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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의 길 :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양장]

원제 : Cannibal Capital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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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동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회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의 뜨거운 제안-
암울한 우리 시대의 가장 우아한 자본주의론이자,
고전의 반열에 오를 단 하나의 명저

정희진 추천! “흐느끼며 일상을 견디는 이들에게 당도한 희망의 목소리.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동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회철학자, 낸시 프레이저의 역작! 암울한 우리 시대의 ‘가장 우아한 자본주의론’이라 평가받는 이 책은 한 마르크스주의 노학자가 생애 말년에 뜨거운 마음으로 써 내려간, ‘좌파의 길’에 대한 절절한 모색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저자는 오늘날 교착 상태에 빠진 정치 위기와 숱한 사회운동의 혼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통적인 고전 마르크스주의 자본주의관에서 벗어나, 자본주의를 새롭게 해석하는 ‘확장된 자본주의관’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를 ‘식인 자본주의’라 명명하면서, 그에 맞서는 이론적ㆍ정치적 기획을 한 권의 완성체로 묶어 선보인다.

기존의 마르크스주의 관점에서는 자본주의를 하나의 ‘경제’ 시스템으로 인식하면서 생산 영역 이면에 감춰진 ‘(노동)착취’에 주목했다면, 이 책은 자본주의를 (‘경제’를 넘어서는) ‘사회’의 한 유형, 즉 삶의 모든 영역을 지배하는 ‘제도화된 사회 질서’로 인식하면서 착취 이면의 ‘또 다른 감춰진 장소들’에 주목한다. 착취를 가능케 하는 네 가지 배경조건, 즉 전 지구적인 제국주의적-인종적 수탈, 돌봄 등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 지구 환경과 자연에 대한 수탈, 정치의 기능 장애로 인한 민주주의의 위기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는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자본’의 파괴적인 속성이 근본 원인이며, 이러한 자본의 탐식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는 확장된 자본주의관으로 무장한 광범위한 (새로운) 사회주의 운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신자유주의 이후 수많은 정치ㆍ사회운동과 비판이론들이 위기에 처해 있는 오늘날, 이 책의 주장과 대안은 독자에게 매우 깊은 영감과 각성을 준다. 페미니즘, 성소수자운동, 환경/생태운동, 노동운동 등 수많은 운동들이 각개약진하면서도 혼돈스럽게 뒤얽혀 있고, 또 한편으로는 ‘진보적 신자유주의’와 페미니즘의 기묘한 동거라거나 극우 포퓰리즘의 만개 같은 전 지구적 현상들이 결국 하나의 근원(‘식인 자본주의’ 자체의 모순)으로 수렴하고 있음을 깨닫고는 충격을 받게 되기도 한다. 이 넘쳐나는 ‘정체성 정치’의 시대에, 이러한 ‘포괄적인 접근’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절박하고 시급한 과제일지 모른다.

출판사 서평

“나를 포함, 흐느끼며 일상을 견디는 이들에게 희망의 목소리가 당도했다. 한계 없는 자본주의의 위장이 터지기 직전인 당대, 이 책은 기존의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포괄적 접근을 시도한다.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원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인간이라는 시한폭탄을 품고 붕괴가 임박한 지구를 알고 싶다면, 인문학 용어가 정확히 번역된 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권한다. 적실한 자본주의 입문서를 구한다면 이 책을 권한다.”
-정희진 (여성학 박사, 오디오 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낸시 프레이저는 최고의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스트 전통에 입각한 전설적인 급진 철학자이지만 흑인, 생태, 이민자, 성적 자유 운동에 대한 그의 진정한 포용과 심오한 이해는 그녀를 당대 지식계에서 독보적인 인물로 만든다! 이 책은 암울한 우리 시대에 고전의 반열에 오를 단 하나의 보배다.”
-코넬 웨스트Cornel West (《Race Matters》 저자)

“21세기에 걸맞은 마르크스주의 자본주의론에 대한 자신의 수많은 선구적인 공헌을 훌륭하게 종합한 아름다운 글!”
-볼프강 슈트렉Wolfgang Streeck (《How Will Capitalism End?》 저자)

“이 책은 자신이 번성하는 바로 그 땅, 노동력, 자연 세계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는 괴물을 소환한다. 저자는 특유의 명확하고 독창적인 산문을 통해 자본주의의 역사적인 변천, 서로 얽힌 역학을 풀어냄으로써 겉보기에 이질적인 위기와 사회적 폭력 사이의 상호관계를 드러낸다. 그를 통해 우리는 반인종주의적, 생태사회적 재생산 비평의 강력한 잠재력을 보게 된다. 그리고 왜 지구와 인류의 미래가 작업장과 거리, 숲과 바다를 가로지르는 반자본주의 투쟁을 구축하는 사회주의 좌파에 달려 있는지를 알게 된다.”
-슈 퍼거슨Sue Ferguson (《Women and Work》 저자)

“저자는 우리 시대의 가장 우아한 자본주의 이론을 내놓았고, 이제 우리는 그 체제를 심판하기를 희망할 것이다. 협소한 경제적 의미에서의 자본주의가 아니라, 완전한 잡식성이라는 의미에서의 자본주의, 주변 모두를 집어삼키는 짓을 멈출 수 없는 체제이자 사람과 자연의 생명을 파괴하는 체제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위기의 시대를 구할 마르크스주의 이론이다.”
-안드레아스 말름Andreas Malm (《How to Blow Up a Pipeline》 저자)

최고의 마르크스주의와 페미니스트 전통에 입각한 전설적인 급진 철학자,
낸시 프레이저는 누구인가

저자인 낸시 프레이저(Nancy Fraser, 1947~ )의 이름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신자유주의가 확고한 지배 이념으로 자리 잡은 1990년대에 착수한 ‘정의’론 작업이었다. 그는 ‘분배’에만 초점을 맞추는 존 롤스식 정의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 여성운동ㆍ흑인운동ㆍ성소수자운동 등이 제기하는 또 다른 정의관, 즉 문화적 정체성의 ‘인정’을 중심에 둔 정의관을 적극 수용해 이 둘의 공존과 상호작용을 중심에 두는 새로운 정의론을 제시했다(이러한 그의 정의론은 악셀 호네트와 벌인 논쟁의 기록 《분배냐, 인정이냐?》에 잘 나타나 있다).
이후 프레이저의 정치사회이론은 부단히 진화했다. 그는 정의의 또 다른 축으로서, 분배와 인정의 측면에서 불의를 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치적 ‘대표’의 측면에서 만인의 동등한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삼차원적 정의론을 발전시켰다. 또한 지구화 시대에 정치가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어서는 초국적인 공론장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지구화 시대의 정의》).

경제 위기와 극우 포퓰리즘의 창궐, 기후 급변 등으로 어지러웠던 2010년대에 프레이저는 이제까지의 이론적 토대 위에서 다른 어떤 사회이론가보다 더 맹렬히 현실에 개입하며, 신자유주의 이후의 대안을 찾는 많은 이들에게 용기와 영감을 주었다. 그는 정체성 정치만 강조하며 분배 요구를 등한시한 사회운동들을 비판했고, 최근 극우 포퓰리즘이 상당수 대중에게 대안으로 선택받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음을 통렬히 지적했다. 특히 페미니즘의 대중적 확산에도 불구하고 ‘진보적 신자유주의’라는 낡은 틀에 갇혀 있는 여성운동을 향해 자기 성찰과 노선 전환을 촉구했다(《전진하는 페미니즘》 《99% 페미니즘 선언(공저)》).

또한 프레이저는 무엇보다도 사회운동과 좌파정치 전반이 환골탈태해야 함을 역설했다. 그는 극우 포퓰리즘이 발호하도록 만든 원흉인 ‘진보적 신자유주의’에 맞설 수 있는 것은 오직 노동계급과 중간계급의 동맹에 바탕을 둔 ‘진보적 포퓰리즘’뿐이라고 주장했다(《낡은 것은 가고 새것은 아직 오지 않은》).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운동, 여성운동, 생태운동, 흑인운동 등이 굳건한 동맹을 발전시켜야 할 근거를 ‘자본주의’라는 토대 자체에서 찾아낸다. 다만, 이 ‘자본주의’는 더 이상 고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이야기하던 그 ‘자본주의’와 같지 않다. 자본-노동 관계만으로 환원되지 않는, 더 복잡한 제도적 실체인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책 《좌파의 길: 식인 자본주의에 반대한다》에서 드디어 그의 새로운 자본주의관은 그 전모를 드러낸다.

우리의 시스템은 어떻게 민주주의, 돌봄, 지구를 먹어 치우는가
우리는 이에 맞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가. 노동은 불안정하고, 부채는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며, 생계는 위협받고 있다. 공공 서비스는 퇴보하고, 인프라는 무너지기 일보 직전이며, 생명을 위협하는 팬데믹과 극단적인 기후위기까지 엄습한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법을 상상하거나 실행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정치의 위기’가 이 모두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 책은 이 모든 끔찍한 사태의 근원에 관한 심층 탐사다. 그 원인을 진단하고, 범인을 지목한다. 저자는 ‘식인’이라는 은유를 통해, 우리 시대를 이 지경에까지 몰아넣은 이 사회 시스템에 이름을 붙인다. 자기 존재의 토대조차 걸신들린 듯이 집어삼키는, 이른바 ‘식인 자본주의(Cannibal capitalism)’다.

제1장 “걸신들린 짐승: ‘자본주의’의 재인식”에서는, 왜 우리의 자본주의관을 확장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구체적인 윤곽은 무엇인지를 개괄한다. 이를 위해 마르크스가 말한 ‘(생산 이면의) 감춰진 장소’ 이면의 또 다른 네 가지 감춰진 장소들로 우리를 안내한다. 즉 상품 생산에서 ‘사회적 재생산’으로, 경제에서 ‘생태’로, 경제적인 것에서 ‘정치적인 것’으로, 착취에서 ‘수탈’로 우리의 인식을 이동시키며, 그 구조적 분할을 살핀다. 그리고 자본주의 경제는 이러한 ‘비-경제적(으로 보이는)’ 배경조건에 구조적으로 의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나아가 이러한 확장된 자본주의관을 바탕으로, 전 지구적으로 연대하는 새로운 정치적 가능성(‘경계투쟁’)의 윤곽을 그려 보인다.

제2장부터 제5장까지는 그 네 가지 ‘감춰진 장소’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본다. 각 장소/영역마다 고유한 ‘자본주의’에 대한 구조적 분석과 역사적 성찰(16~18세기 중상주의적 자본주의부터 19세기 자유주의-식민주의적 자본주의, 20세기 중반의 국가-관리 독점 자본주의, 우리 시대의 금융화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이론화를 한데 합침으로써, ‘자본주의’가 수탈ㆍ재생산ㆍ생태ㆍ정치의 각 영역에서 어떻게 ‘제 살 깎아먹는 짓’을 벌이는지를 낱낱이 짚어낸다. 즉, 모든 것을 먹어 치우는 자본의 파괴적인 속성이 기후위기와 인종적 불평등, 돌봄의 평가절하(젠더 지배), 정치위기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위기들을 촉발했는지를 온전히 드러내 보인다.

제2장 “수탈 탐식가: 착취와 수탈의 새로운 얽힘”에서는, 마음껏 먹어 치울 수 있는 집단을 찾아 헤매는 탐식가에게 먹이를 대주는, 자본주의의 수탈/착취 분할을 다룬다. 이른바 인종적-제국주의적 역학이다. 수탈과 착취를 동시에 당하는 시민-노동자는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나. 왜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제국주의적-인종주의적일 수밖에 없는가. 반인종주의를 위한 인종 교차적 동맹은 어떻게 가능한가.

제3장 “돌봄 폭식가: 생산과 재생산, 젠더화된 위기”에서는, 자본주의 시스템에 돌봄 폭식가의 낙인을 찍는, 자본주의의 재생산/생산 분할을 다룬다. 이른바 젠더화된 역학이다. 식민화-가정주부화-가족임금을 거쳐 오늘날 신자유주의의 새로운 규범인 ‘맞벌이 가구’에 이르기까지, 자본주의의 역사적 체제들에서 ‘돌봄’은 어떻게 취급되고 처리되었나. 부유한 가족에서 가난한 가족으로, 전 지구적 ‘돌봄 사슬’은 어떻게 연결되는가. ‘시장화’와 ‘사회보호’의 길항 속에서 어떻게 해방운동이 ‘진보적 신자유주의’에 포섭되었나. 왜 사회적 재생산이 자본주의 위기의 중심 무대일 수밖에 없으며, 새로운 사회주의 페미니즘은 어떻게 가능할 것인가.

제4장 “꿀꺽 삼켜진 자연: 수탈ㆍ돌봄ㆍ정치와 얽혀 있는 생태 위기”에서는, 우리의 집인 지구를 자본이 꿀꺽 삼키게 만드는, 자본주의의 자연/인류 대립을 다룬다. 이른바 생태-포식 역학이다. 자연은 어떻게 자본의 수도꼭지이자 하수구로 전락하게 되었나. 생태 위기는 어떻게 수탈, 돌봄, 정치(국가/공적권력)와 얽혀 있는가. 왜 생태정치는 환경을 넘어 자본주의 자체에 맞서야 하는가.

제5장 “도살당하는 민주주의: 정치와 경제의 분할”에서는, 공적 권력을 먹어 치우고 민주주의를 도살하려는 충동을 내장한, 자본주의의 경제/정치 분할을 다룬다. 자본은 어떻게 국가, 공공재, 정치를 무력화하는가. 왜 자본주의는 근본적으로 반민주주의적일 수밖에 없는가.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 금융의 지배 아래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져버린 오늘날, 우리는 이 비상한 역사의 갈림길에서 어떤 정치적 선택을 해야 하는가.

제6장 “진정한 대안의 이름으로: ‘사회주의’의 재발명”에서는, 자본주의에서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으며 이에 맞서는 진정한 대안은 무엇인지를 탐색한다. 자본주의를 ‘식인종’으로 새롭게 바라보면 어떤 실천적 차이가 나타나는가. 이 관점은 사회주의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어떻게 바꾸는가. 그렇다면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사회주의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마지막으로 에필로그 “팬데믹, 식인 자본주의의 광란의 파티”에서는, ‘식인 자본주의’의 모순이 극단적으로 집약되고 응축된 ‘광란의 파티’로서 팬데믹 사태를 다룬다. 수탈ㆍ재생산ㆍ생태ㆍ정치의 서로 얽히고 중첩된 위기들이 어떻게 코로나19와 그 타격을 만들어냈는지, 그 참혹한 비극의 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다.

목차

감사의 글

서문 _ ‘식인’이라는 은유

1장 걸신들린 짐승: ‘자본주의’의 재인식
- 왜 우리의 자본주의관을 확장해야 하는가

다시,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마르크스의 ‘감춰진 장소’ 이면의 또 다른 장소들
하나, 상품 생산에서 사회적 재생산으로
둘, 경제에서 생태로
셋, 경제적인 것에서 정치적인 것으로
넷, 착취에서 수탈로
자본주의는 ‘경제’ 그 이상이다
경계투쟁, 새로운 비판이론을 위하여
제 살 깎아먹기의 위기

2장 수탈 탐식가: 착취와 수탈의 새로운 얽힘
- 왜 자본주의는 구조적으로 제국주의적-인종주의적인가

교환, 착취, 수탈
축적으로서 수탈: 경제적 논의
예속으로서 수탈: 정치적 논의
인종화된 축적의 역사적 체제들
자본주의는 여전히 필연적으로 인종주의적인가?

3장 돌봄 폭식가: 생산과 재생산, 젠더화된 위기
- 왜 사회적 재생산이 자본주의 위기의 중심 무대인가

생활세계에 무임승차하기
자본주의 돌봄 폭식증의 역사적 발작
식민화와 가정주부화
포드주의와 가족임금
맞벌이 가구, ‘진보적 신자유주의’의 탄생
또 다른 자본주의인가, 새로운 사회주의 페미니즘인가?

4장 꿀꺽 삼켜진 자연: 수탈ㆍ돌봄ㆍ정치와 얽혀 있는 생태 위기
- 왜 생태정치는 환경을 넘어 자본주의에 맞서야 하는가

자본주의의 생태적 모순: 수도꼭지와 하수구로 전락한 자연
서로 얽힌 모순들
‘자연’을 말하는 세 가지 방식
사회생태적 축적의 역사적 체제들
동물의 근력
석탄왕
자동차 시대
새로운 인클로저, 금융화된 자연, 그리고 ‘녹색자본주의’
시공간 속에서 자연을 통해 제 살 깎아먹기
서로 얽힌 투쟁들
환경을 넘어서는 반자본주의적 생태정치를 향해

5장 도살당하는 민주주의: 정치와 경제의 분할
- 왜 정치 위기는 자본에게 붉은 살코기인가

자본주의 ‘그 자체’의 정치적 모순
국가, 공공재, 공적 권력
자본주의 역사 속의 정치 위기들
글로벌 금융, 부채, 그리고 이중의 고통
정치적 교착 상태, 비상한 역사의 갈림길

6장 진정한 대안의 이름으로: ‘사회주의’의 재발명
- 21세기에 사회주의는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그래서 다시, 자본주의란 정확히 무엇인가
자본주의에서 도대체 무엇이 잘못됐는가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사회주의

에필로그 _ 팬데믹, 식인 자본주의의 광란의 파티

옮긴이 후기

본문중에서

현 위기를 발생시킨 책임은 ‘식인 자본주의’ 시스템에 있다. 현재의 위기는 다양한 폭식증의 발작이 한데 모인 예외적 유형의 위기다. 수십 년에 걸친 금융화로 인해 지금 우리가 직면한 위기는, ‘단지’ 극단적인 불평등이나 저임금 불안정 노동의 위기만이 아니다. ‘단지’ 돌봄이나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만도 아니고, 이민과 인종화된 폭력의 위기만도 아니다. 또한 뜨거워진 지구가 치명적 전염병을 토해내는 ‘단순한’ 생태적 위기만도 아니고, 무너져가는 인프라와 군사주의 증대, 독재자의 만연을 특징으로 하는 ‘오로지’ 정치적인 위기만도 아니다. 아니, 이 위기는 ‘더 나쁜 무엇’이다. 이 모든 재난이 한데 모여 서로를 악화시키며 우리를 집어삼키겠다고 위협하는, 사회 질서 전체의 전반적 위기다. 이 책은 이렇게 거대하게 서로 얽혀 있는 기능 장애와 지배의 지도를 그린다. _본문 20쪽

그리하여 현 체제에서 우리는 착취와 수탈의 새로운 얽힘, 그리고 정치적 주체화의 새로운 논리와 만난다. 종속적 피수탈 예속민과 자유로운 피착취 노동자를 확연히 가르던 과거의 분할 대신에 연속체가 등장한다. 한쪽 끝에서는 무방비 상태의 피수탈 주체의 무리가 증가하는 반면에, 다른 쪽 끝에서는 착취‘만’ 당하는 주체인 보호받는 시민-노동자 계층이 감소한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새로운 등장인물, 즉 수탈과 착취를 동시에 당하는 시민-노동자가 자리한다. 형식적으로는 자유롭지만 너무도 취약한 상태인 이 새 등장인물은 더 이상 주변부 주민이나 인종적 소수집단에 한정되지 않는 표준적 존재가 된다. _본문 104쪽

이 두 투쟁 쌍의 충돌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다양성’, 능력주의, ‘해방’을 칭송하면서 동시에 사회보호를 해체하고 사회적 재생산을 다시 외부화하는 진보적 신자유주의가 그것이었다. (…) 이 과정에 해방운동들이 동참했다. 반인종주의, 다문화주의, LGBTQ 해방, 환경주의를 비롯한 모든 운동이 친시장적인 신자유주의 조류들을 세상에 낳아 퍼뜨렸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오랫동안 지속된 젠더와 사회적 재생산의 얽힘을 감안하면, 가장 치명적인 것은 페미니즘의 궤적이었다. (…) 여성은 모든 영역에서 남성과 평등하며, 재능을 실현할 기회를 균등하게 보장받아야 하고, 그런 영역 중에는 생산 영역도, 아니 생산 영역이야말로 포함되어야 한다고 전제된다. 반면에 재생산은 후진적인 잔여 영역이자, 해방으로 나아가는 길에서 어떻게든 치워야 할 진보의 장애물로 나타난다. _본문 141~142쪽

금융화된 자본주의는 공적 지원을 축소하고 여성을 유급 일자리로 충원할 뿐만 아니라 실질임금을 낮췄고, 이로써 가족을 지탱하려면 각 가정마다 유급 노동에 보내는 시간을 늘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이는 돌봄 활동을 타인에게 맡기려는 필사적인 쟁탈전을 부채질했다. 이 돌봄 간극을 해소하기 위해 현 체제는 가난한 나라에서 부유한 나라로 이주 노동자를 수입했다. (…)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이주민이 자신의 가족ㆍ공동체 책무를 다른 이에게, 더 가난한 돌봄 제공자에게 떠넘겨야 하며, 그러면 이 돌봄 제공자 역시 같은 선택을 해야 하고, 이는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유례없는 전 지구적 ‘돌봄 사슬’이 등장하게 된다. _본문 142쪽

미국에서 최근 전개된 두 양상이 상황의 심각성을 잘 보여준다. 첫째는 난자 동결의 인기가 급증하는 현상이다. 난자 동결은 보통 1만 달러가 소요되는 값비싼 시술이지만, 이제는 고학력ㆍ고임금 여성 피고용자의 부가급여로서 IT 기업들에 의해 무료로 제공된다. 이 노동자들을 유치해 계속 고용하고 싶어 하는 애플,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은 실제로 다음과 같이 말하며 출산을 연기할 강력한 유인책을 제공한다. “기다렸다가 40대, 50대, 아니 60대에 아이를 가지세요. 여러분의 강력한 에너지, 생산적 시기를 회사에 바치세요.”
두 번째 현상 역시 이와 마찬가지로 생산과 재생산 간 모순의 징후를 드러낸다. 모유를 짜내는 값비싼 첨단 유축기의 확산이 그것이다. (…) ‘모유 수유’는 더 이상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일이 아니라, 기계를 사용해 모유를 짜서 보관해놓았다가 나중에 육아도우미를 시켜 젖병으로 먹이는 일이 되었다. 심각한 시간 빈곤 상황에서 더블컵에 완전 자동인 유축기는 가장 바람직한 해법으로 여겨지는데, 예를 들면 이 기구 덕분에 고속도로에서 차를 운전하면서도 양쪽 가슴에서 모유를 짤 수 있다. _본문 143~144쪽

한마디로, 도처에 생태정치가 등장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운동만의 고립된 배타적 소유물이 아니며, 이제는 모든 정치적 주체가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긴급한 사안인 것만 같다. 경쟁하는 숱한 의제들에 포함된 이 주제는 이와 한 쌍을 이루는 대의가 무엇인지에 따라 다양하게 굴절된다. 그 결과는 표면적인 합의 이면의 떠들썩한 의견 불일치다. 한편에서는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지구 온난화를 지구 위 뭇 생명에 대한 위협으로 바라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그들은 이러한 각성 과정을 추동하는 사회 세력들의 공통 시각을 공유하지는 않으며, 지구 온난화를 중단시키기 위해 필요한 사회 변화에도 동의하지 않는다. 과학의 측면에서는 (어느 정도) 의견이 같지만, 정치의 측면에서는 (상당한 정도로) 다른 것이다. _본문 154쪽

자본주의 사회는 생산을 조직하는 임무를 ‘자본’에,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자본 축적에 헌신하는 이들에게 맡긴다. 원자재를 추출하고, 에너지를 발생시키며, 토지 사용을 결정하고, 식량 시스템을 운영하며, 자연에서 신약 후보 물질을 찾아내고, 폐기물을 처리하는 등의 독점적 권한이 자본주의 시스템에 의해 자본가 계급에게 부여된다. 사실상 공기, 물, 흙, 광물, 식물군과 동물군, 숲, 대양, 대기, 기후 등 지구 위 뭇 생명의 기본 조건 일체를 마음대로 통제할 권한이 양도되는 것이다. (…) 물론 정부가 사후에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개입할 때도 있지만, 항상 뒤늦게 만회하는 식으로 소유주의 특권을 침해하지 않으며 대응한다. 정부는 늘 온실가스 배출자보다 한 발자국 뒤에 있기 때문에 환경 규제는 대기업의 회피 수단에 의해 쉽게 무력화된다. (…) 이렇듯 지구 온난화를 야기한 것은 인류 전체가 아니라 바로 이들 자본가들이며, 이는 우연이나 단순한 탐욕의 결과가 아니다. _본문 166~167쪽

금융화된 자본주의는 전반적으로 ‘정부 없는 거버넌스’의 시대, 달리 말해 ‘동의’라는 체면치레조차 내팽개친 지배의 시대다. 이 체제에서는 전 세계에 걸쳐 사회적 상호작용의 막대한 부분을 다스리는 강압적 규칙의 알짜를 만드는 것이 국가가 아니다. 대신 유럽연합, 세계무역기구, NAFTA, TRIPS 같은 초국적 거버넌스 구조가 이를 대체한다. 누구에게도 책임지지 않으며, 압도적으로 자본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는 이 기구들은 ‘자유무역’과 ‘지적재산권’ 같은 신자유주의적 관념들을 ‘헌법으로 제정’하고, 이를 글로벌 체제로 고정시킨다. 이로써 장래에 있을지 모르는 민주적 노동ㆍ환경 입법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다. 결국 이 체제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사적 (대기업) 권력이 공적 권력을 포로로 만들도록 도우며, 또한 국내에서 공적 권력을 식민화하고 사기업의 작동 방식을 본떠 공적 권력의 작동 방식을 짠다. _본문 242~243쪽

그리고 이것이 바로 주류 진보 저항 세력이 실패한 대목이다. ‘저항 세력’의 지배적 흐름은 장막 뒤 권력의 가면을 벗기기는커녕 오랫동안 이 권력과 얽혀 있었다. 페미니즘, 반인종주의, LGBTQ+ 권리 운동, 환경주의 같은 대중적 사회운동의 ‘자유주의-능력주의’적 흐름이 그 사례였다. 이들은 자유주의의 헤게모니 아래에서 활동하며 오랫동안 진보적-신자유주의적 블록의 하위 파트너 노릇을 했는데, 이 블록에는 글로벌 자본의 ‘미래지향적’ 부문(IT, 금융, 미디어, 연예)도 가담하고 있었다. 결국 진보파 역시, (비록 방식은 달랐지만) 간판스타 구실을 했다. 신자유주의의 약탈적 정치경제를 해방의 매혹적 분위기로 화장해주면서 말이다. _본문 252~253쪽

더 나아가 페미니즘이나 반인종주의 등을 신자유주의와 결부시킴으로써, 마침내 댐이 무너졌을 때 인민대중이 신자유주의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이나 반인종주의 등까지 거부하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이것이 (적어도 지금까지는) 반동적 우익 포퓰리즘이 이 상황의 주된 수혜자가 된 이유다. 또한 이것이 현재 우리가 정치적 교착 상태에 빠진 이유이기도 하다. 권력은 떼돈을 벌어들여 장막 뒤에서 웃음을 그치지 않는데도, 우리는 반동파와 진보파가 각기 양쪽에서 간판스타 노릇을 하며 경쟁하는 싸움에, 사람들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기 위해 짜고 치는 그 싸움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_본문 2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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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 프레이저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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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낸시 프레이저는 페미니스트 정치 철학자이자 참여 비판이론가다. 뉴욕 뉴 스쿨 사회과학대학원에서 정치학 및 철학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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