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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나 문단이든 타성에 젖거나 시대 조류에 신속히 대응치 않으면 뒤처지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난 9년간 480여 명 훌륭한 작가들을 배출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를 배출하는 등 명품 문단으로의 도약은 시대의 사명이 되었다. 더욱 결집하고 문학적 가치를 더하여 격월지를 뛰어넘고 월간지란 문학지를 자리를 잡아야 함은 우리의 소명일 것이다.

발간사

조현민 제9선집을 펴내며 2

| 문학고을 시선 |

강원빈 사랑 봄 12
봄 가루 13
편지가 왔어요 14

강태평 강호 사랑 18
오징어 배 20
설경 22

김끝또 끝또 없는 길 24
소갈머리 25
꿈이 힘들어 한다 26

김선규 빨간 넥타이 28
The way 29
휴대전화 30

김선순 성에꽃 32
상처 33
오늘을 사는 이유 34

김성임 여행 속 사랑 향기 38
꽃사슴 39
코 고무신 40

김순호 막걸리를 빚다 42
생신 날 44
神仙 酒 46

김신영 적멸寂滅 48
엉거주춤 50
콘크리트 키드 52

김영선 백조 56
다시 사랑할 수 있다면 57
진달래 연정 58

김영호 천이백원의 행복 60
연 끊어 먹기 62
함박꽃나무의 소망 64

김익순 무심한 사랑 70
자주 볼 수 없어도 72
힘겨운 독백 73

김창배 당신을 떠나보내며 76
붉은 속살 더듬으며 77
할머니 손톱에서 묻어나는 봄 78

김태연
여름밤 82
모내기 84
갈무리 하는 시간 86

김희숙 봄 맞을 채비 90
고향의 봄 92
여명 94

류승규 징검다리 96
묻지 마세요 97
차창밖에 흐르는 추억 97

문현수 장작불 100
서리 101
소나무 102

박경례 한 바탕 104
어쩜 그리도 좋니? 105
사랑의 전의 법 106

방동현 기대 108
참 예쁘다 109
바다 110

성용군 천상의 여신 114
슬픔의 한 송이 꽃 116
비목 117

송기식 내 친구 120
진짜 121
보고픔 122

송명재 그리운 벗 124
인생 126
아쉬움 128

송윤근 상마빌딩 관리자 132
세 끼 밥상 134
동중학교 135

송해진 가을 강가에서, 밀어내다 138
굴렁쇠 140
거미 142

신갑식 알바 아가씨 146
아내 147
바다낚시 148

신기순 외발 백로 150
봄꽃 인연 151
시간 152

신정순 기억의 똬리 154
설날이 오면 155
엄마 바라보기 157

신준호 모닥불과 당신, 그리고 나 160
놀이터 161
비움이 채움을 162

안귀숙 풍경風景 164
단비 165
하루 종일 흐린 날 167

양경숙 남겨질 기억 170
말린 대구의 사랑 172
허름한 찻집에서 173

양태인 겨울비 176
기다림 177
아름다운 약속 178

양희범 이름 없는 집 180
윤회의 집 181
붉은 집 183
염혜원 고드름 186
봄의 모독 187
갈대 188

오성철 허수아비 190
잃어버린 열쇠 191
거울을 보다 192

오정영 문어 194
길 195
밀당 196

오진택 우리 할머니 198
6월 199
뉘 죽은 여礖 200

옥광대 -19℃ 겨울 어느 날 204
봄꽃 205
잉태 206

윤은원 3月 소묘 210
한낮의 유혹 212
그믐달 214

이만수 고향 218
강아지 둘 221
청량산에서 222

이성의 커피 세리머니 226
해미海美 227
아파트 불빛들 228

이영화 유년의 봄 232
서툰 봄 234
먼 길이 있던 자리 236

이정열 꿈☆은 이루어 진다 240
동무 242
소확행 243

이지선 시인이 되었다 246
왜 거미 다리는 8개인가 247
너의 길 248

임정숙 아버지 250
여자에게 252
4월의 꽃눈 254

조광원 곶감 256
진실 게임 257
꿈속에 시를 258

조현민 비누 3 260
가평 수목원 261
나목裸木의 시간 262

최해영 경칩驚蟄 264
화란춘성花爛春盛 265
옥란玉蘭 266

최효림 고함高喊 270
외침畏鍼 271
울림 272

한상우 붉은 파도로 접은 접시에 종이배 띄우며 274
뒷간 276
개나리 278

한상현 현의 바다에서 꽃피우는 280
현의 바다에서 꽃피우는 282
습작 노트 284

한순남 숨바꼭질 288
하루의 시작 289
그리움 따라 290

홍성길 냇가의 봄 292
하늘 거울 293
하늘 구들장 294

문학고을 시조선

정태상 왜관 철교 298
성당에서 299
살구꽃 아래에서 300

문학고을 동시선

김주옥 달 항아리 306
하얀 눈 307
눈을 보라 308

문학고을수필선

강형기 추억을 주는 기차 312

김세영 기적을 여는 열쇠 318

김은주 소꼽놀이의 여왕 326
박계환 우산공원을 거닐며 331

신경희 칼의 추억 338

이만수 어머니의 고향 344

이재은 봄 애상哀想 350


이현경 신나는 인생 358

전 설 압구정 팥집 362

전혜수 선생님과의 추억 368

정은자 계양산 목상동 솔밭 쉼터 산행 374

황상길 고별 여행 380

■ 발간사

제9선집을 출간하며

조현민(문학고을 회장·시인)

우선 9돌을 맞이하는 시선집 출간의 의미는 보람 있는 일이고 그 가치는 크다고 하겠다. 그간 문단은 10여 개 권역으로 나눈 지부 창립을 활발히 전개해 왔다. 소그룹 단위로 시론이나 수필론, 시 낭송 공부 등 원작 시 발표나 첨삭을 통한 창작의 깊이를 더해 보자는 취지이다.
어느 조직이나 문단이든 타성에 젖거나 시대 조류에 신속히 대응치 않으면 뒤처지거나 도태될 수밖에 없다.
지난 9년간 480여 명 훌륭한 작가들을 배출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를 배출하는 등 명품 문단으로의 도약은 시대의 사명이 되었다. 더욱 결집하고 문학적 가치를 더하여 격월지를 뛰어넘고 월간지란 문학지를 자리를 잡아야 함은 우리의 소명일 것이다.
기 서문 중에서도 작가로서 등단패나 등단인증서 등 시인이나 수필가라고 하는 면허 취득에 머무르며 장롱면허를 자처하듯 창작을 게을리하는 문인들이 눈에 자주 보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스스로 문학적 가치의 치유와 풍성한 멘탈의 가치를 저버리는 모습이기에 더욱 안타깝다. 스터디 소그룹 단위의 지부 창작 모임을 통하여 잠재적 창작 능력이 점화되길 소망해 본다.
지난 거제 정모와 문학 탐방을 통하여 선배 문인들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고 문학인으로서 자존감 회복 등 문단이 더욱 결집되고 단합하는 계기가 되었다.
아무쪼록 작가가 꿈꾸는 최대의 로망은 첫 시집, 에세이집을 출간하는 일임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문단은 출판사라고 인프라를 잘 갖추고 있다.
창작과 열의를 다하여 지부 중심의 스터디 소그룹 창작 활동이 출간으로 꽃피우는 결실을 소망해 본다.
다시 한번 문학지인 9선집 출간을 자축하며 작가들에게도 축하의 박수를 건넨다. 만개한 봄날의 정원에 우리들의 축배를 제의해도 부끄럽지 않은 행복한 날이다.
제9선집 출간에 성원해 주신 문우님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말을 전한다.


적멸寂滅

김신영

돌이켜보면,

나를 흔들어 대던 바람은
한밤의 먼지에 불과했습니다

태양 같은 강열로 후벼내던 가슴도
지나간 밤기운에 불과했습니다

손사래 치며 나를 거부하던 문장까지
불볕에 사라지는 물기에 불과했습니다

잊고자 누워 있던 바위에서 싹이 틉니다
삶을 끊고자 던져버린 불모지에 번뇌가 싹 틉니다

내내 한 생각도 하지 않고자 오래 걸어온 길에
거미줄이 아침마다 눈앞을 가립니다 떨쳐내고자 하여

한 생각도 일어남 없이 지극에 이를 수 있다던
경전의 말씀은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고 노래합니다

청천 같은 당신의 말씀은 하늘이 북새가 될때에야
자취를 드러냅니다 덧없이 바람이 몹시 불었던 게지요

적멸에 들고자 하였던 멀리가지 못한 한 생각도
큰 바위 끝 모서리에 불콰한 빛깔로 남았습니다


남겨질 기억

양경숙

암울했던 시월 마지막 날
당신을 처음 만났지
이 날을 기억한다는 건
쓴 약 같은 고통인지도 몰라

너는 나를
나는 너를
첫 시작부터 우린 음역이 달랐어
긴 시간 동안 화음을 맞추는데 노력했지만
서로 다름만 인정할 뿐이었어

난 너에게
넌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아
결고은 노래를 할 수 있을까
이별은 도둑처럼 찾아드는데

어쩌면 당신도 먼 훗날
가을이 익어가는 자작나무 숲에서
누군가에게 아주 먼 옛날 얘기처럼
그런 사람이 있었노라 말할지도 몰라
나에게 들려주는 지나간 노래처럼


현의 바다에서 꽃피우는 1)

한상현

청잣빛 슈트
캐주얼하게 세팅된 북한산
저 홀로 꽃비가 된 산 벚꽃과
비구니 독경소리
샤넬 향기 보다 더 향기로운 대본을 쓰고 있다

밤을 새운 샛별을 일주문에 걸어둔 채
가피향을 몸에 두르고
여백이 흐르는 아침을 걷는다
우수에 젖은 여승의 모나리자 미소
반야심경을 암송하는 늙은 소나무다

수많은 음악이 표류하는 망망대해
발 구름판이 되어준 사람아
억겁에 억겁이 흘러도 함께 할 사람아
한 모금 그리움을 마시며
햇살 머금은 커피를 내린다

여린 바람이 건반 위를 걸어간다
거문고 현을 뜯듯이 한 땀 한 땀 수놓는 연주
믹스커피가 카푸치노로 변하는 마법
은유 비유 함축적 묘사는 없어도
감정은 몰입을 이끌고
활과 현이 속삭이는 음표들의 판타스틱
충전된 배터리 손끝에서 봄은 익어간다


비누 3

조현민

도툼하던 육신 시간의 빛 쫓아
사위어진 다양한 형상
상표에 팔려져도 선택된 인위적
손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빛바랜 타일의 두께 만큼이나
변화에 순응하던 늘 그 자리
샤워기 물방울처럼 투명하게
빛나고

파편의 조각나 버린 몸뚱이에도
태생의 흔적 더듬어
너만의 체취로 빛나고
은은한 향기 세월을 품는다

객의 변죽울린 손길에도 묵묵히
묵언의 무표정만이 익숙할 뿐
샤워기 곡선 물줄기 따라 흘러
살결 위 유골 뿌려지고 있다


뒷간

한상우

숯이 타서 재가되는 새벽
가난에 그을린 정화수가 부뚜막을 끌어안을 때면
나는 달맞이 향이 깔린 마당을 가로질러
반가사유상보다 깊은 자세로
면벽의 샘을 한 호흡 연다

내 안의 어제를 조리질하다
곤죽이 된 물음표에 합의된 단절로
해우를 정독하는 나머지 공부방

오 촉짜리 알전구가 엉덩이를 필라멘트로 긁는다

꺾어진 무릎이 밑 빠진 입을 그을리는 동안
가시광선 밖 음한 말씀이 빨갛거나 파랗거나
호박넝쿨은 거미줄을 탄다

수직으로 쌓이다 널브러지는 개벽의 공양물에도
겨울의 덤굴을 읽은 꽃은 필까
아궁이에 저린 어미 등에 떠오를 별은 밝을까

잿빛 해 오름이 냉가슴으로
결박당한 반나의 호박 꽃으로 피어난다

구멍 난 변방의 골 깊은 아미가
위아래 멀미 나는 지붕과
서푼도 안되는 구인난 쪼가리와 저울질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