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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자연관이나 세계관은 무위자연(無爲自然)이거나 자연귀의(自然歸依)일 성싶다. 그의 시 도처에서 물아일체(物我一？)의 정경을 만난다. 자연은 나의 일부라거나,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항상 웅변한다. 대체로 이는 동양철학적인 연원(淵源)에서 근원을 찾을 수도 있겠으며, 도교적 사려에서도 유발되었으리라. 문학이 자연과 인간의 문제를 궁구하고 탐색하는 언어예술이란 전제를 보아서도 그렇거니와 대개의 시적 실감은 자연과 인간의 영역에서 체감(體感)되리라는 믿음은 확실할 터이다. 더 나아가서 자연 만물에서 영성(靈性)을 느끼는 시인의 경이로운 실감은, 바로 시적 이미지나 또는 시적 아우라로 승화되거나, 지고한 변주를 유발하는 것으로 읽는 이를 감탐하게 만든다.
시인의 시에서 지배적인 인상은, 이는 전체의 ‘분위기’랄 수도 있겠지만, 인간과 자연에 대한 ‘신성함, 경이로움, 또는 영성’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시에 발탁되고 있는 모든 소재들이 이런 분위기(atmosphere)를 구조하고 있다.
쇠락과 퇴폐적 이미지의 소재까지를 거두어들여서, 생성의 이미지로 변환시킴에 있어 그 능력이 탁월한 시 모음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1부 어둠을 뚫은 씨앗

봄이 오는 길목에서_12
겨울바람_13
들썩거리는 봄_14
오늘_15
개망초꽃_16
어둠을 뚫은 씨앗_17
내 고장 금마_18
포기 못하는 오이넝쿨_19
生과 死의 갈림길_20
섣달_21
아픈 사랑_22
재롱잔치1_23
우리네 인생살이_24
나의 나무_25
넓고도 좁은 세상_26

제2부 고향에 비는 내리고

초원은 제자리에서 늘 새로워_28
이브의 유혹_29
배려_30
내 핸드폰_31
봄날의 조망眺望_32
사명使命_33
숲길을 거닐 때_34
이사 온 우리집_35
고향에 비는 내리고_36
족적足跡_37
꽃 앞에 서면_38
오월_39
인생길_40
황혼_41
내 나이_42

제3부 어머니의 길

오월에 부치는 편지_44
새벽에_45
소망_46
일상 속에서_47
경쟁_48
땀_49
어머니의 길_50
오래 된 사진_51
벼랑 끝_52
해당화_53
해거름 강가_54
겨울 창가에는_55
바다의 가슴_56
손등 다친 날_57

제4부 사랑이란

세상이 매일 달라져요_60
잘 익은 감_61
가을 사랑_62
가을비 오던 날_63
가지 끝에 빗물_64
가을 단풍_65
가을 연꽃_66
올가을엔_67
낙엽이 되어도_68
늦가을 장미_69
첫사랑_70
나의 피서법_71
사랑이란_73
행복_74

제5부 오고감을 탓하지 않는 사계

노년의 길목에서_76
노파_77
연장이 무디어졌어요_78
바뀐 이름_79
소나무 등걸_80
돌아본 삶_81
친구에게_82
때늦은 눈꽃_84
허리는 굽혀야_85
건널목에서_86
삼 센티미터의 거리_87
고목_88
진달래_89
몽골_90
오고 감을 탓하지 않는 사계_91

제6부 화암사 감나무길

몽골 야생화_94
화암사 감나무길_95
엄니생각_96
고향 어른을 뵙고_97
입마개_98
입마개 2_99
코로나에 갇히다_100
코로나19의 벽_101
이것은 실화다_102
스토킹_103
인장_104
세상에 이런 일이_105
성령의 인도_106
돌아본 교회_107

시 1_ 봄이 오는 길목에서
버들강아지 움트는 강변
겨우내 얼었던 바람 스르르
잠긴 문 열어놓으니

언저리 맴돌던 산수유 기지개 펴고
하늘하늘 아지랑이 손짓하는데
밭 가생이
쑥 아줌마 늦잠 자다 깜짝 놀라 깨네요.

졸졸 흐르는
어디선가 수군수군 귓속말
노총각 노처녀
봄까치꽃 작은 심장에 눈맞춤 하는데

아무래도 시절은 마음이 급한가 봅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민들레 시샘도 얼굴을 내미네요.

시2_ 겨울바람
급히 닫은 창문에 틈새가 생겼다
바람의 위력이 태풍이다
드르륵 덜커덩 드르륵 덜커덩
큰 덩치가 비집고 들어오려는 괴성
집 한 채가 흔들거린다
바람이 추운 건지 내가 추운 건지
들어올려는 바람과 밀어내려는
바람의 줄다리기가 팽팽하다
함께 나누어 갖자는 무사의 칼부림이다.

시3_ 들썩거리는 봄
꽃들이 피어나는 산골마을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새처럼 날아오르고
봄빛 때문에 터질 듯한 꽃가슴
하늘 향해 폭죽을 터트리면

목련꽃 개나리 벚꽃 진달래
깨어나랴
적응하랴
허둥지둥

할아버지 구름이 두 팔 벌려 반겨주면
어둠을 벗어난 꽃들의 잔치가
잠든 언어를 깨우며 신세계를 열어간다

봄길에는 카펫이 아니어도
발걸음이 가벼워
봄 때문에 눈이 부시고
봄 때문에 눈이 멀고
이런 날 벌들의 사랑은 들썩들썩.

시4_ 오늘
오늘이라는 빈 항아리를 채우려
매일을 살아봐도
오늘뿐인 오늘

모양도 색깔도 다른 공간에
기쁨이라는 노래도 담아 보고
슬픔이라는 빗물도 담아 보았지만
같음을 반복하는
과거도 미래도 현재도
오늘이라는 공간은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었지

난 알았네
태초에 하늘 문이 열리고
빛과 사랑과 바람이
오늘의 일생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