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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삶에서 승리보다 패배가 더 근본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닥쳐오는 좌절과 고통을 차라리 긍정할 수도 있습니다.
오는 것은 오는 것이고 가는 것은 가는 것이지요.
가서 더 좋을 수도 있지만 왔을 때도 그것대로 참을 수 있는 것이 됩니다.
지그시 참는 가운데 은근히 찾아드는 삶의 희열 같은 것도
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오는 것이 왔을 때 그것이 왜 왔느냐고, 하필이면 왜 내게 왔느냐고,
견딜 수 없노라고, 눈물 흘리며 소리 내서 울지 않고
삶이 원래 그러한 것임을 다시 한번 음미하며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평온히 대할 수도 있지요.
이제 멀리서 오는 것들을 가슴 졸이며 기다려봅니다.
2023년 가을 저자 변종환

구모룡(문학평론가 · 한국해양대 교수)
변종환 시인은 “나의 시는 반성문”(「나를 위한 헌시」에서)이라고 진술한 바 있다. 서정을 추구하는 시인은 누구나 현재의 시간 저편에 내재한 아름다운 기억을 돌이켜 그리워한다. 이러한 의식이 지금 이 시간의 ‘나’와 현실에 대한 반성의 기제가 되는 것은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시인이 자신의 시를 일러 “반성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특별한 의도의 소산이다. 삶의 여정에서 의미심장하게 찾아오는 어떤 전환의 계기를 강조하려는 시어의 배치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반성의 행위는 회한, 분노, 슬픔, 고통 등의 감정을 이겨내면서 존재를 새로운 지평으로 견인하는 시적 과정을 포함한다. 당연하게도 시인의 시 쓰기는 단순한 ‘반성문’이 아니며 마음이 나아가는 내적 행로가 된다.
「변종환論」 중에서

제 1 부 멀리서 오는 것들
상소문 _ 13
멀리서 오는 것들 _ 18
가짜 뉴스 _ 20
아라홍련阿羅紅蓮 _ 21
새벽 낙동강 _ 22
회룡포回龍浦 가는 길 _ 24
금정산 고당봉金井山 姑堂峰 _ 26
막장에서 - 탄광촌 가족일기 _ 28
별 하나 _ 29
달빛 산책 _ 30
시집 한 권 _ 31
별이 빛나는 밤에 _ 32
폐사지 삼층석탑 _ 34
부석사浮石寺 _ 35
함평의 나비에게 - 나비축제 _ 36
주름살에 대하여 _ 37
인생은 아름다워라 - 김영희 닥종이공예작가 _ 38
어느 시인의 울산 이야기
- 울산 동구를 축복하다 _ 40
영원히 불타오르는 횃불이여!
- 독립투사 박재혁朴載赫 순국 100주년을 추모하며 _ 41

제 2 부 천문대 가는 길
천문대 가는 길 _ 47
백양산 애진봉愛鎭峰 _ 48
기다림 _ 49
흔들린다는 것은 _ 50
나를 위한 헌시獻詩 _ 51
겨울 운주사雲住寺에서 _ 52
교감交感 _ 53
달빛 노래 _ 54
송천리松川里에서 쓴 편지 · 5 _ 55
송천리松川里에서 쓴 편지 · 6 _ 56
송천리松川里에서 쓴 편지 · 7 - 시인의 길 _ 57
송천리松川里에서 쓴 편지 · 8 - 깨달음의 밤바다 _ 58
별의 행로行路 _ 59
꽃의 서시序詩 _ 60
못 하나 _ 61
바람 세례洗禮 _ 62
백양산 운수사白楊山 雲水寺 _ 63

제 3 부 동강東江에서
달구경 _ 67
사랑, 잠들기 전 _ 68
외투外套 _ 69
연민에 대하여 _ 70
동강東江에서 _ 71
연지동 산14번지 - 재개발 2구역 _ 72
역수易水를 생각함 _ 74
노량바다에서 _ 76
다시 노량바다에서 _ 78
순수를 꿈꾸며 _ 79
송천리 시편松川里 詩篇 · 1 _ 80
송천리 시편松川里 詩篇 · 3 - 호접몽胡蝶夢 _ 81
송천리 시편松川里 詩篇 · 5 _ 82
송천리 시편松川里 詩篇 · 6 - 낙화 _ 83
송천리 시편松川里 詩篇 · 10 _ 84
송천리 시편松川里 詩篇 · 13 _ 85
송천리 시편松川里 詩篇 · 18 - 그대 찾아가는 길 _ 86

제 4 부 경주 남산
사랑 여행 _ 89
경주 남산 _ 90
풀잎의 고요 _ 92
허공에게 _ 94
파도에게 _ 95
황매산 영암사지靈岩寺址 _ 96
빨랫줄 _ 97
눈을 주제로 한 _ 98
첫눈이 오기 전에 _ 100
별 _ 101
포옹 _ 102
능금 한 알 _ 103
겨울 산 _ 104
흑백사진 _ 105
일기日記 · 7 - 몽유도원夢遊桃園 _ 106
여행 · 6 - 정선에서 _ 107
여행 · 7 - 무량수전 _ 108
새는 _ 110

？변종환論
존재의 슬픔에서 원융한 사랑으로 / 구모룡 _ 111

？공공장소 ‘변종환 시비’ 건립 안내 _ 131
풀잎의 잠 / 꽃의 서시序詩

산다는 것은
먼 이역으로 떠나는 뱃고동 소리
누군가 고마울 때는
고요한 마음의 파문처럼
눈물로 자국을 남긴다

저녁이 오히려 빛나는 순간
미더운 말씀으로 서로를 다독이며
돌아오는 사람들은 아직 낯설고 외롭다

내가 기다리던 정다운 사람이며
망각한 듯 반가운 모든 것이
해 질 무렵 황홀한 풍경으로
멀리서 돌아오는 이 순간
고마울 때는
말없이 눈물로 자국을 남긴다
- 변종환 「멀리서 오는 것들」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