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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텃밭을 가꾸고, 커피를 내리며 지역신문사 발행인으로 살아가는 시인.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시인 주변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담아 시집을 발간했다.

오인태(시인·문학평론가)
물론, 시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되는 것이지만, 굳이 효용성을 따지자면 일면 신산하고 비루한 삶을 위로하고 의지를 북돋우는 시가 있는가 하면, 세상의 이치와 뭇 생명의 비의를 엿보게 하는 시가 있고, 쓰는 이나 읽는 이나 자신을 성찰하고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시가 있다. 김명관의 시는 이 세 경우에 모두 해당하는데, 아마도 첫 시집인 만큼 오랜 기간의 생의 갈피들을 엮다 보니 생긴 일이 아닌가 싶다. 표제 시 『상수리나무 한 알』은 시를 시가 되게 하는, 시적 원리가 완벽하게 작동하는 바, 시인의 시가 나름의 일가를 이루며 더욱 옹골차게 익어갈 것이라는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다.

시인의 말 5

제1부
바람처럼 15
세월이 가면 16
커피 17
기다림, 그 지루함에 대하여 18
시가 된다는 것 20
시인과 아내 21
시 22
퇴고-시인1 23
표절-시인2 24
죽어야 산다-시인3 25
저주-시인4 26
상수리나무 한 알-시인5 27
보톡스-시인6 28
부고장-시인7 29
하품-시인8 30
자화상 31
착각 32
상처 33
미조리에 갔더니-오인태 시인의 미조리 35

제2부
겨울나무 39
겨울 강가에서 40
겨울비가 얄궂다 41
지심도 42
봄은 울면서 온다 43
실언 44
장맛 45
희망 46
첫사랑 47
짝사랑 48
역설 49
사는 이치가 다 그렇지요 50
산행 51
장마 52
단풍놀이 53
고민 54
금연 55
질문 56
연서 57
골목 58

제3부
민들레 61
오십견 62
통도사 홍매화 63
허세 64
들꽃 65
낙화 66
철쭉 67
연꽃 68
연꽃 2 69
등꽃 70
능소화에게 71
코스모스의 기억 73
늦지 않았습니다 74
오래된 체증-세월호 75
영역 76
제3부
법문 77
차 한 잔 78
참! 모를 일 79
꽃비 80
솔지재 가는 길 81
선물-무풍한송길 83
나태주시인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읽고 85
상처도 별이 됩니다 87

제4부
하동 정씨 솔이댁 91
큰누나 92
작은누나 94
서영옥 95
할배 채현국 96
송천리 김봉녀 여사 98
송천리 김현기 이장 100
문학철 시인 102
그 남자, 박정수 103
해병대 362기 김창호 105
백천삼매 박기배 107
결혼에 대하여 108
전어구이 110
쑥 112
참이슬 113
믿음 114
숫컷 115
잔소리 116
필요충분조건 118
당신은 나에게 예수님이에요 119


해설 - 정훈(문학평론가)
시인의 마음과 눈에 어린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 121

상수리나무 한 알
-시인 5

오십여 안거
선방 한구석에 앉아
화두 잡고 면벽해도
도무지 풀리지 않아
먼 만행 길 나서는
사내 머리통에
꿀밤 한 알 아프게 떨어졌다

온 생을 내던지는
짧으나 호된,
상수리나무 한 마디가
머리를 때리며
발아래 굴러떨어졌다

한 알의 단단함이 다른 단단함의 바닥을 치는.
산길에 선 사내의 짧은 깨달음
시는 삶보다 물컹한 생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