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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나다 : 촘스키, 다극세계의 길목에서 미국의 실패한 전쟁을 돌아보다

원제 : The Withdraw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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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대원로 비판지성 노엄 촘스키,
일극패권 쇠퇴와 ‘신냉전’ 질서 속에서
불량국가 미국의 실패한 전쟁을 돌아보다

전 세계 미국 패권 비판자들의 등대, 한 평생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집단에 정면으로 맞선 비판적 지식인, “미국 정부가 늘어놓는 거짓말과 전 세계 보통 사람들의 희망을 예리한 펜으로 서술”해온 1928년생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가 새로운 대담집을 출간했다. 그의 ‘제자’이자 ‘동료’, 인도 출신 언론인 비자이 프라샤드와 함께 촘스키는 일극패권 약화와 ‘신냉전’ 정세 속 위험한 확전으로 위기에 처한 세계의 한복판에 또다시 뛰어들어 지금의 국제 질서와 앞으로의 세계에 대해 분석하고 전망했다. 대원로 비판지성다운 품위와 함께, 95세의 촘스키 교수는 여전히 날렵한 지성과 관점으로 “지식인의 책무”에 매진하여 21세기 미국의 잔혹한 침략 전쟁 20년(이른바 ‘반테러전’)에 대한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폭로한다.
‘불량국가’이자 세계 최고의 ‘테러리스트 국가’ 미국의 21세기 대외정책은 정치적, 도덕적, 군사적, 경제적으로 완전히 실패했으며, 일극패권의 취약성은 더욱 도드라지게 되었다는 것이 촘스키와 프라샤드의 분석이다. 침략, 제재, 점령으로 수십만 명의 목숨을 빼앗고 수백만 명을 기아와 빈곤으로 내몬 미국 지배계급의 행태는 뉘른베르크 원칙을 적용해 나치처럼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할 중차대한 범죄다. 그러나 ‘서방’의 주류는 반성하지 않았고, 미국은 항상 그랬듯 한 곳에서 ‘물러나도’ 금세 또 다른 전쟁으로 나아갔다. 추악한 실패는 누적됐고 패권은 점차 쇠퇴했다. 하지만 역사에서 배우지 못한 채 중국, 러시아, 더 나아가 수많은 나라들에 시비를 걸고 복종을 강요하는 미국의 태생적인 ‘대부The Godfather’식 행태는 지금의 ‘신냉전’과 세계적 범위의 전쟁 위기 및 불안정을 파생시키고 있다. 세계는 어쩌면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기후 위기부터 세계대전 위협까지, 파국으로 치닫는 듯 보이는 세계에 과연 희망이 있을까? 95세의 비판지성은 또렷이 힘주어 말한다. “게임이 끝난 건 아니에요. 급격하게 방향을 전환할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는 알고 있지요. 의지만 있다면, 재앙을 피해 훨씬 더 나은 세계로 분명히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본질을 각성한 대중이 의지를 담아 행동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 목표 지점은 “미치광이”처럼 날뛰는 ‘대부’를 바로잡아 제대로 물러나도록 하는 것이다.

출판사 서평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미국 대외정책 비판자’와
‘언론이 감춘 빛나는 세계를 발굴하는 사람’의 만남
그 이름만으로도 충분한 신뢰감을 주는 시대의 양심, 노엄 촘스키 MIT 명예교수가 새로운 대담집을 내놓았다. 1960년대 베트남전쟁 시기 유명한 연설문이자 에세이 〈지식인의 양심〉을 발표한 이래 그는 60여 년에 가까운 긴 시간 동안 수많은 글, 강연, 대담을 통해 “완고한 장거리 달리기 선수”처럼 꾸준하게 세계와 권력, 진실과 정의에 관해 이야기해왔다. 단단한 바위 같은 그의 행보는 “지구상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대외정책 비판자”(뉴욕타임스북리뷰)로 그를 대중 속에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95세의 촘스키 교수는 여전히 현장의 전선에 있다. 이번에는 1990년대 초 처음으로 그를 찾아와 자문을 구하며 인연을 맺은 후 30년간 전 세계를 무대로 비판적 저널리즘을 구현하며 자연스레 그의 ‘제자’이자 ‘동료’가 된 인도 출신의 저널리스트 비자이 프라샤드와 함께했다. 비판지성 촘스키의 출발점인 베트남과 라오스에서의 미국의 전쟁에 대한 비판에서 시작하여,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에서의 미국의 21세기 20년 전쟁을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현실로 펼쳐진 미국발 ‘신냉전’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세계의 미래를 전망했다. 지금 시기 우리에게 너무나 절박한 세계패권과 국제질서 문제에 대한 진실과 통찰에 대해 이야기한 것이다.
미국의 전쟁을 ‘불량국가의 테러리즘’이라는 방향에서 자신의 실천 행동까지 가미해 풀어내고 완결성 있게 정리해낼 지구인은, 단언컨대 노엄 촘스키 단 한 명뿐이다. 라틴아메리카의 거장 이야기꾼 에두아르노 갈레아노로부터 “언론과 공식 역사가 감춘 빛나는 세계를 발굴하는 사람”이라는 극찬을 받은 저널리스트답게, 비자이 프라샤드는 때로는 존경심을 담아 촘스키의 비판지성사를 복기하고, 때로는 촘스키의 숨겨졌던 인간적 면모를 드러내며, 때로는 자신의 날카로운 견해를 밝히면서 대담을 풍성하게 만든다(프라샤드가 촘스키에게 헌정한 ‘나가며’는 가슴 뭉클하기까지 하다). 이 책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그들이 미국을 싫어하는 건, 미국이 그들에게 한 일 때문이다.”
- 21세기 미국의 침략 전쟁 실패사失敗史
“파란 눈과 금발”을 가지지 않은 “갈색 사람들”이기 때문일까. 보수적으로 추산하더라도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고 수백만 명이 기아와 빈곤에 노출된 결과로 귀결된 21세기 미국의 20년 전쟁은 여전히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특히 미국의 영향권에 있는 나라와 지역들에서 그러하다. 이 책에서는 결국 친미 정부 수립에조차 실패한 아프가니스탄(2장), 이라크(3장), 리비아(4장) 전쟁의 핵심을 비판적으로 복기한다. 정치적 목표가 결국은 달성되지 못했고, 도덕적으로 추악하며, 군사적으로 실패했고, 경제적으로도 명확한 결과를 말할 수 없는 총체적으로 실패한 전쟁이며, “그들이 미국을 싫어하는 건” 그럴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불법적인 침략과 끔찍한 잔학 행위는 9-11 테러를 ‘핑계’로 시작됐다. 사실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의 좌파 개혁 정권과 소련을 무너뜨리기 위해 무자헤딘 세력을 지원해 ‘수렁’을 만들었던 것도 미국이었다. 9-11의 진상 규명, 테러리스트의 실질적인 검거보다도 미국이 관심을 가졌던 것은 패권을 위한 전쟁 기획이었다. 9-11과 별다른 관계가 없었던 탈레반 정권과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이 참화에 빠졌다. (특히 1980년대에 이루어진) 일체의 개혁과 진보는 사라졌고, 군벌과 봉건 세력이 ‘친미’의 이름으로 권좌를 차지했다. “전략적 이해관계조차 확실하지 않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벌인 행동은 마피아적 세계 질서 유지를 위한 “힘의 과시”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부패”와 “탐욕의 전시실”이 아프간 친미 정부를 통해 펼쳐졌고, 군대는 붕괴했다. 아프간 국민들은 ‘개혁 정권 시절에는 여성이 취직을 하고 아이들이 거리에서 뛰어 놀았’으며 ‘심지어 탈레반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미국과 친미 세력에 대한 환멸과 분노를 이야기했다. 결국 마지막에는 제대로 된 싸움 한 번 없이 카불을 탈레반이 점령하고 미군은 철수하게 되었다.
이라크 전쟁에는 미국의 네오콘이 앞장섰다. 그들은 “새로운 미국의 세기”를 건설할 열망으로 “좋은 구실을 찾아 신속하게 휩쓸어 버릴 표적”이 필요했고, 그 대상으로 지목된 것이 한때 이란을 공격하기 위해 아주 친밀한 관계를 맺었던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이었다.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보유 가능성을 이유로 미국의 대량살상무기가 이라크에 투입됐고, 그것이 거짓 정보임이 드러나자 “자유”를 진척시키기 위해 “전쟁을 해야” 한다는 논리가 이어졌다. 수많은 서방 지식인들이 ‘보호책임’이라는 이름 아래 미국의 전쟁 논리에 호응했다. 전쟁과 ‘분할 지배’로 인해 시아-순니 종파 갈등이 사실상 처음으로 폭력적인 형태로 비화됐다. 미국의 입장에서 일극패권 확립, 석유 지배, 이스라엘 보호 및 이란 견제 등의 “전략적” 이유가 명확했던 이라크 전쟁은, 하지만 세계인의 보편적 시각에서 보면 교과서적 침략 전쟁 범죄의 명확한 사례일 뿐이다. 침략을 정당화할 믿을 만한 근거도, 유엔 안보리의 최소한의 승인도 없었고, 전 세계 인구의 압도적 다수가 반대했다. 그럼에도 진행된 침략 전쟁에 대해서는,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으로 귀결된 나치의 침략 전쟁과 똑같은 범죄”라고 평가해야 한다. 이라크 국민들은 미국에 대한 반감이 크다. 경제 제재와 전쟁으로 커다란 충격을 준 실체가 미국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처럼 폭발적으로 반미 투쟁이 벌어진 것은 아니지만, 전쟁 이후 성립한 이라크 정부와 국회도 계속해서 미군의 주둔을 거부해왔고 그 흐름이 계속 강화되었으며, 미국 역시 전술에 일부 수정을 가하면서 2011년부터 철군을 시작해 결국 2021년에 병참 본부를 완전히 쿠웨이트로 이전하게 된다.
리비아 전쟁에의 중심에는 나토가 있었다. 이라크 전쟁이 거의 미국 단독으로 진행된 것이었다면, 리비아 전쟁에는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도 적극 나섰다. 리비아 카다피 정권에 반기를 든 ‘벵가지’ 세력은 서방과 깊숙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나토과 ‘벵가지’ 세력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나이지리아, 가봉 등 아프리카연합의 휴전안, 중재안을 모두 거부했고 유엔 안보리 결의안도 사실상 위반하며 폭격 대공세를 취했고, 결국 카다피 정권을 무너뜨리기에 이른다. 그 결과 리비아는 대립하는 민병대 집단들이 통제하는 영역들로 나라가 산산조각이 나고, 계속되는 내전과 혼란에 휩싸여 있다. 현재 두 개의 정부가 존재하지만, 사실상의 재난지대다. 문제는 나토가 리비아를 파괴해서 혼란을 일으키고 무책임하게 떠나버렸다는 것이다. 리비아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강요하면서,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석유 수급의 불안정을 야기 시켜 자신들에게도 해가 되었음에도, 미국과 나토는 “세계를 통제하는” 패권적인 목표에만 집중했을 뿐이다.

나치의 홀로코스트만큼 추악했던 미국의 전쟁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에서의 전쟁에는 여섯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 엄청난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학살이 있었다. 둘째, 미국이 지원한 건 ‘민주’ 세력이 아닌 ‘부패한 부자들’이었다. 셋째, 이런저런 불의를 바로잡겠다며 가장 큰 불의인 침략을 정당화했다. 넷째, 민중의 삶은 침략 이전보다 모든 측면에서 퇴보했다. 다섯째, 유엔헌장은 무시당했다. 여섯째, 결국 미군은 철수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결과, 아프간 국민의 66%는 정신건강에 문제를 겪고 있고, 97%가 절대 빈곤에 시달리고 있으며, 문맹률은 60%에 달한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이 벌인 학살과 고문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아무도 모를” 수준으로 이뤄졌다. 미군 해병대의 팔루자 대규모 학살 첫날, 미군은 종합병원을 접수하면서 “군인들이 환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의사를 자빠뜨리고 한데 묶었다”. 언론은 승전보에 한껏 취해 “복잡한 미로 속에 쥐새끼처럼 뒤엉켜 있는 테러리스트들”을 운운했다. 리비아 전쟁에 폭격과 무기 지원으로 개입한 미국과 나토의 행보는 대중의 평화적 시위를 왜곡해 내전으로 바꾸고, 급기야는 제국주의적 전쟁으로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온갖 종류의 테러 집단이 생겨났고,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이 난민이 되어 이주민 행렬을 이뤘다가 (서방이 지원하는) 강제수용소로 끌려간다. 촘스키 교수는 이 모든 것들이 나치 독일의 홀로코스트와 비견할 만한 엄청난 범죄 행위라고 명확하게 지적한다. 그리고 ‘우리가 비슷한 범죄를 저지른다면 똑같은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는 논리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도 말한다.
“히틀러는 지역에 평화와 안전을 가져다주기 위해 행동에 나섰고, 나치가 문명의 이점을 안겨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이 이라크를 침공하면서 내세운 구실도 그만큼 믿음이 가지 않습니다. 뉘른베르크 재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전쟁을 획책한 사람들을 뉘른베르크 원칙에 따라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합니다.”(노엄 촘스키)

다극세계의 부상을 저지하려는 위험한 확전
- 미국과 글로벌 나토의 하이브리드 ‘신냉전’
하지만 미국은 역사에서 배우지 않았다. 20년의 추악한 전쟁과 그 실패는 미국의 일극패권을 약화시켰다. 세계적 범위에서 미국에 대한 반감이 높아지고 리더십에 대한 의심이 쏟아진다. 미국은 여전히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대폭 위상이 낮아진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문제는 미국이 일극패권에서 다극세계로 점차 나아가는 국제질서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막아 나서면서 위험한 확전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미국과 ‘글로벌 나토’의 하이브리드 ‘신냉전’이다.
“미국의 힘이 점차 취약해지는 동시에 중국이 자신감을 갖고 등장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강제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은 서구 기업들이 특히 첨단기술 부문에서 중국 기업들의 역동적 성장에 대항할 수 없다는 전반적인 좌절감의 표현입니다. 나토는 ‘글로벌 나토’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표명하고 자신의 주적이 중국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건 존재 자체를 건 충돌이기 때문에 철수가 불가능한 물러날 수 없는 싸움입니다. 나토는 한창 러시아와 위험한 대결을 벌이고 있고, 중국을 상대로 심각한 대결을 고조시키는 중입니다.”(비자이 프라샤드)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인 사실상의 ‘미-러 전쟁’은 일극패권의 유지와 다극세계의 출현이라는 세계질서의 변동 속에서 볼 때 그 성격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촘스키와 프라샤드는 이 전쟁에서 명백히 드러난 것은, 유럽(그리고 한국, 일본, 호주 등 미국의 군사 동맹)의 대미 종속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유럽의 경우, 미국과 대결하지 않으면 유럽인들의 경제적 피해가 증대된다는 내적 모순이 존재하며, 이 모순이 폭발할 경우 “세계 질서는 급진적인 방향 전환”을 할 수도 있다)과 중국, 러시아 및 남반구 전반의 다극화와 비동맹을 향한 지향 역시 새로운 단계로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 및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정권에 대한 무기 지원에 대한 지지, 동참 양상을 보면 대략 25 대 75의 양상인 미국-친미 국가들 대 중립-비미국-반미제국주의 성향 글로벌 사우스의 현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미국은 자신이 비교우위를 누린다고 판단한 무력을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예를 들면 중국 동부 연안을 중국을 겨냥한 주한미군, 주일미군 기지 등으로 둘러싸고 핵 위협을 가하는 것을 말한다(오히려 중국은 일대일로, 상하이협력기구 등의 강화를 통해 발전-투자 체제로 유라시아 및 세계를 연결하려고 한다). 이는 ‘대부’식 질서를 폭력으로 강요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점점 약해지는 ‘깡패’가 더 큰 무기를 들고 와 더 큰 위협을 가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그것은 세계를 절멸로 이끌 핵전쟁과 세계대전의 위험성을 내포하는 그 무엇보다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경쟁하는 두 개의 세계 체제 구상
- ‘대부The Godfather’식 규칙 기반 질서 VS. 유엔헌장 기반 다자주의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촘스키와 프라샤드는 한계가 있을지언정 세계 193개국이 서명한 ‘유엔헌장’에 기초를 두고 주권 평등과 다자주의의 원칙으로 세계질서를 바로 세우자고 말한다. 이는 그 누구보다도 ‘미국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유엔헌장을 제대로 따른 적이 전혀 없다시피 한 유일한 강대국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미국 예외주의’다. 미국은 1946년에 자기만큼은 “유엔헌장이나 미주기구헌장에 구속되지 않는다”고 법제화했다. 촘스키는 논리적으로 볼 때 이는 미국은 제노사이드를 저질러도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즉, “미국은 제노사이드를 실행할 자격이 법률적으로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며, 사실상 미국을 국제법 위의 예외적 존재로 인정하는 철저한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 유엔헌장의 정신에서 완전히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지금까지의 세계질서는 무엇이었나? 촘스키와 프라샤드는 이를 설명하고자 ‘마피아 대부’와 ‘깡패’, ‘미치광이’라는 표현을 쓴다. ‘대부’가 정한 ‘규칙’에 기반한 질서, 이것이 미국이 온갖 미사여구로 치장하는 국제질서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그저 미국이 결정하고 규정하는 대로 따르는 것, 결정과 해석 권한이 미국 지배계급에게 주어진 것일 뿐이다.’ 촘스키는 “지금 세계 질서 구상 두 개가 의제에 올라 경쟁”한다는 점을 유념하자고 이야기한다. “미국의 말을 따르는 게 규칙을 따르는 것”이라고 세계 체제를 정의할 것인지, 유엔헌장에 바탕을 두고 각 국가의 주권이 평등하다는 점을 인정한 토대 위에서 다자주의를 통해 세계 체제를 정의할 것인지(미국을 제외한 세계 대다수 나라가 인정하고 지지한다), 우리가 선택하고 실제로 행동할 시기라는 것이다.

“촘스키는 여전히 최고 수준의 현역 파이터다.”
‘한미동맹’에 의거한 한국의 외교 정책은 지난 20년 전쟁 기간, 철저히 미국에 편향됐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는 군대가 파병되었고, 미국식 “개입”은 “자유”의 이름으로 긍정되었다. 그리고 ‘신냉전’이 도래한 현 시기, 한국의 동맹 중심 외교는 오히려 더욱 심화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의 대전략을 적극 긍정하며 글로벌 나토에 동참하고 있으며, 이른바 ‘한미일 군사 동맹’의 완성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그 결과 최대 교역국 중국과의 불화는 매우 잦아졌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래 러시아에는 경제 제재를 가하고 있으며, ‘핵무장 국가’이자 통일 협상의 상대인 북한과는 ‘실전을 우려해야 할 정도’의 군사적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경제의 신냉전적 디커플링 및 공급난 양상 속 무역 수지 문제와 에너지난, 고물가와 고금리는 서민의 가계를 직격하고 있고, IRA를 비롯한 동맹조차 배제하는 미국의 정책에 기업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차원이 다른 거대한 실체의 접근을 대중들은 직감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현대사 최고의 위기이자 우리의 존재 자체를 뒤흔들 거대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한동안 잊혀졌던 세계질서와 국제 정치 지형의 ‘변동’에 능동적으로 임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우리는 무엇이 물러나고 무엇이 들어서도록 해야 하는가? 이를 알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모든 사회적·정치적 가치들을 뿌리부터 근본적으로 다시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중심에는 ‘미국’ 그리고 ‘미국식 가치관’이라는 실체가 놓여 있다. 노엄 촘스키는 지난 60년 동안 그래왔듯, 이 책을 통해 “인기 없는 사실을 고수”하고 “불의에 반대하고 평등을 추구”하는 입장을 통해 “미국 정부가 늘어놓는 거짓말과 전 세계 보통 사람들의 희망을” 예리한 펜으로 서술하였다. 많은 지식인들이 이런저런 소재들로 옮겨 다니며 지적 유희로서의 비판을 ‘상품화’할 때, 우직하게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인 미국의 지배계급에 맞서고 그들의 폭력을 근본적으로 경멸하는 태도를 견지하며 투쟁했다. 90대 중반의 나이지만, 그는 여전히 지적으로 왕성하고 의지로 충만하다. 그렇기에 우리의 녹록하지 않은 절박한 현실 속에서 “여전히 예리하고 만반의 준비가 돼 있는 최고의 복서” 노엄 촘스키의 분석과 혜안은 너무나 소중하다.

추천사

이해영(한신대학교 글로벌인재학부 교수)
9-11 즈음 부시가 물었다. “사람들이 왜 우리를 미워하지?” 펜타곤 조사단이 답을 찾았다.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는 건 우리가 그들에게 한 일 때문입니다.” 그리 보면 북한 사람들은 왜 저렇게 미국을 미워할까? 답은 간단하다. 미국이 “그들에게 한 일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한 사람들은 왜 저렇게 미국을 사랑할까? 이 역시 답은 간단하다. 미국이 자신들에게 한 일을 모르기 때문이다. 전쟁은 하나님이 미국인에게 지리를 가르치는 방식이라고 한다. 전쟁은 미국인의 지리 수업 시간이다. 그래서 이 나라는 전쟁 없이는 살 수 없다. 베트남, 라오스, 아프간, 이라크, 리비아. 이렇게 이 책의 순서를 그냥 따라가면 된다. 아주 쉽다. 그러면 나온다. 우크라이나!

박인규(언론협동조합 《프레시안》 이사장)
전쟁은 미국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적 키워드다. 미국은 중동 철수 불과 6개월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촉발해 러시아(와 중국)와의 대리전쟁을 벌이고 있다. 나토가 냉전 종식 이후 해체되기는커녕 세계 지배를 위한 미국 주도의 군사 기구로 변모했다는 촘스키의 지적이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이 미국에 결정적으로 예속된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대다수 남측 국가들과 함께 미국의 금융 지배에서 벗어난 다극적 세계 질서 창출을 추진한다는 프라샤드의 분석은 음미할 만하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나토 참여를 대단한 영광으로 여기는 현재의 한국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에두아르노 갈레아노(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탁월한 이야기꾼, 3부작 《불의 기억》의 지은이)
비자이 프라샤드는 공식 역사와 지배적 언론이 감춰버린 빛나는 세계를 발굴하도록 돕는 사람이다.

앤절라 데이비스(미국 민권운동의 급진적 지도자, 《여성, 인종, 계급》의 지은이)
노엄 촘스키는 정말로 미국에서 가장 돋보이는 공공 지식인이다. 그는 언제나 감춰진 폭력을 밝혀내려 했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특히 미국 군대가 야기한 수많은 파괴와 관련된 역사와 분석에 관한 그의 방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가식 없는 그의 풍모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뉴프레스출판사
권위는 사라졌다. 지금까지 어떤 일이 벌어진 건지, 그리고 미래가 어떻게 펼쳐질지에 관한 설명도 온통 공백 상태다. 세계 곳곳의 미국 비판자를 인도하는 등대와도 같은 정치활동가 노엄 촘스키 그리고 지식인이자 비평가 비자이 프라샤드는 지금 이 순간을 설명하기에 가장 적합한 분석가들이다. 그들은 재앙으로 끝난 이라크 전쟁에서 실패한 리비아 개입을 거쳐 혼돈으로 빠져든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하향 나선 운동에서 핵심적 변곡점들을 추적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무엇보다도 우리가 함께 건설해야 하는 새로운 세계를 이성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목차

추천사
서문(앤절라 데이비스)
들어가며 - 추악한 전쟁이 남긴 유산
베트남과 라오스
9-11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취약한 미국 패권
나가며 - 노엄 촘스키와 함께 글쓰고 대화한 30년(비자이 프라샤드)
미주

본문중에서

최근 들어 미국은 자신이 벌인 전쟁의 목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달성하지 못했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전쟁 중 어느 것도 친미 정부의 탄생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전쟁은 민간인에게 필요 없는 고통을 낳았을 뿐이다. 수백만 명의 삶이 망가지고 수십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오늘날 잘랄라바드나 시르테의 젊은이가 인간애를 믿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_16쪽

이 책에서 우리는 이런 맥락에서 국제관계의 두 가지 형태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세계가 미국이 부과하는 규칙을 따라야 함을 의미하는 미국식 ‘규칙 기반 질서’와 유엔헌장(1945)에 기반을 둔 유엔식 국제 질서가 그것이다. ‘대부’는 세계가 자신의 규칙을 따르기를 원하는 반면, 세계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거대한 합의를 담은 문서인 유엔헌장에 뿌리를 둔 절차를 구축하기를 열망한다. 이 책의 밑바탕에 흐르는 기조 중 하나는 우리가 ‘대부’의 행동을 유엔헌장을 근본으로 삼는 국제법에 따라 판단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유엔헌장이나 유엔 시스템의 한계를 잘 알고 있지만, 193개국이 헌장에 서명한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 헌장은 구속력 있는 조약이며 그것을 따르는 많은 국제법의 토대다. _26쪽

하노이에서도 미국이 폭격한 증거를 볼 수 있었지요. 폐허가 된 풀리시, 타인오하시의 무너진 병원을 보았습니다. 미국은 그 도시를 폭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눈으로 포탄을 볼 수 있었어요. 함롱 다리 주변은 집중 폭격을 당했더군요. 달 표면처럼 황량했습니다. _28쪽

9-11 이후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하소연을 했어요. 사람들이 왜 우리를 미워하지? 원래 우리는 굉장히 고귀하고 훌륭한 나라인데, 왜 우리를 미워하는 거야? 정부가 펜타곤 조사단을 구성해서 부시의 의문에 답을 찾았습니다. 이런 답이 나왔지요.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는 건 우리가 그들에게 한 일 때문이다.” _46쪽

미국 해병대의 대규모 공격 첫날이 기억나는데, 미군이 종합병원을 접수한 과정은 중요한 전쟁범죄입니다. 군인들은 환자를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의사를 자빠뜨리고 한데 묶었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아무도 몰라요. 우리는 우리가 벌이는 잔학 행위를 집계하지 않으니까요. 미국과 서방 주류의 논평을 아무리 샅샅이 뒤져봐도 어느 누구도 이라크 전쟁이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으로 귀결된 독일 나치의 침략 전쟁과 똑같은 범죄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뉘른베르크 재판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이라크 전쟁을 획책한 사람들을 뉘른베르크 원칙에 따라 재판에 회부해야 합니다. _94쪽

나토의 리비아 공격은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나토가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나토의 전쟁은 끔찍한 실패작으로, 이른바 ‘아랍의 봄’의 눈금판을 평화적 시위에서 내전으로 바꾸고, 계속해서 제국주의적 공격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나토가 아프가니스탄 전쟁과 리비아 전쟁에 참여한 것은 세계를 통제한다는 그들의 임무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_136쪽

미국의 힘이 점차 취약해지는 동시에 중국이 자신감을 갖고 등장했습니다. 미국이 중국에 강제하는 하이브리드 전쟁은 서구 기업들이 특히 첨단기술 부문에서 중국 기업들의 역동적 성장에 대항할 수 없다는 전반적인 좌절감의 표현입니다. 이건 존재 자체를 건 충돌이기 때문에 철수가 불가능한 물러날 수 없는 싸움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은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숨는 쪽을 선택한 반면, 나머지 세계는 이 새로운 상황을 비동맹과 다극화의 새로운 단계를 가속화할 수 있는 계기로 보는 것 같습니다. _158쪽

많은 지식인들이 현실의 이런저런 측면에 대해 대단히 비판적인-가령 각국 정부가 에너지 대기업과 공모해서 지구를 파괴하는 방식이나 정부가 국민을 대하는 방식에 비판적인-입장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미국의 지배계급이 조직하고 이끄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집단에 맞서는 입장을 확고하게 지키는-촘스키를 필두로 한-지식인은 거의 없다. 수십 년간 그는 미국 지배계급이 폭력적으로 힘을 행사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경멸하는 태도를 한 번도 버리지 않았다. _174쪽

촘스키는 강연을 할 때 연단을 두드리거나 발을 구르지 않는다. 오직 사실만을 나열하고, 이런 사실들이 그의 지적 무기고에서 날카로운 칼로 벼려진다. 하지만 그가 다루는 건 단순한 사실이 아니다. 사람들이 그 존재조차 알지 못하는 곳에서 사실을 읽고 찾도록 배웠기 때문에 발굴한 사실이며, 또한 조작된 동의라는 안개 때문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세계에 관한 이론으로 이 사실들을 묶어낼 수 있기 때문에 정리해낸 사실이다. _176쪽

저자소개

노엄 촘스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281207

1928년 12월 7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노암 촘스키는 세계적인 언어학자, 작가, 정치평론가, 사회운동가이다. 펜실베니아 대학에서 언어학과 수학, 철학을 공부했으며, 하버드 대학교 특별연구회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박사학위 논문의 기초 연구를 수행했다. 펜실베니아 대학 시절 언어학 교수인 젤리그 해리스의 영향으로 언어학을 공부하게 된 촘스키는 생성문법 이론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는데, 그의 저술들은 1960년대 이후 학계의 폭넓은 지지를 받기 시작했으며, 왕성한 저술활동과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강의 활동을 했다. 그는 1955년 매사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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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이 프라샤드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인도 출신 역사학자, 언론인 마르크스주의자이다. 미국 트리니티대학교 남아시아 역사학 교수로 일했으며 인도 레프트워드 출판사 편집장, 국제적 저항 운동을 돕는 사회연구소 트리컨티넨탈https://www.thetricontinental.org 디렉터이다. 영어로 쓴 수많은 저서들이 있으며, 국내에는 《갈색의 세계사》, 《제3세계의 붉은 별》, 《아스팔트를 뚫고 피어난 꽃》이 소개되었다.

유강은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옮긴 책으로 《AK47》 《신체 설계자》 《빚의 만리장성》 《도덕의 기원》 《불평등의 이유》 《신이 된 시장》 《자기 땅의 이방인들》 《E. H. 카 러시아 혁명》 등이 있으며, 《미국의 반지성주의》 번역으로 58회 한국출판문화상 번역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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