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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을 정리하고 간병사 시험을 보아 전국 1호 부부 간병사가 되었던 저자는 노인 병원과 요양원에서 어르신들을 어머니처럼 모시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즐겁게 해드린 세월이 한 10년 지나자, 거짓말처럼 오십 평생 앓아 오던 신경성 위장병이 말끔히 나았다.
만성 피로에 시달려오다 건강이 좋아져 삶의 의욕이 살아났다. 그리고 소심하던 성격이 대범하고 적극적으로 바꿨다.
인생 후반기는 깨어난 의식에서 성찰을 통하여 삶의 흔적을 차곡차곡 쌓아 모정과 고향, 간병사로서의 인간애를 이번 세 번째 수필집에 담았다.

월간 수필문학 발행인 강병욱
전국1호 간병사가 되었던 저자의 인생흔적과 인간애와 삶의 애환를 서정적으로 구사하며 수필작품으로서의 면모를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1. 인연
초인적인 힘 … 16
어머니의 고독 … 20
인간 상록수 … 24
전쟁의 상처 … 27
현몽(現夢) … 30
장날 … 34
특수 침대를 만들다 … 37
이웃사촌 … 41
신발 한 켤레 … 45
인연 … 48
2. 어떤 결심
도깨비 놀이 … 54
적선·1 … 58
어떤 결심 … 61
음악 치료 … 64
청일점 … 67
만복(晩福) … 71
날궂이 … 74
기(氣) 관하여 … 77
적선·2 … 80
애견인 … 84
3. 침 먹은 지네
공붓벌레 … 88
모정의 탑 … 91
특이한 체질 … 96
몸에 물대기 … 100
침 먹은 지네 … 103
단전호흡 … 106
별명에 대하여 … 110
불면증 … 113
자전거 사고 … 117
내일을 위하여 … 121
4. 동양의 나폴리 통영
고향의 보물 … 126
꽃동산 … 130
도심 속의 오아시스 … 133
동양의 나폴리 통영 … 136
통영 사투리 … 139
족보(族譜) … 143
주인 의식 … 146
물물교환 … 149
한류열풍 … 152
칡과의 전쟁 … 156
5. 아름다운 도전
갑질 … 162
새터민 … 166
신문고(申聞鼓) … 169
아름다운 도전 … 173
연날리기 … 176
탑을 쌓으며 … 180
우리말 달인 … 184
때늦은 동창회 … 187
돌탑 사건 … 191
자리다툼 … 194

어머니의 고독
내가 사는 마을의 동구 밖에는 충신, 효자, 열녀의 선행을 알리기 위해 세운 비석을 모아둔 작은 동산이 있다. 남다른 삶을 살았을 주인공들의 행적을 알고 싶었으나 비문이 한문으로 쓰인 데다가 훼손되어 읽어 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곳을 지나칠 때면 훗날 내 어머니도 “어느 누가 기억해 줄 것인가.” 생각하곤 했다.
어머니는 18세에 아버지와 결혼하여 10년을 살다가 6.25 전쟁으로 생이별하게 되었다. 전장으로 떠나던 날 당신이 낳은 자식을 마지막으로 안아보고 어머니께 건네며 ‘수돌이 잘 키워 달라.’고 부탁했단다.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전사 통지서를 받고 혼절하셨다. 시신 없이 장례를 치를 수가 없어 빈소만 차려놓고 며칠 밤낮을 통곡하는데, 아버지께서 마지막으로 부탁한 말이 귓전을 울렸다. 네 살배기 어린 것을 잘 키우는 것이 남편과의 언약을 지키는 일이고 도리이며, 핏줄을 잇는 일은 사랑하는 남편을 환생시키는 것이라고 믿었다. 비록 하나뿐이지만 여러 명을 기르는 정성을 기울이면 열 자식 부럽지 않게 키울 수 있다고 다짐했으리라.
혼자서 농사지으며 자식 키우기가 쉽지 않았다. 의지가지없는 홀몸이라 업신여기고 무시당하는 온갖 설움을 감당하기는 무척 힘들었다. 더구나 개가(改嫁)해 가기를 바라던 친척들은 집요하게 자산을 갉아먹었다. 그럴 때면 어머니는 도마뱀 꼬리 떼듯 위기를 모면했고, 먹구름에 가려진 암담한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았으며 구성진 「감장사 노래」로 마음을 달래곤 했다.
어머니는 어려서부터 불규칙하게 불면증을 심하게 앓았다. 그런 증세가 있을 때는 밤중에도 집안일을 했다. 어느 날 밤 절구질을 한 것이 도깨비가 난 것으로 소문이 났는데, 남자가 그리워서 한 행위로 와전되어 유혹의 손길을 뻗치는 남자까지 생겼다. 접근하는 남자를 타일렀는데 설득이 안 되어 중학생인 나를 방패막이 삼았다.(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