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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부의 『길에 선 나무는 웃지 않는다』는 크게 5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권대근(문학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
작가의 미의식, 수필의 자양분
- 고수부 제10수필집을 읽고 -

고수부 수필가는 감각을 통해 자아를 포함한 세계와 만나고, 독자는 감각을 통해 수필과 교감한다. 수필가는 수필을 쓰면서 감동의 고지를 오르기 가장 쉬운 전략을 선택하고, 자신이 선택한 전략적 방법을 통하여 자연적으로 주제를 문학화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선택하는 제재는 의식의 지향성에 의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와 가장 밀접한 사물이나 상황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긍정적인 사고’ ‘성실한 자세’ 등의 화두는 그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코드화된 어휘들이다. 특히 고수부의 수필은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삶의 진리를 담고 있어 좋다. 수필은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현실적 요소에 필수적으로 인간적인 요소가 가미될 때 그 지점에서 비로소 수필이 문학이 되는 것이다. 수필가는 언제나 깨어 있는 마음의 눈으로 사물을 보는 존재다. 그러나 육안은 사물의 겉만 볼 수 있다. 그의 수필은 첫수필집에서 열 번째 수필집으로 나아가면서 다른 많은 변화를 보인다. 무엇보다도 본격수필의 이론을 관통하면서, 문학적 성취가 빛난다.
이런 질적 변화는 고수부의 본격수필에 대한 고민이 깊었던 결과라 하겠다. 고수부 수필가는 이중 층위의 활용으로 목표영역을 잘 변용시켜 자신의 수필시학을 완성했다. 이 수필집에는 곳곳에 비유가 있으므로 독자들은 한층 문학적으로 확장된 맥락에서 수필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삶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대상을 응시하고, 그 대상을 직접적인 수필의 대상으로 삼아 미적 경로라는 프리즘을 가지고 응시하는 고수부 수필가의 미의식이야말로 바로 수필을 쓸 때 기본으로 삼아야 할 자양분이 아닐 수 없다. 가슴에 문을 닫고 나와 식물, 나와 동물 사이에 벽을 높이는 단절의 공간에서 자기도취에 만족해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현대인이라면 고수부는 가슴과 눈을 열어 세상이 보내는 발신음을 듣고자 세계 속에서 언제나 내포적 자아를 취한다. 여러 가지 형상으로 다가오는 현상을 직관하고, 정서적 반응을 보이며, 현상의 속살을 환히 볼 수 있는 영안을 가졌기에 그가 창조해낸 창작물은 결코 예사로울 수가 없다. 이 수필집은 아직 베스트셀러는 아닐지라도 베스트에세이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머리에·4
서평｜작가의 미의식, 수필의 자양분
/ 권대근(평론가, 대신대학원대학교 교수)·228
1부
흙에 묻은 진주
푯대·15
재현의 욕망·19
격세지감·24
흐르는 물처럼·29
쌀밥 한 그릇·34
굴레 속에서·39
솔리테어·43
서주레지던스의 서재·48
손자의 ‘넵’·53
흙에 묻은 진주·58

2부
물댄동산
물댄동산·65
빙하·70
손님·75
물 한잔·80
현대판 고종명·84
날벼락·89
수생반·93
탑건2와 F-18전투기·98
애마의 눈물·103
오, 대한민국·107

3부
오늘도 걷는다마는
오늘도 걷는다마는·115
백세시대에·119
노년과 노화·124
팔려가는 당나귀·129
일일 일선·133
돌멩이가 날아온다·138
사라진 그녀·143
나의 인정투쟁기·148
설레지 않는 것들·153
스승의 눈물·157

4부
그때 그 사람
10분과 2시간·165
추억의 집·2·169
군자란 꽃이 피었네·173
쌀 10킬로그램·177
그때 그 사람·181
유엔군 이야기·186
송카우의 동녘 하늘·190
한 줄기의 그 빛·195
둑·199

5부
독자 후기
아홉 번째 수필집 발간을 축하합니다·207
추억의 집？을 읽고 나서·209
석양에 물든 가을바다？를 읽고·212
아내를 읽고·215
수필집 6집과 9집을 읽고 나서·217
제9수필집을 읽고 나서·220
무에서 유를 창조하시는 손길이·222
추억의 집？을 읽고1·224
추억의 집？을 읽고2·225
작가님이 펜을 놓으셨다니·226

푯대

지난주 집에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여기 타라휘트니스인데요. PT 레슨 안 받으세요?” 새로 온 헬스장 PT 선생님의 전화다. 그렇잖아도 지난번 PT 선생이 떠난 후 후임자로 누군가 오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던 차에 반가웠다.
헬스장에 가서 그를 보는 순간 첫인상이 좋고 어딘지 감성이 풍부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운동을 많이 한 단련된 체격을 갖추었으며 걸음걸이가 빠르고 동작이 민첩하였다. 레슨 방법도 지난 번 선생과는 많이 달랐다. 예전에는 처음부터 철봉에 가서 매달리는 연습을 했으나 이번 선생은 운동 전에 여러 가지 기초 동작을 가르쳤다. 스트레칭의 방식에 새로운 것들도 많았다. 바닥에 그어놓은 선 앞에 바로 서라고 한 후 눈을 감고 제자리에서 몇 분간 걸은 후 눈을 떠서 확인해보라고도 했다. 제자리걸음을 걸었으나 앞으로 나간 만큼 불안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 시계를 장착하고 ‘팔 벌려 뛰기’ ‘팔 돌리기“ 등 여러 가지 스트레칭 동작들을 했다. 중간 중간에 물을 자주 마시라면서 수시로 쉬는 시간을 주었다.
잠깐 쉬는 시간에 질문을 하곤 했다. “아버님, 그 전에 무슨 일을 하셨어요?” 직업군인이었다고 하니까 “네?” 이상하다는 눈빛이다. 이어서 내가 말을 했다. “월남전에도 참전했어요. 라고 말하니 “네?”하며 놀란다. “군 생활 34년 동안에 보병사단 대대장, 국방부, 전쟁기념관 근무 등을 마치고 퇴역했지요. 지금은 수필을 쓰고 있는데 수필집도 여러 권 냈어요. “네?” 하고 감동하는 표정이다. 그때 진지하게 나한테 질문 하나를 던졌다. “보아하니 선생님은 인생을 성공적으로 사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나요? 비법을 좀 가르쳐주세요. 인생을 잘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한 PT 선생님한테 어떻게 답해야 할지 막막했다. 올바르게 사는 방법을 한 마디로 어떻게 말한다는 말인가.
그날 한 시간의 레슨이 끝나고 집에 와서 쉬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아버님이 쓰신 수필 중에 ‘진주반지’라는 제목으로 쓴 글 있습니까? “ 아니 어떻게 생전 처음 만난 사람이 내 수필 제2집에 있는 제목을 알았을까? 어떻게 알았느냐고 물었더니 인터넷에 들어가 찾아보니 누군가가 읽었는데 재미있더라고 쓰여 있어 알았다면서 책 한 권 갖다 줄 수 없느냐고 한다. 세상이 넓다하지만 참으로 좁구나. 내 책이 거기까지 전파되다니 무척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다음날 제2수필집 『진주반지』 한 권을 갖다 주었다. 그는 운동하다가 잠시 쉬는 틈에 또 질문을 했다. 아버님은 올바른 인생을 사신 것 같은데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 수 있나요? 정작 나 자신은 성공한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으며 부족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어서 오히려 때로는 열등감에 사로잡힐 때도 많은데 이렇게 모르는 제3자로부터 성공한 삶이고 올바르게 살았다고 인정해 주니 사기가 오르고 고맙기도 했다. 그러나 쉽게 그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몇 가지 방법을 생각해봤다. 시간 관리를 잘해라. 목표를 크게 정하고 마음속에 성공의 자화상을 그려라. 부단한 자기 계발에 노력하라는 등이 떠올랐으나 이런 것들을 강조하면 판에 박은 잔소리처럼 들릴 것 같았다. 쉬운 것 같으면서도 어렵고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쓴 수필집 1권부터 9권까지 통독하면 거기에 얼마간의 답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요약해서 한 마디로 답하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한 마디로 말하라고 하면 ‘목표를 크게 세우고 성공한 모습의 자화상을 마음속에 그리고 반드시 성공한다는 신념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었다. 나는 청년시절 부터 하나의 신념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 오늘에 이르렀다. 이러한 신념은 한 권의 책이 밑거름이 되었다. 그것은 C.M.브리스톨의 『신념의 마력』이라는 책이다. 이 책을 수없이 반복하여 읽고 또 읽으면서 신념을 다졌다. 저자는 한 가지 원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믿음을 가지라고 역설한다. 무엇이든 믿고 노력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신념을 강조했고 나는 그 말을 믿고 노력했다.
대학졸업과 함께 ROTC장교로 임관하여 장기복무를 지원했고 군에서 장군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것도 별 네 개를 어깨에 단 4성장군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나는 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대령도 못되고 중령에서 끝났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한 목표를 설정하지 않았더라면 그마저도 달성 못한 채 중도 하차했을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수필을 쓰고 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베스트셀러 명수필집을 만드는 것이다. 지금 나의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지만 목표를 세우고 푯대를 향하여 나아간다면 안 될 일도 없지 않은가. 이순신 장군에게 열두 척의 배가 있었다면 나에게는 한 권의 책 『신념의 마력』이 있다.


-권두언-제10수필집을 내며

평소에 책 한 권 내고 싶었으나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연했다. 마침 친구의 소개로 용산문화원 수필반에 다니게 되었으며 그 곳에서 공부하는 동안 수필을 쓰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필 공부한 지 3년 만에 책 한 권 분량의 수필이 모아져 첫 작품을 내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내 글을 발표한다고 하니 여러 가지 걱정이 앞섰다. 글의 소재도 빈약할 뿐 아니라 문학에 문외한인 내가 감히 책을 출간했다가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하고 많이 망설였다. 그러던 중 함께 공부하는 문우가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어 용기를 냈다. 그 결과 첫 수필집 『댓돌 위의 갈색 구두』가 탄생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한 권씩 지인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염려했던 것과는 달리 의외로 반응이 좋아 거기에서 힘을 얻어 제2집 『진주반지』를 그 이듬해에 발간했으며 그 여세를 몰아 제3집, 4집, 5집∼제9수필집까지 발간하게 되었다.
책을 여러 권 펴냈더니 주위에서 칭찬도 많이 하고 수필작가라고 불러주었다. 하지만 아직도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것은 처음이나 지금이나 매 한 가지다. 글쓰기는 동아리 모임과 함께 공부하면서 글을 써야지 혼자는 글이 써지지를 않았다. 처음 찾아갔던 용산문화원 수필반은 이런저런 이유로 해체되고 그후 마땅히 글공부할 곳을 찾지 못해 한동안 방황했다. 그러던 중 마침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필창작과에서 본격수필 저자인 권대근 교수의 강의를 듣게 되는 기회가 주어졌다. 여기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수필공부를 하게 되었다.
지금까지는 ‘수필은 붓 가는 대로 쓰는 것이다’라는 이론에 따라 무조건 다작에만 몰두했으나 본격수필에서는 “수필은 문학이요, 문학은 언어로 하는 예술이다. 아무리 좋은 글이라 해도 예술성이 없으면 문학이 아니요, 문학성이 없으면 유명한 수필가가 쓴 글이라 해도 수필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작품은 최대한 문학성을 살려 썼다. 그렇다고 단번에 그런 문학적인 글이 나올 리는 만무하고 앞으로 더욱 정진하여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글쓰기를 생의 후반기 제2의 인생 목표로 정하기를 잘했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져 지금은 은퇴 이후에도 2∼30년을 더 살 수 있다. 글을 씀으로써 가슴 속에 있는 느낌, 사상, 삶의 의미 등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말할 수 없는 만족감과 희열을 느낀다. 베란다에 핀 꽃 한 송이를 보고 감동하여 글 한 편을 만들어낸다. 그 감동을 글로 표현했을 때 결과물에서 느끼는 감동의 효과는 배가된다. 무엇이나 열중하고 몰입할 때 잡념이 없어지고 정신건강에 좋다. 언제 어디서나 내 머리 속에는 다음 주에는 어떤 소재로 글을 쓸까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 있어 다른 생각들이 들어올 틈이 없다. 한 가지 주제를 잡으면 그것을 붙들고 하루 이틀 아니 한 주 내내 늘어진다. 일단 글 한 편을 쓰고 나면 문장이 도무지 마음에 안 들어 계속 퇴고를 반복한다. 하룻밤 자고 고치고 그 다음날도 수정하며 그렇게 계속하다 보면 점점 글이 부드러워진다. 처음엔 탁한 물이었던 것이 여러 번 물갈이를 통해 맑은 샘물이 나오듯 산뜻한 글 한 편이 나온다. 그 순간의 희열, 완성했다는 성취감은 그것을 한번이라도 느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의 순간, 뇌에서는 행복과 기쁨의 엔도르핀이 대량 분비된다.
여기에 수록된 내용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수생반에 나가 발표한 작품들을 모아 실었다. 주로 주변에 있는 사물, 사람 그리고 그동안 읽은 책 속에서 소재를 찾아 주제를 설정했고 메시지를 담았다. 시중에서 별로 인기도 없는 수필집을 왜 자꾸 내는가 하는 회의감도 들었지만 이왕에 애써 써놓은 글들을 책상 서랍 속에 넣어두기엔 아까운 생각이 들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도 있듯이 매주 정성들여 쓴 수필들이 나에게는 금과옥조 같은 귀한 보물 같기에 이렇게 책으로 묶어 제10집을 내게 되었다. 그동안 평범한 내 글에도 공감하고 긍정적인 독후감과 격려의 편지를 보내준 얼마 안 되는 독자 여러분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