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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날 한 줄기 소나기 같이 시원한 그의 수필에서 독자들은 유쾌한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담박하고 자신만만한 안경환의 수필은 미래 수필의 한 방향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안경환의 수필은 긍정과 사랑으로 요약 하 수 있을 정도로 글마다 지극히 긍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 그의 사랑은 자신에서부터 이웃에 이르기 까지 넓고 다양하며 특히 나라사랑하는 마음을 절절히 담고 있는 수필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가족사랑이나 이웃사랑은 수필에서 많이 다루어지는 내용들이지만 나라사랑을 수필 속에 녹여서 표현하기란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기에 안경환의 수필세계 특징 중의 하나라고 말 할 수 있다.자칫 딱딱 하거나 교훈적이어서 문학성과 다른 감각으로 생각되기 쉬운데 그것을 극복해 내는 것은 그의 신념에 찬 문장력이다.

-오경자(국제펜한국본부 부이사장)

김용재(국제PEN한국본부 이사장)
국제PEN한국본부는 1954년에 창립되고 이듬해인 1955년 6월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열린 제27차 국제PEN세계대회에서 회원국으로 가입되었다. 초대 이사장은 변영로 선생이 맡고 창립을 주선했던 모윤숙 시인이 부이사장을 맡았다. 이하윤, 김광섭, 피천득, 이한구 등과 함께 창립의 중심 역할을 했던 주요섭이 사무국장을 맡았다.

6·25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겨우 1년이 되는 시점에 이루어낸 국제PEN한국본부의 창립은 매우 깊은 의미를 담는 거사였다. 그동안 국제PEN한국본부는 세 차례의 국제PEN대회와 8회의 세계한글작가대회를 개최하며 수많은 국내외 행사를 주최해 왔다. 이에 내년 2024년에는 창립 70주년을 맞이하게 되어 그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PEN 회원들의 작품 선집을 발간하기로 하였다.

여러 가지 기념사업을 진행하지만 회원들의 주옥같은 작품집을 선집으로 집대성하여 남기는 일은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시와 산문으로 구성되는 선집은 우리 한국문학사의 중요한 족적을 남기는 귀중한 역사 자료로서의 가치를 갖게 되리라고 믿으며 겸허한 마음으로 70주년을 자축하는 주요 사업으로 진행하게 된다.
참여해 주신 회원들께 감사하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기꺼이 출판을 맡아 준 도서출판 교음사의 강병욱 대표에게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1. 추억 소환

아름다운 사람들 … 18
눈이 번쩍 … 22
람세스 … 26
감쪽같이 … 30
추억 소환 … 35
잠수함을 알아가다 … 39
서글픈 행운 … 42
신(神)의 맛 … 47
엄마가 변했어요 … 52
균열 … 57
꼰대 여행 … 61
꼰대 엄마 … 66

2. 환상의 콤비
편한 나이 … 72
캥거루 … 76 해결사 빼고
환상의 콤비 … 80
랍스타 … 83
오지랖 … 87
예단 … 91
갈치 … 94
우리 엄마는 그랬다 … 98
조카 연정이 … 102
쓸쓸한 뒷모습 … 106
달래촌 … 110
예지몽 … 115

3. 내 생애 값진 날
신뢰 … 120
내 생애 값진 날 … 124
열쇠 … 128
허세와 궁상 사이 … 132
사회적 관계 … 136
삼생이 … 141
춘자 … 145
참을 걸 … 148
뿌리 … 151
교육법 … 155
오케스트라 … 160
팥 주머니 사랑 … 164
황금기 … 167

4. 아! 풀꽃 만남
이태원 … 172 가족사랑 빼고
꽃신 … 176
아! 풀꽃 만남 … 180
세 모녀의 은밀한 대화 … 184
계영배 … 189
70돌 … 193
몽돌 … 198
잿밥에 눈멀어 … 202
칠순 잔치 … 207
오십만 원 … 211
인복(人福) … 215
전복 여덟 마리 … 219
정체성 … 223

글로서 인생의 의미를 / 곽유정 … 228

감쪽같이

살이 빠지면서 가슴골 오른쪽에 밤톨만 한 멍울이 잡혔다. 약간 걱정은 되었지만, ‘별것 아닐 거야’라고 자위를 하며 보냈다. 그해 추운 겨울의 터널을 지나고 봄이 되면서 멍울의 중심으로 가끔 전기가 통하듯이 찌릿찌릿한 느낌이 왔다. 병원을 가 볼까 망설이다가 4월에 잡혀 있는 꼭 가 보고 싶었던 이집트 여행을 다녀오고 병원에 가기로 남편과 합의를 보았다. 병원 진단 결과가 나쁘게 나오면 여행도 잡치고 일행들에게 폐를 끼친다는 이유에서였다. 여행을 다녀오는 길로 동네에 있는 국민보험공단 지정병원에서 유방암 검사를 하였다. 우려했던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그럼 그렇지, 내게 무엇이 있을라고’ 자만심은 나를 편안하게 해 주었다.

해가 바뀌고 듣도 보도 못한 코로나란 전염병이 세계로 퍼져나가면서 나라는 들끓고 가는 곳마다 체온 체크를 하고 출입했던 흔적을 남겨야 했다. 마스크 쓰기는 일상이 되었다. 찌릿해 오는 가슴의 통증이 잦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니 남편이 서둘러 병원을 가 보자고 했다. 연초에는 그동안 준비했던 책을 내기로 계약을 하였고, 10년 넘게 하고 있는 가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여러 가지로 심사가 복잡했지만, 남편 친구가 경영하는 내과 병원에 가 보기로 했다.

초음파를 하고는 소견서를 써 주면서 암 전문 병원을 소개해 주었다. 토, 일요일을 지나고 월요일에 조직검사를 하기로 예약이 되었다. 검사 하루를 남겨둔 일요일 날 주방에서 반찬을 만드는데 남편이 뭐 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병원에 들어가면 언제 나올지도 모르고 큰 병일 수도 있어서 식구 먹을 걸 준비한다고 했다. 조금 있으니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 소리를 따라 안방으로 들어갔더니 남편이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있었다. 위로를 받을 내가 남자의 울음에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