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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 양안다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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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양안다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23년 01월 30일
  • 쪽수 : 152
  • ISBN : 9788954699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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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당신은 내가 외면한 슬픔의 총체인 걸까.
우리는 아름다운 종류의 괴물을 천사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는데.”

대체할 수 없는 시인 양안다가 들려주는
모든 ‘시작되는 연인’들을 위한 꿈과 영원의 이야기

문학동네시인선의 2023년 새해 첫 권으로 양안다의 신작 시집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를 펴낸다. 2014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한 양안다는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세계의 끝에서 우리는』 『숲의 소실점을 향해』 등 네 권의 시집을 부지런하게 펴내며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해왔다. 꿈과 현실을 오가며 인간이라는 미로를 탐색해온 양안다는 이번 시집을 통해 “애정과 증오” “사랑과 살의” 같은 “이분법”(「퇴원」)적인 시선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관계의 이면을 한층 깊어진 감성으로 펼쳐 보인다.

이번 시집은 사랑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는 “연인”들의 이야기로 넘실거린다. 양안다의 시 속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에 다가가려 애쓰지만 “실패하기를 반복”한다.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사랑해”(「첫 안경을 쓰는 아이들을 위해」)라고 속삭이는 그들은 때로는 “들개 두 마리”(「여름 개들의 끝 절망」)로, 때로는 “곤히 잠든 환자들”(「천사 잠」)로, 혹은 “뒷골목”에서 “납작한 빵을 찢어 먹는”(「무지개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소년 소녀들」) 소년 소녀로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읽는 이들 저마다의 기억과 감성을 환기시킨다.

또다른 특징은 시집 전반에 걸쳐 청색이라는 색채 이미지가 도드라진다는 점이다. “푸른 핏줄이 불거진 내 손목을 붙잡았지”(「잔디와 청보리의 세계」)라는 구절에서는 두 사람 사이에서 맥동하는 관계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고, “파랑은 파랑, 천사는 천사-나는 인형에게 푸른 천사 따위의 이름을 붙여주지 않을 것이다”에서는 대상의 존재성을 다른 것으로 흐트러뜨리지 않으려는 강렬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청색 계열 중에서도 “새벽이면 우리의 방에 청색 리듬이 필요합니다”처럼 ‘새벽’의 빛깔은 특히 그 의미가 남달라 보인다. “새벽 욕조의 푸른색”, “창문에서” 쏟아지는 “새벽빛”(「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은 꿈과 현실, 밤과 아침이라는 경계를 함께 보내는 연인들의 몽환적이고도 환상적인 시간을 상징하는 듯하다. 영원과도 같은 그 시간 속에서 연인들은 서로의 “아득한 깊이”(「소학교 일년생」)를 들여다보며 사랑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출판사 서평

짐승이 되는 꿈은
해일을 일으킨다. 악몽은 당신을 가파른 협곡으로 몰아붙인다.
당신의 발에 두 손을 얹을게. 새벽 욕조의 푸른색으로.
온수입니다. 물속에서 빛나는 우리 발목을 봐. 어떤 어류가 우리를 간질인다.
피울 때마다 안개가 드리웠지요. 입맞추기 전에 기도를 가볍게 올렸어요.
우리는 인어의 방식으로 익사하지 않는다.

(…)

별들은 오리온자리 배열로 빛나는데, 그래, 내가 잘게 흩어졌어.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지평선이 불탄다고 말했다.
그리고 나는 당신에게 우리 반지의 테두리가 빛난다고 말했다.
당신은 내가 외면한 슬픔의 총체인 걸까.
우리는 아름다운 종류의 괴물을 천사라고 부르기로 합의했는데.
우리가 영원히 깨어날 수 없다는 말에 동의해줘.
이곳에서 기절하지 않을 거야.
우리는 좋은 부부가 될 거야. 우리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할 거야.
알 수 없는 구름 속으로 나룻배가 산산조각나고 있어. 내가 절반 이상 죽은 줄 알았어.
그리고 가느다란 월식. 그리고

누군가가 우리의 문을

노크할 때.

창문에서 새벽빛이 쏟아진다. 블루.
_「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부분

한편, 발문을 쓴 시인 윤의섭은 양안다의 시가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말한다. “장면과 장면이 이접되면서 몽타주 기법으로 전개”됨으로써 논리적인 서사로 읽히기보다는 여백의 의미를 상상하게 하는 그런 영화 말이다. 이러한 특징은 양안다 시 특유의 독특한 발화 방식에서 연원한 것이다.

“서늘한 곳에서 기다려요.
우리 육체가 펄럭이는 깃발로 변할 때까지요.” 맞아요. 육체란
영혼이 굳는 과정이야. 깨진 유리잔은 없고 오직 금간 물이 담겨 있어요.
슬픔의 낮은 슬픔의 밤과 같지 않습니다.
……네 차례야.
네가 고안한 밤을 들려줘.
한낮에 질주하던 야생마도
한밤에는 걷는 것이 조화롭습니다.

(…)

내가 천치와 같던 어느 나날,
나는 내 주변 모든 사람을 천치로 보기 시작했다.
“한 손에 사과, 다른 손에 칼을 쥐면
우리는 껍질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 아이는 나의 왕관을 쓴 채 날 묶습니다.
_「꿈의 체스」 부분

「꿈의 체스」에서 ‘나’의 발화는 “했다”라는 어미로 끝나지만 ‘그 아이’에 대한 묘사는 “습니다”로 끝난다. ‘나’의 발화는 독백으로 들리지만 ‘그 아이’를 묘사하는 대목은 마치 독자에게 건네는 말처럼 들린다. 이처럼 양안다는 “일관된 주체를 통해 일관된 방향으로 발화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를 포함한 다양한 청자를 설정하고 그들 각자를 향해 서로 다른 형식으로 발화하는 시쓰기 방식을 보여”준다. 윤의섭은 이를 “다성성의 오케스트라”라고 명명하며 “양안다 고유의 문체(스타일)”라고 짚어낸다. 양안다의 시는 “파도가 일렁이듯 다채로운 결들로 펼쳐졌다 끊어졌다 하며 우리의 감각을 건드리는” 연주와 같다는 것이다.

아이는 발목에 닿는 물기를 느낀다. 문득 해변의 모양을 바라본다. 바닷물이 아이의 발목을 적신다.

“이걸 뭐라고 부르지?”

아이는 물의 춤을 바라본다. 해변을 사랑할 의지가 없다.
_「첫 안경을 쓰는 아이들을 위해」 부분

신이라고 여겨지는
아이는 인간의 그림자에 흥미를 갖지 않는다.

자전거를 타고 떠나요.
이것은 걸음마의 형식. 세상 모든 아이들은 앉은 채로 떠나고 싶다. 지평선 너머로 아이가 사라질 때. 그의 아버지가 문득 발에서 통증을 느끼기 시작할 때.
_「가장 선호하는 관심사」 부분

내가 원하는 것은 꿈이자 영혼이자 피크닉.
스텝에 밟힌 잔디가 다시 일어난다. 광장 바닥으로부터.
느린 속도로. 나는 잔디와 같은 마음이 없어서
무기력하게 쓰러지고 춤도 아닌 몸부림을 사랑했다.
철창 속 기린은 무슨 기분일까.

(…)

지난 휴가에서 개에게 물려 죽은 아이가 나였다니 그걸 늦게 알아버려서.
_「잔디와 청보리의 세계」 부분

양안다의 시에는 ‘연인’이 되기 이전의 존재라 할 수 있는 ‘아이’ 또한 자주 등장한다. 아이란 자아가 완결되지 않은 미완의 주체이자 미래의 가능성을 품은 사람이다. 아이는 엄격한 어른, 금지와 규율의 세계를 상징하는 “교육자”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그저 친구들과 즐겁게 춤을 출 뿐이다.

불을 지폈고 나체로 춤을 추었고
절정이었을까?
아름다워. 숲속의 호수가
달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물결을 풀었다가
당겼다가…… 뛰어들었습니다.
우리 중 누구도 익사하지 않아요.
네 꼴을 좀 봐.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지.
너는 조금 춤을 춘다.
나는 조금 불을 지켜보고 있는데.
_「Queen of Cups」 부분

시집 곳곳에 등장하는 이 아이들의 춤은 잘하려 할수록 “망가지는 춤”(「가장 선호하는 관심사」)에 가깝다. 아이들은 “매 순간 춤을 추며” 사랑을 발견하고, 연인이 되고, 아름답게 “패배”(「여름이 오면 우리는 나아지겠지 그런 믿음」)해나간다. 양안다의 시는 이러한 사랑의 가능성을 품은 아이들의 세계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시를 읽으며 우리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아이 시절의 목소리를 발견하고, 실패를 웃어넘길 수 있게 되고, “꿈속에서 나는 사랑을 만드는 사람”(「여름 개들의 끝 절망」)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양안다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작가님, 새해가 되고 새 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소회가 어떠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운명보다 우연을 믿는 사람이고, 항상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입니다. 시집을 내기까지 크고 작은 우연 속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는 감정을 드러내는 걸 두려워해서 종종 스스로를 우스꽝스럽게 포장하곤 합니다. 이번 시집을 무사히 출간하게 되어서 무척 기쁘지만, 그걸 드러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제가 덜 우스꽝스러워지도록 모두 기도 한 번만 해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Q2. “너는 천사가 나오는 시를 싫어했지”라고 이야기하는 ‘시인의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너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썼다”는 말에는 슬픈 결기가 느껴지기도 했고, 그만큼 울림이 컸어요. 그러고 보면 이 시집 전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대상을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흔적들 같기도 하더라고요. 이 시들을 쓸 때 어떤 마음이셨나요?

‘시인의 말’에 적었듯이 저는 천사가 나오는 시를 싫어하던 옛 친구를 자주 떠올렸습니다. 그 친구는 지금 건강히 살고 있을까요? 그 친구는 이 시집을 읽고 마음에 들어할까요? 저는 친구가 마음에 들어할 거라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시를 썼습니다. 저는 시를 쓸 때면 항상 즐겁고 저의 모든 시간이 즐거운 순간으로 가득하길 바라는 마음이 됩니다.

Q3. ‘연인’에 더해 ‘아이’ 또한 시 속에 자주 등장하고 있어요. “신이라고 여겨지는/아이는 인간의 그림자에 흥미를 갖지 않는다”(「가장 선호하는 관심사」)라는 시구를 보면 ‘아이’는 일면 ‘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 이미지가 이른바 순수성과 악마성뿐만 아니라 시작과 끝, 늙음과 죽음, 사랑과 이별, 꿈과 현실 등 어디에도 물처럼 흘러들 수 있는 유연한 존재 같기도 했어요. 가장 전지전능하고, 동시에 가장 여린 존재랄까. 작가님께 ‘아이’는 어떤 이미지인가요?

‘아이’ 하면 ‘다음 세대’가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전(前) 세대’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분명 저는 ‘다음 세대’이지만, 다른 누군가가 보았을 때 저는 다음 세대가 아닌 전 세대로 여겨질 것입니다. 그런데 저라는 사람은 애 같은 면이 있고, 조금 우습고, 제가 바라는 ‘어른’의 모습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누군가의 다음 세대이지만, 동시에 다른 이가 저의 다음 세대라는 것이 문득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바보 같은 어른들을 많이 보았고, 훌륭한 어른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누구도 바보 같은 어른이 되고 싶어하지 않을 것입니다.

Q4. 데뷔한 지 구 년, 책으로는 다섯번째 시집을 펴내셨습니다. 하지만 작가님은 여전히 ‘젊은’ 시인처럼 느껴집니다. 양안다 하면 떠오르는 감성과 스타일 덕분일 거예요. 특유의 감성,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인물들의 대화, 돌출적인 기울임체 등등. 작가님은 시를 쓸 때 가장 중시하는 게 무엇인가요? 처음 시를 쓰던 때와 지금 시를 쓰면서 달라진 점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예전에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 시를 여러 편 썼었습니다. 언젠가 누군가가 이에 대해 물었을 때, 저는 ‘화자의 입으로는 부족하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저는 많은 목소리로 말하고 싶었습니다.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시가 다각적으로 다가가길 바랐습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쓰는 편이 저는 재미있습니다. 제가 오직 재미 때문에 시를 쓰는 건 아니지만, 시를 쓰는 이유 중 재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사실입니다. 처음 시를 쓸 때도, 지금 시를 쓸 때도 저는 즐겁게 쓰고 있습니다. 달라진 점을 하나 뽑자면, 예전에는 ‘좋은 시’를 쓰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좋은 시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막연히 좋은 시를 쓰고 싶었습니다. 지금은 ‘좋은 시집’을 만들고 싶습니다. 당연히 ‘좋은 시집’이 무엇인지 저는 모릅니다. 그러나 모르기 때문에 이 일이 더 재미있게 느껴집니다.

Q5. 작가님의 시를 좋아하는 독자분들, 처음 만나게 될 독자분들께 인사를 부탁드려요.

실생활에서 저는 사람과 만나는 걸 즐기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길 두려워하며, 에너지가 상당히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시에서는 정반대의 사람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 저는 영화 〈메모리아〉를 보고 돌아와서 이 글을 적고 있습니다. 〈메모리아〉의 주인공인 제시카는 자신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변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습니다. 영화가 끝나자 저는 누군가를 돕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모두 몸 건강 마음 건강 잘 챙기시길 바라겠습니다. 관심 가져주시는 분들에게 미리 감사드립니다.

추천사


이 시들을 쓰면서 나는 대체로 취해 있었고 새벽이었다. 문득 시인의 말을 편지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시를 쓰는 동안 나의 친구가 자주 떠올랐기 때문이다.

잘 지내? 너는 천사가 나오는 시를 싫어했지. 천사라는 존재가 특별하고 아름답게 표현되는 것이 싫다고 했잖아. 내가 너의 말에 동의하지 않아서 해뜰 때까지 다투는 날이 많았지.

언제나 미러볼과 전자음악과 알코올의 밤이었다. 어쩌다 우리가 멀어지게 된 걸까? 서로를 너무 많이 낭비한 탓일까? 하지만 나는 한 번도 후회한 적 없었어.

지금 만나게 되면 우리는 무슨 대화를 나눌까. 너는 여전히 졸린 눈으로 취하고, 춤을 추고, 시시한 대화를 즐기곤 할까.

나는 너를 이해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썼다. 특별하지 않고 아름답지 않은 천사를. 인간과 다를 바 없는 천사에 대한 시를. 너는 이 시집을 마음에 들어할까? 만약 우리 다시 만나면

이제 다투지 않게 될까? 어디선가

나의 친구, 네가 이걸 읽는다고 생각하면 내가 다 괜찮아진다.

아직도 헤매며 이 세계 어디서 너 혼자.

2023년 1월
양안다

목차

1부 우리는 눈사람, 녹는 가면을 쓰고

저글링/ 여름 개들의 끝 절망/ 꿈속 얼굴을/ 첫 안경을 쓰는 아이들을 위해/ 천사 잠/ 재정렬/ 개와 개/ 소학교 일년생/ 퇴원/ 천사를 거부하는 우울한 연인에게/ 캐치볼/ 다른 페이지의 낙원/ 검은 장벽/ 매그놀리아 멜랑콜리아/ 겨울은 계속 나쁜 짓을/ 잔디와 청보리의 세계/ Queen of Cups/ 가장 선호하는 관심사/ 림보/ 망상 한계/ 미래 의자

2부 이 구부러진 손가락에 작은 불씨를 주십시오

둘 천사/ 그러나 고요하고 거룩한/ 무지개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소년 소녀들/ 꿈의 체스/ 백일몽/ 나쁜 피/ 쇼파르/ 호랑이 굴/ 탄포포/ 오뉴월/ me/ 여름이 오면 우리는 나아지겠지 그런 믿음/ 방아쇠와 이어달리기/ 재활/ 해마의 방/ 도킹/ 도핑/ pleasedontleavemealone/ 연대기/ 몇 개의 작은 상처들/ 캠프/ 절벽까지 여섯 발자국/ 트램펄린

발문 | 완전한 불완전
윤의섭(시인)

본문중에서

시작되는 연인들은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그가 영원한 아이인 줄도 모르고.

영원한 사랑을 위해.

영원.

그런 건 한번 잘린 인간의 신체가 다시 자라지 않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절단된 정신을 붙잡고 영원을 꿈꾸는 연인이 이 땅에 있다. 사랑해.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사랑한다고. 그것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도 모르면서. 영원에 실패하기를 반복하면서.
_「첫 안경을 쓰는 아이들을 위해」 부분

우리는 눈사람들.
우리는 구른다. 아니. 내리막에서 네가

나의 등을

밀었습니다. 네가 녹으면 나도 녹을게.
그렇게 말하지 마. 축축한
목소리가
흘러간다. 폭우였습니다. 잠겼습니다. 네가
익사했어요? 폭우에게 악의가 있겠습니까. 설마 폭우에게
마음이
존재하겠습니까. 골목을 걷던 아이가
돌을 쥐었습니다. 그냥
그게 예뻐 보였으니까. 젖은 돌인 줄도 모르고
손을 적시는 겁니다. 돌이 있던 자리에는
물자국.

-이제 집으로 돌아가셔야지요. 불 피운 벽난로와 갓 구
운 빵이 기다리는 그곳으로.

우리는 눈사람들.
우리는 녹는 가면을 쓰고.
_「검은 장벽」 부분

폐쇄된 호수에 앉아 발을 적시다가
아무도 돌 던지지 않는 거리에서 노래하다가
들판에 떨어진 과일로 허기를 채우다가
불을 피워놓고 노는 곳.
가끔 술을 얻어 마신다면
우리 도착지는 나쁘지 않은 곳.
분명 그런 곳일 텐데.

그 아이는 불의 그림자를 춤이라고 불렀습니다.
나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어.
_「무지개 때문에 자살을 생각한 소년 소녀들」 부분

그래…… 그날은 온통 구름 풍경이었고 한낮이었다.
수척한 얼굴로, 맨발로 가시밭을 걸으며, 슬픔 조각들을 맞추며, 녹슨 칼.
우리는 사랑과 함께 간다.
매 순간 춤을 추며 패배하자.
양떼와 함께 부유하는 구름 속에서.
그날 언덕에는
전투를 마친 소년병들이 금이 간 헬멧을 만지작거리고 있었지.
소년병들은 아군의 머릿수를 헤아리고 있었다.
누가 죽었을까.
비 젖은 개들은 죽은 자의 묘를 파헤치며 짖었다. 슬픔을
주체할 수 없다는 듯이.
추락하는 여객기.
발작을 사랑하는 것처럼.
_「여름이 오면 우리는 나아지겠지 그런 믿음」 부분

상상한다. 우리가 백 년 전에 태어난 무용수라면……
상상한다. 우리가 만지는 마작 패가 누군가의 마음이라면……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그러게요. 어울리지 않는 춤입니다.
그냥 우리를 놔둬요. 할말은 이게 전부입니다.
나라의 녹을 먹고 자라 미안합니다.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반려견은 나의 친구. 우리는 마음껏 배를 보여주었다.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밀밭이 저렇게 흔들려도 되는 걸까……
너는 바람개비를 불었지.
그게 우리가 가진 유일한 힘이었다.
서로가 서로의 손을 잡고.
_「절벽까지 여섯 발자국」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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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양안다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92

1992년 충남 천안 출생. 2014년 『현대문학』으로 등단. 시집 『작은 미래의 책』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와 동인시집으로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가 있다. 창작동인 ‘뿔’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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