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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부서지는 봄 : 한켠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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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한켠
  • 출판사 : 안전가옥
  • 발행 : 2024년 04월 24일
  • 쪽수 : 308
  • ISBN : 979119302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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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역관의 딸로 태어나 사랑하는 이를 따르기 위해 궁녀가 된 애란
원치 않는 결혼으로 정쟁과 전쟁의 한복판에 서게 된 은주
꼬여 버린 운명을 원망하며 스스로 살길을 찾아 나선 혜원
각각의 감정과 선택을 짊어진 채 격동의 시대에 휘말린 세 여인의 비극적 이야기!

《꽃이 부서지는 봄》은 조선 시대 병자호란 후 포로로 끌려갔던 소현세자의 부인 정도로만 대중에 알려져 있는 강빈을 발굴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여인의 몸으로 이상적 정치를 꿈꾸고 실천하려 했던 세자빈과 그런 세자빈을 사랑하고 따르는 궁녀의 이야기, 즉 ‘세자빈과 궁녀의 쌍방 구원 궁중 연애담’이라는 뼈대를 중심으로, ‘역사 속 여성의 이야기’에 꾸준히 주목해 온 한켠 작가가 살을 붙여 파란만장하고 애절한 서사를 완성해 냈다.

출판사 서평

| 명청 교체기 엄혹한 현실의 조선
욕망과 사랑, 생존과 대의 사이에서 고뇌하고 갈등하며
단단히 꼬이고 꼬여 버린 세 여인의 비극적 운명!
중국 대륙의 주인이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바뀌던 시기, 광해군에 반하여 명을 가까이하고 만주족을 배척하던 정책을 펼치던 인조 때의 조선. 그 엄혹한 분위기에서 이리저리 휩쓸릴 수밖에 없었으나 가슴 깊이 품었던 뜻을 펼치고 할 수 있는 일을 어떻게든 해 보고자, 부서질지언정 결코 굽히지는 않았던 세 여인이 있다.
먼저, 역관의 딸로 태어나 장남으로 키워진 딸, 애란. 애란의 아버지는 자신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딸마저 승경도판 위의 말로 보았다. 남자가 아니기에 역과에 응시하여 역관이 될 수는 없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란은 한어와 만주어를 배우고 역관들이 보는 책을 두루 익혔다. 그리고 아버지를 따라 사행길에 동행하여 계집인 자신만이 시도할 수 있는 임무를 톡톡히 해냈다.
그런 애란과 얄궂은 운명으로 얽히게 된 양반가의 딸, 은주. 은주는 청상과부가 될 팔자라 하여 한 남자의 아내가 되는 교육 대신 어엿한 사내가 입신양명하기 위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으나, 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조선의 세자빈이 되고 만다. “슬플 만큼 너무 영민한” 은주는 근시안적인 권력 다툼에만 목을 매다 만주족 앞에 무릎을 꿇고 만 처참한 조선의 업보를 짊어진 채, 피로인이 되어 청나라로 끌려간다.
그런 은주에게 한을 품은 역적의 딸, 혜원. 본래 혜원은 세자빈 간택 이야기까지 나온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조선 임금이 일삼는 정치 놀음의 희생양이 되어 순식간에 역적의 딸로 전락하고, 자신의 성도 이름도 버린 채 궁녀로 입궁하여 기어코 후궁 자리를 꿰찬다. 혜원이 이토록 독을 품고 억척같이 애쓰는 이유는 단 하나다. 스스로 권력의 주인이 되는 것. 조선 시대에 감히, 여자의 몸으로.
그리고 세자빈이 된 은주를 마음에 품은 채 애란 또한 궁녀가 된다. 애란은 꽃길이든 불지옥이든 은주를 따르고자 하나, 자신의 자리를 빼앗아 간 은주를 지독하게 원망하는 혜원의 훼방으로 혜원을 시중드는 처지가 된다. 나라의 앞날이 풍전등화처럼 위태로운 가운데, 세 여인은 각자의 욕망과 사랑, 생존과 대의를 위해 온 힘을 다해 운명에 부딪친다.

| “사람을 믿고 사람에게 기대고 사람에게 기대하는 마음을 멈추지 마.
우리는 외면하지 않고 계속 부딪쳐야 해.”
배를 뒤집을 물이 되고 싶었던, 끝까지 포기를 몰랐던 숨겨진 여인들의 사연이 펼쳐진다
명청 교체기의 조선은 이미 역사소설과 영화, 드라마 등에서 숱하게 조명된 시대다. 그러나 거의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소현세자 부인 강빈은 그 중심에 섰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강빈은 조선이 병자호란에서 패배하고 항복한 후 소현세자와 함께 심양으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농사를 지어 벌어들인 수익으로 포로들을 속환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나, 역사서에 이름조차 제대로 기록되지 못했다. 소현세자의 죽음 이후 인조를 저주하고 왕의 음식에 독약을 넣었다는 죄로 죽임을 당했다는 정도로만 기억된다.
《꽃이 부서지는 봄》은 그런 강빈을 발굴하고 싶다는 열망에서 시작된 작품이다. 누명을 쓴 강빈을 수사하기 위해 강빈을 따르던 궁녀들이 줄줄이 잡혀갔고 지독한 고문을 받았으나 그들 중에 강빈을 고발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는 기록에 주목했다. 그리하여 여인의 몸으로 이상적 정치를 꿈꾸고 실천하려 했던 세자빈과 그런 세자빈을 사랑하고 따르는 궁녀의 이야기, 즉 ‘세자빈과 궁녀의 쌍방 구원 궁중 연애담’이라는 뼈대를 세웠다. 그리고 ‘역사 속 여성의 이야기’에 꾸준히 주목해 온 한켠 작가가 이 뼈대에 살을 붙여 파란만장하고 애절한 서사를 완성해 냈다.
작품 속 세 여인, 애란과 은주와 혜원은 회피하거나 영합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직시하고 몸이 부서져라 부딪친다. 각자의 생각과 욕망이 다르기에 그 방향이 엇갈리고 대립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는 않는다. 진심을 다하면 사람도, 세상도, 운명도 바뀔 수 있다는 믿음으로. 굴욕의 역사인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작품들에서 주되게 부각되지 못했던 여성들을 오로지 전면에 내세운 《꽃이 부서지는 봄》을 읽으며, 결기를 품고 운명에 맞선 인물들에게 공감하고 우여곡절이 많아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이야기의 매력에 푹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부 조선에서
1 색을 잃은 새
2 둥지를 떠나는 새
3 탁란하는 두견
4 흔하지 않은 참새
5 빛바랜 파랑새
6 날개를 펴는 짐새
7 새장에 갇힌 붕새
8 한 쌍의 앵무새
9 날개를 찢긴 비익조
10 갈퀴를 다친 물새
11 깃갈이하는 유조
12 떠나가는 철새

2부 심양으로
1 덫에 걸린 새
2 텅 빈 고목을 조는 딱따구리
3 달 없는 밤의 까마귀
4 종종대는 매추라기
5 알 품는 수탉
6 눈비 맞은 까마귀
7 펄펄 나는 꾀꼬리
8 큰 날개 그림자 아래 촉새
9 짝 잃은 기러기
10 도래하는 철새

3부 다시 조선에서
1 곁을 물들이는 짐새
2 날개 접은 백학
3 불을 삼킨 화식조
4 사람의 말을 하는 인면조
5 피를 토하는 탁목조
6 돌을 물어다 바다를 메우는 정위

작가의 말-애란의 편지
프로듀서의 말

본문중에서

“그게 훨씬 낫겠다. 너는 너무 영민하구나. 슬플 만큼.”
“이 거래의 대가를 주세요. 제가 자유를 드리면 뭘 주실 수 있어요? 이 혼담이 엎어지면 아기씨 집안도 별 볼 일 없어지잖아요. 아기씨는 과거 응시도 못 하시고.”
“지금은 아니고, 언젠가 성공해서 이 은혜 꼭 갚을게.”
“뭘 할 건데요?”
“장사를 할까? 사행길에 올 때마다 나를 만나러 와 줘. 조선의 선비들에게 팔 만한 책을 골라 줄게. 〈목란사〉는 빼고.”
애란은 아직 팔에 걸치고 있는 도련님의 도포를 가리켰다.
“이 도포를 담보로 맡아 두지요.”
애란은 담보로 받은 도포에 얼굴을 묻고 동행하는 내내 도련님에게서 풍겼던 묵향을 맡았다. 먹을 갈고 붓을 들어 시를 쓰는 계집이라니, 너무 영민하구나. 슬플 만큼. (30쪽)

“의원 집안을 통해서 저를 내의원으로 보내 주세요.”
“궁녀가 되겠다고?”
“입궁하여 내의녀가 되겠어요. 병을 앓아 심약해진 궁중 여인들의 비위를 맞춰 주고, 어느 후궁이 회임했는지 누구보다 빨리 알아내며, 내밀한 궁 안 사정도 전해 듣다 보면 운 좋게 임금의 눈에 들어 후궁이 될 수도 있겠지요.”
“후궁이 되어 뭘 하려고?”
“임금을 꼬드겨 끈 떨어진 명나라에서 발을 빼고 새롭게 중원을 달리는 호랑이의 등에 올라타게 할게요. 그러면 아버지께서 호랑이 꼬리라도 잡아 밀무역에서 한몫 잡으실 수 있겠지요.”
애란은 후궁이 될 마음 따위 없었다. ‘왕의 여자’ 말고 ‘왕의 여자를 만드는 여자’가 될 것이다. 궁녀는 사내에게 시집가지 않으니 시집살이의 설움이 없고, 천인이든 중인이든 양반이든 다 똑같은 나인이 될 것이니 신분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양반이든 임금이든 사내 따위 시시하게 보는 애란에게 딱 맞는 자리다. 역관의 뒷배를 봐주는 걸로 만족할 생각도 없었다. 아버지는 꿈에 비해 그릇이 작았다. 후궁의 아비가 되어 임금을 움직여 얻고자 하는 것이 고작 돈푼이나 쌀섬뿐이니 산해진미를 막사발에 담고 점취를 계집종에게 쥐여 주는 격이다. 아버지가 아들처럼 키운 딸은 절대 아버지처럼 옹졸하게 살지 않을 것이다. (46~47쪽)

“가야지. 우리 둘 다 피란길에서 봤잖아. 청나라에는 끌려가서 노비가 된 백성들이 있어. 그런데 세자와 세자빈이 노비보다 훨씬 나은 처지인 인질로도 못 가겠다고 할 수는 없어.”
“패전하고 ‘오랑캐’에 굴욕당했다고 불쌍한 척하면서 도리어 백성들에게 동정받으려고 하는 임금은 세자가 ‘아비의 원수’인 청나라와 조금이라도 친하다면, 백성을 위해 뭔가 한다면 세자를 물어뜯을 거예요. 세자가 불쌍한 백성들을 위해 뭘 하려고 하면 할수록 조선의 조정에선 단지 세자를 겁박하기 위해 백성을 외면할 거예요.”
“세자와 세자빈이 함께 타향살이를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낯선 타국에 끌려간 불쌍한 백성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지 않겠니.”
“그렇게 아무나 다 불쌍하게 여겨서 구해 주고 싶어 하면 빈궁마마께는 뭐가 남아요? 알량한 우월감? 같잖은 동정심?”
“꼭 뭐가 남아야 해? 텅 빌 때까지 다 퍼 주면 안 되는 거니? 나는 내 나름대로 유복한 집에서 고명딸로 맘대로 살았어. 그런데 세상엔 안 그런 사람이 더 많잖아. 그럼 내가 누린 거 조금 덜어 줄 수도 있지.” (96~97쪽)

“빈궁마마, 원래 폭군은 곁에 간언하는 충신 없이 간신만 두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아서 폭군인 거예요. 마마께서 당장 궐문을 열어젖히고 임금을 용상에서 끌어내리고 사약, 아니 유배형이라도 내리실 거 아니면 함구하세요. 현실 정치는 승경도놀이가 아니에요.”
“백성들은 임금의 패정으로 왜란과 호란을 당하면서도 왜 민란을 일으키지 않지?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니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 하였는데 백성은 왜 배를 뒤집지 않을까?”
“시냇물은 거북선을 뒤집을 수 없어요. 백성들 백만 명이 모여서 광화문 앞에서 횃불이라도 들고 우리 좀 살려 주소 제발 좀 살려 주소 해 봤자 임금이 귓구멍이나 열 것 같아요?”
흉년에 초근목피 뜯어 먹고 전쟁 통에 부모와 자식이 헤어지고 지어미와 지아비가 찢어지고 형제자매가 갈라지는 백성의 삶은 임금이 바뀌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끌려가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계집이 사내의 옷을 입었다가 다시 계집의 옷을 입고, 양반이 역적으로 몰려 하루아침에 관비로 전락했다가 후궁이 되고, 조선의 백성이 청나라의 노비가 되기도 한다. 오랑캐가 중원의 주인이 되며 충신은 떠나고 간신은 남는다. (107~1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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