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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타타, 칸타빌레

이 도시에 와서 산 지 십년이 넘어간다. 서울과 맞닿은 도시. 서울과는 다섯 걸음 폭의 도로를 사이에 두고 경계가 나뉜다. 한 아파트 단지 안에 서울과 경기도가 있다. 세상에는 이보다 더한 경계도 있으니 유럽 어느 나라의 국경은 동일 건물 안에서 나뉘어진다고 한다. 국경은 양보할 수 없는 사안이지만, 서울과 경기도가 이런 불합리를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작은 욕심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더 말하지는 않겠다.

내가 여기 처음 와서 살게 된 것이 수십 년 전이다. 그 때부터 줄곧 살아온 것은 아니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갔다가 왔다가 하기를 반복하다가 십 년 정도 눌러서 살고 있다. 어머니가 이 곳에 혼자 사시면서 연세가 많아져 병원을 자주 다니시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내가 여기로 와서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 때 90세가 넘었던 어머니는 차츰 운신을 하지 못하시고, 요양사의 돌봄을 받아 오다가 결국 요양원으로 가셨다. 물론 자원해서 간 것은 아니고 요양사도 더 감당할 수 없으니 시설에 가셔야 한다고 해서 강제로 가신 것이고,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았음에도 어느 새 거기서 5년째 생활(?)하고 계시다.

이 책의 글들은 십 년 전 겨울과 여름에 걸쳐 있었던, 치매에 다가가는 어머니와 헌신적인 한 여인과, 노년에 들어선 아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묶은 것이다. 봄은 너무 짧았고 겨울과 여름이 길게 느껴지는 세월이었다. 우리 삶의 계절 또한 따뜻함 보다는 춥거나 무더웠던 기억이 더 강렬하다. 그래도 세월이 지나가고 나니까 그 스산했던 이야기들이 노래처럼 아련하다. 그래서 칸타타 한 편을 듣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남은 세월 칸타빌레(cantaballe, 노래하듯이)로 살아가기를 염원하며.

1- 겨울과 여름의 칸타타

겨울 11
겨울 아침/그림에 빠졌던 세월/어머니, 계단을 오르다 / 요양 수혜자 / 업무 / 장수와 축복 / 탄식 / 정신줄 놓지 않기를 / 누구나 스승 / 틀니조차도 / 어머니가 받는 기운 / 검사 바가지 / 고독은 나의 선택 / 가족보다 착한 / 짐 아닌 축복 / 섧고도 어지러운 사랑의 모습처럼 / 친구의 부음을 듣고 / 효자의 아내 되기는 씁쓸해 / 내가 수혜자 / 춘분무렵 / 인간발달 / 초 봄 어느날/전람회의 그림 / 3월 마지막 날


짧은 봄 39
약이 부족해 / 우리는 왜 여기 있는가? / 세월의 바퀴 아래 / 본질을 향해 / 아무 것도 내세우지 않기 / 봄날은 간다 / 인사동 나들이 / 정리하는 삶과 삶의 정리 / 의사의 눈높이 / 서민들이 사나워지면 / 월말 그리고 주말
초여름 58

우아함을 즐기는 세대 / 모두 흘러간다 / 초승달을 바라보며 / 삼막사와 시흥동 시장 / 검단산 / 신성한 울타리 / 작은 꿈 하나 / 주말 농장 / 소견서 받아보기 / 허망하거나 짐스럽거나 / 휠체어 산책 / 성격과 생활습관 / 효행의 파탄 위험 / 불륜 아녀요 / 망원동 나들이 / 무모한 시도 / 존재와 기다림 / 르누아르: 밝음을 향해 / 이성이라는 도구 / 혈당측정기 교환 / 멋적게 응원 받기 / 몸, 그 신성한 사원


한여름 89

갈금함 없는 심령의 갈증 / 궂은 일 / 하나의 타협 / 화려하고 고단한 공주 기행 / 저혈당 증세 / 중환자실로 / 환자를 위한 선택 / 고문에 가까운 / 고마운 간병인 / 어머니는 입원중 / 몸부림 또는 아름다움 / 간병인에게 수고를 떠맡기고 / 요양병원을 알아보다 / 회복중 / 회복 / 캠핑장 / 퇴원 / 해맑은 하늘 / 세 며느리 어느 누구도 / 어머니의 기초연금 / 다시 입원 / 어머니의 의존심 / 병원 생활 / 퇴원 및 전시 작업 / 요양자격 경신 / 아직도 지적질 / 나팔꽃 피는 아침 / 풀벌레 소리 / 동병상련 / 악기 수리 명장 / 베스트 오퍼 / 기본 하기 / 매미의 노래 / 겹치기 진료받기 / 명절날 / 휠체어 방문 / 걸을 수만 있어 도 / 스님의 또 다른 수행


2- 수필 및 단상 139

선순환 생활 / 가을 단상 / 운동으로 마음을 지킨다 / 꿈꾸는 요셉 / 언행 기준에 의한 인품의 분류 / 나와 싸우는 경기 / 어느 여인의 삶과 그림 / 인간성 드러내기 / 비움과 길들임 / 옛학교의 추억 / 3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운동 / 성장하는 노년을 위하여 / 기찻길 옆 오막살이 / 별 볼 일 많은 여자 / 저녁 종 소리 / 무지는 죄가 안 되는가 / 저 숲이 사라지면 / 색채와 음정의 세계 / 정보 분별력 / 독감보다 끈질긴 / 가족 친척이 원수 / 몸이 아름답다는 것은? / 세상은 악한 사람이 득세하는가 / 어느 프랑스 작가의 사모곡 / 욕망과 절규 / 유익한 작은 습관 만들기 / 착한 자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