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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강 [양장]
2013년 9월 9일 이후 누적수치입니다.
- 출판사 : 블루핀커뮤니케이션
- 발행 : 2024년 02월 28일
- 쪽수 : 164
- ISBN : 9791198587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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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권
책소개
작가 김진호
- 사진작가 김진호의 지형학적 고찰을 담은 〈사진집〉
- 김진호는 국내 미디어가 주목하지 않는 간척지였던 지역을 묘사
- 한국 산업화에 따른 지형의 변화에 대한 고찰과 질문
- 사진집 〈우강〉에서 주목한 대상은 대지
- 우강은 300여 년 전인 조선시대에는 바다였던 곳
- 2018년 초부터 2021년까지 4년 여 동안 당진의 전역을 촬영
- 대형카메라로 작업하며 여전히 암실작업을 고수
우강은 충남 당진시 우강면 지역을 일컫는다. 너른 들판인 우평평야와 강문평야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든 이 지명은 곡창지대였다가 현재는 서해안고속도로를 경계로 거대한 제철소와 가스 저장소가 들어서면서 공업지대로 변했다. 게다가 서해안 전철공사가 한창이며 고속전철이 개통되면 수백년 동안 이어온 땅의 역사는 변화를 맞게 될 것이다.
우강은 300여 년 전인 조선시대에는 바다였던 곳이다. 오랜 시간 바다를 메워 땅으로 만든 간석지였다. 그러기에 여전히 이 땅은 신화적인 장소이다. 제천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김진호는 2008년 우강을 처음 찾았다. 여전히 농경사회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이 땅이 낮설지않았다. 1970년대 도시화와 산업화를 겪으며 유년기를 보냈던 그에게 이곳은 어릴적 고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18년 초부터 2021년까지 4년 여 동안 당진의 전역을 촬영하며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이 지역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사진집 〈우강〉에서 주목한 대상은 대지이다. 대지의 광활함과 생명력, 근원성에 경외감을 느낀 그는 늦가을과 초봄에 주로 촬영했다. 우강 일대의 지형변화는 한국 근대사의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그 안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모습은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그들의 삶은 마치 실개천에 녹아 바다로 흐르듯 실려갔을 지도 모른다.
대형카메라로 작업하며 여전히 암실작업을 고수해 생산해 낸 〈우강〉의 흑백 풍경은 마치 70년대에 멈추어진 시간처럼 노스탤지어를 불러일으킨다. 현재의 풍경 속에는 수백 년에 걸친간척의 역사나 너른 평야지대가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간척지였다는 단서는 다른 마을과 달리 적벽돌의 굴뚝이라던가, 볏짚을 보관하던 창고 등으로 짐작해볼 수 있다. 간척지이다보니 산이 있을 리 없고, 산이 없다보니 땔감이 없어서 볏집을 태워야 했던 역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급수탑, 큰 나무가 없는 지역에 어쩌다 만난 수령이 오래된 나무사진 등이 그 시간을 증언한다.
특히 ‘옛 남원포’ 사진은 봄날 기운이 가득한 날을 담은 사진인데 작가는 이 사진을 ‘우강’의 감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고 설명한다. 남원포는 1970년대까지 인천으로 가는 여객선이 다니던 포구였다.
인근 신평면 사람들도 배를 타고 인천을 오가며 곡식을 내다 팔았다.
물론 큰 도시로 나가 공부하던 학생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는 곳이기도 했다. 남원포 자리는 우강지역의 지형 변화를 상징하는 곳이다. 이렇듯 〈우강〉에 드러난 장소들은 마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침묵의 이미지로 다가온다. 김진호는 소들섬, 김대건 신부가 태어난 송산리 등을 기록하기 시작했고, 쓰지 않고 버려진 건물, 곡식창고, 자연의 요소도 촬영했다. 이러한 디테일은 김진호의 프로젝트에 미장센을 제공하여 자연과 인간, 개인의 삶과 꿈, 공동체의 흔적 등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이사진집을 통해 우강에 대한 김진호의 감정적 반응, 노스탤지어, 역사의 소용돌이에 대한 침묵의 증언을 지켜보게 된다.
김진호는 국내 미디어가 주목하지 않는 간척지였던 지역을 묘사했다. 한국 산업화에 따른 지형의 변화 등에 취약한 사람들을 간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현대사회 위기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출판사 서평
비평_
조현정 Hyunjeong Cho
; 지문도시건축 대표, CEO, Jimmune Architecture & Urbanism
건축가인 필자는 항공사진을 통해 우강을 처음 만났다. 일을 하면서 대상지의 위치나 입지 등을 확인하는 일이 잦다 보니 지도를 보고 땅을 읽는 법에 제법 익숙한 편이다. 지도로도 대상지나 지역의 많은 부분을 파악할 수 있기에 지역을 직접 가보기 전에 꼭 항공사진과 로드 뷰(road view)로 기본적인 정보를 미리 확인하곤 한다. 지도로 살펴본 우강의 첫인상은 어딘지 낯설었다. 무엇보다 들판 곳곳에 듬성듬성 떨어진 마을의 모습이 그랬다.
산이 많은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배산임수라는 주거지 등을 앉히는 기준에 충실했다. 보통 마을(집)은 함께 모여 앉아 주거지를 명확히 하고, 경작지는 주거지에서 멀찍이 바라볼 수 있도록 구성되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딱히 산이 없는 평지일지라도 얕은 언덕이나 작은 숲, 큰 나무 등에 기대어 작은 범위라도 모여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곳 우강 지역은 집들이 들판 한가운데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점이 독특했다. 가끔씩 산촌에 홀로 덩그러니 동떨어진 집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우강은 그런 점과는 달리 집들이 작정하고 거리를 벌리고 앉은 모양새다. 여간 이상하지 않다. 더구나 격자형으로 반듯하게 정리된 논 사이사이, 구불구불한 마을 길이 찔끔찔끔 남아, 쭉쭉 뻗어 있는 직선을 흩트리는 것도 기이한 점이다. 삽교천과 아산만이라는 큰 물길 주변이 있는 동네라 간척활동이 있었으리라 짐작을 해보지만, 그렇다 해도 집들의 위치가 어딘지 예사롭지 않다. 특별한 사연이 있는지 궁금했다.
김진호 작가의 〈우강Ugang〉 사진 연작은 광활한 황무지에 듬성듬성 섬처럼 덩그러니 앉은 집들의 풍경을 보여준다. 이 이미지는 익숙한 듯 생경한 기분이 들게 한다. 한국 같은데 집 주변이 낯설다. 과연 한국에 있는 풍경이 맞는지 의아할 정도다.
‘여기는 대체 어디인가?’, ‘어찌하다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가?’ 우강을 추적해본다.화가 있습니다. 빔 벤더스(Wim Wenders) 감독의 1984년
영화 〈파리, 텍사스〉인데요. 영화의 스토리도 감동적이었지만 미국 서부의 황량하고 고독한 풍경, 그리고
독특한 컬러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죠. 단순히 색감에서 그렇게 전율과 감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놀랐
고, 그런 독특한 색감을 제 사진에도 담고 싶었죠.
주제면에서는 환경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첫 전시 작품인 〈와일드 와일더 웨스트〉는 2004년 당시 화성방
조제가 건설되면서 내륙의 농지로 염분이 날아와 농작물 피해가 심각하다는 기사를 읽고 시작하게 됐습니
다. 내가 어떤 대상과 풍경에 끌리는지 알게 되었고, 나름의 시선을 갖추게 된 계기였죠. 그러다가 차츰 서
해안 전역으로 촬영 범위를 넓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연유로 사진 작업을 하면서‘우리 풍경’의‘독특한 색
감’을 찾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암실에서 직접 컬러인화도 많이 했고, 〈와일드 와일더 웨스트〉와
〈근대의 증표〉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Q_____ 〈홀로 된 바다〉, 〈근대의 증표〉 등 작가의 작품을 보면 주로‘사라져갈 것’들에 대해 주목하시는 것
같아요.
A_____ 사람의 손길이나 발길이 닿는 곳에 있는 풍경은 언제든지 변할 수밖에 없는데, 저는 그 변화의 정
도가 인간의 욕망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때문에 인간의 욕망이 과하게 투영되면 투영될수록 자연이나 환
경은 그만큼 훼손되거나 변화되거나 왜곡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미래에는 찾아보기
힘들거나 앞으로 사라져 갈 것들을 주제로 기록하는 작업을 해온 셈이죠.
저는 유년기 시절의 기억과 경험에 대한 감성이 유난스러운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저를 떠나간
사람과 대상에 대한 그리움이나 상실감이 큰데요, 그게 끈질기도록 작품의 모티브와 밑바닥 감성으로 작용
하고 있습니다. '작별인사'조차 나눌 틈없이 사라져가는 것들을 사진에 담아내는 것은 제 스스로의 상실감
을 위로하면서 진정으로 그들을 떠나보내기 위한 애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2Q_____ 그림 전체에 채색하지 않고 부분적으로 색을 입힌 것이 인상적이다. 마치 흑백영화 속에서 기억해
내고 싶은 부분만 색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A_____ 사실 채색을 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색을 입혔을 때보다 단색 선으로 표현된
드로잉이 조금은 더 많은 상상을 가져오는 듯하다. 하지만 문득 여기는 색을 칠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금 칠해보고 그래서 괜찮으면 더 할 수도 있고 멈추기도 한다. 전문적인 드로잉 작가가 아니어서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 멈추어야 할지 어디까지 나아가야 할지 잘 모르기 때문에 그저 마음에 의존하는 것
인지도.
Q_____ 도시와 자연의 경계, 불안정한 공간을 담을 때 피사체는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A_____ 지형학 사진은 인간과 풍경의 관계를 다루는 장르입니다. 인간의 개입이나 욕망의 대상으로서 변
화의 가능성이 높은 지역과 대상에 주목하게 됐는데요. 당장 도시와 자연의 경계에 있는 영역이 이런 변화
를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생태와 환경의 관점에서 인간과 자연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이 경계지대가
급속히 허물어지면서 인간-자연의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달했다고 봅니다.
홍수와 태풍 같은 자연재해, 도시와 산업지역의 확산, 최근에는 전국에 걸친 관광지 개발 광풍으로 완충지
대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인간-자연의 관계는 더욱 불안정해지고 회복 불가능한 위기로 치닫는 것은 아닌
지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작품의 주제나 대상을 찾기 위해 지형 변화, 환경문제와 관련된 기사와 논
문, 연구보고서를 수시로 찾아보고 스크랩해둡니다. 또 TV 여행프로그램에 소개되는 장소들도 개발과 사
람이 집중되는 영역이기 때문에 도움이 됩니다.
Q_____ 사진 촬영을 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고려하시는지요?
A_____ 예전에는 날씨와 같은 촬영조건에 가장 신경썼지만, 언제부터인가 심리적으로 작업에 충분히 몰입
되어야 촬영이 만족스럽게 진행되더군요. 예를 들면 진행중인 작업에 대한 이해, 충분한 사전 조사가 전제
된 상태에서 대상에 대한 동질감 같은 정서적 교감을 가지면 '상상했던' 장면을 실제 현실에서 자주 마주치
게 됩니다. 촬영 지역에 대한 리서치와 사전 로케이션이 중요합니다. 현재 마무리중인 〈홀로 된 바다〉나
새로 시작한 〈동해〉(가칭) 작업 같은 경우는 넓은 지역을 촬영 대상으로 잡았기 때문에 리서치와 사전 로케
이션이 필수입니다.
사전 로케이션은 지도 사이트의 스트릿뷰를 적극 활용합니다. 촬영지의 위성지도를 보고‘직감적’으로 좋
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지역을 스트릿뷰로 훓어봅니다. 그리고 하루 단위로 촬영 후보지를 정하고 동선
을 짭니다. 물론 사전에 촬영지를 정했다고 해도 막상 현장에 가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라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게 반복되다보니 결과에 연연하지 않게 됐습니다.
Q_____ 대형 필름으로 촬영하고 직접 인화하는 방식을 선택하신 이유도 궁금합니다.
A_____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하는 작가들의 공통적인 이유 중 하나가 그 과정을 굉장히 엄숙하게 대하고 중
요하게 여긴다는 점입니다. 저도 촬영하고 현상하고 인화해서 결과물을 내놓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과
13정 하나하나마다 작가의 의도와 물리적인 노력들이 많이 들어가다 보니까 그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여기게
됐습니다. 필름으로 촬영하기 때문에 최소한 현상 전까지는 제가 담은 이미지를 상상만 해야 합니다. 원하
는 장면을 제대로 촬영했는지, 너무 성급하게 찍은 건 아닌지, 실수한 건 없는지 현상 결과가 나올 때까지
그런 기대감과 불안이 교차하면서 계속 이미지를 되새김질하죠.
그렇게 마음 졸이다가 제대로 나온 네거티브를 확인할 때 그 안도감이란!! 이런 과정을 거치다보니 현장에
나가면 삼각대를 쉽게 세우지 못합니다. 내가 이걸 왜 찍으려고 하는가 끊임없이 되묻죠. 대형 카메라는 촬
영을 결정하기 쉽지 않아서 마지막까지 고민하게 됩니다.
하루에 평균적으로 여섯 장에서 여덟 장 정도를 촬영하는데, 한 컷 촬영할 때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
립니다. 그만큼 신중하게 결정하고 확신을 갖고 촬영하기 때문에, 실수를 하지 않는 한 장면에 한 컷만 찍
습니다.
Q_____ 이번 작품집 〈우강〉을 소개해 주세요.
A_____ 충남 당진시 우강면에는 넓은 평야지대가 있습니다. 2008년 처음 찾았을 당시 우강은 농경사회의
공동체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에 도시화,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던 무렵
유년기를 보냈던 저에겐 이곳 풍경이 그리 낯설지 않았습니다. 드문드문 무리를 지은 마을과 실핏줄처럼
이어지는 논두렁길, 길가에 비스듬히 늘어선 전봇대는 영락없이 기억속 어린 시절의 풍경이었죠.
그런 기억속 풍경을 더듬어가며 차츰 우강의 역사와 지형 변화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평범한 농촌 같
아 보이지만 우강은 불과 300여 년 전만 해도 바닷물이 드나드는 넓은 간석지였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간
척을 통해 지형적인 변화를 겪은 곳이죠. 그런 배경을 알고 마을을 돌아다니다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점점 눈에 들어왔고, 마을 주민들과 나눈 대화를 통해 조각난 퍼즐을 맞추어가듯 이곳의 역사적 배
경에 한 발짝씩 다가서게 됐습니다. 기나긴 세월에 걸친 공동체의 삶과 고난, 물길과 대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터전의 생성, 천주 신앙의 전파와 순교 그리고 대규모 간척사업의 전개 등 역사적 과정들이 지형의
변화에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품 〈우강〉은 우리가 비롯되고 떠나온 땅에 대한 작가의 노스탤지어를 위로하면서 동시에 사진의
지형학적 탐색 과정을 한데 버무린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이 지역만의 독특한 지형 변화와 역사적 내러티브를 탐색하면서 2018년 초부터 2021년까지 4년
동안 사진에 담아 작품집을 엮었습니다. 지형학 사진의 특징인 엄정하고 중성적 묘사, 사실적 재현을 위해
8x10인치 흑백필름으로 촬영했고, 작업의 근거와 깊이를 다지기 위해 역사자료를 찾아서 학습하며 작업했
습니다.
Q_____ 〈우강〉 사진 작업 과정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알고 싶습니다.
A_____ 우강에서 가장 주목한 대상은 '대지'입니다. 그 '대지'가 품고 있는 광활함, 근원성, 생명력에 대한
경외감을 갖고, 그런 느낌이 잘 드러나는 시기인 늦가을에서 초봄까지 집중해서 촬영했습니다.
작업 초기에는 우강의 풍광이 주는 스케일과 유년시절 익숙했던 농촌의 모습을 주로 담았습니다. 그러다가
우강 일대의 지형 변화와 역사적 배경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풍경의 재현에서 인문사회적 관점을 담아내는
이미지 작업으로 확장되었습니다.
14그 과정에서 작가가 마주한, 현재의 풍경 이면에 켜켜이 쌓인 수백년에 걸친 변화의 과정과 역사성, 그리고
이를 대하는 인간의 겸허함과 경외심을 나긋나긋 얘기하듯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같은 장소, 같은 길을 숱
하게 돌아다니다보니 촬영 기간이 길어졌는데, 4년 동안 18번 우강을 방문해서 39일간 220장의 사진을 찍
었습니다. 만족스러운 한 장면을 얻기까지 오랜 시간 공들여 작업했습니다.
특히 대형카메라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장소 선정에 신중해야 했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활용해 프리뷰를
철저히 하며 완벽을 기하려 노력했습니다. 중성적 묘사를 위해 콘트라스트를 낮추려고 가능한 흐린 날 촬
영했고, 부득이하게 맑은 날 촬영한 경우는 현상을 통해 계조의 폭을 좁혔어요. 대형필름은 세심하고 일관
된 현상 과정이 필수적이라서 암실 작업할 때는 긴장감과 집중력이 더 필요했습니다.
Q_____ 사진의 구도에서도 작가만의 의도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A_____ 엄정하고 객관적 묘사를 위해 안정적이고 균형잡힌 구도를 극대화하려고 했습니다.
프레임 안에 들어오는 사물들, 예를 들면 길의 모양, 전깃줄의 흐름과 방향, 흩어져 있는 집들의 위치, 땅과
하늘의 비율이 최대한 조화롭게 구성되도록 시뮬레이션을 거쳐 촬영 위치를 결정했습니다.
균형잡힌 배치를 위해 근경과 원경의 비례에 신경을 썼고(봄날 남원천 p.6, 대포리 폐가 p.123), 광활한 대
지의 느낌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전적 원근법 효과도 적절히 활용했습니다(소포 가는길 p.118, 원점원
p.117). 자칫 단조롭고 지루한 이미지가 반복될 가능성도 있어 근경의 중요한 피사체를 과감하게 잘라내고
일부만 보여주는 구성도 시도했습니다(이른 봄 대포리 p.100, 내경리 서해선 공사 p.124).
상징성이 있는 대상은 되도록 정면을 촬영했지만(옛 부장리 사무소 61p), 입체감을 살리거나 주변 사물과
관계를 보여주기 위해 살짝 틀어서 촬영하기도 했습니다(하흑공소 76p).
Q_____ 독특하게 사진집에 지도를 첨부하셨는데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_____ 우강 작업을 한창 진행하던 2020년초, 코로나 팬데믹으로 외부활동이 힘들어진데다 촬영 여건이
나쁜 한겨울이라 뭘 할까 생각하다가 '우강세밀전도'를 만들어보자고 마음먹었죠.
이왕 그리는김에 집 한 채, 논두렁길 한 줄, 작은 수로 하나도 빠짐없이 그려넣자고 마음먹고 위성사진을
120여 조각으로 나눠 다운받아서 일러스트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서 그대로 그렸습니다. 그 조각들을 다
이어붙여 한 장의 이미지로 지도를 완성하는데 꼬박 두 달이 걸렸습니다.
어떻게 보면 작품집에 실린 사진보다도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였고 그만큼 애착이 갑니다. 격자처럼 펼
쳐진 드넓은 평야에서 같은 포인트를 다시 찾아가는 건 무척 힘듭니다. 여기가 저기 같고 저기가 여기 같아
서 초반에는 헤매는 일도 빈번했습니다.
그런데 지도를 완성하고 나니 그 넓은 우강 일대가 제 머릿속에 온전히 담긴듯 뿌듯했습니다. 그 이후로 다
른 작업을 할때도 촬영한 지점의 위도 경도 좌표를 꼭 기록해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더구나 우강은 수백년에 걸쳐 평야지대로 간척된 곳이기 때문에 과거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 것은 불가능했
습니다. 그래서 사진만으로는 독자들과 지역의 역사와 배경을 공유할 수 없기 때문에 관련 역사자료를 정
리하고 분석한 텍스트와 함께 반드시 지도가 뒤따라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때문에 직접 그린 지도와 자료
글도 최대한 많이 실었습니다.
15Q_____ 우강이 간척지였다는 것을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까요?
A_____ 우강 일대 가옥에는 지붕보다 높게 적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만든 독특한 양식의 굴뚝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우강은 간척지대라 산이 없으니 땔감을 구하기 힘들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제일 흔한 볏짚
을 땔감으로 사용했고, 짚을 태우면 연기가 많이 나서 부득이 굴뚝을 높이 세웠다고 합니다.
사진 중‘상동마을 짚풀창고’(p.73)는 땔감으로 쓸 볏짚을 보관하던 창고였고,‘성원리 외딴집’’(p.65)의 굴
뚝은 우강의 전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강의 이 굴뚝은 건축미 하나만으로도 오래 보존되었으면 하는 바
람도 갖고 있습니다.
또 급수탑 사진(하흑 급수탑, p.39)에서도 간척지 역사를 엿볼 수 있는데요. 염분 때문에 지하수를 식수로
쓰기 어려워 상수도를 끌어와 물을 저장했다가 사용했다고 합니다.
또한 간척지이고 산이 없다보니 큰 나무가 귀하더군요. 그래서 어쩌다 수령이 오래된 큰 나무를 만나면 반가
운 마음에 사진에 담았는데,‘신흥리 느릅나무’(p.63)와‘부장리 살구나무집’(p.64)도 그런 경우입니다. 이곳
에 터를 잡고 산 선조들께서 심으셨다고 하니 나무들도 우강의 역사를 함께 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_____ 모든 사진이 소중하겠지만, 이번 사진집에 담긴 사진 중 딱 한 컷을 소개한다면 어떤 사진일까요.
A_____‘옛 남원포’(p.9)사진입니다.
작업 초기에 촬영한 사진인데 봄날 기운이 가득한 강가 분위기가 무척 좋았습니다. 포슬포슬 마른 흙과 잔
잔한 물길, 강둑에 푸릇푸릇 돋아나는 봄의 생동감이 일품이었죠.
이후 우강 작업 전체를 아우르는 감성의 기준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그리고 남원포 자리는 1970년대까지
인천으로 가는 여객선이 다니던 포구였어요. 인근 신평면 사람들도 여기서 배를 타고 인천을 오가며 쌀이
나 잡곡을 내다 팔았고, 대처에서 유학을 하던 어린 학생들도 이곳을 통해 오갔다고 합니다.
지금의 고즈넉한 분위기와는 달리 당시 남원포는 오가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여객선과 어선들이 분주히 오가
던 생기 넘치는 정감어린 포구였을 것 같아요. 남원포 자리는 우강의 지형 변화를 상징하는 곳이자 현재 옛
남원포교도 남아 있어 삽교천 지류에 있던 옛 포구의 모습을 어렴풋이 상상해 볼 수 있는 곳입니다.
Q_____ 앞으로의 프로젝트도 기대됩니다. 현재 준비하고 계신 작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A_____ 2020년부터 시작한 〈홀로 된 바다〉 작업은 올
해 마무리해서 내년쯤 출판할 예정이고, 동해안의 해안침식과 난개발을 다룬 〈동해〉(가칭)를새로 시작했
습니다. 그리고 평지의 논농사를 대체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산지까지 확대되고 있는 비닐하우스 농법이 지
형 변화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탄소배출 저감과 친환경 농법이 요구되는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 과소비
형 비닐하우스 농법이 환경적인 측면에서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그 과정과 현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좀더 장기적으로는 지방의 인구 감소와 경제 위기 원인의 하나인 지방대학 축소와 폐교가 불러오는 지역공
동화 현상을 담아볼 계획입니다.
예술에서 가장 무모한 것이‘노력’일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예술은‘천재성’이외에는 허락하지 않는데 무
수히 많은 예술가들이 무모하게‘노력’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예술의 악마성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지금 안
타깝게도(?) 그런 악마성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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