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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에게 시대의 흐름과 역사의 이치를 깨닫게 해준
셰익스피어 〈햄릿〉에 나타난 종교성

위대한 문화적 자산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중심으로, 셰익스피어 희곡에 담긴 성서적 요소와 그 상호성을 고찰한 『셰익스피어와 종교』가 푸른생각에서 출간되었다. 성서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인류에게 시대의 흐름과 역사의 이치를 깨닫게 해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조명한 이 책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영국 엘리자베스 시대 극작가 중에서도 가장 중심적인 존재였을 뿐만 아니라 세계 연극사에서도 최고의 극작가로 손꼽히는 셰익스피어는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무한한 영향력을 끼쳐왔다. 사람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정신적 양식이 되어주었던 셰익스피어의 희곡에는 신앙적 이야기 전개와 성서로부터 인용된 구절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담은 성서와 셰익스피어 문학은 수 세기를 거치며 무수한 창작물들의 원천이 되어왔다. 성서적 지식이 없으면 서양문화를 이해할 수 없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충분히 해석할 수 없다.
셰익스피어는 1600년을 기점으로 〈햄릿〉, 〈리어 왕〉, 〈오셀로〉 등 비극작품에 몰두했다. 권력의 흥망성쇠와 배신, 음모, 암살 등 악의 심연에 도달하였고, 선과 악의 대결에서 선한 자가 겪는 고난의 문제에 파고들었다. 셰익스피어는 햄릿 등 인물들의 성격 묘사 수단으로 성서를 사용하였고, 작품의 주제를 강조하는 데에 성서의 이야기를 근간으로 삼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성서는 새로운 빛을 발산할 수 있게 되었다.
셰익스피어 연구의 권위자인 이태주 교수는 인류의 위대한 문화적 자산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햄릿〉을 중심으로, 셰익스피어 희곡에 담긴 성서적 요소와 그 상호 연관성을 『셰익스피어와 종교』에서 고찰하였다. 성서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인류에게 시대의 흐름과 역사의 이치를 깨닫게 해준 셰익스피어의 희곡을 조명한 이 책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 책머리에 : 셰익스피어가 발견한 성서의 의미

제1장 르네상스 시대 영국의 시련과 비극
1.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영국
2. 메리 여왕과 엘리자베스 여왕
3. 메리 스튜어트의 반란
4. 엘리자베스 여왕과 에식스 경

제2장 셰익스피어는 누구인가?
1.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로 가보자
2. 셰익스피어의 극장, 극단, 배우들
3. 셰익스피어의 사상, 종교, 극작세계
4. 셰익스피어 작품의 독창성과 천재성

제3장 〈햄릿〉은 어떤 작품인가?
1. 주제, 플롯, 인물
2. 오필리어, 폴로니어스, 레어티즈
3. 극중극은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가?
4. 햄릿의 추방과 귀환
5. 죽음의 침묵
6. 햄릿을 연기한 명배우들
7. 로렌스 올리비에의 〈햄릿〉 영화

제4장 〈햄릿〉의 분석과 해석
1. 역사적 배경과 출처
2. 르네상스 시대의 마법
3. 햄릿 성격론
4. 극장, 관객, 역사적 배경과 인습
5. 정신분석학적 햄릿론
6. 햄릿에게 어떤 일이 발생했는가
7. 우리들의 동시대인 셰익스피어

제5장 셰익스피어와 성서
1. 영국 르네상스 시대의 성서
2. 영국 국교의 종교의식
3. 셰익스피어 작품의 성서 인정 기준
4. 〈햄릿〉과 성서 (1)
5. 〈햄릿〉과 성서 (2)
6. 〈햄릿〉과 성서 (3)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책머리에 중에서

성서와 셰익스피어 작품은 세상에서 가장 많이 읽히고, 숭상되면서 무한한 영향을 끼쳐온 문화유산이다. 성서의 지식이 없으면 서양문화를 이해할 수 없고, 셰익스피어 작품을 충분히 해석할 수도 없다. 1620년 영국 청교도들이 메이플라워호로 대서양을 건너 신세계로 갈 때 『제네바 성서』와 셰익스피어 작품도 함께 갖고 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모든 나라 교회에서는 성서를 봉독하며 예배를 올리고 있을 것이다. 전 세계 95개국 언어로 번역된 셰익스피어 작품도 관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으며 무대를 빛내고 있을 것이다. (중략)
셰익스피어 작품은 성서로부터 영향을 받으면서 시대의 흐름과 역사 변천의 철리(哲理)를 깨닫게 해주는 길잡이가 되었다. 종교와 문학은 개념적으로는 서로 분리되어 있다. 종교는 인간과 신과의 관계를 말한다. 문학은 사상을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그러나, 자신과 신과의 관계를 추구하고 문장으로 표현하면 종교와 문학은 상호 간에 깊은 관계를 맺게 된다. 햄릿은 부왕의 망령을 만난 후 호레이쇼에게 “이 천지간에는 우리들의 학식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고 실토했다. 그는 이 말에서 초월적인 존재인 신의 존재를 암시했다. 그것은 바로 성서의 영역이다. 성서는 엄밀히 말해 신앙의 고백이면서 동시에 유대민족의 역사이며, 문학이다. 성서에는 법률, 역사, 시, 설화, 철학, 그리고 사도들의 신앙 고백과 행적들이 기록되어 칭송되고 있다. 피터 밀 워드는 그의 저서 『셰익스피어와 종교』에서 『햄릿』을 면밀하게 분석한 결과 이 작품에는 「욥기」를 반영하는 50개 장면이 있음을 확인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햄릿』을 단순히 복수 잔혹극이라고 처리할 수 없게 되었다. 셰익스피어는 왕자 햄릿의 당면 문제는 『구약성서』의 욥의 문제와 근본적으로 같다고 생각했다. 셰익스피어는 선과 악의 대결에서 선한 자가 겪는 고난의 문제를 파고들면서 선이건 악이건 모두 죽음으로 끝나는 종말론으로 작품을 처리했다. 『햄릿』도 이 경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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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셰익스피어 연구는 방대한 양에 이르게 되어 셰익스피어에 관해서 믿을 수 있는 기록은 스티븐스보다 훨씬 많아졌다. 셰익스피어와 그의 가족, 궁정에서 지출하고 극단이 수령한 재무 기록, 글로브극장, 재판 관련, 부동산 구입 명세와 세금, 재산 축적 상황 등이 셰익스피어에 관해서 알려지고 있다. 이 모든 공식 기록이 그의 인생과 창작 활동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수많은 추정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셰익스피어의 인생은 신비롭게 가려져 있고, 그의 작품은 집요한 도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조너선 베이트(Jonathan Bate)의 저서 『셰익스피어의 진수』(1998, 2008)는 그 신비를 밝히는 새로운 접근 방법과 내용으로 학계의 관심을 사고 있다. 그는 셰익스피어가 받은 교육은 영국 국교의 교리문답에서 정해진 기독교 원리에서 시작되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나는 그의 주장에 공감하고 있다. 셰익스피어는 성서 내용을 정신의 원천으로 삼고 작품을 썼다는 생각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47~48쪽)

왕자 햄릿에 우리가 공감하는 이유가 있다. 악에 대항하는 그의 투쟁이 정의롭기 때문이다. 그의 도덕적 결단은 그를 악의 징벌자로 만들었고, 그 결과는 그의 죽음이었다. 우리는 선(善)의 낭비에 대해서 무한한 슬픔을 느낀다. 정말이지, 그래도 우리가 놀라며 위안으로 삼는 것은 5막 종결 부분에서 보여준 햄릿의 ‘변신’이다. 우리는 극의 시초에 악에 대한 그의 분노에 공감했다. 부패한 나라의 도덕적 타락을 지탄하는 왕자의 행동에도 동조했다. 악에 대한 그의 증오심과 클로디어스에 대한 도전은 그의 양심이 촉구한 것이라고 믿었다.
죽음의 유배를 당하는 난국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지만 천행으로 그는 살아서 돌아왔다. 햄릿은 묘지에서 사생관의 철리를 깨닫고 결투장에 나타나서 레어티즈에게 용서와 화해를 간절하게 호소했다. 그의 변신은 종교적으로 구원되는 숭고한 모습이었다. 인간은 위기의 순간마다 자신에게 그 난국이 하느님의 심판인지, 인간의 패배인지 자문하게 된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갑자기 밀어닥치는 악몽 같은 시련 속에서 고뇌하고 인내하며 인생을 살아가지만, 그 여로에서 왕자 햄릿을 만나는 일은 더없이 큰 위로가 되고 힘이 된다. 햄릿보다 더 큰 비극이 있을 것인가 싶어서이다.
(125쪽)

20세기 셰익스피어 연구에서 찬란한 업적을 남긴 브래들리는 「셰익스피어 비극론」(1904)을 발표해서 학계의 주목을 끌고 평론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그의 저서는 낭만주의 비평론의 관점에서 셰익스피어 4대 비극 〈햄릿〉, 〈오셀로〉, 〈리어 왕〉, 〈맥베스〉의 주요 인물에 관한 성격을 해명한 명저였다. 그는 작중인물들의 갈등과 쟁투의 원인은 선과 악의 싸움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했다.
주인공들의 비극적 죽음은 ‘선의 낭비’였다고 언급했는데, 관객은 대재난의 비극적 결말을 통해 정신적 보상과 정화(淨化)의 체험을 겪게 되고, 인생의 궁극적인 목적과 의미를 깨닫게 된다는 이른바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한 카타르시스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을 강조했다. 데이비드 베빙턴(David Bevington)은 이 상황을 “눈물을 통해 웃는다”라는 말로 적절히 표현했다. 코델리아의 참사나 햄릿의 억울한 죽음은 비극이지만 이들의 정의롭고, 양심적인 행동은 인생의 숭고한 도덕적 지표가 된다고 강조했다. (1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