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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석의 『성요셉여자고등학교』는 크게 4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시집 『성요셉여자고등학교』는 1990년 《세계의문학》에 시로 2008년 봄 《유심》 신인상 시조부문에 필명 김해인으로 당선하여 시와 시조를 겸하여 활동하고 있는 김재석 시인의 213번째 시집이다. 생애 내내 10권 안팎의 책을 내기도 어려운데 213권이라니 다들 믿어지지 않을 것이다. 같은 제목의 시조집(김해인)을 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이제는 시집 『성요셉여자고등학교』를 상재한 것이다. 강진 여성교육의 산실인 성요셉여자고등학교는 여러 해 전 강진인문고가 남녀공학으로 바뀌는 바람에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다 폐교돼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씨튼 수녀회 수녀님들이 평생을 봉사하며 지켜온 학교가 사라지는 바람에 졸업생들은 모교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강진에 살면서 유년 시절부터 보아온 외국 수녀님들과 신부님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뿐만 그분들의 모습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는 김재석 시인이 성요셉여자고등학교 졸업생들을 대신하여 추억의 앨범을 펼쳐 보인 한 편의 시가 「성요셉여자고등학교」다. 그밖에 강진의 산하를 노래한 시들과 슬픔에 대한 시가 수록되어 있다. 강진을 맛보고자 하는 이들은 꼭 이 시집을 읽기를 바란다.

시조집 『성요셉여자고등학교』를
세상에 내던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시조집 『성요셉여자고등학교』를
세상에 내던진다

봄날 설 자리가 없어
행복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시집을
세상에 내던지는 것이다

시집을
세상에 내던질 때마다
나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는데
남들에겐 욕을 얼마나 먹을까

내가 나에게
그새를 못 참고
또 시집을 낸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성요셉여자고등학교

시인의 말
1부

자화상 13
봄눈 14
밤눈 16
봄비 18
봄비 20
꽃샘추위 22
꽃나무들이 약속을 한 게 분명하다 24
봄비 26

2부

봄날 백운동원림에서 29
강진만의 봄 32
동백숲과 나 34
뿌리가 다 증발하다 36
헷갈리다 38
봄날 백련사에서 40
무위사의 봄 42
수선화 44
사은정에서 46
남미륵사의 봄은 48
현구생가의 여름은 50
죽섬이 코를 킁킁거리는 이유는 52
강진만으로 산책 나갔다가 54
강진에서 봄이 가장 빨리 오는 곳은 56
늦봄문익환학교에서 북간도를 만나다 58
버버리깎음과 까마귀 60
강진만 가는 길에 가곡을 메들리로 불러내다 62
별뫼산을 바라보며 64
봄날 영랑생가에서 66
봄날 현구생가에서 68

3부

성요셉여자고등학교 73
구두와 쇠가 의기투합하여 인간이 되었다 76
내가 나를 잘못 가르치다 78
내가 나에게 비웃음을 사다 80
시집폭탄 82
군내버스 84
詩삽 86
내가 나를 주섰다 88
까치설날 90
진담 91
버버리깎음 92
맨발로 걷기 94
원고청탁 95
남미륵사 96
강진미술관 98

4부

슬픔과 나 103
나에게 군밤을 맞고 돌아간 슬픔이 있다 104
슬픔이 나를 보고 환하게 웃는다 106
대범한 슬픔과 소심한 슬픔이 눈이 맞아 하나되었을 때 108
오지랖이 넓은 슬픔과 나나 잘해야지 하는 슬픔이 만나면 110
나의 마음을 꿰뚫어 본 슬픔이 있다 112
나에게 콩깍지 씐 슬픔이 있다 114
선택의 여지가 없는 슬픔이 있다 116
나를 예의주시하는 슬픔이 있다 118
나의 꿈은 슬픔으로 노나는 것이다 120
슬픔을 가지고 몸살을 하다 122
슬픔이 나에게 깽판을 부리다 124
나보다 도끼로 제 발등을 찍었다고 귀띔해 준 슬픔이 있다 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