹하는 향기가 없는 대신에 새들을 유인해 들이는 꿀을 많이 만들어 놓아야 한답니다. 동백꽃의 꿀이라고 하면 저도 좀 알지요. 어린 시절 ‘돔박생이’를 ‘생이집’ 속에 넣고 기를 때, 꽃꿀을 탐하는 동박새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짜릿한 즐거움을 선사했지요. (「4월 동백나무·목련」 중에서)

우리 고장에서는 ‘노가리’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많이 알려진 주목은 얼른 보면 구상나무와 혼동하기 쉽습니다. 둘 다 고산지대에서 잘 자라는 침엽수이지만, 구상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고 주목나무는 주목과에 속합니다. 침엽수라고 하지만, 구상나무나 주목나무 잎은 바늘 모양의 소나무 솔잎처럼 가늘지가 않고 사람 손가락처럼 뭉툭하게 생긴 편이지요. 특히 잎 끝이 뾰족하지 않고 부드럽게 마감질한 것이 솔잎과는 판연히 다릅니다. 얼비슷한 주목나무 잎과 구상나무 잎을 잘 들여다 보면, 나뭇가지에 붙어있는 잎들이 얼마나 촘촘하고 기운차게 보이느냐 하는 점에서 판이하게 다릅니다. 구상나무 잎들은 하늘을 향해 만세 부르듯이 손을 치켜든 모습이라 할까요. 주목나무 잎들은 옆으로 누운 것들도 많거니와, 특히 옆으로 뻗은 나뭇가지에 붙은 잎들은 작은 가지를 중앙분리대로 하는 널빤지 형태에 가깝습니다. 구상나무 잎들은 나뭇가지를 가운데 축으로 삼는 원기둥 모습이어서 어딘지 야무지다는 느낌이지요. (「8월 구상나무·주목·비자나무」 중에서)

한라생태숲에서는 ‘양치식물군락지’를 넓게 조성하여 보호하고 있습니다. 고생대부터 출현했다는 양치식물 자태의 특이한 분위기가 아주 이색적입니다. 11월이 되면 싯누런 색깔로 변해서 활발한 성장의 모습이 끝나버리는 고사리에서 상상으로만 그려보는 고생대의 낯선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말을 들은 탓인지는 몰라도, ‘양치식물군락지’ 안에 들어서는 순간,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태곳적 세상으로 되돌아간 야릇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른 나무나 풀들에서는 볼 수 없는 점이 많은데, 우선 꽃이나 열매 비슷한 것이 전혀 없고, 땅에서부터 달랑 한 개로 올라간 잎줄기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잎들의 배열은 아주 단순한 구조입니다. 생명체의 역사는 이렇게 단순한 것에서 시작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식물학자들에게는 양의 이빨처럼 보여서 양치식물이라고 작명한 모양이지만, 여기 식물들 잎 모양은 질서정연한 군부대 사열식의 장면 같기도 하고, 아주 단순한 구조의 조립식 막사 건물이나 어쩌면 유치원 어린이들의 불록 쌓기 장난감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11월 조릿대·고사리」 중에서)

제주도 오름들 중에는 이름 속에 노루를 품고 있는 것도 있고 사슴을 품고 있는 것도 있습니다. 이름 속에 노루가 들어있는 오름들로서는 노리손이, 큰노리손이, 족은노리손이가 있는데, 이름 속에 사슴이 들어있는 한라산 지명들은 더 많습니다. 우선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은, 옛날에 ‘하얀 사슴들이 물 마시러 드나들던 곳’이어서 나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한라산에는 백록담 말고도 대록산[큰사슴이], 소록산[족은사슴이], 거린사슴, 녹하지악 등이 이름 속에 사슴을 품고 있지요. 노루와 사슴을 품은 오름 이름들이 많다는 것은, 이 동물들이 옛날 제주섬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숭앙의 대상이 되었다는 증거일 것입니다. 한국의 전래 설화에서 노루나 사슴이 천상세계와 지상세계를 매개하는 우주동물로 나왔음은 이 동물들을 영물스럽게 바라보았던 옛날 풍속을 말해주지요. 신성한 동물로 숭앙하는 풍속으로 말하면, 노루보다 사슴 쪽이 훨씬 더했음이 사실이고요. 삼국시대에는 사슴을 무당의 상징이나 임금의 상징으로까지 보았다고 합니다. 후세에 이르러서 사슴이 불로장생의 심벌로 인정받았음은 십장생의 하나로 선정된 것에서 나타나지요. 사슴은 스스로가 장수동물이기도 하지만, 녹용 등 불로장생 보약을 선사하니까요. 사슴은 전국적으로 개체 수가 극히 적은 멸종 위기 1종으로 올라있다고 합니다.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에서 그전에는 흔히 보이던 동물인데, 20세기의 혼란기에 와서 남획과 서식지 파괴 등의 원인으로 개체 수가 급감했다는 겁니다. (「12월 꿩·노루·백로」 중에서)

저자소개

양영수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제주도 출생. 제주도에서 초중고 수학. 서울대 문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문학박사). 제주대 사범대 교수 역임. 소설집 「마당 넓은 기와집」(2006년)과 「사랑은 꽃입니다」(2020년), 4·3역사를 테마로 하여 2편의 장편소설 「불타는 섬」(2014년 4·3평화문학상 수상작)과 「복면의 세월」(2019년)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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