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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사건’이란 명칭은 1948년 4월 3일 새벽 350명의 무장대가 제주도 내 12개 지서와 경찰 숙소, 서북청년회 숙소, 독립촉성국민회와 대동청년단 등 우익단체 요인의 집을 습격한 소요사태가 발생한 날에서 기인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앞선 1947년 3월 1일 열린 3·1절 28주년 당시 경찰과 시민 사이에서 벌어진 충돌이 사건이 도화선이 되었으며, 무장대와의 무력충돌과 진압이 1954년 9월 21일까지 이어지며 무려 7년 반 동안 제주도민들이 희생당한 일을 총칭한다.
좌익세력의 준동과 이념의 대립으로 인한 비극 정도로 묻히고 있었으나 2000년 4월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되어 역사적 진실이 제대로 규명되기 시작했으며, 희생자에 대한 보상, 생존자에 대한 치유 등을 위한 노력을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실천해 나가고 있다.
문학작품을 통해 4.3사건이 이야기되기 시작한 건 1978년 현기영 작가의 『순이삼촌』이 최초이며, 30년간 은폐되어 온 4.3의 진실을 알렸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펴내는 『비도(悲島)』는 희곡 대본으로, 4.3 사건의 발단과 전개과정을 사건에 휘말린 당사자들의 이야기로 풀어나가고 있다.
저자가 집필에 나선 동기는 단순하지 않다. 원래는 내면세계의 회복과 휴식을 위해 제주를 찾게 되었고, 제주에서 누린 안식을 통해 새로운 힘을 얻는 경험 덕분에 제주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이 힐링스팟이나 인스타스팟으로 찾는 장소들이 4.3사건 당시 민간인 학살이 이루어졌던 장소와 일치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며 고뇌와 함께 문제의식을 품기 시작했다.
이후 제주의 근현대사를 짚어가며 4.3의 주요 장소를 답사했고, 관계자를 인터뷰하는 등 4.3사건과 관련한 작업을 2년 넘게 진행했다. 2022년 4월 자신의 제주 4.3 다크투어 과정을 영상으로 담은 독립다큐 『상처 그리고 흔적』을 유튜브에서 공개했고, 이를 보강한 본격 다큐멘터리 영화 『두 개의 공간』을 제작하고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창작한 희곡이 본 작품 『비도(悲島)』로 2023년 인천연극제에서 첫선을 보였다.

등장인물 소개

1. 변한 건 없었다
2. 닥쳐오는 위기
3. 그날이 오다
4. 마을교육
5. 투표무산
6. 숨겨진 고뇌
7. 고난의 행로
8. 의리
9. 포획
10. 이유 없는 살육
11. 비도(悲島)

"우리는 공산주의자로부터 제주를 지키기 위한 임무를 띠고 내려온 투사들이다!"

"저희는 빨갱이가 아니라 그냥 제주도에서 농사나 짓는 세상물정 모르는 촌것들이란 말이오."

"일본 놈들 물러가고 이제 좀 먹고 살만한가 했는데... 이젠 조선 놈들끼리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네. 이승만이든 김일성이든 우리가 무슨 상관이라고 먼 제주까지 와서 이 지랄난리들인지."

"우리를 사람으로 안보니까 그렇겠지... 그냥 제주도에 살고 있는 개, 돼지들이지."

제주4.3 사건 당시 희생된 수많은 제주도민들.
이유조차 모르고 목숨을 빼앗겼던 수많은 제주도민들...
입 밖에 낼 수 없었던 슬픔을 안고 있는 섬...
그 섬을 비도(悲島)라 부르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