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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禮知)금종례의 여섯 번째 시집 「찬란한 봄날을 기다리며」

Ⅰ 겨울 정원의 마음



겨울에 띄우는 하얀 엽서

겨울 세상 물방울의 기억

얼음 꽃

늦겨울의 소묘

겨울 노을 앞에서

겨울 소나무

겨울 정원의 마음

겨울 꽃

추운 겨울날에

야속한 겨울 날씨

겨울 깃발만 펄럭이고

비색의 겨울 하늘

결국 겨울도 떠나간다



Ⅱ 달빛 아래 시 쓰는 밤



마음 밭 사유의 한 자락

엊저녁 밤의 사유

순수한 시 쓰는 시간

유성 되어 떨어지는 저 별은

제목을 못 쓴 시

시를 위한 연가

달빛 아래 시 쓰는 밤

나의 시는

철 지난 장미의 애환

수채화로 떠나고 싶었다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사유

세월 여행의 끝은 늘 서럽다

편지



Ⅲ 찬란한 봄날을 기다리며



봄을 꺼내는 선구자

개나리 피어나다

봄날 나의 산책로

봄의 흔적을 쫓아서

봄맞이 연습의 언어

빈 공원에서 봄꿈을 꾼다

찬란한 봄날을 기다리며

2월과 3월 사이

기지개 켜는 봄소식

봄맞이로 분주한 겨울 둥지

4월

기다리는 봄의 발아

계절의 뒤안길에서



Ⅳ 바람이 불러주는 이름



길 위에서

푸른 기상의 소나무야

도심 가운데 행렬들

세월 앞에서의 후회

진정한 자유는

끝자락의 겨울 앞에서

바람이 불러주는 이름

짙은 청솔의 향기

지루한 하루의 뒷모습

목련이 질 무렵에

계절의 길목에서

붙잡고 싶은 가을사연

자화상



Ⅴ 무심한 침묵의 마침표



세상의 비밀

삶의 단면처럼 나부낀다

지나간 흔적들

차 한 잔과 그리운 친구

이유

상처의 희망

무심한 침묵 속의 마침표

불안

근황

수정 고드름

내일을 기다리며

슬픈 이별 뒤에

여백의 열정



Ⅵ 애달픈 장미의 무장해제



낮은 자세로

빈 껍데기의 소리

외도는 위험한데

안개 끼고 흐린 날

적막의 낙조를 바라본다

고독

애달픈 장미의 무장해제

입춘 하루 앞둔 여운

고독한 설화

무제

가슴앓이

아쉬운 짧은 이별

모란꽃



Ⅶ 새로움의 한 해



감사가 넘치는 인연

신은 분노를 승화 시키다

새해의 기도

십자가의 갈증

그네

여명

새로움의 한 해

순환의 법칙과 낙엽

하얀 마음이 내리는 날

동백의 붉은 한

사랑의 처음과 끝

봄날을 기다리며

잠 못 이루는 밤



작가의 변·시인의 말

발문

추천사

축사

에필로그

겨울에 띄우는 하얀 엽서 (11p)

겹겹이 껴입은 옷깃 위로
겨울 햇살이 힘없이 내립니다.
공원은 을씨년스럽게 앉아
시간만 흘려보냅니다.

고운 빛깔의 기억 떠난 자리
가슴 적셔 오는 회색 빛깔들
쓸쓸함이 더 깊어집니다.
아이들의 싱싱한 몸짓
잠시 황홀하게 머물러 놀고
부러움과 그리움의 가슴

파문으로 와닿는 마음이
자꾸 아쉬움으로 맴돌 때
짧은 겨울 햇살은 부지런히
노을로 사라질 준비를 하면
부질없는 발걸음의 겨울 엽서
힘을 잃고 옮겨 갑니다.

마음 밭 사유의 한자락 (25p)

여명의 햇빛이 산마루에 비치면
발가벗은 하루의 아침은 시작되고
엉거주춤 일어서는 동행의 의미에
익숙해질 무렵 마음 문 열어
가슴속에 마음 밭 한 자락을 가꾼다.

지나간 그리움들이 움트기 시작하면
어제까지의 비굴 답답한 가슴으로 앉아
생수를 들이키며
물 위에 떠내려가는
나뭇잎 되고
채워도 채워도 허전한
가슴 한편 얼굴 붉어지는 위로에
부끄러워 기억하지 못하는
한 자락 마음 밭 사유는
거침없는 바람이 된다.

끝내 다 이루지 못한
한 많은 욕심의 마음 밭에
잘근잘근 부서지는 사유들
바람에 날려 보내는 오늘도
또 다른 꿈 키우는
마음 밭에 속절없는
바람만 일렁이네.

봄을 꺼내는 선구자 (39p)

실바람이 새로운 봄을
깨우며 가슴속에서
깃털을 뽑아냅니다.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봄을 자꾸 뽑아냅니다.

서해의 실눈 뜬 바다처럼
날갯짓하는 갈매기같이
훨훨 날아보자.
좋은 세상을 날아보자.

인간 세상에서 실눈 뜨고
바라본 창백한 무리들
따뜻한 봄 눈으로 용서하고
새롭고 희망찬 봄을 깨우자.
그 속에 사랑의 씨앗을
뿌리는 선구자가 되자.

길 위에서 (53p)
사람들은
길 위에서 서성이다가
아득한 하늘로 번지는
환한 기억의 불빛 속에
시들어가는 꽃처럼
죽어가는 것인가.

작은 꽃이라도 시들면
슬퍼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촛불을 들고 향을 피우는 슬픔
골목바람에 외투 깃을 세우며
마지막 이별의 수순을 위한 묵념
고개를 떨군 꽃잎은 땅에 묻히고

세상을 떠난자
추억할 만남은 찾지 못하고
단지 검은 정장만 새롭다.
길에서 저문 영혼을 추모하는데
길 위 하늘에는 별이 뜬다.

저 설핏한 마음의 그림자만
슬픔 속에 길게 느렸다.
길 위는
항상 끝이 보이지 않는다.

세상의 비밀 (67p)
궁금하게 만드는 대문 안
비밀에 갇혀 닫아건 빗장
소통 부재의 현실

숨어 지낸 주인의 추억이
헛기침 소리로 대신해도
세상의 소식은 궁금한 비밀

조근 조근 내리는
계절의 비
분쟁의 총소리 끝났는데
묻어버린 세월의 아픔
깊은 잠에 빠져든다.

대문 안의 저 깊숙한 비밀
언제쯤이나 알려질까

오래된 우물물 퍼 올려
정신 차리게 확 끼얹어
새로운 세상의 비밀 벗겨라.

낮은 자세로 (81p)

설 명절을 지낸 하늘
싸늘한 파란 깃발 휘날리며
가장 외로운 말들이
하늘로 퍼져나간다.

가장 낮은 자세로
모두가 외로웠다고
가슴을 쓸어내리며
귀경길 낮게 머리 조아린다.

그간 죄송했다고
살기 힘들었다고
가슴 아픈 깃발만 흔들며
낮게 낮게 달려간다.

찾아갈 곳 없는 실향민
하늘에 감정 깃발 펄럭이며
마지막 고백 같은 넋
주섬주섬 옮기는 발길
임진각이라도 찾아볼까나

잦아드는 영혼 일으켜
낮은 자세로 땅에 엎드려
던지는 최후의 고백은
북녘 하늘로 흩어 놓다.

감사가 넘치는 인연 (95p)

산에 가면 산에서 만나고
강가에 서면 보살펴 주고
들판에선 이끌어 주는
인연의 그분

늘 하늘에서 지켜보고
땅 위에서도 길에서도
늘 지켜주시는 그분

눈부신 십자가 밑에
무릎을 꿇게 하는 인연

낮이고 밤이고
들어가나 나가나
중심을 지켜주시는
온 누리에 평화가 되는
십자가와의 인연
감사가 넘치는 인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