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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가 삶의 질을 개선하리라 믿는 문학평론가 권대근 교수가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쓰기 비법을 매우 심도있게 다룬 책을 출간했다. 한국문인협회 평생교육원, 정독도서관, 부산교육대학교에서 본격수필론을 강의 중인 권대근 교수의 ‘문장가로 가는 길’은 표어로 배우는 글쓰기 비법을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영남대 영문과, 동아대 대학원 국문과를 나와 수필과 문학평론, 우리 문학을 영문으로 번역하면서 문장론을 계속 연구해 온 이 분야의 학자이다. 그는 대신대학원대학교 문학언어치료학 교수로서, 2000년 중국 연변대 문학특강을 시작으로 미국, 영국, 캐나다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 나가 우리 문학의 맛과 멋을 전파하고 있다.
권대근 교수는 저자는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이 책의 영향으로 글쓰기 전문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이제 문장은 삶의 질을 업그래이드하기 위한 선택조건이 아니라 일상적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조건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면서 "문장가가 되라. 그리고 나서 글을 쓰라"고 독자에게 말한다. 그리고 “글쓰기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자기 욕망이나 감수성에서부터 독서하는 방법이나 습관, 언어의식이나 문장력 같은 데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다시금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글쓰기가 단순히 글을 쓰는 기술적인 기교만 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장론에 작법론을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글 쓰는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인 책이라고 보여진다. 디지털시대 영상에만 집중하는 현 세태 속에서, 문학언어생태 분야의 권위자가 언급하는 적자생존 전략으로서의 '글쓰기'에 대한 사유가 차후 문학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켜볼 일이다.

01- 형부는 위험하다？ ？
02- 동서는 안전하다？ ？
03- 접대를 조심하라？ ？
04- 세단은 타지마라？
05- 개명은 기본이다？ ？
06- 것들을 조심하라？ ？
07- 습관을 경계하라？ ？
08- 한자는 거만하다？
09- 숫자에 유의하라？ ？
10- 피동은 소인이다？ ？
11- 호응은 혈맥이다？ ？
12- 생사를 구분하라？
13- 시공을 부여하라？ ？
14- 감정을 이입하라？ ？
15- 압축은 어색하다？ ？
16- 문단은 의장이다？
17- 첫박이 대박이다？ ？
18- 문장은 강물이다？ ？
19- 진행은 지루하다？ ？
20- 시키지 말고하라？
21- 대과거 밀어내라？ ？
22- 설명은 불안하다？ ？
23- 병렬을 활용하라？ ？
24- 열기는 동작으로？
25- 장식은 약점이다 ？
26- 정도는 악습이다？ ？
27- 절정이 끝날때다？ ？
28- 상상도 논리니라？
29- 비통에 유의하라？ ？
30- 체험은 생생하다？ ？
31- 문체는 종합이다？ ？
32- 수필은 사기로다？
33- 주제는 간접화로？
34- 수미는 상관하다？
35- 관념을 구체어로？
36- 중심을 벗어나라？
37- 한계를 인정하라？
38- 주제는 일관되게？
39- 구성은 삼단으로？
40- 비유는 불꽃이다？
41- 제목은 제재로만？
42- 지성은 풍자로서？
43- 인물이 인상이다？
44- 안식이 으뜸이다？
45- 문장은 수사로다？
46- 풍경을 절경으로？
47- 경험을 체험으로？
48- 인식이 출발이다？
49- 작필은 유법하다？
50- 사상은 정서화로？
51- 문학은 형상이다？
53- 구조를 파악하라？
54- 수필은 발견이다？
55- 감흥은 상관화다？
56- 자세를 동일하게？
57- 성찰은 공감이다？
58- 착상은 기발하게？
59- 댓구로 문학성을？
60- 지성은 비판으로？
61- 풍자를 양념으로？
62- 서정이 풍부하게？
63- 문장이 생명이다？
64- 글맛은 향기속에？
65- 손맛을 멋을부려？
66- 눈맛은 예리하게？
67- 문학은 인형이다

〈서문〉
나는 단언한다.
권대근의 「문장가로 가는 길」이란 책을 읽지 않고 좋은 글을 써보겠다고 덤비는 사람에게 나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아무런 밑천도 없이 어떻게 전략적인 글쓰기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단 말인가.
아마도 글쓰기의 부정적인 전형은 법원의 판결문과 검찰의 공소장이 아닐까. 전문적인 법률용어가 많이 나오기도 하지만 문장이 길어 독자를 지루하게 한다.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수십 쪽 분량의 글이 하나의 문장으로 이뤄져 있었다. 문장이 끊어질 듯하면 ‘하였으며’ ‘하였고’ ‘한편’으로 이어진다. 마치 비흡연자가 흡연실에 들어갈 때 느끼는 것처럼, 이런 문장을 읽는 독자는 숨이 막힌다. 이제 문장은 삶의 질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선택조건이 아니라 일상적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필수절대조건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면서, 나는 ‘적자생존’을 강조한다.
독자가 인내심을 갖고 한참 좇아가더라도 앞에 무슨 내용이 있었는지 잘 생각나지 않는 글은 좋은 글이 아니다. 장황하고 화려한 수식어 속을 헤매다 정작 중요한 의미를 놓쳐 버리고 말기 때문이다. 그런 글은 미로 속을 걷는 느낌을 준다. 이쯤 되면 글을 쓴 사람은 자신의 뜻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겠다는 꿈을 접어야 한다. 독자가 둔하고 게을러 필자가 의도하는 바를 좇아오지 못한다고 비난할 일이 아니다. 두 번, 세 번 읽어야 비로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면 그것은 쓴 사람의 책임이다. 한 문장은 50자 안팎이 적당하다. 문장을 길게 쓰는 것은 고질이다. 여간해선 잘 고쳐지지 않는다. 평소에 긴 문장을 두세 개로 나누는 연습을 하자. 불필요한 수식어를 없애는 것도 방법이다. 형용사·부사를 될 수 있으면 적게 쓰자. 예외 없는 법칙은 없는 법, 항상 짧은 문장이 읽는 사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글을 처음 쓰는 사람은 정치법에 따라 문장을 적는 것이 좋다. 정치법이란 문장을 이루는 성분을 순서대로 바르게 배열하는 일을 말한다. 바둑에 비유하자면 정석부터 익히는 습관을 기르자는 것이다. 바둑에서 정석은 중요하다. 정석을 등한시하면 문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처음부터 꾸미는 단어들을 남발하면 문장이 어색해지거나 내용 전체를 망쳐버릴 가능성이 짙다. 나는 기본이 되어 있지 않은 채 좋은 글을 써보겠다고 덤비는 사람은 일단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보게 된다. 어설픈 상태로 어떻게 수필가 천 명 시대의 준엄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높은 수준의 글쓰기 능력을 획득한단 말인가. 글쓰기에 있어 가장 기초적인 자기 욕망이나 감수성에서부터 독서하는 방법이나 습관, 언어의식이나 문장력 같은 데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다시금 고민해야 한다. 먼저 문장가가 되라. 그리고 나서 수필을 시작하라.
〈문장가로 가는 길〉이란 타이틀로 누구나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글쓰기 코너를 새로 마련한다. 문장론과 작법론을 총망라하였다. 글쓰기가 단순히 글을 쓰는 기술적인 기교만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법론을 추가하였다. 문학의 원리와 이념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올바른 문예창작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표어만 읽어도 문장론과 작법에 대한 지식이 샘솟을 것이다. 실제 글쓰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문학작품과 신문, 그리고 잡지 등에 나온 사례를 중심으로 쉽게 설명하였다. 아무렇게나 붓 가는 대로 쓰는 게 수필이 아니다. 일찍이 ‘붓 가는 대로’라는 풀이를 누가했는지 모르겠지만 무책임한 말이다. 여기서는 수필을 기본으로 설정했지만, 모든 글의 기초가 되는 문장론과 작법론을 담았다. 글을 쓰기 전에 머릿속으로 어떻게 글을 적어야겠다는 구상을 하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붓이 뒤따라가도록 적어야’ 제대로 문장이 된다. 즉, 글쓰기는 전략적이어야 한다.
그간 여기저기 문학강연회에서 발표한 것을 한데 모아 글쓰기 비법을 전하는 책으로 둔갑시켰다. 글쓰기가 삶의 질을 개선하리라 믿기 때문이다. 글을 쓰려는 사람이 많아졌다. 언어 전공자로서 나는 언어의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언어를 바꾸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을 믿는다. 인식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앞으로 차츰 보완해서 최종적으로는 100가지 글쓰기 비법을 완성할 것임을 약속드린다. 대한민국의 모든 분이 이 책의 영향으로 글쓰기 전문가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본문 속으로〉

01_ 글쓰기 기법 - 맥주 세병 안주 하나

형부는 위험하다

모든 조직체의 본질적 성격은 통일된 질서를 요한다. 문장은 하나의 조직체다. 그렇기에 문장은 통일된 질서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문덕수는 「문장 강의」에서 “문장은 정확하고 효과적이어야 한다.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알맞은 말을 골라야 한다. 이것이 작문의 간단한 하나의 원칙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왜 형용사와 부사는 위험한 걸까?
문장을 꾸미는 것은 좋지 않다. 수필을 처음 쓰는 사람은 정치법에 따라 문장을 적는 것이 좋다. 정치법이란 문장을 이루는 성분을 순서대로 바르게 배열하는 일을 말한다. 바둑에 비유하자면 정석부터 익히는 습관을 기르자는 것이다. 바둑에서 정석은 중요하다. 정석을 등한시하면 문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수필은 붓 나가는 대로 자유롭게 쓴 글이라고 하니까, 마음 내키는 대로 아무렇게나 쓰면 된다고 생각하면 큰 착오다. 모든 글은 전략적이어야 한다. 수필은 꾸밈없이 자연 그대로의 자신을 투영해서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문장에 꾸밈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 특히 형용사와 부사를 많이 써서는 안 된다. 처음부터 꾸미는 단어들을 남발하면 문장이 어색해지거나 내용 전체를 망쳐버릴 가능성이 짙다.
와트William W. Watt는 일찍이 ‘좋은 글 12가지 척도’를 제시한 바 있다. 그 중에도 중요한 것이 ‘충실성’과 ‘성실성’이다. ‘충실성’은, 내용이 알차서 밀도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부질없이 길기만 하고 담긴 내용이 알차지 못하고 공허하거나 무의미한 것은 좋은 글에서 멀어진다. ‘성실성’은, 자기다운 글을 정성스레 적는 걸 말한다. 남이 다 아는 이야기거나, 상투어이거나, 교시적이거나 해서는 좋은 문장이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중국의 유협은 「문심조룡」에서 ‘금실로 수놓되, 전혀 흔적이 없는’ 이라는 말을 했다. 쉽게 말하자면, ‘천사가 입은 옷은 솔기가 없는, 즉 ‘천의무봉’ 상태다. 조각 천으로 옷을 짓듯, 이런저런 삽화나 형용사와 부사로 너덜너덜 전체를 짜깁기해서는 아니 된다.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부사는 여러분의 친구가 아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부사들로 뒤덮여 있다.’고 했고, 이태준은 「문장강화」에서 ‘없어도 좋을 말을 기어이 찾아내어 없애는 신경질이 문장에 있어선 미덕이 된다.’고 했다. 이태준은 ‘없어도 좋을 말’의 예로 형용사와 부사를 들었다. 동서양의 글쓰기 고수들이 두 품사를 멀리하려는 이유는 명사와 동사를 단정적으로 묘사하거나 과장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르귄은 「글쓰기의 항해술」에서 “‘굉장한’이나 ‘갑자기’와 같은 형용사·부사는 간소하게 쓰라”고 조언한다. ‘굉장한’은 의도한 무게를 던져주지 못하고, ‘갑자기’는 의미 없는 전환 장치에 불과하다. 이야기의 흐름을 끊지 않으려면 동사·명사·대명사만 쓰고도 장면이나 사건을 생생하게 묘사할 수 있어야 한다.
뜻이 분명한 동사를 선택했다면 같은 뜻의 부사를 덧붙여서 문장을 난삽하게 만들 필요가 없다. 일테면 ‘이를 세게 악물었다’지만 이를 다르게 악물 수는 없기에 ‘이를 악물었다’면 충분하다.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는 커야만 울려 퍼진다. ‘결정적으로’라는 표현은 상투적인 표현일 뿐이어서 어떤 의미도 없다. 문장에서 이를 지우고 다시 읽어봐도 의미에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정적으로’뿐 아니라 ‘그리고, 그러나’ 등을 지워도 의미가 훼손되지 않고 문장이 간결해지고 쫄깃쫄깃해진다. ‘탁월하게 공정한’ → 공정한, 결과가 탁월한 것일까? 공정하면 공정한 것이다.
형용사도 마찬가지다. ‘약간 엄격한’이란 무엇인가? ‘엄격한’으로 고쳐 써야 옳다. ‘다소 독특한’ → ‘독특한’으로 고쳐야 한다. 독특하면 독특하지 다소 독특한 것과 왕창 독특한 것에 차이가 있는가 말이다. ‘완전히 어리둥절한’ → ‘어리둥절한’이다. 완전히 어리둥절할 수도 있고, 반쯤 어리둥절할 수도 있을까? 습관적인 형용사도 쓰지 않는 게 낫다. ‘가파른 절벽’에서 절벽이 가파르지 않은가? ‘절벽’으로 쓰면 충분하다. ‘노란 수선화’에서 수선화는 원래 노랗다. 의도적으로 강조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노란’을 쓸 필요가 없다.
형용사는 필요한 순간에 써야 힘을 발휘한다. 습관적으로 형용사를 남발하면 문장에 힘이 없어지고, 형용사가 쓰인 순간에도 강조되지 못하고 끝난다. 문장에서 ‘조금, 약간, 얼마간, 일종의, 제법, 꽤, 아주, 너무, 꽤, 많이, 어떤 면에서’ 등은 모두 없애야 한다. ‘조금 혼란스러웠다’ → ‘혼란스러웠다’이고, ‘얼마간 피곤하다’ → ‘피곤하다’로 충분하다. 혼란스러우면 혼란스러운 것이지 조금 혼란스러울 수 없다. ‘얼마간 피곤하다’라고 쓰고 싶다면 ‘얼마간’을 지우고 구체적인 표현을 들어 피곤함을 묘사하는 문장이 더 낫다. ‘극도로 피곤하다’라고 쓰고 싶다면 ‘극도로’를 지우고 ‘한 걸음만 옮겨도 쓰러질 듯 휘청거렸다’로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문장이 더 낫다. ‘제법 운이 좋았다’에서 ‘제법’은 어느 정도로 운이 좋았단 말인가? 운은 좋고, 나쁘고만 있다. 그러니 ‘운이 좋았다’로 충분하다. ‘아주 주도면밀하다’에서 ‘주도면밀하다’에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니 ‘아주’는 쓸 필요가 없다. 대체 ‘대충 주도면밀’ 할 수도 있고, ‘아주 주도면밀’ 할 수도 있단 말인가?
형용사와 부사를 잘못 쓰면 자기주장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왜곡과 거짓이 생길 수 있다. 화장과 조명이 민얼굴을 가리는 일과 비슷하다. 여기에 선전선동, 독선, 집단 광기가 자리 잡을 수 있다. 송상근 동아일보 기자가 지적한 몇 가지 글을 살펴보자.
①제주 강정의 해군기지 설치 의도는 중국을 군사적으로 봉쇄하려는 미국의 군사적 이해관계를 떠나서는 결코 해명할 수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우리와 상관없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 정책에 아름답고 평화로운 제주 강정이 희생당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이명박 정부는 강정 해군기지 설치 공사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 아래 10일 나온 기자회견문이다. 우리와 상관없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 정책? 전교조 집행부는 같은 조합원인 사회나 역사 교사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미중 두 나라의 움직임이 한국과 상관없는지. ②이들이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강정을 해군기지 후보지로 결정하는 과정과 절차가 너무 비민주적이고 탈법적인 방법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추진되었기에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한다.(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 주교가 교회 내 언론 매체에 보낸 글이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홈페이지에도 12일 올라왔다. 인터넷을 검색하면 이런 기사가 나온다. 강정마을회의 유치 희망 의결(2007년 4월) 도민과 현지 주민의 찬성 여론조사(2007년 5월) 반대단체와 공동 생태계 조사(2009년 2, 6월) 제주도 의회의 절대보전지역 해제 동의(2009년 12월) 국방 군사시설 실시계획 적법 판결(2010년 3월과 2011년 6월) …. 과연 비민주적이고 탈법적인 방법인가. 주민 의사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나. 주교회의 의장이 ‘그리스도인의 양심’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밝힌 생각이라 읽기가 불편하다.
③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 투표(무상급식 주민투표에 대한 민주당 주장) 선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권리다. 이를 행사하는 투표에 나쁘다는 단어를 붙일 수 있는지 의문이다. 나쁜 기부, 좋은 살인처럼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조갑제 기자는 이 점을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비판했다.
‘모든 투표는 편을 가른다. 승자와 패자로. 정책의 찬반을 건 모든 투표는 선택을 위한 것이며 결과에 대한 승복을 전제로 한다 … 민주주의는 투표행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표는 신성하다. 기독교에서 예배가 신성하듯이. 나쁜 투표, 나쁜 예배는 없다.’ ‘나쁜 투표’표현 논리에 맞지 않는다. 스티븐 킹은 화려하게 치장한 낱말을 야외복을 입은 애완동물에 비유했다. 이태준은 민중을 독자로 하는 논설문의 조건을 “확호確乎한 실례를 들어 의심을 살 여지없이 신임을 받아야 하고 … 중언부언이 없을 것”이라고 정리했다.
부사와 형용사의 남발은 글의 흐름을 방해하고 또 한 문장 속에 숨은 모순들을 드러낸다. 다음 글을 한번 보자. “마키아벨리에게 정치란 철저히 인간사의 영역이고 인간의 의지를 실현해 가는 활동이다. 하지만 동시에 결코 인간의 의지가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한다. 정치는 일차적으로 운fortuna의 규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 ‘정치가 인간사의 영역이지만, 인간의 의지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없다’라고 요약되는 문장이 ‘철저히’, ‘결코’, ‘모든’과 같은 단정적인 부사들로 인해 도리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무리가 가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 부사는 형용사로 바꾸고, 형용사는 가능하면 동사로 바꿔본다. ‘그는 태만하게 근무한다.’보다 ‘그는 일솜씨가 게으르다.’가 더 힘이 있어 보이고, ‘휘청거리며 걷는다.’보다는 ‘휘청거린다’가 강하다. ‘빠르게 말하다’보다는 ‘말이 빠르다.’가 의미 전달 속도가 빠르고, ‘많은 눈이 내렸다.’보다는 ‘눈이 쏟아졌다’ 또는 ‘눈보라가 휘몰아쳤다.’는 표현이 훨씬 생동한다. 형부(형용사 + 부사)가 말하는 세상보다는 명동(명사 + 동사)이 보여주는 세상이 정직하지 않을까. 전교조, 주교회의 의장, 민주당의 글은 형부의 부적절한 사용으로 표현이 적절치 못했다.
르귄은 글쓰기는 처음도 마지막도 예술이라고 했다. 글을 쓸 때는 표현의 욕구를 최대한 자제하고 반드시 필요할 때만 적절한 부분에 적절한 수식어를 첨가하도록 해야 한다. 정치법을 등한시하는 사람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치기들이 도처에 숨어 있다. 바둑으로 비유하면 자충수에 해당하고, 축구로 비유하면 자살골에 해당한다. 형용사 부사를 멀리하면 보다 안정된 느낌을 줄 수 있다. 위험한 형부보다 오감 서술어를 활용해 문학적 문장을 만들어 보자. 편한 마음으로 글을 쓰지만, 만약 글을 정말로 잘 쓰고 싶다면 퇴고를 거쳐야 한다. 퇴고는 오탈자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다듬고, 문장의 흐름을 일관되게 정리하는 작업이다.

권대근
(문학박사, 문학언어생태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