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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어린아이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가?

휘황찬란한 전자매체가 횡행하는 시대, 자극적인 놀잇감이 넘쳐나는 시대에 어린아이들에게 옛이야기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또 과학적 사고와 합리성이 우선시 되는 이 시대에 허무맹랑해 보이는 옛이야기가 과연 아이들에게 필요할까? 그러나 어른들이 이러한 의문을 두고 망설이고 있을 때, 신기하게도 어린아이들은 무릎을 맞대며 옛이야기 속으로 들어온다. 여전히 옛이야기는 어린아이에게 무한한 상상과 흥미의 장인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다니엘 유도 데 해스는 인류 역사의 발달, 그리고 한 개인의 발달은 서로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고 강조한다. 인류의 역사는 빛에서 어둠으로의 하강, 그리고 다시 어둠에서 빛으로의 상승을 반복한다. 한 개인의 삶은 거시적인 인류 발달의 과정을 반복하며, 옛이야기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 환경을 주인공으로 삼아 빛과 어둠의 복합적인 순환을 이야기 속에 그린다.
이 책에서 우리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빨간 모자, 잠자는 숲속의 공주, 홀레 할머니 등을 통해 인류 역사의 발달 과정과 개인의 삶의 노정을 암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옛이야기에는 인류 역사가 나아갈 길과 개인의 삶의 방향이 제시되어 있고, 내면에 그 예감을 지닌 어린아이들은 옛이야기에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된다. 그리고 어릴 적 들은 옛이야기를 통해 아이들은 잠재의식 속에서 삶의 이정표를 세운다.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어야 하는가?

엄마의 젖이 아이에게 큰 자양분이 되는 때가 있듯 옛이야기도 아이 삶에 빛이 되는 시기가 있다.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만 2, 3세 시기부터 이갈이가 시작될 때인 만 7세 전후의 시기가 그렇다. 이때 들려준 옛이야기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스며들어 씨앗이 되고 빛이 된다. 그렇다면 이때의 아이들은 세상을 어떻게 경험할까? 저자는 옛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 이유를 알기 위해 옛이야기의 세계와 닮은 어린아이의 세계를 탐험해 나간다. 어른으로서 우리는 그 세계와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지도 제시한다.
이처럼 이 책은 어린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어린아이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보호자인 부모와 교사가 어린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끌어야 하는지 등을 세세한 예시와 비유를 통해 설명한다. 또 그러한 과정이 옛이야기와는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 어떻게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따뜻한 관점으로 설명한다. 또 옛이야기를 통해 마음속에 심어진 이미지는 어떻게 아이 삶에 빛이 될까, 아이마다 좋아하는 이야기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출생의 비밀에 얽힌 이미지는 아이에게 어떻게 전해져야 하는가, 우리의 도덕 감정과는 다른, 이맛살이 찌푸려지는 옛이야기의 이미지들은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가, 때론 잔혹한 이미지들은 또 어떠한가, 오늘날의 물질적이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은 무엇인가, 등등 저자는 옛이야기들을 들려주면서 갖게 될 독자들의 수많은 질문들에 깊은 혜안을 제시한다.

1장 왜 우리는 어린아이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할까?
옛이야기 세계 속 인간과 인류
수의 세계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간의 타락과 구원에 관한 옛이야기
『홀레 할머니』: 의식의 세계와 꿈의 세계

2장 어린아이의 세계
어린아이들은 주위 환경을 어떻게 경험할까?
옛이야기를 거부하는 아이들
어질러진 것들
어린아이와 공예
평범한 물건들

3장 어린아이와 옛이야기에 관한 몇 가지 단상
왜 개념이 아닌 은유인가?
양배추와 황새
“잔혹함”과 염려스러운 측면들
옛이야기와 우화의 도덕에 대하여

4장 옛이야기 들려주기를 위한 몇 가지 조언
동물 모습의 왕자
* 『당나귀 왕자』(빌헬름 그림)
* 『개구리 왕자』 또는 『철의 하인리히』(야콥 그림)
세 자매와 세 형제 모티브

5장 옛이야기 고르기와 들려주기
생명의 이야기
옛이야기와 기질
기질에 따른 옛이야기 들려주기
얼마나 많이 들려주어야 할까?
새롭고 사실적인 이야기에 대한 갈망
더 어린아이들(3, 4세)을 위한 행복한 이야기
더 큰 아이들(5~7세)을 위한 옛이야기
옛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한 준비
소리는 내용을 실어 나른다
이야기 해설을 삼가라
설교를 삼가라
삽화가 있는 옛이야기의 선택
과감하게 실수하기

6장 맺는말
작가에 대하여
번역에 부쳐
추천사
* 이야기-보이지 않는 실 혹은 지팡이/위재호
* 어린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의 중요성/김혜정
* 옛이야기-신성(神性)을 깨우는 어린이의 경전/유재연

* 아이는 아이다운 감수성을 통해 옛이야기 속 이미지를 마음의 씨앗으로 받아들입니다. 이 씨앗은 이후에 아이가 컸을 때, 마음 안에서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사고의 내용으로 꽃피울 것입니다. 이렇게 내면에 심은 씨앗에서 자라나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는 사고는 외부에서 얻은 지식보다 더 풍부하며 끝없이 깊어집니다. 이것이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들려주어야 하는 주된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1장 11쪽)

* 어둠으로의 하강과 극복, 그리고 새로운 빛을 향한 길을 묘사하는 이 옛이야기들이 평생 아이들을 엄청나게 지지해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사실은 좀 더 나이가 많은, 그래서 이야기를 “잊어버린” 아이들에게 더욱 해당됩니다. 그 이야기들은 그때 의식을 떠나 아이의 혼 속으로 더 깊이 빠져들 계기를 갖게 된 것입니다. (중략) 이렇게 옛이야기는 무의식적으로 어린아이들과 우리를 인류의 위대한 발달에 연결해주고, 지상의 진정한 시민으로 만들어줍니다. 각각의 옛이야기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된 작은 성격책이며, 또한 아이들에게 알맞게 그려진 구약과 신약성서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옛이야기를 “작은 어린이 성경”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1장 21쪽)

* 우리는 비록 손이 더러워지고 옷이 젖어서 불편해지더라도 아이들에게 금지할 것과 허용할 것들을 구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게 더 중요한지, 아니면 아이 내면의 발달이 더중요한지를 말입니다.(2장 47쪽)

* 그렇지만 옛이야기가 일부의 아이들에게만이 아닌 모든 아이에게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앞서 말했듯이 정말 좋은 옛이야기들을 통해서 아이들이 어떻게 위대한 창조와 완전한 인류 발달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는지 이해해야 합니다.(2장 52쪽)

* 옛이야기에서 머리를 잃는 건 등장인물이 잠시 또는 영원히 의식을 잃어야 함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를 늘 염두에 두고, 목이 잘리는 장면이 어린아이에게는 결코 어른들처럼 사실적으로 떠오르는 게 아님을 안다면, 그 상황을 오히려 더욱 열정적으로 들려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럴 때 비로소 이야기로서 제 역할을 다하게 될 것입니다.(3장 78쪽)

* 옛이야기 들려주기 자체는 매우 쉽습니다. 이야기 속 이미지가 스스로 말을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이야기를 본래의 형태로 들려주는 것입니다. 사사로이 덧붙인 것들은 이미지를 방해할 수 있습니다.(4장 91쪽)

* 실제로 아이들은 특정한 하나의 이야기를 반복해서 듣고 싶어 하며 또 그 이야기와 함께 성장해 나갑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그 이야기를 ‘아이를 위한 생명의 이야기’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5장 155쪽)

* 하지만, 하루에 둘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주어서는 안 됩니다. 혹여 우리가 둘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면, 잠자는 동안 하나의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의 효과를 해치고, 결국엔 두 이야기 모두 아이의 마음에 스며들지 못합니다.(5장 162쪽)

* 이야기를 한자리에서 모두 들려주지 않는 게 좋습니다. 다음 부분은 뒷날을 위해 남겨두고 며칠에 걸쳐 나누어 들려주세요. 아이는 이제 이야기에 너무 익숙해져서 듣지 않고는 아무것도 할 수 없기에 이런 방식은 아이에게 어느 정도의 긴장감을 줍니다.(5장 16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