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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한결이라는 청년의 여행 이야기로 표현할 수 없는 책이다. 세계 곳곳의 아픔이 어린 곳을 다니면서 그는 담담히 우리의 오늘을 향해 화두를 던진다. 그리고 함께 나아가야 할 내일의 모습을 소담히 그려낸다.
처음에는 열정적인 치기어린 작가의 모습은 책을 넘겨갈수록 보다 성숙한 어른의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그가 현장에서 만났던 이들의 아픔과 자기 자신을 향한 철저한 반성이 그의 성장을 만들었으리라. 성장해가는 작가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동질감이 느껴진다. 중고등학교 또는, 대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쥐어주고 싶은 책이다.
세계의 먼 곳에서 시작했던 작가의 시선은 여정이 이어질수록 점차 우리네 일상으로 다가온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 우리 사회의 미래상, 우리나라가 가야 할 모습 등을 책을 읽으며 자연히 생각하게 된다. 삶과 세상에 진지한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글은 매력적이고 재미있다. 그러나 책에 담긴 내용과 생각을 고려할 때, 유희거리로 가볍게 소비될 수 있는 책은 아니다.
자신의 삶과 세상을 향한 진지함이 있다면 한 번 펼쳐봐도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랜 삶을 산 것은 아니지만 돌아보면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별 생각 없이 떠난 필리핀 대학교에서 한 소녀를 만나고, 그 아이를 찾기 위해 걸음을 내디뎠던 톤도와 아프리카를 떠올립니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가난할까?', '그들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여정 속에 늘상 제 안에 있던 화두였습니다. 답을 찾는 것은 손으로 모래를 움켜쥐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하고자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러다 보니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한때는 언론사 기자였고, 중국부터 인도까지 달리는 자전거 여행자이기도 했습니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구호단체를 운영하며 현지 친구들과 미래를 향해 도전하기도 했습니다. 일본을 이해하고 싶어서 반년간 오사카에서 살기도 했습니다.
그런 시간이 쌓이며 조금씩 무엇을 해야 할지 알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은 기업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저 떨리는 마음으로 당신께 여정의 첫 이야기를 띄워 드립니다.

Ⅰ. 여정의 시작과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바다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물은 바다를 채워갑니다
세상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배워갑니다
아프리카의 별빛 아래 쳇바퀴를 봅니다
동시에 사회가 개인을 만들기도 합니다
역사는 소망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폭풍 뒤의 고요를 지키는 분이 되어주세요

Ⅱ. 쉼표, 그리고 돌아봄

무엇을 먼저 물어야 할까요
사람이 역사의 진실입니다
렘브란트의 자화상을 봅니다
국가는 민중에게서 피어납니다
사람에게는 얼마의 부요(富饒)함이 필요한가요?
현실을 떠난 이상은 독약과 같습니다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사람과 자연을 바라봅니다
세계의 평화를 위해 돌아봅니다
투르게네프의 언덕에 오릅니다

Ⅲ. 다시쓰는 백범일지

삶은 여전히 흘러갑니다
좌절의 광야를 걷습니다
쓰러지면 일으켜 줄 이를 찾습니다
도움의 손길을 만납니다
돈키호테와 산초가 길 위에 올랐습니다

Ⅳ. ‘길 위의 이야기’

가장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눈물이 가슴에 떨어집니다
미래를 향한 징검다리를 그려봅니다
서로의 어깨를 두드립니다
그 땅의 이들을 품고 고민합니다
방콕에서 자신을 돌아봅니다
저 자신도 다르지 않습니다
눈물의 밤을 보냅니다
에필로그

부록 : 오세진이 본 한결

내가 만난 돈키호테
그와 함께 여정에 오르다

모든 만남이 반드시 삶으로 파고드는 것은 아니다. 만남이 삶으로 파고드는 순간은 불현듯 찾아온다. 그 아이와의 만남이 그런 순간이었다. p.18

나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먼지 묻은 보도블럭 위에 앉았다. 극한의 모순이 적나라한 나신을 드러낸 그곳에서 뒤바뀐 삶과 죽음을 바라보며 부에 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p.28

농장에서의 시간을 버티며 ‘어떤 아이들은 이런 노동을 하면서 제대로 돈을 받지 못하는데 나는 돈이라도 받지 않는가? 그들의 아픔에 동참한다고 생각하자’라고 혼자 되뇌었다. p.33

그들의 감정을 느끼고, 그들의 아픔을 체화하며 그들의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일. 그 안에서 진정한 도움과 본질적인 변화를 기획하고 추구할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세상은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그리고 삶으로 배우는 것이다. p.45

호아루 수용소는 그렇게 민중과 호흡을 함께하며 옛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다. 자신의 모든 영예와 자랑거리를 내려놓고 민중에게 삶의 쉼터가 되어주고 있었다. p.102

빗속에서 생각했다. 한 명, 한 명 구하는 일은 끝이 없다. 그러나 체제를 바꾸면 모든 이들의 삶이 한 번에 바뀐다. 나아가 다음 세대의 삶도 함께 달라진다. p.198

숙소를 나와 상해사범대학교를 찾아가는 길 위로 비가 내렸다. 푹푹 쏟아지는 장대비도 아니었고, 바람 따라 흩날리는 안개비도 아니었다. 느리게 너무도 느리게 하늘에서 흘러내리는 작은 빗방울의 떨림이었다. p.201

남과 북이 연결된 시대를 그리며 분쟁이 도사렸던 동북아시아의 지평을 새로이 다시 만들어 갈 미래를 바라본 것 같았다. p.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