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독자대상 : 초등학생
-구성 : 동화를 연극대본으로 희곡쓰기

대구방촌초 교사(박성애)
이 책 희곡쓰기가 제안하고 있는 책 읽기 방법론은 ‘작가에게 편지쓰기, 주제관련 그림 그리기, 등장인물 가상 면담’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이러한 일련의 방법은 책을 더욱 깊이 있게 이해 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아울러 희곡쓰기를 바탕으로 한 연극 활동 수업 또한 학생들의 창의성 및 재능과 탁월성 발견은 물론, 협력하고 배려하는 인성 형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프롤로그

1장
영국을 출발하는 포그 씨 일행
새로운 하인, 장 파스파르투 김단아, 김희연, 박지원 014
지구가 작아졌다고? 5학년 김유빈 017
휘스트 게임을 즐기는 혁신클럽 회원들 김가연, 김수한, 황인성 022
비싼 대가를 치를 대화에 끼어 든, 필리어스 포그 씨 손해온, 조선우 025
80일간의 세계 일주 내기를 하는 포그씨 김가연, 김서현, 이상수 028
세상에, 세계 일주라니! 김단아 031
일을 시작한지 하루 만에 떠나는 세계 일주 5학년 박라희 034
초조한 피그 형사 김 산 038
포그 씨를 은행털이범으로 착각한 픽스 형사 5학년 박라희 041
다시 만난 두 사람, 픽스 형사와 파스파르투 김수한 044

2장
인도에 도착하는 포그 씨 일행
뭄바이의 말라바르 사원에서 신발을 빼앗긴 파스파르투 김서현 050
인도의 밀림 속에서 알라하바드로 가는 길 김 산, 김희연 052
사티라고! 김수한 057
인도의 밀림에서 모험에 뛰어 들다 5학년 최민제 060
인도 여인 구출 작전 김가연 063
인도의 밀림에서 생긴 일 이윤서, 김단아 065
인도 여인 구하기 5학년 이정인 068
얼른 도망갑시다! 김수한 071
콜카타의 재판관 앞에 선 포그 씨와 파스파르투 이상수 076

3장
홍콩을 거쳐 일본에 도착하는 포그 씨 일행
싱가포르에서 홍콩까지의 항해 손해온 086
파스파르투와 픽스의 만남 박지원 089
마약에 취해 쓰러진 파스파르투 김희연, 손해온 091
사라져 버린 파스파르투 문제빈 094
포그 씨에게 접근하는 픽스 형사 김희연 097
요코하마에서의 파스파르투는 5학년 이정인 101
필리어스 포그씨와 파르파르투와의 재회 최준현 104
파스파르투의코가 길어진 이야기 이윤서, 손해온 107

4장
미국에 도착하는 포그 씨 일행
들소 떼가 지나갈 때까지 김단아, 박지원, 조선우 114
미국 철도에서의 사건 손해온 118
수족과의 총격전 김희연 121
눈썰매를 타게 된 포그 씨 일행 김희연, 문제빈 126
썰매를 타고, 헨리에타호를 타고 박지원, 여제은, 이시현 129

5장
다시, 영국으로 돌아오는 포그 씨 일행
대서양을 건너며 김서현, 박지원, 최수빈 134
픽스 형사의 착각 조선우 138
포그 씨, 체포 영장을 받으시오! 이윤서 140
감옥에서 풀려난 포그 씨! 손해온 142
아우다 부인의 청혼 김수한 146
내기에 이긴 이유는, 아우다 부인 덕분입니다! 김서현, 이시현, 조선우 150
용기 있는 아우다 부인의 청혼 5학년 박라희 154
아우다 부인과의 대화 전영빈, 최준현 157
혁신클럽은 긴장 속 김단아 160
제가 왔습니다! 5학년 이정인 162

부록
희곡으로 쏘아올린 80일간의 세계일주
대구시교육청 독서 인문 우수영상
https://youtu.be/cFbQNCans4Y?si=EPG8um6FUX2OqVvh
희곡으로 쏘아올린 80일간의 세계일주 갤러리

학생들과 희곡쓰기를 하는 이유

방촌초등학교 교사 박 성 애

책 읽기 도서 선정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3월부터 4학년, 열한 살 학생들과 무슨 책을 읽으면 좋을까를 생각하였습니다. 쥘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 대다수 번역본은 양이 엄청납니다. 400쪽 이상에 달합니다. 쪽수가 너무 많아 책 읽기 도서로 선택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방위, 지도, 지형 등을 배우기 시작하는 4학년 학생들에게 지구본과 세계 지도를 펼쳐놓고 읽으면 꽤 흥미로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책은 주인공이 지구를 한 바퀴 360도를 돌면서 경험한 이야기입니다. 동쪽으로 경도 1도를 지날 때마다 4분씩 시간이 줄어드는 비밀이 숨어 있습니다. 지구 한 바퀴면 정확하게 24시간의 이득을 보게 되는 재미난 비밀입니다.

이 소설은 세계 곳곳에 제국주의의 상업적인 침투가 시작되는 시대가 배경입니다. 우리나라는 조선 말기, 고종임금 때입니다. 일본이 강제적으로 강화를 맺기를 요구하며 조선 침략의 야욕을 드러내는 시기입니다. 세계는 교통과 해운의 발달로 눈부시게 변화하고 발전합니다. 1869년에 미국 대륙횡단열차가 완공이 되고, 1870년에는 일본의 요코하마 항구가 개항됩니다. 1873년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강화도 조약(1876)이 체결되고, 부산(1876년), 인천항(1883년)이 개항됩니다. 늦게 알아도 괜찮지만, 지금 알면 더 좋을 것 같은, 세상의 이치를 학생들에게 전해 주고 싶었습니다.

이 책의 묘미는 호기심과 즐거움을 주면서, 역경에 도전하는 힘이 있습니다. 지금은 5학년이 된 학생들이 읽은, ‘15소년 표류기’, ‘해저 2만리’에서는 상상력이 많이 가미된 느낌이라면, ‘80일간의 세계 일주’는 사실적이고 현실감이 묻어납니다. 19세기 후반의 영국, 프랑스, 이집트, 인도, 홍콩, 요코하마,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의 도시가 눈앞에 보이듯 글로 묘사했습니다. 책의 첫 장부터, 포그 씨 일행이 지나간 지명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벌링턴 가든스, 새빌로 가 7번지, 팰맬 거리(혁신 클럽이 있는 곳), 체링크로스 역, 시드넘, 수에즈…….’ 이 책을 읽은 누구라도 그 지역에 가면 꼭 찾아보리라는 마음이 생기도록 말입니다.

올해 책사랑 동아리는 매우 이례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예년과 달리 4, 5학년이 함께하는 희곡쓰기, 그리고 4, 5학년이 함께 만든 「동영상 공모전」 참가가 그것입니다. 학기 초, 5학년 한 학생이 우리 반 4학년 학생들이 참가하는 ‘책사랑 동아리’를 하고 싶다는 제안을 해 왔습니다. 이 학생은 3, 4학년 때부터 읽기와 희곡쓰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학생의 참여의지를 확인하면서 색다른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5학년 중에서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 바로 공지를 내었습니다. 일주일 뒤, 20명이 모여서 깜짝 놀랐습니다. 4학년 중심의 동아리에 5학년 학생이 모여들어 짐짓 놀랐지만, 4학년 때 같은 반을 하지 않았던 학생들도 있어서 기뻤습니다.

이렇게 참여하게 된 5학년 학생들은 5월 17일부터 매주, 수요일 30분 동안, 읽어 온 책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주로 인상 깊었던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였고, 자신의 삶과 연결하며 얘기를 하게 했습니다. 매주 수요일까지 약 50쪽의 책을 읽어 오게 했습니다. 2학기가 시작되자, 영어방과 후 수업, 또는 학원에 가게 되어 참석이 어렵다는 학생이 여러 명이었습니다. 이후, 시·그림· 편지·희곡 등을 써 오는 학생은 예닐곱 명이었습니다. 다른 학년이면서 책을 읽고, 결과물을 해 낸다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닙니다. 그래서 대견하다고 칭찬 하였습니다. 그들은, 주 1회 30분 동안 만나, 책 토론을 한 것이 고작이었지만, 꽤나 괜찮은 희곡을 썼습니다.

우리 반 4학년 학생들의 경우, 처음에는 교사가 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동아리 시간과 국어 시간에도 책을 읽고 시와 희곡을 쓸 수 있었습니다. 5월부터 책을 한 권씩 나눠 주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책 읽는 시간을 주어도 과반 수 이상은 제대로 읽어 내지 못한다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400여 쪽의 엄청난 양도 문제인데다 문맥을 이해하면서 넘기는 것 또한 어려워보였습니다. 그래서 교사가 읽어 주기로 했던 겁니다. 질문을 하고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아가니, 어느 날은 다섯 쪽을 겨우 나갈 때도 있었습니다. 5월부터 읽어, 9월 말쯤 되어서 90%를 읽게 되었습니다. 등장인물과 작가에게 편지를 쓰면서 등장인물의 이름이 학생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희곡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80일간의 여행 흐름을 이해하는 듯 보였고, 나중에는 등장인물의 성격과 작가의 글 쓴 의도 등을 들여다 볼 줄도 아는 것 같았습니다.

10월 초 즈음 책의 99%쯤 읽고, 시·편지·면담 등으로 책의 순서, 내용, 등장인물의 성격 등을 거의 이해했을 때 희곡을 쓰기를 시작하였습니다. 중요 부분을 50여 쪽을 나눠 그 부분을 쓰도록 합니다. 예고를 했음에도, 재미있는 부분에 학생들은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주인공이 동료들과 내기를 거는 부분, 사티 여인을 구하는 장면, 메디신보 다리가 무너지는 상황, 아우다 부인이 청혼하는 모습’ 등에 짐작처럼 많은 학생들이 몰립니다. 엮을 때 비슷한 장면을 묘사 한 것은, 정리해서 이름을 같이 기록했습니다. 순서를 정하고, 같은 장면일 때는 학생들의 허락을 얻은 뒤 이름을 모아 주고, 시와 편지, 그림을 적당히 나눠서 배치하는 것이 교사의 몫입니다.

시·편지·면담 등 일련의 과정 외, 「동영상 공모전」 공동제작 경험은 희곡쓰기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10월 초, 5학년 학생과 4학년 학생들이 동영상 제작에 참여, 대구광역시교육청이 주최하는 독서인문 동아리 「3분 영상 공모전」에 출품, 수상하였습니다. 동영상엔 방촌초 책사랑 동아리와 희곡쓰기 과정을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5학년 학생의 연극과 면담 장면을 넣어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고 싶도록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4학년 학생들은 면담에서 질문을 하고, 음악에 맞추어 박수도 치며 관객의 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4학년 학생들은 책의 이해도가 높지 않았는데, 3분짜리 영상촬영을 함께 한 후, 이전과는 판이하게 다른 집중력을 보였습니다. 이 책의 내용이 어떤 맥락인지 이해하는 것 같았고, 글 쓰는 태도가 무척 진지해졌습니다. 자신들이 하고 있는 희곡쓰기 과정을 미리 보게 되면서, 희곡쓰기의 전반을 어떻게 하는 건지 알게 된 것 같았습니다. 나아가 작가가 추구하는 가치마저 깨닫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쥘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 희곡쓰기는, 학생들과 책을 더 깊게 읽기 위한 책 읽기 방법입니다. 9년째 학생들과 책을 읽고 학생들이 쓴 희곡을 엮습니다. 책을 읽고 토론을 하는 것에 재미를 느끼게 해 주려던 희곡쓰기가, 지금은 학생들에게 삶의 가치를 일깨워 주는 보물을 손에 쥐어주는 느낌입니다. 깊게 읽고, 다시 읽고, 읽은 것을 질문해 주는 글쓰기가 되었습니다. 나아가 편지와 시를 쓰며 나의 삶을 돌아보게 합니다. 희곡쓰기가 연극으로 이어지면, 비고츠키의 근접발달 이론의 실제를 확인하게 됩니다.
혼자 책을 읽었다면, 세계 일주를 한 얘기가 실린 소설로 이해되었을 뿐일 겁니다. 그러나 친구들과 연극을 하게 되면, 재미있고 흥겨워집니다. 글쓰기를 어려워하던 학생들도 적극 참여하고 몰입도가 높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의 내용을 꿰고 있기에 대사도 유려하고 표현력도 창의적입니다. 모둠 별 배역을 정하면서 양보와 배려를 경험합니다. 다른 모둠의 무대를 관람하고 내 순서를 기다리며 규칙과 질서를 체득합니다. 잘했다고 응원하고 격려하며 협력의 의미를 깨닫습니다. 그리하여 교실 수업의 가치와 보람을 한껏 높일 수 있습니다.

덧붙이면, 우리 반은 21명 여섯 모둠입니다. 요즘은 자신들이 쓴 극본을 들고 연극 연습에 빠져 있습니다. ‘방촌초 교육과정 발표회’에 선보일 장기자랑 준비인 것입니다. 모둠인원으로 부족한 배역은 옆 모둠에서 초빙을 하여 출연을 하게 합니다. ‘행인, 관객, 호위병’ 등으로 보조 출연을 기꺼이 맡아 주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체육 수업에서 모둠 별 이어달리기, 홀, 짝으로 나눈 피구, 농구 경기 이상으로 덜 경쟁적이며 평화롭고 재미있어 보입니다. 소품을 챙겨오고 주변의 기물을 활용하여 무대를 꾸미는 창의성이 대견해 보입니다. 다른 모둠이 무대에 있을 때 관객으로 경청하는 모습이 거룩합니다. 이런 모습은, 여타의 교육과정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입니다. 학생들과 희곡쓰기를 계속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