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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고 싶은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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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요조
  • 출판사 : 마음산책
  • 발행 : 2023년 01월 30일
  • 쪽수 : 260
  • ISBN : 9788960907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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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관계 맺기에 관한 다정한 사유,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
“너도 나를 좋아해서 이렇게 자꾸 나를 만지는구나.
이렇게 하루에도 몇 번이고 나에게 오는구나”

뮤지션이자 작가 요조의 신작 산문집 『만지고 싶은 기분』이 마음산책에서 출간되었다. 제주의 동네 서점 ‘책방무사’의 주인이기도 한 요조는, 음악과 책 작업을 함께하며 예술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평범한 일상도 특별하게 바라보는 요조의 시선은 전작들에 이어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특히 『만지고 싶은 기분』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만짐’에 대한 섬세한 관찰이다. 요조는 손을 잡거나 어깨동무를 하며 서로의 몸이 닿는 것에 주목한다. 가까운 사이의 좋아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는 만짐이란, 다정한 동시에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과의 교감에서도 만지는 행위는 중요하다. 사람들은 슬쩍 다가와 무릎에 앞발을 턱 올려놓는 개나 몸을 붙이고 앉아 골골거리는 고양이의 몸짓에서 자주 안정감과 행복을 느끼곤 한다.

지난 몇 년간 ‘거리 두기’와 ‘비대면’의 시대를 살며 친밀한 사이에서도 만짐의 행위는 자제해야 했다. 요조는 친근하고 자유롭게 만질 수 있었던 날들을 그리워하며 관계에 대해 꼼꼼히 돌아본다. 서로 몸이 닿으며 ‘함께’ 살아간다는 감각이 얼마나 중요한지, 요조의 글은 그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방역을 위해 서로 간에 거리를 두는 일이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는 나날들 속에서 나는 노상 내가 좋아하는 존재들을 생각한다. 만지고 싶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벗은 채 옹기종기 앉아서 음식을 같이 먹고 술도 같이 마시고 싶다. 파티를 하고 싶다. 손을 만지고, 어깨동무를 하고, 팔짱을 끼고, 웃으면서 등을 때리고, 만나고 헤어질 때 오랫동안 꼭 안고 싶다. 모두의 날숨으로 덥고 습해진 아주 작은 공연장에서 조용히 숨죽인 노래를 부르고 싶다. 누구하고든 아주 가까이에서 이야기하며 그가 눈과 코와 입을 쓰는 모습을 모두 공들여 바라보고 싶다. _205쪽

출판사 서평

주변에서 사회로 이어지는, 관심의 확장
“궁금한 게 많아지는 것은
좋아하고 싶어 하는 마음의 대표적인 현상”

요조는 자신의 곁을 이루는 관계를 부지런히 살핀다. 특히 가족과 친구, 동물에 대한 사랑을 보여준다. 부모님과 함께 요리를 하고 식탁을 차리는 저녁 풍경을 담담히 써 내려가는 데서는 고요하고 성실한 애정이 엿보인다. 젊은 시절, 육아와 살림에 고단해하던 어머니가 남겼던 일기에 대해 쓸 땐 미안함과 애틋함이 드러나기도 한다. 친구 관계, 나아가 동물과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는 사람이 점점 줄어드는 시대, 책방을 운영하는 요조는 친구들의 방문을 두고 ‘매출로 측정 안 되는 매출’이라고 이야기하며 애정을 보인다. 친구네 집에서 키우는 개의 자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악몽을 꾸는 것이 아닐까 고민하고,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들을 ‘털인간’이라고 칭하며 털이 북슬북슬할 뿐 마치 인간처럼 느껴져서 마음이 이상해질 때가 많다고 고백한다.

생각해보면 고양이의 언어와 개의 언어를 아직까지도 인간이 파악하지 못했다는 게 좀 이상한 것도 같다. 누군가 똑똑한 분이 얼마든지 개 언어, 고양이 언어 전문 번역기를 개발하고도 남을 만큼 현대의 기술은 발전한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왜 인간은 우주에 메시지를 쏘아 보내며 있는지 확실치도 않은 외계 생명체를 찾고 있는 것일까. 이미 지구에 개와 고양이라는 훌륭한 외계(?) 생명체가 있는데! _174쪽

어째서 동물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있는 방법이 아직도 개발이 안 되었는지 궁금해하는 대목에서는,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요조의 진지하면서도 엉뚱한 면모에 미소 짓게 된다.
곁을 바라보는 요조의 다감한 시선은 나아가 예술 혹은 사회적 관심사로도 연결된다. 넓은 범위의 관계로까지 확장되는 것이다. 식생활에 대해 성찰하고, 토종벌 개체수를 늘리기 위한 프로젝트에도 관심을 둔다. 클럽의 공연예술을 두고 ‘칠순 잔치’라고 비하한 공무원의 발언을 아쉬워하기도 한다. 이 부드러운 연결은, 요조가 예술가로서 사회를 대하는 성숙한 시선을 보여준다.

“그때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대화를 떠올린다.
예술과의 대화”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예술가의 시선

요조의 시선은 자주 ‘아름다움’에 머무른다. ‘과연 농락할 수 있는 권리라는 것이 있을까? 만약 그렇다면 그것은 아름다움에 있는 것일까?’라고 질문을 던지는 요조는, 주로 존재가 지닌 고유의 개성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 지느러미를 출렁이는 물고기, 누군가의 다소 독특한 이름, 영화제에 참여하기 위해 찾아간 무주의 자연……. 일부러 꾸미지 않아도, 다만 존재하기에 흘러나오는 행동 또는 멋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을 꾸준하고 열렬히 좋아한다.

물고기의 풍성한 지느러미와 꼬리가 물속에서 아름답게 출렁이고 있었다. 그래, 물 안에서 사는 존재들을 볼 때마다 이 움직임이 그렇게 아름다웠어. 그런데 이 움직임은 결국 이들의 생활이 아닌가. 이들은 아름다워 보이기 위해 일부러 춤추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움직이고, 자고, 먹고, 친구들과 무리 지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달려가며 노는 하루의 생활, 하지 않으면 생이 끝나는 기본의 몸짓들이다. _197~198쪽

요조의 글마다 배어 있는 상대(혹은 사물)에 대한 애정은, 고유한 것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해내는 요조의 특별한 시선이 있기에 가능할 것이다. 특히 음악과 영화, 미술 등 다양한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뭉근하고 성실하다. 관심 가는 대상을 무심히 지나치지 않고 특별함을 찾아내 그에 대해 써 내려간다. 평범해 보이는 순간도 다르게 인식하는 렌즈야말로 작가 요조가 독자에게 건넬 수 있는 좋은 선물일 것이다.

목차

책머리에

1. 시시하고 외롭지 않게
너를 너무 사랑해서 나는 두려워
터치
부사 인간
오래가는 선물
행인 1의 튼튼한 산책
쾌락 수호
어떤 행복
인간의 가장 귀여운 점
어디 있는지 알아요
‘~인 것 같아요’라는 말을 옹호함
당신의 이름과 그 이름의 글자
시시하고 외롭지 않게

2. 실패하는 방식으로 반짝이며
단어들은 너를 위한 거란다
잡초 같은 감정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에휴
싫어하는 마음에 희망을
다시 태어나는 기분
완벽한 타인
여름 달리기와 건강
차근차근 디자인
그것은 나의 영광
앤디 코프먼 되기
우리 둘이서 〈드라이브 마이 카〉를 보고
우주 대스타는 우주에 관심이 없다

3. 마음들의 경합
깻잎의 맛
설명이 불가능한 기억들
프로와 아마추어
어떻게 춤을 추어야 할까
어쩔 수 없다
프레시 구구절절
세인트 보이의 마음은 어떤 곳일까
모기의 건투를 빈다
체념적인 너그러움의 시간
손 뻗어 닿는 곳에
책을 읽는 인간은 어떻게 변하는가
농락당하는 기분
생일에 쓰는 글

4. 아름다운 생의 동작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과일
좋아하고 싶어 하는 마음
털 달린 거울
층간소음
즐거운 아침 식사
너의 말
자연스러운 한국말
나를 위한 것이나 나의 것은 아닌
나도 가끔은 조성진
매출로 책정이 안 되는 매출
내 식생활의 점수
7일
아름다운 동작
만지고 싶은 기분
턱이 시리도록 달고 좋았다

5. 의외의 재미
우리의 카페
장난치고 싶어
아직 이 종교의 이름은 없다
아침부터 투쟁
큰 목소리
올해도 꾸역꾸역
올해의 멋
귀하고 고마운 한 살의 나이
좋은 사람 되기, 나쁜 사람 안 되기
전기 행복
택시 복
우리는 걷는다 칠순까지 가던 길을 계속 간다 마포구청의 ‘칠순 잔치’ 발언에 부쳐

본문중에서

어떤 공포는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엄습한다. _20쪽

집으로 천천히 돌아가면서는 다가올 나의 다음 터치가 줄 기쁨을 생각했다. 생일을 맞은 친구의 따뜻한 손, 둥근 어깨 같은 것을. _22쪽

‘반드시 내가 해야만 해’라는 말은 주인공의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을 할 때 우리는 ‘당신이 아니면 안 된다’라는 말을 한다. 사랑을 할 때 세계의 주인공은 ‘나’와 내가 택한 ‘당신’이므로. _33쪽

조물주는 다양한 귀여움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다. 그래서 고양이를 만들 때는 뱃살을 귀엽게 만들고, 개를 만들 때는 뒤통수를 귀엽게 만들고, 돼지를 만들 때는 꼬리를 귀엽게 만들었을 것이다. _40쪽

사실 서울과 제주를 오가며 조금도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간혹 짐이 너무 많거나 왕래가 지나치게 잦거나 할 때는 힘이 달리곤 한다. 그러나 그것을 상쇄할 만한 어떤 기운을 나는 공항에서 매번 느끼고 있다. 그것은, 굳이 표현하자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다. _82쪽

예술에 임하는 데는 정답을 논할 수 없는 여러 태도가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자기 자신을 학대하고 일탈함으로써 예술가로서의 창의성과 유일성을 획득할 수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절제와 성실함을 발동하여 자신의 예술을 완성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쪽을 선택하건 예술가 쪽에서 진심으로 바라는 건 자기 자신 안에 자리 잡고 들어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자신을 놓치고 잃어버리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그렇게 자기를 놓아버리고 훨훨 멀리 떠날 때 결국 자기 자신을 더 진하게 획득하게 될 거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아는 사람들일 테니까 말이다. _96~97쪽

아마도 모든 나라의 언어에는 그런 단어들이 존재할 것이다.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 존재하는 언어. 그래서 모국어의 감각으로, 머리보다 몸에 가까운 것으로 이해할 수 있는 단어. _67쪽

사람마다 초점이 맞는 거리는 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는 28밀리가, 누군가는 50밀리가 잘 맞을 것이고, 28밀리도 부족해서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하는 사람, 혹은 더 멀리, 너무너무 멀리, 기어이 우주가 보여야 할 만큼 멀리 볼 수 있는 망원렌즈가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_108쪽

깻잎절임은 확실한 팀플레이가 필요한 반찬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아주 어릴 때부터 깨달았다. 켜켜이 찰싹 붙어 있는 깻잎을 스스로의 힘만으로 떼어낼 줄 아는 어른은 거의 없었다. 나는 깻잎을 못 먹는 시절을 보내면서도 반찬으로 깻잎절임이 나오면 그렇게 속으로 신이 났다. 누군가의 젓가락이 깻잎절임을 향할 때마다 어디선가 또 다른 젓가락이 나타나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을 보는 것이 좋았다. _116쪽

내가 소홀하게 대처한 것들에 대해서는 시간을 들여 반성하고 다시 마음을 다진다. 어쩌면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랑하는 친구들의 조언을 하나씩 떠올리며 지금의 내 호흡과 몸의 리듬을 체크한다. _156쪽

빈틈과 오해가 확실한 상황에 저항하면서 조금이라도 이해해보려는 노력의 현장을 나는 너무나 사랑하니까 말이다. _163쪽

음악을 듣다가도 죽음에 대한 생각에 불쑥 빠진다. 어쩌면 음악이라는 것은 영혼이 돌아가는 집일지도 모른다고. 그러므로 사실 알고 보면 음악가는 다 목수들이고 다 건축가들이라고. _193~194쪽

죽고 싶은 마음으로 뮤지션이 노래를 불러도, 듣는 사람은 그 노래를 들으며 살고 싶다고 생각한다. 웃음이 가득한 얼굴로 뮤지션이 노래를 불러도, 듣는 사람은 그 노래를 들으며 조용히 눈물을 흘린다. 춤을 추면서도 마음은 놀랍도록 차분하고, 조용히 의자에 앉아 있어도 마음은 활어처럼 날뛴다. 그 작은 공간 속에서, 우리 모두는 각각이 가진 몸 안의 끝없는 우주로 떠나, 살고 싶고 죽고 싶고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고 차라리 쓰레기가 되고 싶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싶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은 주인공의 생기를 획득한다. 우리는 그렇게 음악 속에서 자아를 다진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도 발육되는 존재인 것이다. 그곳에서 음악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우리를 인간으로 키운다. 아무것도 아닌 밥 한 공기가 우리를 이만큼 키웠듯이. _255~2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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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요조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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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로 본명은 신수진이다. 요조(Yozoh)라는 예명은 ‘요조숙녀’가 아니라 일본소설 《인간실격》의 남자 주인공 ‘요조’에서 따온 것이다. 〈My Name Is Yozoh〉 〈나의 쓸모〉 〈나는 아직도 당신이 궁금하여 자다가도 일어납니다〉 등의 앨범을 냈고, 『오늘도, 무사』 『눈이 아닌 것으로도 읽은 기분』 『아무튼, 떡볶이』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공저) 등의 책을 썼다. 2015년 서울 종로구에서 ‘책방무사’를 열었고, 2016년 제주 성산읍 수산리로 옮겨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소설가 장강명과 도서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의 진행자로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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