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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자의 『황혼을 사유하다』는 크게 5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김수자 시인의 詩 世界
-회고적 삶의 사유를 중심으로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
- 데카르트의 어록 중에서
『시인, 문학박사 / 조선형』


1.
데카르트는 사유를 넓은 의미로 ‘의심하고, 이해하며, 긍정하고, 부정하며, 의욕하고, 의욕하지 않으며, 상상하고, 감각하는 것이다.’ 라고 정의한다.
인간은 사유하는 존재다. 태어나면서 유년기를 거치며 첫 물음은 태생일 거다. “엄마! 아이는 어디서 나오지?” 그리고 주변 자연 생물에 대해 끊임없는 물음들이 이어진다. 아이는 대체로 성장기 학습을 통해 하나하나 의문을 해결해가지만, 노년의 사유는 좀 다르다. 인생에 대한 솔직함 물음이다. 살아온 세월이 앞으로 살아갈 날에 비해 엄청나게 짧다. 따라서 제2 시집 『황혼을 사유하다』는 김수자 시인의 회고적 삶에서 얻은 사유의 편린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시인은 지난해 제1집 『살며 사랑하며 추억하며』를 세상에 내놓았음에도, 곧바로 후속작인 2집 『황혼을 사유하다』를 낸 걸로 보아 그동안의 쉼 없는 창작열의에 깊은 경의를 표한다. 시인은 제1집의 ‘시인의 말’에서 “잔물결 위에 파도 같은 날들이 철썩이며 지나갈 때 흩어진 삶의 조각들을 모아 가슴 깊이 올린 시편들로 얼굴을 내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다른 나로 살고 싶다” 고도 했다.
시인의 시를 읽다보면 1집이나 2집 모두 계곡의 바닥까지 보일 듯이 투명해서 흠 잡을 곳이 없는 느낌을 준다.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를 꾸밈없이 진솔하게 털어 놓았기 때문이다.

아침을 깨우는 빗소리 멎자
함초롬한 자줏빛 고운 자태

비개인 하늘 푸르고 맑아
오늘의 감사를 만드는 구나

이 아침 나팔꽃 이슬을 머금고
정겨운 눈빛 인사를 건넨다

활기찬 하루의 푸릇한 여정을
청춘 같이 살라하네.
- 「나팔꽃」 전문

‘나팔꽃’의 시에서 애써 군더더기를 찾으려 해도 그저 시가 맑습니다. 아침 이슬을 머금고 활짝 핀 나팔꽃을 바라보며 시인도 그처럼 청초한 하루를 열고 싶어 한다. 정겨운 인사는 시인의 품성이며, 아침의 희망을 열고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엿보이겠지요.

김수자 시인이 사유의 가장 좋은 때가 궁금하다. 아마 붉게 물든 석양녘에 어쩌면 ‘커피 한 잔 하며’ 황혼의 인생을 회고할 때가 아닌가.

석양은 뉘엿뉘엿 내리면서 하늘을 붉게 물들입니다.
서서히 인생을 관조하며 사유하는 것처럼 낙조 된
저녁의 정적이 깊어 갑니다.

어둠이 깔리면서 사라져 가는 빛과 그림자들....
점점 희미해지는 세상을 보며 한없이 생각에 잠깁니다.

뒤늦은 회한悔恨을 잔물결 위에 띄우며
흔들거리는 물결위로 비추이는 내 모습의 조각들....



2
김수자 시인의 2집에서 말하고자 한 ‘회고적 사유(思惟)’에는 전편 『살며 사랑하며 추억하며』에 나오는 「삶의 의미」를 묻는 데서 이미 시작한다.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갈 줄 아는 사람은/인생의 멋을 아는 사람이고/비를 맞으며 혼자 가는 사람은 /인생의 의미를 아는 사람이’고, 그러면서 ‘한 사람은 또 한 사람의 마른 가슴에 /단비가 된다’(「삶의 의미」 일부)며 비를 맞으며 혼자 걸을 때가 진정 사유의 공간이라고 말해버린 겁니다.
이는 제1부 ‘커피 한잔의 여유’라는 제목에서 다소 시인의 여유로운 철학적 공간으로 확대하며, 가을비 추적거리는 날에 외로운 사람에게 편지를 쓰며 ‘살아 있음에/축배를 든다’ 며 존재론과 사유의 불가분의 관계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모든 사유의 시작이 데카르트의 명언 “나는 생각한다/고로 존재한다.”에서 보듯 ‘사유’와 ‘존재’는 서로 분리해 생각할 수가 없다.
시인의 회고적 삶은 「청어의 삶」에서 보자.

생명보다 귀한 것이
무엇일까요

나 자신과 내 소유를 위해 살았던
지난날이 무의미 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낀다

살아보니
지나고 보니 인생의 절정기는 철없는
청년시기가 아니라

인생의 매운 맛 쓴맛 다 보고
무엇이 참으로 소중한 지를 진정 음미 할 수 있는 시기
60대중반 70대 중반이 삶의 황금기였다는 것을 안다

우리의 삶은
잠시 하나님께 빌린 것
우리는 잘 쓰고 가야 한다

인생의 절정기인 지금
열심히 즐겁게 봉사하며 살아요

베풀어 주신 은혜와 이곳 까지 인도해 주심에 감사하며 살아요.
- 「청어의 삶」 전문

시인은 「청어의 삶」에서 “생명보다 귀한 것이 무엇일까요?”라고 화두를 던지더니,
이내 ‘우리의 삶이 전적으로 하나님께 잠시 빌린 것’이라 결론을 내리고는 어쩌면 ‘잘 쓰고 가야 하지 않느냐’며 물음에 대한 답을 준다.
삶의 의미를 깨닫고 살아가는 6,70 대 노년의 삶은 자꾸 지나온 흔적을 돌아보게 된다. 그것은 청어 같은 젊은 시절엔 앞만 보고 살았으니 그 시절엔 무엇을 사유할 겨를이 없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시인은 인생의 참된 의미를 음미하는 황금의 시기가 60대 중반에서 70 초반의 나이로 보고 있는 것이다.

돌아보면 혼자인데/기도하니/하나님께서 동행 하십니다//돌아보면 사방이 꽉 막혀 있는데/기도하니/하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돌아보면 내가 한 것 같은데/알고 보니/하나님이 하신 것입니다...(중략)
- 「돌아보면」 부분 중에서

이는 시인의 회고적 사유의 또 하나의 일례다. 그녀의 노년은 늘 ‘신앙의 산책로’에서 하나님과 마주한다. 그러면서 지난 삶을 반추해볼 때 ‘기도하니/ 그가 귀 기울이셨고/ 응답하셨다’는 그녀 나름의 사유의 등식을 내놓는다.

모든 글에는 그것이 시든 소설이든 시나리오든 기타 등등 어떤 장르의 글이건 간에 서론 본론 결론 또는 기승전결 방식의 전개가 독자들이 읽기에도 좋다. 그 중에서 낯설게 하기는 독자들로 하여금 이 대목이 여기서 왜 나오는 거지? 하는 의문을 갖도록 해주기 때문에 독자들로 하여금 엄청난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그래야 쓰는 사람이나 읽는 사람 모두에게 공히 글맛을 느낄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수자 시인의 서정이 잔뜩 묻어나는 「바람」을 통해 사유의 글맛을 보자.

바람은 스쳐 갈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저 가지 끝에 맺힌
홍매화의 붉은 꽃망울

누구의 숨결 인가요
이 가슴에 머무는 그리움은

누가 머물다간
흔적 인가요.
- 「바람」 전문

바람은 머물지 않는다. 흔적도 없이 스쳐 지나는 존재다. 그런데 ‘바람, 흔적, 홍매화, 꽃망울’ 하다가 3연에서 ‘누구의 숨결인가요’ 하고 던진다. 청자는 이 낯설기 부분에서 잠깐 당황하는 듯하지만 결국 누가 머물다 갔는지 조차 모르는 것이 바람의 존재인 것을 알아차린다.

왁스의 4집 앨범에 ‘황혼의 문턱’이란 제목의 가사를 보면 황혼의 의미가 확연하게 다가온다.
어둠을 뚫고 해가 나듯이 우리의 삶은 시작 되고, 태양이 중천에 떠오른 힘이 있던 청년의 야망과 꿈이 서서히 스러지는 석양의 황혼에 선 인생의 자리, 이때가 가장 사유하기 좋은 때이다. 가사를 함축하면 이렇다. “축복받은 인생으로 태어나 사랑받다 사랑하고 이별하고 어른이 되어 험난한 세상을 살다 어느새 늙어 황혼의 문턱에서 옛 추억에 깊은 한숨만 짓는다.”는 내용이다.
시인이 고희를 넘기며 회고하는 인생의 열매는 한 마디로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이다. 이와 유사한 고사성어로 ‘고진감래(苦盡甘來), 고중작약(苦中作藥), 구한감우(久旱甘雨) 등’이 있다. 모두가 고생 끝에 즐거움이 찾아온다는 공통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시련이 없으면 알맹이가 부실하고/폭풍도 가뭄 같은 갈등이 있어야/껍데기 속의 영혼이 깨어나 여문다네//우리네 삶도 매일 매일 즐겁고/좋은 일만 있다면 우리의 영혼 속에/알토란같이 옹골차지는 않으리라//그친 파도가 유능한 사공을 만들고/세상에 거친 파도 고통과 시련 속에/튼실하고 탐실한 열매를 맺는다네.
- 「인생의 열매」 전문

시인은 유독 가을앓이를 한다.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에 대한, 무언가 낮아지고 싶고 비운다는 것에 대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황혼 앞에 선 시인의 사유다.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성숙한 여인의 로망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을
돌아보며 더 낮아지고 비울 때

분분히 지던 낙엽 바라보며
조금씩 노을빛으로 물들어 가고

세월의 뒤안길 더 잃을 것이 없을 때
더욱 밝고 화사하게 걸어가리라

슬퍼하지 말자 이별이란
빛과 향의 조화이려니

맑은 영혼과 넉넉한 마음으로
향기 가득 피어나는 것이리니.
- 「가을 앞에서」 전문

한편 김수자 시인의 심연 속 추억의 공간에는 고향의 향수와 어머니가 존재한다.
먼저 고향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석양」을 음미해보자.

석양을 바라보면/눈시울이 붉어진다//수평선 돌아드는/을숙도 갈대밭에//허기진/
배를 채우는/물새 소리 여문다.(「석양」 전문)

석양 앞에 선 자신의 모습이나 황혼의 인생 앞에선 모습이 같다. 부산이 고향인 시인의 을숙도에 대한 추억은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물새의 모습과 허기졌던 시인의 어린 날과 오버랩 된다.
어머니란 존재는 시차가 없다. 어머니의 자식이 자식을 낳아 어머니가 되어 있어도 유년시절의 추억 속 어머니가 주는 사유는 ‘손맛과 사랑’이다.
외롭고 힘들 때 어머니의 손맛이 나는 밥상을 사유하면 치유의 힘이 생긴다.

‘유년시절 어머니의 칼도마 소리는/어머니의 넉넉한 미소처럼/사랑을 요리하는 소리였기’(「어머니의 밥상」 일부)에 엄마에 대한 추억만으로도 시인 자신은 물론 모든 이에게 무한 영역으로 세상을 이길 힘을 준다.


3.
손남주 시인은 “발견의 시학(詩學)은 급소와 경락을 짚는 것.”이라고 말한 어느 시인의 말을 인용해 마치 한의사가 급소와 경락을 짚어 진맥과 치료의 핵심을 찾듯이 무릇 시인은 시의 자리를 찾는 일에 힘써야 함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시에도 이러한 자리가 있어, 시인은 이 자리를 창조해 내고, 독자는 이 시의 자리를 잘 짚어내는 눈을 가짐으로써 한 편의 시는 짜릿한 감동을 얻는다.” 고 말한다.
박곤걸 시인의 산에 묻혀 시의 일부를 인용해보자.

산에 묻혀 풀이나 뜯어먹고 살 거다./산이 받아 줄지 말지/적막강산이다.//막상 산에 당도하니/바위는 눈을 감고/나의 유배에 대하여 묵묵부답이다.//무슨 득도를 할 거라고/천성이 순한 산양이/암벽을 기어올라 초식을 하고 있다.//(「산에 묻혀」 일부 중에서)

위의 시에서 독자는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정신을 느낄 수가 있다. 천성이 순한 산양이 무슨 득도를 할 거라고 암벽을 기어올라 초식을 하겠는가! 산에 도를 닦으러 간 것이 아니라, 암벽에 기어올라 초식을 하는 것 자체가 산양의 삶일 뿐이다.

김수자 시인의 4부 〈신앙의 산책로에서〉에서 본 신앙 시에서도 무위자연의 느낌을 받는다.

나는 보았네 꽃들의 밝은 웃음을
나는 들었네 꽃들의 합창을

시린 가슴 눈물 흘릴 날 많고
쪼들린 살림 탄식도 할 만한데

이슬 머금은 활짝 핀 나팔꽃
생명 주심에 감사하네

삶의 기쁨 찬양하는 밝은 아침
햇살 주신 하나님을 찬미하네

기뻐할 줄 알고 감사 할 수 있어
거친 길섶도 가리지 않는 지혜로운 꽃이었네

이 모든 것 하늘에 소망을 둔 이유였고
기쁨과 찬송은 주님 만난 까닭이었네
.- 「기쁨과 찬양」 전문

위의 시에선 박곤걸 시인의 ‘산에 묻혀’ 초자연적 삶을 살고자 한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면 전자는 산양이 득도하기 위해 산에 묻혀 사는 존재가 아니고, 험한 절벽임에도 불구하고 암벽을 올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산양의 일상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후자의 시 「기쁨과 찬양」은 시인의 하루하루의 삶이 거창한 득도를 위함이 아니라 매일의 삶에서 보고, 들은 것을 감사하며 살아가려는 일상을 노래한 것이다.
사람은 항상 사유한다. 그러나 사유는 존재하지 않으면 의미를 잃는다. 석양이 아름다운 것은 그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황혼의 때가 가장 아름답다. 왜냐하면 회고적 사유할 수 있는 가장 편안하고 좋을 때이기에.

석양은 뉘엿뉘엿 내리면서 하늘을 붉게 물들입니다.
서서히 인생을 관조하며 사유하는 것처럼 낙조 된
저녁의 정적이 깊어 갑니다.

어둠이 깔리면서 사라져 가는 빛과 그림자들....
점점 희미해지는 세상을 보며 한없이 생각에 잠깁니다.

뒤늦은 회한悔恨을 잔물결 위에 띄우며
흔들거리는 물결위로 비추이는 내 모습의 조각들....

나의 나 된 것은
"모두 하나님의 은혜라"
내 욕심과 허물을 다 내려놓으니 삶의 길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사랑스럽습니다.

선물 받은 "오늘"을 감사하며 바쁜 일상에서도 외로움과
고독이 밀려올 때 위로와 격려의 글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 양천 서재에서)
김 수 자

제 1 부
커피 한잔의 여유


나팔꽃 ● 9
커피 한잔의 여유 ● 10
바람이 스친 자리 ● 11
수선화를 알현하다 ● 12
소나기 ● 13
스쳐간 바람 ● 14
심연에 색이 있다면 ●15
연못 ● 16
이팝나무 ● 17
코로나 팬데믹 ● 18
파도 ● 19
풀잎향기 ● 20
한강 ● 21
소낙비 ● 22
실개천 ● 23
전원의 삶 ● 24
낙동강 ● 25
단풍잎 엽서 ● 26
등대지기 ● 27
물안개 ● 28
석양의 향수 ● 29
노을 ● 30
부부에게(春香) ● 31
첫눈 꽃 편지 ● 32
팬데믹 속에서 ● 33
가을비 ● 34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 35
행복한 삶 ● 36

제 2 부
삶을 사유하며

강변에서 ● 38
강섶에 앉아 ● 39
그리운 바다여 ● 40
녹음방초 ● 41
마음의 숲 ● 42
바람 ● 43
세월 ● 44
언어 ● 45
인생의 열매 ● 46
행복한 하루 ● 47
행복에 대하여 ● 48
구름의 고향 ● 49
독수리 ● 50
세월 앞에서 ● 51
열매 ● 52
인생길 ● 53
인생이란 ● 54
인생의 만남 ● 55
이 시대의 아버지 ● 56
아름다운 만남 ● 58
노을 길 ● 59
아! 인생 ● 60
삶에 대한 고찰 ● 61


제 3 부
사계를 노래하다

가을의 얼굴 ● 63
가을 하늘 ● 64
자갈치 시장 ● 65
스쳐간 바람 ● 66
아침을 만끽하다 ● 67
오월의 비원 ● 68
유월의 기도 ● 69
자연의 소리 ● 70
가을 앞에서 ● 71
가을이 봄보다 아름답다 ● 72
꽃과 나 ● 73
5월에 오시는 비 ● 74
그 해 봄 강가에서 ● 75
오월의 찬가 ● 76
제주의 가을 ● 77
태종대 (정형시) ● 78
가을 향기 ●79
가을 추억 ● 80
10월의 멋진 날 ● 81
담쟁이 ● 82
익어가는 가을 ● 83
유월의 수채화 ● 84
가을이 아프다 ● 85
탐라의 가을 ● 86


제 4 부
신앙의 산책로에서


갈보리의 합창 ● 88
各各他的 十字架 ● 89
청어의 삶 ● 90
나의 사람아 ● 91
돌아보면 ● 92
마음의 감옥 ● 93
기쁨과 찬양 ● 94
나의 사람아 ● 95
복 있는 자者 ● 96
사명 깨닫게 하소서 ● 97
살아있는 기쁨 ● 98
바람이 스친 자리 ● 99
죽음을 위한 기도 ● 100
영원한 삶 ● 101
말속의 향기 ● 102
또 지나가리니 ● 103
백세인생 ● 104
산다는 것 ● 105
죽음의 여로 ● 106
인생의 단계 ● 107
나의 선택 ● 108
멋진 인생 ● 109
사람의 향기 ● 110
석양 ● 111



제 5 부

추억을 회상하다

감나무 회상 ● 113
노을 ● 114
어머니 손맛 ● 115
동백섬 ● 116
떡국 회상(回想) ● 117
어머니의 향수 ● 118
삼락공원 ● 119
어머니의 밥상 ● 120
울릉도 ● 121
탑골공원(파고다) ● 122
산림의 노래 ● 123
물수제비 ● 124
석양 ● 125
사모곡 ● 126
거가대교 (거제도) ● 127
한강 아리랑 ● 128
파도 ● 129
비등점 ● 130
크로바 ● 131

제 1부
커피 한잔의 여유

나팔꽃

아침을 깨우는 빗소리 멎자
함초롬한 자줏빛 고운 자태

비개인 하늘 푸르고 맑아
오늘의 감사를 만드는 구나

이 아침 나팔꽃 이슬을 머금고
정겨운 눈빛 인사를 건넨다

활기찬 하루의 푸릇한 여정을
청춘 같이 살라하네.

커피 한잔의 여유

창밖에 가을비가 기웃 거린다
가을비 추적이는 날이면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편지를 쓴다

서로 마주하며
아픔을 쓰다듬는 계절
늦가을의 아름다움은
짙으면서도 은은하고

흩어지는
물 향기처럼
멀리서 들려오는
풍경소리

살아 있음에
축배를 든다.

바람이 스친 자리

바람을 누가 보았나요
바람은 나무 잎을 속삭이며
말을 한다네 “사랑 한다고”

팔이 없어도 만지고
귀가 없어도 듣는 바람
사랑 했노라고

덧없는 사람일지 라도
영원을 노래하겠노라고
사랑했던 당신 바람의 영혼이여!

수선화를 알현하다

순수한 그대라는 이름으로
외로움을 털어 달빛을 머금고
사모하는 그대를 닮아 순백으로
파아란 눈빛 설렘으로 피어
몸과 마음 너의 꽃잎처럼 맑아
누추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는
너의 눈망울은 순결만이 흐른다

수줍은 듯 단아하고 넉넉함이여
겸손한 너의 자태 호수 같이 맑아
슬픔의 상처 청초한 정적으로
푸른 가슴 노오란 얼굴에
과거의 옷을 벗어 내 삶을 헹군다.

소나기

정겨움이 묻어나는 텃밭
숨통을 틔우듯 정오의 빗줄기
쓰러질 듯 흔들리는 이파리 사이로
떠나가는 봄을 못내 아쉬워한다

이제 살만하다며 그리움 들추어
한 줌 햇살 담아 쌍무지개로 걸렸다.

스쳐간 바람

초록의 열정은 바람의 여정에
낙엽처럼 쓸쓸히 길을 떠난다

헐벗은 나목은 못 다한 정 아파하며
한번 가면 돌아올 수 없는 이별

바람에 스쳐간 쓸쓸함으로
긴긴밤 온몸으로 뒤척인다.

심연에 색이 있다면

마음의 숲에 별똥별이 쿵하고 떨어진다
세월이 흘러도 없어지지 않는
몽글 몽글 맺힌 감정 속절없이 흘러내린다

말과 글의 간격은 감정으로 채워지고
내딛는 걸음마다 쌓아놓은 감정의 씨앗들
심연의 푸른 가슴으로 화합 하리라

애절하게 묻어나는 심장의 유혹도
그 미소, 그 끄덕임, 그 따뜻한 포옹
강렬한 하늘빛으로 이루어 내리라.

연못

봄 햇살이 연못 위에 쏟아지면
연못 속 붕어들
긴 꼬리 흔들며 물살을 헤친다

틈틈이 물살을 가르고
바람은 봄 햇살을 몰아오며
함께 찬란한 봄을 만들고

때로는 인기척에 더 강한 힘으로
물속 깊이 들어가 아직 깨어나지 않는
생명들에 물장구를 치면

연못은 봄을 깨우며
생명의 연두 빛으로 푸르러 가고 있다.

이팝나무

바람이 분다
흔들리는 잎새는 바람을 안다

하얀 쌀밥 고봉 가득
가지 끝에 소복소복 담긴
너는 한갓 꽃나무에 지나지 않지만
탐스런 널 보고 있으면
고향집 어머니 밥상이 생각난다

세월의 아픔은 사랑으로
쌀밥은 명절에만 먹는 줄 알았던
오월의 행복을 담은 하얀 눈물꽃

보기만 해도 주먹밥 얹어 놓은 듯
어머니의 사랑을 고봉으로 먹고 싶다
초록 잎 사이로 하얀 추억 피어있다.

코로나 팬데믹

몸은 갇혔어도
마음은 나래를 펼치며
유유자작 흘러가는 구름 위에 있다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야 하리
초연한 마음으로 자연에 몸을 맞기고
대자연을 향해 보듬어 가슴을 활짝 펴보라

민초의 삶이란 역병이 창궐한
팬데믹 거리두기로 마스크하고
서로의 좀비가 아닌 신뢰와 믿음인 것을

아! 하늘이여! 푸른 물이여!
심원의 맑은 샘으로 거듭나고 싶다
시원한 바람이 구름 따라 창밖을 유혹한다.

파도

수평선 너머 파도의 울렁거림
포말로 다가오는 파도의 아우성
모래톱에 쏟아 놓는 바다이야기

철썩 철썩 쏴아~ 자신을 성찰하듯
세상사 아픔을 보듬고 안으며
은빛모래 은결드는 넓은 가슴으로

밀물로 받은 아픔 썰물로 보내며
철썩 철썩 쏴아~ 바다의 언어로
언제나 내게 삶의 교훈을 전해준다.

풀잎향기

싱그러운 풀밭 훌쩍 자란 꽃대들
털썩 주 져 앉아 하얀 옷에 물들면
하늘 향해 비상하는 나비들의 춤사위

햇살 비춰 올 때면 환한 미소로
찾아오는 이 없어도 하늘을 벗 삼아
싱그러운 풀잎 향기 온 세상 가득하렴.

한강

허기진 삶 지친 세월의 인연으로
햇살 한 아름 그리움만 있다면
사랑이란 이름으로 흘러가리라

그리움 흘러 여울목 돌아갈 때
등 떠밀어 가더라도 다투지 않고
푸르고 맑은 물결에 손잡고 가리라

별 없는 밤 속절없이 울며 가는
영혼의 눈물 젖은 시를 노래하며
고용한 침묵 속에 흘러 흘러가리라.

소낙비

소낙비 그친 오후
해맑은 강변 둘레길
함초롬한 흔적들 푸릇하구나

산들 바람 따라 짙어오는
강변 풀 섶에 뾰족이 내민
정겨운 풀꽃들 눈인사 하네

소낙비에 씻긴 밤하늘
총총히 박힌 별들의 눈빛
그믐달 따라 마실을 가네.

실개천

야트막한 실개천 속살을 들어낸다

은빛 비늘 송사리 떼
출렁이는 오후를 자맥질한다

맑은 물에 흰 구름 부려 놓고
높푸른 하늘 따라 내 마음도 흐른다

풀잎을 흔들어 피워낸 들꽃은
내 유년의 모습처럼 해맑고 곱다

물결에 실려 가는 풀꽃의 엷은
향기는 내 영혼의 청초한 삶이다.

전원의 삶

새벽녘 함초롬한 별빛에
배시시 햇살품은 아침이슬

물푸레 숲에서 풀벌레 귀뚜라미
귓전에 아카펠라 하모니 정겹네

자유의 소리 평화의 소리
평온이 흐르는 푸르른 숲 속에서

자신을 내려놓는 시간의 여백
고요가 스며들어 로망을 꿈꾸네.

낙동강

저 출렁이는 도도한 물결

사계의 의리와 자유평화가
공존하는 생명의 젖줄
머나먼 강줄기를 거슬러 올라가면
어느 산천 계곡의 돌돌 그리는
물결 서로 손에 손잡아 어께를 걸고

부딪쳐 정으로 맞으며
냇물 되어 갈증을 절이면
아득한 그리움 이별의 눈물

짙은 쪽빛으로 가슴을 여는 남해
파도는 물때를 바꾸며
엄마의 품 같은 따뜻함으로

바튼 숨길 보듬어 씻어 안으며
가슴 절인 서러운 세월
임의 깊은 뜻 세우며

노을빛에 낙동강은 표표히 흐른다.

단풍잎 엽서

아침 이슬 털어내며
꽃잎 미소 머금고
갈바람에 흔들리는 우듬지

아스라한 아린 추억
단풍잎에 그려
애잔한 사연 띄운다

외기러기 서글픈 울음
찬바람에 상처 어루만지며

우수수 바람결
갈대숲 헤치면 아련한 그리움이
가슴속 노을 따라 길을 튼다

야트막 산자락 억새물결
넘실넘실 오솔길 따라
은빛 세월 고목에 꽃이 피듯

드높이 펼쳐진 하늘가에
훗날 다가올 내 삶의 황혼 담아
아름다운 빛깔로 엽서를 쓴다.

등대지기

그대 닮은 빛깔로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

깊은 심원의 그리움이 파도로 울어
장엄한 교향곡이 바위에 부딪친다

고백 할 수밖에 없는 아우성
거센 파도에 베여 격랑의 썰물로 쓸어가고

이제 먼 피안
깊은 바다 속으로 회귀 할 때

절개처럼 덧에 걸려
서로를 지키는 등대지기로 서있네.

물안개

뽀얗게 소복을
걸쳐 입고
산허리 감싸 안은 채

타닥타닥 죽비로 치듯
생각을 여미며
뜨거운 찻잔을 내민다

일몰에 가라앉은 생의 편린들
아득한 피안의 손사래 치는
연민이여!

강변의 고즈넉한 찻집에 앉아
추억의 퍼즐들 꿰어
달빛 실은 강물에 띄워 보낸다.

석양의 향수

물감을 풀어놓은
석양의 하늘은

말없이 침묵하고
향수로 물들인 노을을 펼친다

마음에 담아 고이 간직한 여운
소리 없이 흐느끼며

자연의 순리에
귀 기울이며 보이지 않는

믿음과 신뢰로 하늘의 소망으로
걷고 있는 것이리니.

노을

붉은 해 삼킨 바다
선홍빛 파도 춤사위에
아쉬움의 눈물 불게 출렁이고

수평선 맞닿은 하늘에
물고기 떼 자맥질할 때
별빛 내려앉아 물비늘로 반짝이고

어둠은 푸르고 깊어
달빛은 밤이 새도록
파도의 포말로 노을빛 토해낸다.

부부에게

한 글자로는 “짝”
두 글자로는 “하나,”
세 글자로는 “파트너“
네 글자로는 ”평생 친구“

이 세상의 중심은 너희들이고,
너희를 위해 존재한다고,
서로가 서로를 보석처럼
귀히 여기면 남들도 귀히 여기듯

언제나 듬직하고 신뢰를 주는
아들, 딸이 되거라
네가 택한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어
하늘이여! 호흡이 다 하는 날까지

너희가 만든 행복을 이웃과 나누며 살기를
기도로 축복 하노라.

첫눈 꽃 편지

무지갯빛처럼
하얀 색칠 할 때 쯤

포근한 미소로
그대의 향기로운
꽃잎에 서고 싶습니다

눈부신 새하얗게 내린 눈
온화한 눈빛
숨결 안으로 보듬어 봅니다

하얀 꽃잎
목화솜처럼 송송 뿌려
부풀어 오르는 들녘

흩어진 텅 빈 자리에
하얀 꽃잎 향기로 접어
수줍은 달빛으로 숨겠습니다.

팬데믹 속에서

관심이 단절된 것
네 탓만은 아니란다

능력의 한계 앞에
겸손을 배운 세월

역병을
이겨낸 우리
여일은 더 성숙하리.

가을비

운무로 소복소복
산허리 감싸 안고

생각을 여미는가
뜨거운 찻잔 속에

물안개
손사래 치며
연민으로 피어난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곳

시린 가슴들이
서로 살을 부대끼며
가슴과 가슴 눈물로 섞어 살아왔다

형형색색 헝겊으로 만든 조각보 같은
땅과 하늘이 맞닿은 지붕들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곳

왕년을 뒷짐 지고 골목을 걷는
할머니의 주름진 손길이 묻어 있는 곳
오종종 앞뒷집 담장 너머 눈길에
온정의 발길 버무려 형형색색
예술인의 혼을 담아 희망 꽃을 피운다

하늘의 구름과 별이
세월의 주름진 마을 골목마다
가슴 가득 따스하게 공존하며
과거와 미래의 꿈이 영글어 간다.

행복한 삶

살면서 중요한 말은
Here & Now 이다

노년의 삶이란 고달픈 갖가지
병들과 벗 삼아 감사로 아침을 연다

아침에 눈을 뜰 수 있어 감사하고
아침이면 해를 볼 수 있고

높고 푸른 하늘
유유히 흘러가는 저 구름들

석양의 황홀함을 바라보며
마음이 여유로운 자 만이 누리는 행복이여!

풀잎 향기

싱그러운 풀밭 훌쩍 자란 꽃대들
털썩 주저앉아 하얀 옷에 물들면
조각구름들은 신나서 무늬를 그려줄까

꿈틀 그리는 감성의 풀씨들을
하늘로 날리면 온 세상 어두운 곳곳마다
싱그러운 풀잎 향기 날아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