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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리크 [초판]

원제 : Angeliq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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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전직 에투알 무용수의 죽음 뒤에 가려진 진실은 무엇인가?

- 복잡한 퍼즐이 맞춰지는 순간 광기에 휩싸인 욕망의 실체가 드러난다.
- 서스펜스 마스터 기욤 뮈소의 2022년 신작!
-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

《안젤리크》는 한국에서 19번째로 출간하는 기욤 뮈소의 장편소설이다. 2004년에 발표한 《그 후에》 이후 기욤 뮈소의 소설 모두가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세 번째 소설 《구해줘》는 아마존 프랑스 85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국내 주요 서점 200주 이상 베스트셀러에 등재되었다. 매년 《르 피가로》지와 〈프랑스서점연합회〉에서 조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순위에서 8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 2016년에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가 한국 영화로 만들어져 대단한 화제를 불러 모았다. 2018년 작 《아가씨와 밤》이 2022년 《FR2》 방송에서 6부작 드라마로 제작되어 인기리에 방영되었고, 그 외 다수의 소설이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되었다. 그의 소설은 현재 세계 45개국에서 출간돼 독자들로부터 폭넓은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고 있다. 프랑스 언론은 ‘기욤 뮈소는 하나의 현상’, ‘페이지터너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작가’, ‘언제나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반전으로 독자들을 놀라게 하는 작가’라는 수식어를 붙여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기욤 뮈소에게 ‘서스펜스 마스터’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었고, 스페인의 《엘 문도》는 ‘기욤 뮈소 현상은 여전히 계속된다.’라는 말로 10년 전 프랑스 언론의 수식어를 오마주했다.

기욤 뮈소는 20년 가까이 작가로 활동하는 동안 매년 한 권씩 소설을 내고 있고, 프랑스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다. 초기에는 로맨스와 판타지가 결합된 작품들이 주를 이루었다면 근래 들어 스릴러의 비중이 큰 편이다. 기욤 뮈소가 무려 20년 가까이 변함없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비결이 있다면 언제나 변신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3년 동안 기욤 뮈소는 《아가씨와 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인생은 소설이다》를 통해 작가와 등장인물들의 관계를 주제로 매우 깊이 있고 내밀한 이야기를 선보였다. 작가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현실과 픽션 사이의 팽팽한 긴장 관계를 집중 조명한 이 세 편의 소설을 일컬어 기욤 뮈소 자신은 ‘작가 3부작’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에서는 실제로 이 세 편의 소설을 따로 묶어 출판하기도 했다.

《안젤리크》는 기욤 뮈소가 작가에 주목했던 소설에서 반전과 서스펜스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이야기꾼으로 되돌아왔음을 알리는 작품이다. 언제나 자신이 치열하게 살아왔지만 세상이 공정한 대우를 해주지 않아 늘 같은 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진 간호사 안젤리크 샤르베, 지하철에서 불량배가 휘두르는 칼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여성 승객의 안전을 지켜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추격 과정에서 총을 발사해 범인이 반신불수가 되는 바람에 여론의 비난에 직면하고 감찰까지 받게 된 강력반 반장 마티아스 타유페르, 태어나자마자 생모에게 버림받고 새엄마를 유일한 엄마로 알고 자라지만 그 엄마마저도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게 되자 직접 진실 규명을 위해 뛰어든 의대생 루이즈 콜랑주, 각고의 노력 끝에 영광스러운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 무용수 자리에 올랐으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명성을 누린 시간은 잠시뿐 다시 무대 뒤로 쓸쓸히 사라지는 아픔을 겪는 스텔라 페트렌코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안젤리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어느 누구 하나 예외 없이 우리가 저마다 비밀 하나쯤은 감추고 살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치유하기 쉽지 않은 상처를 안고 있다. 그 상처를 누군가는 제대로 봉합하고, 덧나지 않게 약을 바르고, 말끔히 아물게 해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건강하고 순탄한 성장을 방해하는 장애 요소가 되기도 한다. 가령 안젤리크의 경우 후자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안젤리크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열심히 살았으므로 세상에서 합당한 자리가 주어져야 마땅하고, 그 자리를 타인이 차지하고 있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빼앗을 수 있다는 식의 비뚤어진 가치관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기욤 뮈소는 《안젤리크》에서 다양한 인물들을 등장시키지만 어떤 특정한 잣대로 그들을 평가하거나 규정하려고 들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뚜벅뚜벅 길을 걸어갈 때 슬며시 뒤따라가 보고 그 결과를 기록으로 남겨두는 목격자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 여러 인물들을 입체적으로 관찰하면서 그들이 성장기에 겪었을 상처를 그려보고, 그 상처들이 다른 상처들을 만났을 때 어떤 물리적 혹은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뿐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렇게 또는 저렇게 하는 게 좋겠다는 식의 훈수를 두지 않는다. 어찌 보면 기욤 뮈소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곳저곳에 돋보기를 들이대 가면서 부분적이나마 한 시대의 자화상을 그리고자 애쓰고 있는지도 모른다. 《안젤리크》는 저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파리와 베네치아를 오가며 펼치는 반전 소설로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다.

출판사 서평

자기애에 사로잡힌 욕망이 기회를 만날 때 멈출 수 없는 비극이 시작된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전직 에투알 무용수인 스텔라 페트렌코가 6층 자택에서 추락해 사망한다. 경찰 수사 결과 집 안으로 들어가는 유일한 출구인 현관문이 굳게 잠겨 있고,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단순 실족사로 판단하고 수사 종결한다. 부검 결과 스텔라가 사망한 바로 그날 부르고뉴 와인을 마시고 마리화나를 피운 사실이 밝혀지면서 경찰의 실족사 결론은 매우 합리적이고 타당해 보인다.
스텔라의 딸 루이즈는 경찰의 실족사 결론을 수용할 수 없어 전직 강력반 반장 마티아스를 찾아가 재수사를 부탁한다. 마티아스와 루이즈는 서로 티격태격 다투며 불협화음을 이루면서도 함께 힘을 합해 스텔라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풀어줄 퍼즐 조각을 찾아 나선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에투알 무용수가 되는 게 꿈이었던 스텔라는 어린 시절부터 피나는 연습에 매진해왔고, 오토바이 충돌사고로 등과 무릎을 크게 다치지만 초인적인 노력으로 재활에 성공한다. 그 결과 파리 오페라 발레단에서 가장 높은 서열인 에투알 무용수가 되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영광은 잠시뿐 은퇴와 함께 다시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는 처지가 된다. 매일이다시피 관객들의 환호와 주목을 받았기에 부상 후유증으로 온몸이 아파도 행복했던 에투알 무용수 스텔라는 다시 평범한 생활인이 되어야 하는 현실 앞에서 참기 힘든 비애를 느낀다. 이제 영광과 환희의 빛이 영원히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지만 스텔라가 삶에서 감당해야 하는 짙은 어둠이 가까이 다가선다.
전직 강력반 반장인 마티아스 타유페르는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다. 마티아스는 파리에서 올레수부아로 가는 열차에서 칼을 들고 젊은 여성을 위협하는 세 명의 청년들을 제지하려다가 칼에 찔린다. 심각한 부상을 당한 마티아스는 다음 역에서 하차해 급히 달아나는 청년들을 추격하고, 칼을 휘두른 엘리아스 압베스를 향해 총을 쏜다. 척추에 총상을 입은 엘리아스는 반신불수가 되어 평생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다. 마티아스에 대한 비난 여론이 쇄도하는 가운데 칼에 찔린 상처를 치료받던 중 심각한 심장 이상이 발견된다. 심장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살 수 없다. 마티아스는 다행히 수술을 받고 강력반에 복귀하지만 심한 후유증 탓에 동료들로부터 신뢰를 잃어 조기 은퇴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현직 간호사인 안젤리크 샤르베는 자기애가 유난히 강한 인물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친절하고 싹싹할뿐더러 붙임성이 좋아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만 좀처럼 속마음을 보여주지 않고, 욕망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카멜레온이 된다. 파리에서 지하철로 한 시간 떨어진 올레수부아에서 월세를 살며 매일이다시피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전철을 타고 출퇴근해야 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인물이지만 안젤리크의 내면 깊숙이 숨겨져 있는 자기애는 지극히 위험하다.
패션계의 명품 브랜드 아쿠아알타의 유일한 상속자인 마르코 사바티니는 쌍둥이 누이동생 리비아가 사고로 사망한 이후 크게 절망해 오랫동안 방황을 거듭한다.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림을 그리고, 마약을 상용하는 인물이다. 마르코의 그림은 차츰 파리의 화랑들과 수집가들로부터 인정을 받기에 이르지만 그가 코비드-19에 감염되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상상하기 힘든 사건이 발생한다.
로뮈알드 르블랑은 디지털 괴짜로 불릴 만큼 컴퓨터 실력이 뛰어나다. 스텔라의 아파트 맞은편에 살며 한때 스텔라와 공모해 동영상을 촬영하고 상대를 협박하는 사건을 저지른다. 뛰어난 컴퓨터 실력을 발휘해 마티아스의 수사에 큰 도움을 준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저마다 꿈과 목표를 갖고 있지만 세상은 원하는 자리를 호락호락하게 내어주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각양각색으로 펼쳐진다. 스텔라는 피눈물 나는 노력을 하고, 안젤리크는 언제나 목표를 위해 변신할 준비가 되어있고, 마티아스는 경찰 신분으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감찰을 받고, 루이즈는 생모에게 버림받고 새엄마를 엄마로 알고 지내지만 결국 또 잃게 된다. 마르코는 명품 브랜드의 상속자이지만 아버지의 질책에 반기를 들며 고집스럽게 화가의 길을 가고, 로뮈알드는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 이후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에 빠져 지낸다. 《안젤리크》는 이렇듯 다양한 개성을 가진 인물들이 어우러져 펼쳐가는 소설이다. 저마다 인상적인 삶의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과연 어떤 인물이 진정한 행복과 사랑을 누리게 되는지 지켜보는 것도 각별한 재미가 있다.
이 소설은 예측불허의 매혹적인 이야기, 속도감 넘치는 전개, 감탄을 자아내는 반전, 기발한 아이디어가 함께하고, 독자들을 폭넓은 상상의 세계로 데려간다. 지난 20년 동안 축적된 기욤 뮈소의 내공이 원숙한 매력과 함께 빛을 발하는 소설이다.


사다리 끝까지 오를 수 있는 빈틈, 결코 놓치기 싫었다.

-《안젤리크》 줄거리 요약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전직 강력반 반장 마티아스 타유페르는 툭하면 심장에 문제가 생겨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 처지이다. 마티아스가 심장 이상을 체크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 의대생 루이즈 콜랑주가 찾아와 엄마의 죽음에 대한 수사를 부탁한다.
파리 오페라 발레단의 전직 에투알 무용수였던 스텔라 페트렌코가 루이즈의 엄마이고, 경찰은 스텔라가 6층 자택에서 추락사한 것으로 결론내리고 수사를 종료한다. 출입문이 안에서 굳게 잠겨 있었고, 외부 침입자가 집 안으로 들어온 흔적이라고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스텔라는 6층 자택 테라스에서 마리화나를 피우고 와인 한 병을 거의 다 비운 상태였고, 화분에 물을 주기 위해 물뿌리개를 들고 있다가 추락했다.
루이즈는 이 세상에서 어느 누구보다 엄마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추락사 결론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마티아스를 찾아와 수사를 부탁한 것이다. 경찰 옷을 벗은 지 5년이 지난 전직 강력반 반장 마티아스는 처음에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지만 언론 자료를 찾아본 결과 에투알 무용수가 되고 싶다는 목표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스텔라의 집념과 노력, 가혹한 환경 속에서 보낸 청소년기, 예기치 못한 오토바이 사고로 잠시 주춤했던 도전과 쟁취의 삶, 그 뒤 다시 피나는 노력으로 마침내 목표를 이루고 눈부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스텔라의 삶을 접하고 무언의 감동을 받는다. 어린 나이에 수많은 무용수들 가운데 자신이 가장 아름답지도, 우아하지도, 재능이 출중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음에도 스텔라는 끝내 포기하지 않고 모든 계단을 밟아 올라갔고, 몸이 닳아 없어질 만큼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은 끝에 에투알 무용수 지위를 쟁취했다.
마티아스는 너무나 매혹적이고 인상적인 스텔라의 발레 공연 동영상을 보면서 그녀의 노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피부로 느낀다. 수사에 착수한 마티아스는 과거 스텔라의 죽음에 대한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에게 연락해 필요한 정보를 입수하고 나서 직접 추락사고가 발생했던 6층 자택을 방문해 단서를 수집한다. 아파트 경비원을 통해 스텔라가 살았던 아파트 건물에서 살고 있는 이웃 주민들이 누군지 파악하던 마티아스는 의문을 풀어줄 놀라운 단서를 발견하는데…….

추천사

프랑스 인포(프랑스)
최고의 작가다.

데일리 익스프레스(영국)
오늘날 최고의 스릴러 작가 중 한 명이다.

엘 문도(스페인)
기욤 뮈소 현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라 레푸블리카(이탈리아)
절대로 마음을 놓을 수 없는 반전이 계속된다.

뉴욕 타임스(미국)
기욤 뮈소는 서스펜스의 마스터이다.

목차

I 루이즈 콜랑주
1. 첼로를 켜는 소녀
2. 스텔라 페트렌코의 추락
3. 불가능한 수사
4. 비상식적인 시간

II 안젤리크 샤르베
5. 바리케이드의 이쪽 저쪽
6. 약간 정신이 나간 여자
7. 자기 자리 차지하기
8. 선을 넘다
9. 집안의 딸

III 마티아스 타유페르
10. 흔적 남기지 않기
11. 은둔형 외톨리
12. 에투알 광장
13. 질서와 무질서
14. 찢어진 마음 증후군
15. 빨간 외투의 사나이
16. 암흑 속에 잠긴 영혼
17. 레나 칼릴
18. 집 안에 숨어든 두 명의 살인자

IV 단상
베네치아를 강타한 역대급 밀물
폭풍이 나지고 난뒤
명예 법정
기자의 죽음
목신의 피리
알리스 베커
레바논의 봄
몽파르나스 묘지
옮긴이의 말

본문중에서

스텔라 페트렌코는 신장 172센티미터에 메뚜기처럼 길고 날렵한 다리, 백조처럼 긴 목의 소유자로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활발하게 활동한 스타 무용수들 가운데 하나였다. 1969년 마르세유 출생이고, 그녀의 부모는 우크라이나 리비우에서 이주해온 이민자들로 경제 사정이 어려워 그다지 유복하지 않은 어린 시절을 보냈다.
스텔라 페트렌코는 열두 살에 파리 오페라 부속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파리에 왔다. 스텔라는 성공에 대한 일념을 바탕으로 한 계단씩 목표를 향해 올라갔고, 열일곱 살에 파리 발레단에 입단했다. 그 후 카드리유, 코리페, 쉬제의 단계를 거치며 상승 곡선을 이어갔다. 스물두 살에 프르미에 당쇠르가 되었고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일인이역인 오데트와 오딜 역을 연기해 극찬을 받았다. 불행하게도 바로 그해에 파리 시내에서 오토바이에 부딪치는 사고를 당했고, 등과 무릎을 크게 다쳐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오랜 기간 재활 치료를 하느라 스텔라의 발레리나 경력은 한동안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사망하기 직전까지 스텔라는 등과 무릎의 수술 후유증으로 고생했고, 간헐적으로 찾아오는 통증 때문에 늘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았다. 스텔라는 치명적인 운명의 장난에도 굴하지 않고 과거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 눈물겨운 투쟁을 벌였고, 그 결과 다시 무대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비교적 늦은 나이인 서른 살에 에투알 무용수로 등극했다.
_32~33p

마티아스는 유튜브를 통해 스텔라가 공연한 프로코피예프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하이라이트로 보았다. 불과 몇 장면에 지나지 않았지만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인상적인 무대였다. 스텔라는 도자기 같은 하얀 피부에 뼈만 앙상하게 남은 발레리나의 상투적인 이미지와 거리가 멀었다. 얼굴만 보아서는 우크라이나 출신인지도 알 수 없었다. 솔직히 처음 봤을 때만 해도 우아한 구석이 조금도 눈에 띄지 않았다. 근육질 체구에 하루 여덟 시간씩 맹훈련을 해 다져진 긴 다리, 뼈처럼 보이는 두 팔, 각진 얼굴, 움푹 파인 두 볼, 왠지 심란한 느낌을 풍기는 눈, 뒤로 틀어 올린 머리에서 한두 가닥 흘러내린 머리카락 그 어디에서도 우아한 느낌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스텔라가 춤을 추면서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 무슨 연금술인지, 스텔라는 무대에서 춤을 추는 동안 세상에서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 독특하고 매력적인 여성,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만드는 오라를 풍기는 여성으로 변모했다.
마티아스는 발레를 보는 동안 마음의 평정심을 잃고 스텔라의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다. 마치 해묵은 아르마냑에서 증발한 알코올 기운 때문에 취기를 느끼듯이.
_34p

“엄마의 죽음에 대해 알아보셨어요?”
마티아스는 커다란 냄비에서 물이 끓는 동안 인덕션 근처에 음식 재료들을 모두 모아두었다.
“관련 기사들을 찾아 꼼꼼하게 읽어보았고, 그 당시 수사를 담당했던 여자 형사와 이야기를 나누어봤어.”
“어떤 결론을 얻었는데요?”
마티아스는 계란 세 개를 깨 노른자만 대접에 담고 나서 파르메산 치즈를 첨가해 휘저었다
“넌 왜 네 엄마가 살해당했다고 생각하지?”
“어떤 논리적 근거가 있지는 않아요. 그냥 직관이죠.”
마티아스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천장을 바라보았다.
“직관은 믿을 게 못 돼.”
“엄마를 가장 잘 아는 딸의 직관이라면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네 엄마의 혈액에서 알코올 1그램이 검출되었고, 발코니에서 대마초를 재배했어.”
“그런데요?”
“네 엄마는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뜻이야.”
“그래서요?”
“네 엄마의 죽음으로 이득을 보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루이즈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두 팔을 크게 벌리며 고개를 저었다.
_55~56p

그나마 가장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는 DPJ 3팀 형사들이 주장하는 대로 실족사였다. 술에 취한 스텔라가 화분에 물을 주려고 사다리에 올라갔다가 추락했다고 보는 게 가장 설득력이 있어 보였다.
마티아스가 그런 생각을 말하자 루이즈가 고개를 저으며 원망스러운 눈길로 쏘아보았다. 그때 갑자기 마티아스의 얼굴에 강력한 빛이 반사되었다. 방금 전 누군가 길 건너편 건물에서 창을 열거나 닫았고, 거울처럼 빛을 반사한 것이다.
마티아스는 손으로 차양을 만들어 길 건너편 건물들로 눈길을 던졌다. 서로 마주보고 선 7층의 흰색 건물 세 채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보니 발레리나의 죽음과 관련해 갖가지 증언은 많았지만 솔깃한 정보를 제공한 사람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티아스는 발코니로 통하는 창문을 반쯤 열어둔 상태로 집 안으로 들어와 욕실로 갔다. 사소한 단서라도 찾아볼 생각이었다. 구급상자를 열어보니 여러 개의 콘돔, 벤조디아제핀, 설트랄린이 눈에 띄었다. 당연하지만 무대 뒤편은 언제나 공연장보다 덜 근사하기 마련이었다.
_66p

선명한 두 개의 줄이 나를 비웃었다.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 짐작했다. 생리가 지연되고, 가슴께가 단단해지고, 가끔 구역질이 났기 때문이다. 나는 임신 테스터를 세면대에 던져버리고 샤워꼭지 아래에 섰다. 뜨거운 물줄기를 맞으며 아이 아빠가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 지난 시간들을 더듬어보았다. 머릿속에서 역순으로 지난 날을 떠올려보던 나는 코랑탱 르리에브르 기자에게 주목했다. 8월 초에 틴더를 통해 그를 만나 처음 데이트를 했다. 기분이 어찌나 별로였는지 벌써 기억에서 일부가 사라져버렸다. 코랑탱은 기사를 써서 여러 매체에 파는 프리랜서 기자였다. 그는 활동가 기자를 자처하면서 적극적 행동주의와 언론 사이에서 서성거리는 작자였다. 그 작자는 가스통 라가프 식 동글동글한 얼굴에 염소수염이 있고, 탈모 증상이 있어 늘 커다란 챙이 달린 비니를 쓰고 다녔다. 그가 프로필에 올린 사진과 실제 얼굴은 전혀 달랐다.
코랑탱은 나를 제마프 기슭에 있는 앙팡 테리블 바로 데려갔다.
그는 ‘행복한 지구가 필요해.’라는 표어가 그려진 우스꽝스런 티셔츠 차림이었고 매사에 똑 부러지는 자기 의견을 갖고 있었다. 나는 그가 쉴 새 없이 자기 말만 해대는 바람에 15분쯤 듣다가 아예 귀를 닫아버리고 레몬 드롭 잔을 연신 비웠다. 그 결과 내 주량을 넘겨 과음하게 되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내가 위젠바를랭 가에 위치한 코랑탱의 아파트까지 따라갈 리 없었으니까.
_103~104p

“조심해요, 위험하니까!” 스텔라가 외친다.
스텔라의 목소리가 지붕 바깥에서 부는 바람 때문에 평소와 다르게 들린다. 나는 지붕 위에 납작 엎드렸고,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지붕 위에서 보는 전망이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다. 검은 점판암들과 아연 조각들이 넘실거리는 현기증 나는 바다. 나는 균형을 잃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몸을 반쯤 일으켜 세운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어대는지 눈에 익은 지표들을 찾고 방향을 잡기까지 제법 애를 먹는다. 아연 지붕에 반사되는 햇빛에 눈이 부셔 손으로 차양을 만든 다음에야 집으로 통하는 창문의 위치를 확인한다. 조심조심 홈통을 따라 내려가다가 갑자기 불어온 돌풍 때문에 하마터면 균형을 잃고 떨어질 뻔했다. 몸이 와들와들 떨리고 흥분이 최고조에 이른 나는 두려움을 떨쳐버리고자 소리 내어 웃는다. 나는 이처럼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순간들, 오늘 하루는 다른 날들과 달랐다고 말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들을 사랑한다.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는 여닫이 창문 하나가 활짝 열려 있다. 이제 몇 미터만 더 가면 된다. 나는 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지 않고 무사히 열려 있는 창문으로 들어간다.
_110p

‘성공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뭘 어떻게 하는 것일까?’라는 노랫말이 있다. 나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인생의 톱니바퀴에 나를 제대로 끼워 맞추지 못하며 살아왔다. 나는 늘 나의 삶에서 저만치 비켜서서 허우적대다가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자주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 나는 더 이상 진정한 내가 아니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내가 아니다.
약간 정신이 나간 여자.
나를 가리키는 이 표현이 딱 들어맞는 순간들이 있다.
안젤리크, 넌 약간 정신이 나갔어.
엄마는 자주 그렇게 말한다. 한때 내 친구였던 여자들도 그렇게 말한다. 내 인생에 잠시 끼어들었던 남자들도 그렇게 말한다.
넌 약간 정신이 나갔어.
바리케이드 반대편에서는 삶이 다른 밀도로 굴러간다고 생각하다니? 인생의 소금이 되어주는 삶의 작은 행복들을 믿지 않다니? 새로운 삶이 가능할 거라 믿으면서 도망치기를 바라다니? 항상 ‘무심한 지혜보다 광적인 열정’을 선호하다니? 게임이나 하고, 가끔 포르노 영상이나 보는 주제에 시큰둥하게 작업을 걸어오는 저비용 남자들보다 나은 남자들을 원하다니?
그런 말끝에 항상 ‘넌 약간 정신이 나갔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_125~1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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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기욤 뮈소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74

1974년 프랑스 앙티브에서 태어나 니스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몽펠리에대학원 경제학과에서 석사 과정을 이수한 후 국제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집필 활동을 시작했다. 첫 소설 《스키다마링크》에 이어 2004년 두 번째 소설 《그 후에》를 출간하며 프랑스 문단에 일대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고, 《그 후에》부터 《인생은 소설이다》까지 17권의 소설 모두가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다. 매년 《르 피가로》지와 〈프랑스서점연합회〉에서 조사하는 베스트셀러 작가 순위에서도 8년 연속 1위에 올랐다. 세 번째 소설 《구해줘》는 아마존 프랑스 85주 연속 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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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란 [역]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제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코리아 헤럴드〉 기자와 〈시사저널〉 파리 통신원을 지냈다. 옮긴 책으로 기욤 뮈소의 《인생은 소설이다》 《작가들의 비밀스러운 삶》 《아가씨와 밤》 《브루클린의 소녀》 《파리의 아파트》 등이 있으며, 《생명경제로의 전환》 《위기 그리고 그 이후》 《미래의 물결》 《철학자의 식탁》 《혼자가 아니야》 《진정한 우정》 《꾸뻬 씨의 핑크색 안경》 《페스트와 콜레라》 《상뻬의 어린 시절》 《탐욕의 시대》 《미래 중독자》 《물의 미래》 《빈곤한 만찬》 《식물의 역사와 신화》 《빨간 수첩의 여자》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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