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적립 안내

헌정애국주의와 시민교육은 각각 무엇이며, 이 두 가지 개념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고 해석해야 할 것인가? 또한 헌정애국주의에 지향을 둔 시민교육의 목표와 과제, 그리고 실천방안은 무엇인가? 이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이 책은 적절한 답변을 탐색하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를 하는 데 있어서 일단 헌정애국주의와 보이텔스바흐 합의, 그리고 시민교육의 상호관계에 대해 먼저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인권ㆍ민주주의ㆍ법치주의를 포함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발전을 핵심적 준거로 삼고 있는 헌정애국주의에 기여한다는 의미에서, 시민교육의 기초로 간주되고 있는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한다. 보이텔스바흐 합의는 시민교육에서 구체적인 교수학습을 위한 세 가지 원칙(주입ㆍ교화를 하지 말 것, 적절하게 논쟁점을 반영할 것, 학습자의 이해관계를 고려할 것)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런 점에서 시민교육의 수호자로서 기능을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시민교육(civic education)’이라는 용어에서 형용사 ‘시민의(civic)’는, 어원적 측면에서 살펴볼 때, 고대 로마 시대의 라틴어인 ‘시민(civis)’ 혹은 ‘시민의(civicus)’로 소급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 맥락에서 특히 (시민의 생명을 구한 병사에게 주는) 떡갈나무(참나무) 잎으로 만든 관(冠), 즉 화관(花冠) 혹은 엽관(葉冠)을 뜻하는 ‘corona civica’ 또는 이것과 유사한 ‘quercus civilis’(동족을 살린 용사에게 주는 떡갈나무 잎으로 엮은 관)라는 용어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말에 함축된 의미와 중요성을 ‘헌정애국주의’라는 개념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취지(즉, 자유헌정국가에서 개인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넘어선 연대의식이나 공동체의식)에서도 역시 부분적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시민교육은 국제적인 이해의 지평에서 폭넓게 관찰할 수 있는 교육적 방책을 나타내는 개념이다. 시민교육에 해당하는 용어로는 정치교육, 시민정치교육, 시민도덕교육, 시민과 혹은 공민과(civics) 등을 들 수 있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역사적ㆍ문화적 전통, 교육정책의 제도와 실제 측면에서 차이와 다양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어떤 통일된 시민교육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차이와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공공적인 사안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의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있어서는 대체로 일반적인 합의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즉, 시민교육은 적어도 필수적인 정보와 지식의 습득, 사회정치적 문제에 관한 토의와 합리화, 그리고 적절한 행위와 행동의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이 맥락에서 현대 자유헌정국가의 기초가 되는 객관적인 원칙에 부응하는 시민 개개인의 주관적인 측면은 자율과 책임의식을 함축하고 있는 성숙성의 개념에서 찾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시민교육은 헌법의 원칙과 긍정적인 관계를 맺어야 하며, 이 헌법적 원칙이 성숙성의 함양과 신장을 추구하는 교육의 전제조건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헌법 혹은 헌정(憲政)은 시민교육의 목표와 자기이해를 둘러싼 논의에서 포기할 수 없는 주제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헌정애국주의의 개념 속에 깃들어 있는 애국심을 전통적인 민족주의적 심정이나 민족적 애국심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규범적 전제에서 출발할 때, 여기서 애국심은 연대의식이나 공동체의식과 유사한 용어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시민교육은 학습자에게 집단정체성을 억지로 주입하거나 강요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개인적인 차이와 다양성을 고려하면서 집단정체성을 단지 가능하게 할 수 있을 뿐이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제1장 9
헌정애국주의와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지향한 시민교육의 과제

1. 헌정애국주의와 시민교육 13
2.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시민교육 20
3. 헌정애국주의와 보이텔스바흐 합의에 지향을 둔 시민교육의 접근방안 29

제2장 46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지향한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함의와 적용방안
1. 국가교육학과 모순론: 보이텔스바흐 합의의 발단 50
2.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부응하는 보이텔스바흐의 함축의미 53
3.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반영한 수업방안 63

제3장 81
시민교육의 교수학습원칙과 실천방안
1. 시민교육의 원칙에 대한 합의 가능성 83
2. 교수학습원칙과 다중관점 지향 시민교육 90
3. 평생교육 차원에서 바라본 교수학습원칙 98
4. 교수학습원칙의 실천방안 106
제4장 125
논쟁문화의 조성을 위한 논쟁교육의 과제
1. 논쟁문화와 논쟁교육의 관계 128
2. 논쟁교육의 가능성과 한계 133
3. 논쟁교육의 착근을 위한 기준 145

제5장 158
시민교육에서 논쟁성의 원칙에 관한 담론과 함의
1. 논쟁성의 원칙에 관한 논쟁 161
2. 논쟁성의 원칙과 관련한 포용적 시민교육의 가능성과 한계 168
3. 논쟁성의 원칙을 적용한 수업방안 173

제6장 191
다양성교육과 내러티브역량
1. 다양성교육의 이론적 기초 193
2. 다양성과 내러티브역량 198
3. 내러티브역량과 다양성교육 그리고 세계시민교육 206

색인 224

헌정애국주의와 보이텔스바흐 합의를 지향한 시민교육의 과제
헌정애국주의는 조국애나 민족적 긍지와 동일시할 수 있는 전통적인 애국심과 차별화하려는 취지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이미 속한 조국이나 국민, 민족, 여기에 포함된 역사적 위업이나 업적, 문화적인 창조물, 경제적 성공, 스포츠의 업적이나 성과와는 구별하면서 헌정애국주의는 일차적으로 헌법의 원칙과 직접 관련된다. 이 용어는 1970년대에 슈테른베르거(Sternberger)가 정치적ㆍ교육적 기본개념으로 도입한 것이다(Behrmann, 1999: 256). 그는 ‘헌정애국주의’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기고한 글(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vom 23.5.1979; Sternberger, 1993: 2-4)에서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우리는 완전한 헌법 속에서, 완전한 헌정국가에서 살고 있으며, 그것 자체가 일종의 조국이다. (…) 국가가 없이는 자유가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인권을 시민권으로 변화시키는 국가의 바깥에서는 그 인권도 존재할 수 없다. (…) 우리는 기본법(헌법)을 기리는 데 망설일 필요가 없다. (…) 정도가 지나치지 않은 불만은 국가에게 유익할 것이다. 그러한 불만은 헌법에 대한 신의나 충성을 감소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공공연하고 단호한 적에 대해서는 헌법을 방어하지 않으면 안 되며, 그것은 애국적인 의무이다”(Sternberger, 1993: 3-4).
이와 같은 맥락에서, 헌법의 핵심적 준거인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무너뜨리려고 하는 반체제주의자나 아니면 헌법을 반대하는 ‘헌법의 적(Verfassungsfeind)’과는 대조적으로 케르마니(Kermani)는 헌정애국주의에 관해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부끄럼 없이 공개적으로 자신을 ‘헌정애국자(Verfassungspatriot)’라고 지칭하는 나는 (…) 보편적인 가치에 입각한 헌법을 우리 사회의 기초로서 그리고 기본적으로 중요한 지향점으로 간주한다”(Kermani, 2006: 88-89). 또한 민족적인 정체성과 대조되는 의미에서 헌정애국주의를 강조한 하버마스(Habermas)도 역시 민족적 공동 소속감이나 연대의식에 고착된 애국심의 개념에 대한 대안으로서 헌법의 원칙에 입각한 정치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요청된다는 점을 제안한 바 있다(Habermas, 1987; Sander, 1993: 164). 현대의 민주공동체 혹은 “시민(공민)국가(Staatsbuergernation)는 정체성을 일차적으로 민족적ㆍ문화적 공통점에서 찾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주적 참여와 소통의 권리를 능동적으로 행사하는 시민의 실천에서 찾는 것이다”(Habermas, 1992: 636; Sarcinelli, 1993: 72 재인용).
이러한 배경과 가정에서 출발하여, 이 책에서는 헌정애국주의의 활성화와 착근에 기여할 수 있는 시민교육의 목표와 과제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는 데 주된 목적을 두고 있다. 이러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하여, 우선 헌정애국주의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보이텔스바흐 합의, 그리고 시민교육의 상호 연관성과 함축의미를 중심으로 하여 논의한다(제1장～제2장). 이어서 시민교육의 교수학습원칙과 실천방안에 관해 좀 더 자세하게 기술한다(제3장). 그 다음 논쟁문화 조성을 위한 논쟁교육의 과제, 논쟁성의 원칙에 관한 담론과 함의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특별히 논쟁의 개념과 관련된 주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제4장～제5장). 마지막으로 내러티브역량과 다양성교육 그리고 세계시민교육의 관계에 대해 주의를 기울인다(제6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