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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희의 『서초당 일기』는 크게 5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꽃돌(매화, 해바라기, 국화)을 쓰다듬는다. 마당의 꽃나무를 돌보며 매번 꽃을 피워낸다. 가지를 잘라 일 년에 두 번씩 꽃피게 만들던 극성이 마침내 내 생에 꽃을 피웠다. 수필은 내 생활의 기록이다. 대단한 발견이나 생경한 것에서 찾지 않았다.
아직도 자고 나면 설렌다. 출근길 아들에게 전날 쓴 글을 읽어주면 ‘엄마 좋네’ 하는 말에 용기 얻고, 사유가 좀 부족하다고 자책하면 ‘엄마만이 쓸 수 있는 글이다. 좋다.’라고 용기를 준다. 이렇게 쌓인 글을 교수님께 지도를 받아 책상 서랍에 넣어둔 것들이다.
컴퓨터에 익숙지 않아 종이마다 손 글씨로 써서 붙이고 새로 쓰며 이어지는 문장을 찾지 못할 때, 여기저기 흩어진 글을 한곳으로 모아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 준 큰딸도 고맙다. 살기에 바빠 노후보험도 넣지 못했는데 자식 네 명이 든든한 노후보험이니 크나큰 보람이다. 내 건강을 책임져 주는 병원장인 막냇사위 덕에 오늘도 문학을 배우며 다닐 수 있으니 이도 고마운 일이다.

한평생을 꽃과 놀아온 것처럼 수필과도 잘 놀아 볼 생각이다. 꽃밭에서의 하루는 언제나 싱그럽다. 오직 나만을 위한 작은 쉼터이며 나의 안식처다. 오롯이 나다운 내가 거기서 살아 움직인다. 꽃을 만지면서 마음에 씨앗을 키울 수 있게 된 것도 다 수필 덕분이다.
써 놓은 글을 어떻게 엮을까 고심하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부산 생활을 접고 김해 대동으로 거처를 옮긴 후 십사 년간의 기록과 지난한 삶의 한 자락도 넣었다. 내 글의 모태는 아버지에 가깝다. 지금도 아버지의 사랑을 생각하면 코끝이 찡하다. 사위를 잃고 홀로된 딸이 안쓰러워 방문을 걸어 잠그고 큰 울음을 내셨다는 아버지 영전에 「서초당 일기」를 바친다.
칠십 넘긴 나이에 글쓰기를 시작해 팔십을 넘었다. 나이 많은 제자가 잘 따라올지, 관심이 있는 듯 없는 듯 글에 대한 애정으로 이끌어 주신 지도 교수님께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 한 공간에서 강의를 듣고 힘을 실어준 문우들도 고맙다.

나의 쉼터 식만 놀이터에서
2023년 10월
조 경 희

004 ㆍ 작가의 말

1부
졸업 다례

013 ㆍ 鳶과 緣
019 ㆍ 여름 한때
023 ㆍ 장독대 만들기
029 ㆍ 오전 열 시, 수필의 매력에 빠지다
033 ㆍ 삭
037 ㆍ 신고식
042 ㆍ 졸업 다례
046 ㆍ 선생님의 사투리
052 ㆍ 겨울 바다


2부하찮은 이끼라도

059 ㆍ 여행
065 ㆍ 장꽃
070 ㆍ 만삭의 봄
075 ㆍ 디딤돌
080 ㆍ 바가지 만들기
085 ㆍ 꽃 누비
090 ㆍ 보물찾기
095 ㆍ 하찮은 이끼라도


3부묻힌 소리

101 ㆍ 서초당 일기
107 ㆍ 엄마 어디고
113 ㆍ 묻힌 소리
118 ㆍ 벚꽃 지고
124 ㆍ 엄마의 나물
129 ㆍ 꽃이 먹을 것 줘요?
134 ㆍ 골담초꽃
138 ㆍ 이 돈, 받지 마소
143 ㆍ 들꽃 나들이


4부
세월이 가야 한다

151 ㆍ 끼젓
156 ㆍ 냉이를 닮고 싶다
161 ㆍ 세월이 가야 한다
166 ㆍ 풍지초
171 ㆍ 진례 도자기전
176 ㆍ 정원 만들기
181 ㆍ 길을 묻다
186 ㆍ 그 얼굴이 보고 싶어라

5부
마지막 전시회

193 ㆍ 가위춤
199 ㆍ 누옥의 추억
203 ㆍ 놀이터라 이름 짓고
209 ㆍ 홀로서기
213 ㆍ 홍띠와 물매화
218 ㆍ 팔월에 떠난 바다
222 ㆍ 마지막 전시회
228 ㆍ 야생화가 질 때

〈작품해설〉 박양근
234 ㆍ 서초당 뜰에는 정한情恨이 피고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