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보잘것없는 능력으로 혼자 미궁 7층에서 살아남은 이철호.

외롭게 하루하루를 버티던 그때, 상태창 알람이 떠오르는데……

[System]: 미궁의 모든 모험가가 사망하였습니다.
[System]: 미궁을 최초 상태로 되돌립니다. 모든 모험가를 초기화시킵니다.

그 순간, 쓸모없다 여겼던 이철호의 능력이 초기화에 저항한다!

-[불변의 정신]이 상태 이상 [초기화]에 저항합니다.
-저항 성공!

회귀 전의 지식과 정보, 레벨과 능력치, 능력과 기술.
인벤토리 안의 못 하나 빠짐없이.

전부 다 가진 채로 회귀한다!

편집자 코멘트

쓸모없다고 여겼던 고유 능력, 정신계 상태 이상 방어 능력이 초기화되는 미궁에 저항하여, 이전 미궁의 정보와 레벨을 그대로 유지한 채 회귀하게 된 주인공의 미궁 공략기를 그려 낸 작품입니다. 능력은 보잘것없지만, 미래를 알고 있는 주인공이 정보를 활용하여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할 수 있게 집필된 작품입니다.

1장 반격 (2) ‥ 7
2장 re (1) ‥ 45
3장 re (2) ‥ 97
4장 지구 ‥ 175
5장 행운 ‥ 263

트릭은 간단했다.
[우주에서 온 색채]는 운석군을 공간 이동으로 여기까지 옮겨서 던져 대고 있었다.
굳이 이런 복잡하고 비효율적인 방법을 사용한 이유는 아마도 나 때문이겠지.
정확히는 지구가, 지구의 모험가들이 복수를 위해 [색채]의 본거지를 찾으려 드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뭐, 모험가들끼리 무려 성좌인 [색채]를 해할 가능성은 없다시피 하니, 따지고 보면 나 때문인 게 맞긴 하다.
그거야 뭐 아무튼.
이걸로 적의 본거지 위치를 파악했다.
[색채]는 제 딴에 자기 은신처를 잘 숨겼다고 안심하고 있을 테니, 지금 당장 쳐들어가면 그게 곧 기습이 되리라.
막 운석군을 던진 데다 무려 분신체 하나를 소모하기도 했으니 약해져 있기도 할 테고 말이다.
아니, 이런 이성적인 판단이야 아무래도 좋다.
나는 지금 당장 놈에게 한 방 먹이고 싶다.
그러므로 나는 지금 당장 쳐들어가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지.
“초환!”
나는 초환권을 사용해 아홉 성좌를 불러냈다.
왜 미리 부르냐고?
[색채]는 이미 내가 다른 성좌들을 초환할 수도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러니 분신체에게도 초환을 막는 능력을 부여해서 보냈지 않았겠는가?
분신체에게 그런 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면, 본체도 같은 능력을 갖고 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초환이 막히기 전에 미리 불러 놓으면 되잖아?
그래서 미리 불렀다.
[피투성이 피바라기가 잘했다고 말합니다.]
내 설명을 들은 [피바라기] 성좌가 나를 칭찬했다.
오자마자 여긴 어디냐고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고 왜 자길 이런데 부르냐고 성질부린 건 잊어 주도록 하자.
[끌어내려져 존경받는 왕이 그럼 가 보자고 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그거였다.
갑시다!

***

그래서 우리는 다 함께 공간 이동을 감행했다.
했더니, 아무것도 없었다.
[아름다운 로맨스가 이 공간 이동 좌표도 함정일 수 있으니 약간 변경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였다.
이미 한 번 함정에 빠진 적도 있는 터라, 내게는 적절한 조치로 여겨졌다.
[끌어내려져 존경받는 왕이 아름다운 로맨스를 치하합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원래 공간 이동의 좌표로 설정되어 있던 좌표로 직접 움직였다.
다들 작은 인형 크기가 되어, 내 아바타의 [하이파 파워 아머]에 탑승한 채 움직이고 있었다.
이게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나.
그렇게 작아진 모습을 보아하니 의외로 [고대 드워프 광부]가 가장 귀여웠다.
[아름다운 로맨스]는 머리가 너무 커져서 비율이 좀 애매해진 감이 있고, [고대 엘프 사냥꾼]은 뭘 치렁치렁 걸쳐 놔서 별로였달까.
그렇다고 귀엽지 않은 건 아니니, 이 모습을 상품화시켜도 될 것 같다.
물론 귀엽기만 하고 쓸모는 없는 걸 모으면서 즐거워할 만한 여유를 되찾은 후의 일이 되겠지만.
그거야 뭐 여하튼.
우주 사양의 [하이퍼 파워 아머]는 빠른 속도로 우주를 누볐다.
“도착했습니다.”
나는 아바타 상태였기 때문에 육성으로 말했다.
우주에서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지만, 어차피 다들 내 아머에 붙어 있는지라 의사소통에는 별문제가 없었다.
“저기로군.”
[끌어내려져 존경받는 왕]이 내 말에 답했다.
작아져서 육성으로 말해도 된다나?
목소리는 처음 듣는데, 작아진 상태라 그런지 귀엽게만 들렸다.
하긴 몸 크기만큼이나 성대도 작고 얇을 테니 하이 톤의 목소리가 나오는 건 어쩔 수 없겠지.
좌우지간 왕의 위엄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느낄 여지가 없었다.
“끔찍한 광경이야.”
[왕]의 말대로 그 좌표에는 끔찍한 것이 있었다.
기괴한 색채로 물든 거대한 행성 위를 징그러운 촉수들이 뒤덮고 있었는데, 촉수들이 꿈틀댈 때마다 형광 분진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우주에서 온 색채]만이 아니라 [위대한 잠보]에 ‘놈’까지.
미궁 바깥의 존재 셋이 만수산 드렁칡처럼 엉겨 붙어 있는 꼴을 보니 구역질이 날 것 같다.
“역시 미궁을 점령하고 있던 것들은 분신체였던 모양이군.”
[왕]이 말했다.
“후퇴하지. 지금의 전력으로 저 세 놈을 치는 건 무리야.”
실로 냉철하기 짝이 없는 판단이었다.
한없이 정답에 가까운 선택이기도 하고.
그러나 이상하게 납득이 안 가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