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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시기마다 하나의 길목처럼 우리는 많은 사건을 만나게 된다. 굵직한 인생의 길목, 정년을 맞이하면서 인생의 한 획을 긋는다. 이 획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시인은 이제 막 새내기 생활을 시작한 시인의 길을 단단하게 만들고자 첫 시집을 상재한다.
교육자로 산다는 것은 늘 자신을 돌아보는 일에 속한다. 온전한 사람을 가르쳐야 하므로 솔선수범이 필요한 것이다. 이에 윤은원 시인은 자신의 모습을 늘 바르게 세우며 살아왔다.
비록 늦게 시작했지만, 이제 시의 길이 활짝 펼쳐지리라는 단단한 뒷심을 본다. 그의 뒷심이 앞으로도 시인을 밀어가는 큰 힘이 될 것을 믿는다.
- 김신영 (문학박사, 가천대 교수)

5 시인의 말
6 추천사 _ 윤은원 시인의 첫 시집 상재上梓를 축하하며 | 조현민

제1부 마음밭에 심고
14 시를 써 주고 싶습니다
15 창 너머 밤하늘
16 가난한 마음 배워
18 해맑은 웃음
19 후회
20 마음 쓰이는 자리
22 보릿대 태우는 들녘
24 희망 품는 염색
25 실내화 길을 묻다
26 자식子息의 마음은
28 거울 신세
30 영심迎心
31 화해하려고
32 디지털 피아노
34 빨래를 털며
35 감사 맘먹기
36 척 척 척
37 쓴 뿌리
38 표지판
39 또 계절 앞에
40 조족등照足燈
42 간담이 서늘할 때
43 구름이 만드는 풍경
44 생각에 잠긴 사무실에서
46 내가 사랑하는 나

제2부 그리움이 살아올 때
48 너에게
49 비둘기 소리의 사랑이었으면
50 한밤의 캐럴
52 아내는
54 잊을 수 없어
55 가을 팥죽
56 장두감
57 국민학교 친구
58 착잡한 핏줄의 하루
60 가고 오는 상념
62 조의弔意
63 두근거리는 지금
64 석별이 있는 송별
66 고독이 머문 바다
68 댓잎을 밟으며
69 잊지 않고 찾아온 친구
70 생각나는 여름 저녁
72 희미한 기억
74 마음 비운다는 것
75 늙어간다는 사실

제3부 가족사랑 그리고 고향
78 가족사진
79 물김치 담는 마음
80 고향
82 마음 맞추기
83 쑥 가래떡
84 효부의 삶은
86 아버지 생각
88 정월 대보름
90 동생 사랑
91 사촌四村
92 한들 오일장
94 김장 준비하는 마음
96 비 오는 커피숍
98 이맘때
100 서운한 맘이 들 때

제4부 천직 넘어 신념으로
102 입학식
103 봄날 개나리 교생敎生
104 괜찮다고만 달래주는 고민
105 보따리
106 엎드려 기도
107 스승의 날이면
108 마음 많이 아픈 아이들
109 후원의 철쭉
110 은행나무와 단풍나무
112 순종의 마음
114 동백꽃 사연
116 얘들은 뭐 할까
117 오늘도 잘 산 너희들
118 추수하는 감사
119 영양실 보다는 급식실
120 두 손 모으는 앞길
122 고요로 물든 교정
124 뻥튀기와 연탄
126 서비스 마음으로
127 추억 소각

제5부 자연이 건네는 화사한 몫
130 행복한 우화
131 군자란君子蘭 기개
132 벚꽃 물결
133 도회지 산길에서
134 물 대는 들녘
135 나비 나는 길
136 산 그림자 깊은 계곡
137 아이스크림 설움
138 산마루 뜬 달
140 동백대교 노을을 보며
141 배롱나무 안긴 맥문동
142 아보카도 씨를 심어
144 아끼고 싶은 말
145 한맘 늙어갈 때
146 떠나간 자리
148 한숨
149 늦가을 만난 엄마
150 첫사랑 생각
152 마음 향기
153 행복은
154 계절을 가는 남자

해설
156 김신영 | 큰 사랑을 노래하는 애틋한 서정

시를 써 주고 싶습니다

시를 써 주고 싶습니다.
푸른 하늘 떠도는 흰 양떼구름 속
고즈넉한 동산 뚫고 솟아오르는 고운 이에게.

시를 써 주고 싶습니다.
잔물결 수놓는 외딴섬 설레는 그리움과
파도에 쓸려 출렁대며 은빛 속삭이는 불빛에.

시를 써 주고 싶습니다.
오색 물든 단풍잎 사이 벌겋게 타는 놀 아래
기러기 떼 부리 비비는 별빛 쏟아진 언덕 위에.

반가운 소식 전해주려
화사한 꽃마차 몰고 온 전령의 사랑
영원한 행복 담을 품격 높은 시를 써서
꽃길만 걸을 그대 곁에 심어주고 싶습니다.




창 너머 밤하늘

바람이 살랑거려
일으키는 불씨는
자라서 빛난 별이 되고

별은 눈물로 조각을 내고
아픈 가슴 쓸어 계곡에 모아선
별 구슬 흐르는 은하수 강을 열었고

거침없는 창공의 강물 내내 흐르고
들녘 너머 긴 둑 쌓도록 넘치게 하더니
잔잔한 마음 모으고 내려앉아 번쩍하는 반달.

반달이 참나무 사이로 슬그머니 내려와
바스락댈 때마다 추억 물든 그림자를 만들고
난 잠시 그 아래 홀로 서성이다가
창문 사이 뜬구름 보며 외눈을 질끈 감는다.



가난한 마음 배워

비가 꽤 내리다 퍼붓다가 그친다.

고단한 삶의 일상이 몸에 젖어
더 바랄 것도 없는 빈 손 쥔 마음이어서인지
미안함 뒤로 비치는 슬픔 어린 자화상
쏟아진 비에 꼬지지한 허수아비 형상이건만
그들은 천연덕스럽게 웃어넘긴다.

훨씬 많은 것을 갖고도 허기에 지친 우리건만,
비워보니 더 많은 것으로 채워진다며
차라리 거추장스런 허울을 내려놓은 그들은
외려 풍족하다고 말하는 데서 느끼는 낯설음.

기름지고 따뜻해져도 자꾸 가난해지는 요사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가난한 마음의 큰 행복을
지금 이곳에서 충일하게 느끼는 풍성함.

가난하며 불행하다고만 여겼던 쓰레기 마을에서
발 뻗고 잠잘 수 있는 곳이 있어서 감사하다는
때 묻은 손 흘러내리는 땟국 땀방울 바라보며

비우고 내려놓음이 훨씬 부자 마음이라는 진리를
어리석어 깨우치지 못했던 나를 자책해 한다.

볕이 쏟아지는 쓰레기 더미 위에서
해맑게 뛰노는 아이들과 함께 생각해 본
같잖은 나의 어리석음.



해맑은 웃음

먼발치서 보고 있으면
아릿한 마음이 지그시 밀려와요.

바라다보면 볼수록
희멀건 옅은 눈물도
남몰래 소리 없이 흐릅니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그의 아픈 모습을 바라보다
멀쩡하게 뒤돌아선 나는
속 좁은 사내였습니다.

그렇게도 해맑은 웃음을 보며
마음먹기에 따른 저마다의 불편이어서
동정의 눈초리는 오히려 겉치레였다는 것을
지그시 눈 감아보다 가만 깨닫게 됩니다.



후회

육개장 국그릇 가득 밥을 말다 말고
엄마의 참견에 귀가 따가운 모양이다.
부모에 대한 조심성을 찾아보기 힘든 요즘
아무리 그렇다하더라도
내 할 말은 장맛비 쏟아지듯 거침없이 해댄다.

두고 보며 참아내던 심술이
화약고 때리듯 터져 나온 독화살
네가 살아갈 인생이건만 불평만 배웠냐?
참을성 없는 분통이 불쏘시개 되어
점잖은 쓰레기통에다가 헛발질만 해댄다.

튕겨 나온 밖에서 본 무심히 떠 있는 북두칠성
그 옆을 지키고 서있는 듬직한 은한銀漢.
부모와 자식은 언제나 저런 모습인 것을
찬바람 때리는 얼굴에 후회만 덕지덕지 붙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