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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모든 것을 다 가졌지만 기억이 날아가 버린 여자와 가진 것이라곤 영리함과 삼류무술밖에 없는 남자.
서로에게 새로운 삶을 건네준 환상남녀의 파란만장하고 거침없는 무림 종횡기!

가진 것이라곤
영리함과 삼류무술밖에 없는 청년
진검룡(秦劍龍).
따뜻한 온천에서 몸을 데우던 중
초절정 미모를 가진 여자와 몸이 찰싹 붙어버리는데…….
“소저는 누구십니까?”
“나도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서로에게 새로운 삶을 건네준 환상남녀의
파란만장하고 거침없는 무림 종횡기가 시작된다!

시원시원한 문체와 호쾌한 전개, 주인공 커플의 케미가 돋보이는 작품.
생동감 넘치는 액션 묘사를 통해 무협 소설 본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으며, 드넓은 중원 땅을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주인공의 행보를 지켜보며 많은 독자분들이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으리라고 예상합니다.

第六十八章 참담함에 대하여
第六十九章 재기
第七十章 십반병기술(十班兵器術)
第七十一章 항주에 출현한 천군성 인물
第七十二章 천상옥녀를 찾으러
第七十三章 살수들
第七十四章 호법(護法)이 되고 싶다
第七十五章 생사현관 소통
第七十六章 일대일 대결
第七十七章 동방해룡(東方海龍)

청랑과 훈용강, 정무웅을 비롯한 영웅호위대 제일부대원들은 초조한 표정으로 강 건너를 뚫어지게 주시하고 있다.
진검룡이 영단강 상공을 신선처럼 날아서 건너간 이후 한 시진이 지나서 동이 훤하게 텄는데도 그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강 언덕 너머 초원지대가 보이지 않는데 그쪽에서 진검룡이 날아간 직후인 한 시진 전부터 애끓는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다가 조금 전에 멈추었다.
청랑과 훈용강 등은 진검룡이 검황천문 고수들과 싸우는 것이라고 짐작했다.

영웅문 사람들은 무사히 강을 건너왔는데 어째서 진검룡이 다시 강을 건너가서 검황천문 고수들과 싸우고 있는 것인지 그 이유를 청랑과 훈용강 등은 어렴풋이 짐작했다.
영웅문이 함정을 팠는데 오히려 우호법이 펼쳐놓은 역함정에 걸려서 영웅 고수를 이백여 명이나 잃었기 때문에 진검룡은 극도로 분노했을 것이다.
그래서 여러 차례 운공조식을 거듭해서 공력을 되찾자마자 다시 강을 건너가서 검황천문 고수들을 죽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진검룡의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청랑이나 훈용강, 정무웅도 억울하고 분노해서 머리가 이상해질 지경인데 문주인 진검룡은 훨씬 더할 것이다.
그러나 아까 강을 건너기 전에 봤을 때 저쪽 검황천문 고수들은 아직 오백 명 이상이나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진검룡 혼자 단신으로 강을 건너가서 그들과 싸우고 있으므로 청랑과 훈용강, 정무웅 등은 긴장과 염려가 극에 달했다.
이곳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비명 소리만 들렸는데 그마저도 조금 전에 끊어지고 질식할 것 같은 고요함이 찾아들었다.
그런데 강 건너를 뚫어지게 주시하던 훈용강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나직한 탄성을 터뜨렸다.
“아……! 주군이시다……!”

청랑과 정무웅은 훈용강의 시선을 좇아서 쳐다보다가 강 건너 수십 장 높이의 허공에 하나의 작은 점이 떠서 이쪽으로 쏘아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공력이 비슷한 수준인 훈용강과 청랑은 그 작은 점이 진검룡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작은 점 즉, 진검룡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청랑과 훈용강 등은 점점 더 놀랐다.
처음에는 진검룡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온몸에 시뻘건 피칠을 한 혈인(血人)이 날아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얼굴은 물론이고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핏물 속에 담갔다가 나온 사람처럼 피 일색의 사람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와서 안길 포구 목교로 비스듬히 쏘아왔다.
쿵!
훈용강과 청랑 등은 그 혈인이 목교에 묵직하게 내려서고 나서도 그가 진검룡인 줄을 알아보지 못했다.
청랑이 혈인의 체격이 진검룡과 비슷한 것을 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주인님이세요?”
“그래.”

진검룡의 목소리에는 피로가 더덕더덕 묻어 있다.
청랑이 품속에서 작고 납작한 봇짐을 꺼내면서 말했다.
“대충 핏물을 씻으시고 옷을 갈아입으세요.”
그녀는 진검룡이 상시 필요로 하는 것들을 늘 품속에 지니고 다닌다.
진검룡이 옷을 벗으려는데 핏물에 떡이 져서 잘 벗겨지지 않자 청랑이 도와주었다.
진검룡이 바지를 벗는 것까지 도와준 청랑은 그의 속곳에 손을 댔다.
“이것도 벗어요. 여기에 새 옷을 어떻게 입겠어요?”

그녀는 마치 진검룡을 어린아이 다루듯 했다. 그녀는 십오세 정도 매우 앳되게 보이는데 체구가 자신보다 절반 이상 큰 진검룡을 아이처럼 다루는 것이 희한했다.
진검룡은 중요 부위만 겨우 가린 속곳 역시 피에 흠뻑 젖어서 핏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이곳에 여자는 청랑 한 사람뿐이지만 진검룡은 그녀를 여자로 여기지 않는다.

집에서는 하선이 진검룡의 몸종이라 그녀가 모든 시중을 들지만 청랑은 몸종 이상의 존재라서 진검룡이 하루 종일 그를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속속들이 지켜본 까닭에 그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다.
그가 목욕을 한다든가 옷을 갈아입거나 혹은 또 다른 이유 때문에 그의 알몸은 여러 번 봤기에 한 번 더 본다고 해도 청랑으로서는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진검룡은 굳이 거부할 일도 아니라서 속곳마저 벗고 목교 아래 강물로 뛰어들어 대충 씻고는 둥실 떠올라서 목교에 깃털처럼 내려섰다.
청랑이 깨끗해진 진검룡에게 속곳을 내밀자 그는 묵묵히 입고 나서 그녀가 내미는 산뜻한 흑의 경장 한 벌을 입었다.

진검룡이 옷을 다 입자마자 훈용강이 더 이상 못 기다리겠다는 듯 긴장된 얼굴로 물었다.
“주군, 어떻게 된 겁니까?”
평소의 훈용강이라면 이런 식의 질문은 하지 않는다. 내 일이 아니면 매사에 무관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다.
진검룡은 강 건너를 쳐다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