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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선태의 『지금 출발하자』는 크게 5부로 나누어져 있으며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이향아
그가 시인으로 새롭게 출발을 하게 되었던 것은 시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 아니었고, 자기 현시욕으로 존재를 드러내려는 욕구가 강했기 때문도 아니다. 친근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찬양하고 싶었으며 그 가운데에서 부여받은 인간으로서의 생명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감사와 찬양이 있는 그의 시는 편안하고 막힘이 없으며 순탄하다.


녹음이 우거진 길을 걷습니다. 어제도 걸은 길, 오늘도 기분 좋게 걷습니다. 푸르름이 주는 편안함과 환희가 가슴속을 가득 채웁니다.

그러나 나뭇잎 붉게 물들고 낙엽 되어 떨어질 때를 생각하면 안타까움과 함께 마음이 바빠집니다. 이것저것, 이 일 저 일 내려놓고 좀더 감사하고 좀더 사랑하며 살아야겠습니다.

갈수록 시 쓰기가 어려워지는 것 같습니다. 흘러가는 세월과 함께 눈높이는 높아졌으나 문재文才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자꾸 일어나는 것은 어떤 이유인지요?

부족한 대로 제4시집을 세상에 내어 놓습니다. 기쁜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교차합니다.

해설을 써주신 이향아 교수님과 표지 그림을 제공해 준 친구 홍종구 작가에게 감사드리고 성가신 일을 도와준 법무법인(유)로고스 권애란 직원에게도 감사를 표합니다.

2023년 8월
인암 황선태

1부
갈촌역
낙화의 여운
파문바람이 흔든다
최선을 다할 때
좋은 사람
좋은 친구
가을 공원
12월을 보내며
새해
우수살아 있으면 피어난다
살아 있는 건 축복이다
솟아나는 숨결
오월의 한낮
새날의 함성

2부
입춘날에
좋은 보금자리
평당 1억 아니라도
꽃씨의 기도
단풍나무 길
9월
두 얼굴의 가을
겨울 노목
밤하늘의 별
신월리 바닷가에서
리본 하나
대한항공 피폭자 위령탑 앞에서

3부
지금 출발하자
승자와 패자
때는 기다리지 않는데
사랑은 내리사랑
마음 바꿔 먹기
찾는 발길 끊어진
낡은 등산화
살아가는 길
그대는 누구인가
누가 묻는다 해도
아름다운 나이
외로움 속의 불빛
아내 간병하는 친구의 아픔
아픈 세월
죽음은 끝이 아닌가

4부
진실은 힘이다
숭례문 이름 앞에
수재열리지 않은 창
읽을거리
배고픈 세월
녹아내리는 양심
눈에는 눈
아이웨어
옆도 보세요
파리를 잡으려다
병풍 두 폭
패트병
오진 아니겠지요
국민의 뜻대로

5부
그 피의 그 피
이빨만 휑하게 남아
동생 생각
사진 한 장
새벽부터
손녀에게 가는 길
겸연쩍은 웃음
안식
11월
세모생명의 빛, 사랑의 빛으로
오늘의 기도

작품해설 (이향아)

진실은 힘이다


파란 하늘이 그리웠다
검은 동굴 속을 얼른 빠져나오고 싶었다
그 속엔 억울함과 분노, 좌절과 미움이 있을 뿐

진실이 가려질 때
강퍅한 마음에 싸여
동굴에 깊이 갇히게 된다

뚫고 나올 수 있는 원천은 진실뿐이다
진실은 힘이다, 진실은 밝혀져야 한다
삶은 진실을 지키기 위한 고된 싸움이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라는 말이
왜 회자되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