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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섶 시인이 시집 『옥수역에는 목단꽃이 산다』(작가마을시인선 65)를 펴냈다. 김섶 시인은 경남 거제 출신으로 중등교사를 역임했으며 2013년 《부산시인》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이번 시집 『옥수역에는 목단꽃이 산다』는 김섶 시인의 따뜻한 서정성이 잘 담겨 있다. 첫 시집 『나는 모든 절기를 편애한다』가 설렘으로 펴냈다면 이번 시집은 그간의 작품활동 연륜이 녹아난 안정된 시어들로 채워져 있다. 대상에 대한 관조의 시각이 넓어지고 그에 따른 사유의 깊이가 깊어졌다. 단순히 사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주제의식이 돋보인다는 것은 시인의 언어적 활엽이 풍성해졌다는 빈증이다. 그렇기에 이번 시집이 독자의 관심도를 높이는 것이다.

그의 시를 읽다 보면 너무 아름다워 쉬이 잠들 수가 없다.
그에게 아버지의 목쉰 목소리는 어떤 것이기에 만원 버스 차창처럼 느껴졌을까.
‘금빛 참숯’이며 ‘통영 서대 물고기’는 또 어떠한가.
그의 시에는 쉬 끝나지 않는 바다의 노래가 흐른다.
그의 노래는 새로운 비유로, 새로운 시각으로 푸드덕 날아오른다,
두 볼 빨갛게 익은 겨울의 먼나무 열매를 부리에 꼬옥 물은 한 마리 새처럼.
모두 그에게 다정한 눈길을 주리라-
모두 그에게 친절한 박수를 보내리라-
그가 성실하게 시를 쓴 시간들이 천축모란으로 피어난다.

-송 진 (시인)

창틀에 앉은 까마귀와
눈이 마주쳤다.

후다닥 날아가던
새까만 뒷모습

녹두알 만해
질 때까지 쫓아갔다.

아 목동아를
즐겨 부르시던

큰오빠에게
이 시집을 바칩니다


2023년 겨울

1부 금보 여인숙

한 장의 주검
가을
금보 여인숙
목마木馬는 어디로 갔을까
우박
풍개
하늘
까마귀
옥이
저녁노을
새해
일광역
우수憂愁
급체
성포에 가면 카투사가 있을까
김외순氏


2부 뜨거운 우울

영도
축제
옛날 동래역
오륙도 가는 길
부산역에서 - 북항대교
비
느리게 다가오는 중앙동
송정 - 적조
겨울 대변항 - 아귀
문탠로드 벼룩시장
해운대 온천
청사포에서
다락방
전단지 돌리는 여인
비오는 버스


3부 파랗게 데쳐진 토요일 오후

풍개나무
두꺼비 우는 저녁
겨울바다 - 거제도
끈
모딜리아니는 봄
센텀 신세계 백화점 5번 출입구 풍경
샘플 화장품 바르는 여자
달개비
머구 이파리
민들레
3호선의 가을
수학여행


4부 붉은 하모니카

귀어도
영도다리 해녀촌
대나무 깃발 서 있던 집
마늘을 까는 여자
시간을 넘어서
사과꽃 솎는 갈곳리 마을에는
샤갈을 다시 만난 여름
지금 섶반몰에는 - 산부인과 병동
극한직업 1 - 한글교실
극한직업 2- 한글교실 -분례씨 이야기


5부 장마 다시 시작된 여름

손
붉은 문어는 어디로 갔을까
불개미
달개비 꽃 바다로 간 형부
옥수역에는 목단꽃이 산다
파란 수국
한파
마라톤

■해설: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 황정산(문학평론가)

목마木馬는 어디로 갔을까


가족이 벌겋게 끓던 골목

해질녘 마다
숨차게 끄는

여섯 마리 나무 목마를 태웠다

오늘은

목마를 태울 골목이 없다

밤새

태운

금빛 참숯

한 소쿠리가 있어도

식은 숯덩이 같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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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외순氏



그는
고기잡이배 그물처럼 얽힌
붉은 고구마 밭

그는
흙 묻은 돌 귀퉁이
하얀 고무신 한 짝

그는
까치집 같은 머리에 얹힌
낡은 짚 따바리

그는
선산 묏등 냉이 뿌리

끝없는 맨발의 담배연기

그는
아주까리 가지 들고
트로트 부르며
사근마을 간이 포구
처연하게 지켜 낸

그는
길고 긴 황금
갈치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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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아부지와 길순이가 찐빵을 팔던
전차 종점

어둑해지면
은성 선술집 골목 외상 탁주 냄새

고등어 비린내
덕지덕지 얹혀있던 지붕
쪽머리 짙은 화장 방울소리

검은 연필심 침 묻혀
보랏빛 먼동 틀 때 까지
화학책 읽던 흐린 백열등

웅크린 비둘기 같은 등
몇 년째 소식 없는 화투장

명함 한 박스 남기고
퇴직한
쪽배 선장 닮은 섬

한문 수놓인 사기그릇
한 사발씩
새벽을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