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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바스락 거리는 소리, 나풀거리는 바람과 아주 엷은 노란 색, 흐물거리는 미역의 느낌, 그리고 약간의 소금기. 뭐 이런 것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잠시 생각했던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천 년을 산 것 보다 더 많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라는 말은 얼핏 허풍처럼 들린다. 그렇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각각의 삶 속에서 추억의 결이나 양이 똑같을 수가 없다.

이 책에는 1974년 전라도 광주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성장기를 보내고 스무 살 때 서울로 올라온 한 사람의 추억이 켜켜이 담겨져 있다. 마치 시간을 가두려고 하는 행위처럼 추억은 그 대상을 기억하고 그렇게 쌓는 것이다. 요컨대 사십대 후반의 한 사람이 겪은 기억의 편린들이 페이지마다 초콜릿처럼 박혀 있다. 496쪽이라는 무게감은 박기원이라는 고유한 우주를 담아두기에도 넉넉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의 전반기 삶을 함께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이끼 낀 기억의 틀을 흔들면, 어슴푸레하게 떠 오르는 유년의 겨울이 눈 앞에 펼쳐진다. 우아한 터치로 그려진 추억은 우리들의 시선을 1980년의 광주로 향하게 하거나 1993년의 신촌으로 향하게 한다. 영화, 책, 음악이라는 매체는 한 시대를 상징하기에 적절하다. 저자는 이 문화적 집적물을 통해 자신을 통과한 시간들과 그 시간이 만들어낸 추억의 모래톱을 보여준다. 누군가는 여기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추억의 시작은 사적인 것이었지만 그 시간이 붙들고 있는 기억은 한 시대의 벽화처럼 느껴진다. 1970년대에 태어난 많은 사람들은 저마다 공감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많이 있다. 이 책은 우리 세대에게 바치는 일종의 오마주와도 같다.

Prologue …………………………………………… 10

1장 물생유전, 인생유전

여기, 저기, 그리고 어디서나:
프루스트식 추억법 …………………………… 16
오래 산다는 것은 ………………………………28
추억의 생애 ………………………………………40
물생유전, 인생유전…………………………… 52
꼰대를 위하여……………………………………58
마음의 소리: LP를 듣다가 …………………68
다음 생엔 모으지 말아야지………………… 77
맞춤법 따위 ………………………………………90

2장
물생유전, 인생유전

응답하라 1993………………………………… 104

3장
놀며 사랑하며 생각하며

N번째 테이크 ………………………………… 168
구름 여행기 …………………………………… 175
냄새 ……………………………………………… 183
라이카의 눈 …………………………………… 190
마지막 향연 …………………………………… 198
말년의 양식 …………………………………… 207
밤의 작가, 낮의 작가 ……………………… 216
인간의 운명, 인간의 품격 ……………… 229
한 권의 책……………………………………… 238
사랑의 단상①………………………………… 239
사랑의 단상②………………………………… 244
사랑의 단상③………………………………… 248

4장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순간……………… 256
나의 빨간 사춘기 …………………………… 264
발 없는 새처럼 ……………………………… 271
사랑은 각성이 되기도 …………………… 282
상실 3부작 …………………………………… 289
시간은 내 마음의 문제 …………………… 314
첫사랑, 일기일회의 신화 ………………… 321
두 개의 월드컵:
삶이 어떻게 더 완벽해?… ………………… 329
정은임의 FM영화음악 …………………… 342
이번 생은 처음이니까 …………………… 361

5장 내 몸은 그렇게 계절을 지나왔다.

가급적 많이 …………………………………… 376
내 몸은 그렇게 계절을 지나왔다……… 384
재벌집 막내딸………………………………… 393
바람의 노래 …………………………………… 400
바보들이 속아 넘어가는 데는
일정한 패턴이 있다………………………… 412
일곱 살 이야기① …………………………… 421
일곱 살 이야기② …………………………… 428
무명의 중장거리
달리기 선수 K의 경우 …………………… 438
위로란 무엇인가? …………………………… 439
밤의 여행 ……………………………………… 448
사람의 일 ……………………………………… 460
성당에서, 봄 ………………………………… 466
지금 아니면 언제 …………………………… 4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