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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시조세계》 등단 이후 8번째 김선희 시조집 「그늘 없는 은총」
그늘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은총’을 갈구하는 김선희 시세계

눈부신 하느님의 은총을 현대시조로 받아적은 이번 김선희의 시조집 「그늘 없는 은총」. 2001년 《시조세계》 등단 이후 8번째 시조집을 발간한 그녀의 이번 시조집은 따뜻함으로 가득하다. 읽는 일도 쓰는 일도 삼가야 하는 상황에서도 김선희 시인은 하늘에 가신 어머니께 바치는 헌사부터 시작해 삶의 기쁨, 일상의 행복을 노래하고 있다. 하느님의 은총을 갈구하며 마음을 다스리며 오롯히 시조에 전념하는 이번 김선희의 시조집을 통해 독자는 시조의 리듬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래서 우리의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는 선물 같은 시간을 선사받을 것이다.

정용국(시인ㆍ한국시조시인협회 이사장)
김선희의 새 시집에는 그의 연륜과 신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앙과 창작을 향하는 길에서 은총과 시조에 기대어 서로 힘을 얻어가는 이순의 내리막길이 투명하고도 정겹게 녹아 있다. 한 인간이 누구에게 기대고 또 정성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삶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고 은혜로운 일이다. 마치 사람이 꽃을 보기 위해 정성으로 거름과 물을 주고 그 위에 하늘의 온갖 기운이 더해져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면 다시 인간은 꽃을 보며 한껏 정서의 위안과 아름다움의 희열을 느끼는 순환이야말로 상생의 최고점이 아니겠는가.

시인의 말 05

제1부 웃음꽃

웃음꽃 13
아바타 14
분별의 나이 15
또 다른 시작 16
날마다 이별 17
목 디스크 유감 18
오늘 19
연꽃 그대 20
서두르지 마 21
바람의 수레 22
걱정 없는 일상 23
어깨의 항변 24
그리운 웃음소리 25
청아한 행복 26
안녕! 천사 27

제2부 언 마음을 녹이고

불면 31
힘겨루기 32
은거울로 삼으리 33
늦은 봄 34
산수유 길을 걷다 35
대나무로 서다 36
불안한 예감 37
신장개업 38
결국 39
순간 침묵 40
시름 그늘 41
자투리 평온 42
더딘 봄 43
속앓이 44
경칩 소묘 45

제3부 무심도 약이다

시간 여행 49
초로의 시 50
원로시인 51
이정표 52
웃음 한 쪽 53
졸음을 팝니다 54
복손 55
무심도 약이다 56
그믐 바람 57
바람새 58
매발톱꽃 59
그대 날 부르시면 60
길잡이 별 61
행복 그래프 62
담쟁이 63

제4부 그리움을 입다

그리움을 입다 67
분꽃 68
고맙고, 미안해 69
통점痛點 70
비우다 71
여름 한창 72
그걸 몰랐네 73
아홉수 74
날아간 걱정 75
가족 76
굴려 쓰는 시 77
힘 78
시인의 봄동 79
약쑥 친구 80
눈물꽃 81

해설_은총을 갈구하는 평상平常의 미학/ 정용국 82

웃음꽃


그대의 향기가 내 안으로 스미네

안개에 둘러싸인 후리지아꽃 한 다발

하늘이 맑은 까닭을 꽃말로 알려주네

내 손을 잡아주던 빛 부신 기억들이

아득한 세월 넘어 내 몫으로 밀려와선

순정한 향기로 감싸네 그늘 없는 은총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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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그대


얼마를 견뎌내야 꽃 한 송이 피울까요

흙탕물 마다치 않고 들끓던 시린 새벽

오롯이 그대 생각에 숨죽이던 시간들

사랑도 연꽃처럼 견디면서 사는 언덕

귀와 입 잠가두고 피워놓은 벙어리꽃

까만 밤 환하게 켜낸 등불 하나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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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거울로 삼으리


언제나 늘 먼 곳만 바라보는 그대여

한 곳만 바라보는 가난한 내 마음은

연모도 죄가 될까 봐 낮달로나 뜨는지

꽃부터 피워내는 상사화 따르듯이

멀찍이 바라보다 책갈피 꽃잎 되네

다행히 남은 연정은 은거울로 삼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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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껴안고 한 몸 되기 주저하지 않았다

너 아니면 한순간을 어떻게 버텼을까

갈 길을 다시 물으며 이정표를 세운다

빗대고 뭉개면서 반복되는 다짐 앞에

온밤 내 쓰고 읽고 지우고 다시 쓰고

이제야 어렴풋 보이는 방향을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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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입다


남겨 놓은
흔적들
하나둘 모아놓고
버릴까
안고 있을까
뒤적뒤적 만지다가
옷장에 다시 넣는다
향기 밴 옷가지

꽃무늬
재킷 한 벌
내 몸에 맞춘 것 같아
그리움의
바다에
풍덩 빠진다
내 딸도
내가 남겨둔
그리움을 입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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