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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생은 그 자체로 하나의 우주다. 한 사람이 거쳐온 수십 년의 시간은 또한 그가 진심을 부리며 살아온 지난한 시간이자, 그가 지고 온 십자가라 하겠다.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을 기꺼이 짊어지고 험난한 고비를 넘으며, 오늘이라는 현재의 시간에 이른다. 지금, 다시 돌아보니 모두 그리움의 길에 올라와 있다. 자신이 사랑한 모든 기쁨과 행복과 즐거움과 안락은 물론이거니와 그에 따른 애증과 미움과 서러움과 안타까움과 애틋함 마저 모두 그리움의 길 위에 있다.

신경희 시인의 작품에서 진심과 올곧음을 만난다. 시인의 인생이 녹아 있는 작품들은 시인이 걸어온 오롯하고 어머니처럼 살틀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지극 정성의 어머니를 만난다. 어머니처럼 따뜻하고 올곧은 정신을 만난다. 그는 선생님이면서도 어머니처럼 학생들을 가르쳤으리라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또한, 작품들 속에서 바로 서 있는 정신을 만난다. 그가 걸어온 길이 곧 바른길이자 바른 정신의 소유자라는 것이 드러난다.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며 자연을 예찬하는 그는 앞으로도 생을 긍정하면서 살틀한 정신을 앞세우고 나아갈 것이라 기대한다.
- 김신영 (문학박사, 가천대 교수)

4 작가의 말 | 첫 시집을 출간하며

제1부 그리움 다져 앉는 뜨락
12 부러움
13 엄마 봄
14 눈 내리는 바다
15 까닭
16 바람, 인연, 바람
17 이제 그만
18 자유
19 임
20 꽃비 내린 날
21 눈에
22 사랑은
23 몽돌의 노래
24 그냥
25 사이
26 그리움 다져 앉는 뜨락
27 물도리 강에서
28 갈 수 있다면
29 달랑 이천원(사회생태)
30 하늘은
31 아픔

제2부 비둘기 시루
34 조바심
35 숨바꼭질
36 높이와 너비
37 달팽이
38 물과 구비
39 친구를 보내며
40 자연
41 숙제
42 미로 미로에서
43 때 늦은 항복
44 털모자 병정
45 착각
46 비둘기 시루
48 겨울 끝
49 퍼즐과 바둑
50 물 한 모금
51 바람 숲-1
52 바람 숲-2
53 나를 찾아
54 북어와 겨울나무

제3부 골바람길에서
56 겨울 봄
57 광화문에서
58 물마루 사랑
59 스승의 마음
60 머드 안에서
61 달 사랑
62 여전히 따스한데
63 스님의 옷
64 간다
65 물풀
66 나무에게
67 조약돌 세상
68 열쇠
69 새해 유감
70 고마움
71 풀꽃 예찬
72 별꽃
73 여름 칵테일
74 겨울 민들레
75 골바람 길에서

제4부 오메 어쩔까
78 산다는 것은
79 기다리는 마음
80 어항 살이
81 어쩌면 좋을까
82 바람 부는 대로
83 소소한 일상
84 반비례
85 빈 둥지
86 아버지와 낚시
88 위로
89 카톡- 묘서동처猫鼠同處
90 하늘 주정
91 무뎌진다
92 산사에서
93 마중물
94 눈길
95 오메 어쩔까
96 덕장의 봄날
97 병상에서
98 귀 닫는 마음

제5부 시의 노래
100 그림자 놀이
101 강
102 단풍이 상수
103 벗에게
104 평화의 시간
105 망개떡
106 내 안에 당신(바이오 패스)
107 꽃으로 가는 길
108 응원
109 늦더위
110 부끄럽소이다
112 순환
113 꼬옥 잡으렵니다
114 만파식적
115 연애편지
116 시의 노래
117 자연인의 땅에서
118 닮음과 다름
120 나무라면
121 따그락

수필
124 추억과 사랑
128 ‘어떤 사람이기에’에서
131 미안하다
134 시선
138 장흥 장날
141 어르신
144 맹자를 만나라
146 세 살로 가고 싶어요
148 아기 상어
151 기억해 주세요

해설
156 오릇한 시심에 담긴 살틀한 그리움 | 김신영

부러움


어머니 생각으로
왈칵 울음 쏟아 내는 임을 보았습니다

애절한 아픔 말없이 바라보다
내 눈에서도 주룩 눈물 흐릅니다

임의 마음 헤아리는 울음이 아닙니다
그리워할 수 있는 임을 부러워하는 속내입니다

가슴 못에 퐁당인 임의 눈물이
깊은 내 설움에 마중물 되어

숨어있던 그리움 못 밖으로 끌어내니
참았던 서러움 폭포 져 흐릅니다



엄마 봄


살그머니 다가와 어루만지니
깊숙이 팬 모래 자욱
뽀얀 살결 반짝이는 꽃길로 퍼지고

발버둥 치며 우는 파도 다독여 재우니
일렁임 잊은 바다
옷자락 살랑이며 이부자리 펼치는데

양 무리 쫓아가며 뒹굴던 태양
고된 하루 내려놓고
너부죽이 눕는 저녁

엄마는 하얀 등불
하늘에 걸어두고
꽃 걸음 서둘러 바닷길로 가신다



눈 내리는 바다

헤어짐 서러워 목멘 아픔
포말로 토해내며 하늘 오르더니
바람 몰아치는 날 꽃잎 되어
팔랑이며 내린다

녹아드는 꽃송이에 스며지는 사랑
출렁이는 파도로 허허대며 춤출 때
먼 마을 산 위엔 하얀 축복 쌓인다






까닭


여름을 가을을 또 겨울마저
모를 리 없건만
오직 봄을 노래하는 까닭은

홀로 있는 외로움
새소리로 달래고
홍진에서 불러주길 기다리며

삭 바람 이긴 겨울 생명 살아내듯
기다림에 끈
놓지 않고 있음이다



오메 어쩔까


은 갈색 머릿결
오스카상 배우일 줄 알았는데
흑단의 뽀글머리 어머니가 나오신다

산수傘壽* 지나 패인 골짝 메울 수 없어도
서릿발 내린 길 덮을 수 있다 하신 임
왜 거기에

미워한 적 없건만 닮아 가는지
다시 보는 거울 속
놀란 눈 껌뻑이는 뽀글이 할미

서리 길 피하려다
콜타르 포장을
오메 어쩔까

　* 80세를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