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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복 같은 소리 : 투명한 노동자들의 노필터 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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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판사 : 동녘
  • 발행 : 2023년 05월 01일
  • 쪽수 : 308
  • ISBN : 97889729708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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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우리 시대 전태일들의 육필 일기를 읽으며 가슴이 떨렸다”
★ 하종강, 조문영, 김하경 강력 추천! ★

카페, 식당, 마트, 학교, 병원 … 모든 곳에 있었으나
보이지 않았던 이들의 거침없고 생생한 노동일기

2172만 명 중 815만 명. 전체 임금노동자 중 비정규직 노동자의 숫자다(2022년 8월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기준). 매일 출근해 생계를 꾸리는 ‘평범한’ 사람들 세 명 중 한 명 이상은 ‘기간제’, ‘계약직’, ‘촉탁직’, ‘파트타이머’, ‘사내하청’, ‘외주용역’, ‘프리랜서’ 등으로 일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 같은 일을 하고도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매일 자신의 다름을 느끼고 있을까? 어떤 마음으로 업무를 대하고, 동료들과는 무슨 이야기를 나눌까? 출근길과 퇴근길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잠들기 전에는 어떤 미래를 그릴까? 이 책은 우리가 매일 어디선가 마주쳐왔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털어놓는 일의 기쁨과 슬픔에 관한 기록이다.
이 책에는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2011년부터 해마다 모아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박하고 통렬한 글들이 일터별로 담겨 있다. 주차도우미, 퀵서비스 기사, 방송작가, 맨홀점검원, 공장과 식당의 노동자, 돌봄교사, 요양보호사, 편의점 아르바이트, 콜센터 상담원 등 직종과 경력이 다른 노동자 마흔네 명이 들려주는 적나라한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에게 익숙했던 일상의 장소들은 어느새 낯선 공간들로 바뀌어간다. 딱딱한 통계나 제도 논의에 담기지 않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작업현장과 일상, 감정과 관계를 날것 그대로 전하는 이 내밀한 기록들은 ‘목소리 잃은’ 노동에 관한 미시사이자, 우리가 외면해온 한국 사회의 진짜 얼굴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출판사 서평

“나는 전생에 뭔 짓을 해서 하루 내내 남의 밥을 해주나 생각한다”
‘일복 터진’ 그들이 직접 써내려간 비정규노동의 기록

‘일복이 많다’는 건 자랑일까 푸념일까? 누군가에게 이 말을 들으면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이전에는 분명 노동의 고단함이 담긴 반어적 표현이었는지 몰라도, 오늘날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진 듯하다. 각자도생이 생존법칙이 된, 백 세까지 일하는 백세시대의 한국 사회에서 이 표현은 점점 ‘일’이 있는 것만으로도 ‘복’으로 여겨야 한다는 뜻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일복’ 많기로는 비할 데가 없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이 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이 책은 다양한 현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일과 생활, 관계에 대해 가감 없이 써내려간 기록이다.
그들이 서 있는 장소는 모두 다르지만, 일하고 좌절하는 방식은 비슷하다. 카페나 식당에서 일하다 화상을 입어도 연고조차 구비되어 있지 않거나, 치료비를 청구하면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는 사장들의 모습은 놀라울 만큼 똑같다. 잘못한 것이 없어도, 영문을 몰라도 ‘회사를 대신해’ 사과하도록 요구받는 주차장과 콜센터의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 카페의 단시간 노동은 전일제 이상으로 강도 높은 노동과 불규칙적인 근무 시간을 요구하지만 해고는 너무 쉽다. 그나마 합리적인 근무 환경일 것이라고 기대되는 공공기관이나 스타트업 기업 등에서도 월급과 수당, 비품 사용에서까지 미묘한 차별이 이어진다. 그리고 개인 사업자, 즉 ‘사장님’이라는 이름 아래 착취와 책임을 뒤집어쓰며 배달 노동자들까지, 생계를 위해 뛰어든 현장에서 매일 부당함을 깨닫는 이들은 “몸보다 마음에 시퍼런 멍”이 든다.
차별을 경험할 때마다 웅크리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에는 혼자 혹은 동료들과 문제제기를 하거나 노동조합에 가입해 함께 저항하는 이들의 이야기도 들어 있다. 그 과정에서 숱한 밤을 지새우며 “갖가지 상상을 하다 보니 내가 두려움에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가 하면, “내 요구가 정당한 것이 맞나 하는 회의까지 들 정도”로 스스로 검열하며 고민의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 어쩔 수 없이 침묵을 택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면서도 “나의 퇴직금과 연금은 이미 퇴직한 용감하고 씩씩한 언니야 덕분이었다”며 다른 노동자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비추기도 한다.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기억까지도 꾹꾹 눌러 담아 세상에 내놓은 이들의 기록은 그 자체로 노동자의 각성과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이 거지 같은 노동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한 노동법일까”
가장 적나라한 낱개들로 그려낸 21세기 대한민국 불평등 지도

이제 비정규노동이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하다가 죽거나, 같은 일을 하고, 아니 더 많이 일하고도 차별과 착취에 시달리거나, 하는 일도 없이 사람 장사로 돈만 떼어가는 중간착취업체들에 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뉴스’가 되지 못할 정도로 널려 있다. 이 문제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불평등 문제의 핵심 의제로서 다른 사회 문제들과도 긴밀히 얽혀 있다. 그래서 해마다 정부기관과 연구자들, 언론들이 통계수치와 인터뷰, 기사 등의 형태로 문제를 제기하며, 제도 개선도 진지하게 모색한다. 이러한 지속적인 연구와 관심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문제가 고착화되면서 어느새 이러한 연구 결과가 연례행사처럼 당연해지고, 정작 당사자의 목소리는 ‘필터’를 거쳐서만 전달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비정규노동의 문제는 이제 자극적인 사건이나 동정을 불러일으키는 서사가 없으면 외면되는 지경에 이른 것은 아닐까?
책 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우리가 이미 겪었던 노동이거나 앞으로 겪게 될 노동의 모습이기도 하다. 편의점이나 카페, 패스트푸드점, 백화점 주차장 등에서 일하는 청년,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는 대학생과 조교 업무를 병행하는 대학원생,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뒤 학교의 교무실과 도서실, 급식실, 콜센터 등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노동자의 모습이다. 장시간 노동으로 특근 등의 수당을 받아야 월급이 유지되는 조선소와 자동차 제조사 노동자들에게서는 고질적인 저임금 노동의 현실이 겹쳐진다. 코로나 등의 상황에서 퀵서비스와 대리운전, 플랫폼 배달을 시작한 노동자들, 은퇴 이후에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고 공공근로 등을 찾아 쉼 없이 일하는 중장년 노동자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비정규노동을 시작한 이후, “경쟁심이 긴장감을 만들고 이러한 긴장감이 모순적인 현장 상황을 참게 해 갖은 권리를 박탈당하는 악순환의 굴레”로 이어진다는 점을 간파한다.
비정규직이 “본인의 선택”이라거나 “공부를 열심히 안 해서” 된 것이라는 세간의 이야기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는다. 서너 명의 노동자가 수백 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학교 급식소는 노동환경이 너무 열악해 늘 인력부족에 시달린다는 사실, 조선소 등 일부 제조업의 높은 임금은 사실상 일상적인 잔업으로 유지되며 그조차 경기변동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는 사실, 애초 보험도 수당도 보장받지 못하는 배달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들의 ‘파업’은 엄밀히 말해 ‘그냥 노동하지 않는 것’일 뿐이라는 지적은 생생하고 통렬하다. 정규직이 은퇴한 자리를 비정규직으로 채움으로써 점차 비정규직의 비율을 늘려나가는 교묘한 방식이 횡행하는 현실, 최첨단 스타트업 기업 또한 사실상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21세기 인형 눈알 붙이기” 노동으로 지탱되는 상황 등도 노동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을 이야기들이다. 따라서 이들의 글을 한데 모아 읽는 것은 지금껏 한국 사회를 소리 없이 떠받치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가 외면해온 한국 사회의 진짜 얼굴을 마주하는 일이기도 하다.

추천사

조돈문(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 가톨릭대 명예교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며 소통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일찍부터 형성되어 있었다. 비정규직 가운데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을 통해 소통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지만, 노동조합 밖의 미조직 비정규직은 어디 하소연할 곳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집필자의 다양성은 비정규직이 사회 구석구석을 놓치지 않고 빼곡 채우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 현상으로 존재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에 상처를 내고 아픔을 주는 것은 노동자와 그의 가정은 물론 그가 속한 공동체의 안정성과 통합까지 훼손한다는 뜻인데, 우리 사회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굴러가고 있다. 그래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은 더 나은 삶을, 좀 더 나은 세상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비정규직 글쓰기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삶과 경험을 하나로 엮어내는 것이며, 이러한 그물망이 희망을 건져줄 것으로 믿는다.

김하경(소설가, 비정규수기 심사위원)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잘 모르는 직업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놀랄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듯 다양하고 많은 직업의 종류에도 불구하고, 막상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차별과 착취는 모든 직업이 하나같이 똑같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런 수기를 10년 넘게 읽었다. 내가 읽은 수기는 현실을 들여다보는 나의 창이 되고, 현실을 공부하는 나의 책이 되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나는 심사위원이 아니라 한 사람의 열렬한 독자로서 비정규직 수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들은 어떻게 깨어나 대항했을까. 짓밟히고 무너지면서도 어떻게 다시 일어나 맞섰던 것일까. 아흔아홉 번 패배하면서도 어떻게 단 한 번의 승리를 이룰 수 있었을까. 이 책은 노동자들의 각성과 땀과 눈물에 관한 일기이자, 현실에 부대끼면서 부단히 변화하고 성장을 거듭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동시에 그 변화와 성장이 다시 그들이 발 딛고 선 현실을 어떻게 바꾸고 발전시켰는지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조문영(연세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빈곤 과정》 저자)
‘급식실 - 학교나 군대, 공장 등에서 구성원에게 식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방.’
각 장의 건조한 문패를 보고 어린이 직업체험관을 떠올린 독자라면 본문에서 펼쳐지는 잔혹 동화가 당황스러울 것이다. 하얀 작업복을 입고 모자 쓰는 것까진 좋았다. 200도의 끓는 기름에도 견딜 수 있게 미끄럼 방지 장화도 신어야 한다. 그다음엔 … 일이 쌓이기만 하니 소변을 참고 방광염에 걸릴지, 물 마시는 걸 참고 요로결석에 걸릴지 택해야 할 운명이다. 비정규노동은 우리 사회의 뉴노멀이 됐으나, 우리는 여전히 이 노동의 실체에 관해 별로 아는 바가 없다. 법과 제도 너머의 현장에서, 파업과 시위 너머의 일상에서 비정규노동이 어떻게 수행되는지 세세히 보여주는 책은 의외로 드물다. 비정규 노동자가 자기 일 경험을 직접 쓴 이 책이 그래서 반갑다. 계약직 교무행정사가 ‘교실’을, 상용직 간호조무사가 ‘종합병원’을, 하청노동자가 ‘조선소’를 소개한다. 마땅히 그래야 했다. 다른 풍경을 봐야 진단하고 해결할 문제도 복잡해진다. 이 책은 내가 본 가장 정직하고 신랄한 일터사전이다.

하종강(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
전태일 50주기를 맞았을 때 우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오늘의 전태일이다”라는 말을 많이 했다. 맞는 말이다. 집을 나서서 하루를 보내고 귀가할 때까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다. 50년 전에 우리는 전태일의 육필 일기를 읽으며 가슴이 떨렸다. 그리고 지금 우리 시대 거리에서, 가게에서, 공장에서, 학교에서, 방송국에서, 편의점에서, 보이지 않는 땅속 등 온갖 장소에서 사회를 지탱하는 전태일들의 육필 일기를 읽으며 가슴이 떨렸다. 이 사람들이 인간답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바늘 끝만큼이라도 노력하는 것이 나와 당신과 우리 모두에게 유익한 삶이라는 생각이 절절한 글들을 읽는 동안 떠나지 않았다.

목차

책을 펴내며 5
가로수길 · 13
가습기 공장 · 20
고용센터 · 26
공사장 · 33
교무실 · 39
교실 · 45
급식실 · 51
대리운전 회사 · 58
대학교 · 63
대학원 · 68
도로 · 73
마트 · 80
맨홀 · 89
물류센터 · 95
방송국 · 101
병실 · 107
복합상가 · 113
비행기 · 118
빵 공장 · 125
빵집 · 133
사무실 · 140
식당 · 146
신선물류센터 · 153
어린이집 · 161
요양원 · 167
우체국 · 173
인공지능 개발사 · 180
자동차 대리점 · 189
자동차 제조사 · 196
잡지사 · 201
조선소 · 209
종합병원 · 217
주민센터 · 225
주차장 · 231
카페 · 241
콜센터 · 250
퀵서비스 회사 · 259
텔레마케팅 회사 · 265
통신회사 · 271
편의점 · 275
폰케이스 공장 · 283
학교 도서관 · 288
학습지 회사 · 294
휴대폰 부품공장 · 299

본문중에서

“네가 가서 사과해.” ”제가요?” “남자 손님이니까 가서 사과 좀 해. 너 여자잖아. 도우미가 낫지 수신호보다.” 나는 이유를 납득하지 못했지만 손님에게 가서 눈높이를 낮추고 죄송한 표정으로 “우수고객이신데 저희가 못 알아봤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하고 사과했다. 남자 손님은 몇 마디 불평을 하다가 유리창을 올렸다. 나는 닫힌 창문 너머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나서야 그 자리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 주임은 책임이 없더라도, 영문을 모르더라도 사과하는 것이 주차도우미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 〈주차장〉(235쪽)

탱크 안에서 작업하는 도장공은 바다로 들어가는 해녀와 같았다. 한번 들어가면 다시 나오기가 힘들었다. 화장실 가거나 담배 피울 때를 빼곤 아침에 들어가면 점심 먹을 때나 나왔다. 탱크 속에서 하는 도장 작업은 일도 힘들지만 무엇보다 유기용제 때문에 고역이다. 일하다 보면 눈은 따갑지, 머리는 아프지, 호흡하기는 힘들지 정말 죽을 맛이다. 어떤 노동자는 구역질을 하기도 했다. 회사에서 연 2회 건강검진을 하는데 할 때마다 오줌 검사에서 발암성분이 나왔다. 마스크를 벗고 일하는 도장공도 간혹 있는데 살려고 일하는지 죽으려고 일하는지 알 수 없었다.
- 〈조선소〉(212쪽)

“요즘 반찬이 왜 이래? 요즘은 짬밥도 이렇게는 안 나와.” ‘주는 대로 먹어’라고 말하고 싶지만 멋쩍게 웃으며 속으로 삼켜버린다. 두 번째 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다. 이렇게 일하고 60만 원 받는다. 두 번째 일도 만만치 않다. 150인분의 밥을 둘이서 한다. 일하는 것에 비해 월급이 적지만 배식하고 남은 반찬도 갖다 먹으니 반찬값도 절약된다며 위안으로 삼아본다. 하지만 이 반찬을 아이들에게 먹일 때마다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 엄마 생각이 났다. 유비네 엄마는 유비가 추접스럽게 차 얻어왔다고 차를 강물에 확 쏟아버리던데 ….
- 〈식당〉(147쪽)

근데 왜 그만뒀냐고요? 1년에 두 번, 5일간 세 시간을 진행하는 생방송 특별모금 방송이었는데요. 5일 동안 매일 세 시간씩 프롬프터를 넘기며 방광염에 걸리던 그 시간, 저는 110만 원을 받았지만 모금액은 10억 원 가까이 모인다는 사실을 들어버렸어요. 그래서 나왔어요. 하지만 밤샘 근무를 하고 생방송을 무사히 내보낸 뒤 엔딩 스크롤에 이름이 나가는 그 짧은 순간을 사랑했기에, 곧바로 한 종편 신규 탐사보도팀에 합류했어요.
- 〈방송국〉(102쪽)

자석파스를 몇 개 붙이고 출근했다. 일반 파스는 냄새도 나거니와 오늘처럼 탕수육을 하는 날엔 화끈거리는 파스가 튀김 열기를 몇 배로 되돌려주기 때문이다. 정신없이 튀김을 하느라 잊고 있던 통증은 조리가 끝나니 올라왔다. 이번 여름엔 가슴 밑이 헐어서 고생했다. 땀띠야 달고 살지만 점차 기후가 동남아처럼 변해가는 건지 여름에 튀김 요리만 하고 나면 헐어버렸다. 수건으로 덧대어 견디지만, 일을 하다 보면 수건마저 젖어 쓰라림이 다시 시작됐다. 이 고통을 끝내는 길은 방학을 이용해 쉬는 것뿐이다. 그러나 방학에는 일당제로 바뀌면서 월급이 나오지 않아 생계 걱정이 시작되니 진퇴양난이 따로 없었다.
- 〈급식실〉(52쪽)

바삐 일하는 날들이 쌓여 내 몸에도 흔적이 남았다. 급하게 물건을 담고 포장하다 보면 어딘가에 멍이 들어 있기도 하고 피부가 베이는 경우도 생긴다. 처음엔 놀라서 급히 응급처치를 하지만 어느 순간 일상이 되었다. 손목, 팔목, 허리, 목, 어깨 등등 온갖 근골격계도 살려달라고 아우성이다. 나는 어깨에 염증이 생겨서 치료를 받아야 했고, 옆의 이모는 어깨에 뼛가루가 쌓여 약을 먹고 있다고도 했다. 천천히 일하려 해도 마감 때가 다가오면 아픈 줄 모르고 빠르게 하게 된다.
- 〈신선물류센터〉(157쪽)

다시 돌아온 사람들의 반응은 해고될 때와 별 차이가 없었다. 그게 나는 신기했다. 그 덤덤함과 무심함이 어쩐지 안쓰러웠다. 해고된 사람들은 다 비정규직이었고 재입사를 하면서 다시 비정규직이 됐다. 해고되었던 인원의 절반 이상이 다시 모였을 때쯤엔 일감이 가장 바쁠 때와 비슷할 정도가 됐다. 그전에도 비슷한 패턴으로 일감은 늘다가 줄었고, 비슷한 방식으로 인원을 줄였다가 늘렸다고 했다. 애초 정직원 수는 전체 야간조의 절반도 되지 않았고, 그 수는 좀처럼 늘지 않았다. 늘지 않는 게 당연했다. 회사에서 조정하고 있었으니까.
- 〈휴대폰 부품공장〉(3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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