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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국사상가평전(中國思想家評傳)’ 시리즈 중 한 권으로, 묵자, 공자, 노자 등 중국 역사상 뛰어난 사상가들을 일반인들에게 널리 소개해 쉽고 빠르게 읽을 수 있도록 편집된 책이다. 묵자사상의 핵심 내용만을 모아 놓았기 때문에 책의 분량이 많지 않고 그 내용도 간략한 ‘묵자 입문서’다.
14개의 장으로 나뉘어 방대한 묵자사상을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일일이 언급하고 있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다. 묵가의 경제, 윤리, 군사, 종교, 교육, 정치, 인식의 문제를 다루고 있으며, 다른 입문서에서 볼 수 없는 ‘묵경’에 관하여 상세한 서술이 돋보인다. 묵가의 흥망성쇠와 묵가의 영향까지 언급하고 있다. 묵자사상을 조망하는 데 조금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머리글 중에서…

묵자철학은 춘추전국시대의 수백 년 동안 제자백가 중에서 유학과 쌍벽을 이루며 소위 현학(顯學)이라고 불릴 만큼 당시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사상이다. 묵자의 묵가철학은 춘추전국시대의 유력한 사상이었던 공자의 유가철학에 반기를 들면서 시작되었다. 즉 묵가철학은 유가철학을 반대하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이러한 묵자철학의 특성 때문에 한대 이후 유학을 유일한 통치 이념으로 삼게 되자 반유학적인 사상의 대표격이었던 묵가의 철학은 사상계에서 소외되어 쇠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거의 2천여 년 동안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는 비운을 겪는다. 그러다 보니 자료가 많지 않아 간접적으로 묵자를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유가인 맹자·순자 등과 도가인 장자 등이 단편적으로 묵자를 비평하는 글을 지었고, 한대(漢代)의 『회남자』, 『여씨춘추』 등에 산재하는 묵자에 관한 글들이 묵자 연구의 자료였다.
묵자의 철학을 집약한 『묵자』는 많은 부분이 유실되어 53편만 전할 뿐이다. 그것도 17세기 초 명나라 때에 이르러서야 묵자의 글이 도교(道敎)의 경전 속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는 도교의 학자들이 자신들의 경전인 줄 알고 『묵자』의 글을 끼워 넣은 해프닝이었다.
이러한 험난한 과정에서 살아남은 묵자의 사상은 당대는 물론이고 후대에까지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묵가철학은 당대에 유학과 쌍벽을 이룰 만큼 위세를 떨쳤기에, 당시의 제자백가들은 이러한 묵가의 철학을 비판하면서도 일정 부분 수용했다. 『예기』의 대동사상, 맹자의 왕도정치, 법가의 정치론 등이 묵자의 영향을 받았고, 『묵자』가 도교의 경전에 숨어있으면서 도교이론의 형성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그밖에 묵자의 반전, 평화주의와 과학사상 등도 묵가 소멸 이후에도 중국 역사 속에서 그 힘을 발휘했다.

제1장 묵학 탄생의 연원과 문화적 배경
제2장 묵자의 삶의 자취와 반전을 위한 유세
제3장 묵가 후학의 분파와 활동
제4장 묵가의 주요 저작
제5장 『묵경(墨經)』의 주요 업적
제6장 묵가의 경제사상
제7장 묵가의 윤리사상
제8장 묵가의 군사사상
제9장 묵가의 종교학설
제10장 묵가의 교육사상
제11장 묵가의 삼표법
제12장 묵가의 정치사상
제13장 묵학의 쇠망과 부흥
제14장 묵학의 영향
부록 묵학 10론 읽기

묵자의 사상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묵자를 알아야 공자, 맹자 등 유학사상, 노자·장자의 도가·도교사상, 한비자의 법가사상 등 다른 제자백가의 사상 그리고 중국 사상 전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8p.


만일 통치자가 이렇게 ‘절용’을 할 수 있다면, 국가는 바로 크게 비용을 줄일 수 있어 국가의 부는 배로 증가할 것이다. 묵자는 의(衣), 식(食), 주(住), 행(行), 장(葬) 등 삶의 모든 방면에 대해 현실적이고 합리적 수준에서 비용 절감 방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80~81p.

묵자가 이렇게 교육을 중시하고 적극적으로 배움을 독려한 데에는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묵자는 사람의 생각과 품격은 환경에 따른 나쁜 습관의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였다. 만일 깨끗한 흰 비단실을 염색통에 놓아두고, “푸른색으로 물들이면 푸르게 되고, 황색으로 물들이면 황색이 된다.” -124p.

묵가는 이처럼 덕과 재능을 겸비한 ‘현량한 선비’는 국가를 부강하게 하고 사직(社稷)을 융성하게 할 수 있다고 여겼다. 당시의 위정자들은 평상시 의복을 만들려면 ‘반드시 솜씨 좋은 바느질꾼을 찾고’, 병든 말을 치료하고자 하면 ‘반드시 뛰어난 의사를 찾고’, 활을 수리하고자 하면 ‘반드시 뛰어난 기술자를 찾는다.’ -141p.

비공은 침략 전쟁을 반대한다는 의미이다. 전쟁은 승전국이나 패전국 할 것 없이 모두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에 전쟁 반대를 주장하였다. 특히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하는 전쟁은 반대하였지만, 백성에게 해를 끼치는 군주에 대한 토벌 전쟁은 찬동하였다. -18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