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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많은 미술관 : 미술관만 가면 말문이 막히는 당신을 위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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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정시몬
  • 출판사 : 부키
  • 발행 : 2022년 08월 30일
  • 쪽수 : 328
  • ISBN : 9788960519398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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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다가가기 어려웠던 미술과 비로소 ‘대화의 물꼬’를 트게 해 줄 책!

미술은 고상한 취미, 지식인들의 전유물이라는 뿌리 깊은 인상을 깨는 이 책은 미술 전공자나 관련 전문가가 아니라 ‘미술 덕후’가 썼다는 점에서 남다르다. 저자는 어린 시절,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집 서가에 꽂혀 있던 미술책을 우연히 보고 예술의 아름다움에 매혹되었다. 그 강렬한 순간을 시작으로 이후 다양한 미술책을 탐독하고 틈날 때마다 미술관을 찾아 미술품과 수다를 떨었다. 《할 말 많은 미술관》은 그중에서도 특히 유럽 미술관 7곳에 소장된 미술품들과 나눈 대화의 기록이자 편견 없이 시작된 예술적 탐구 과정이 맺은 결실이다.
물론 미술관에 가는 것이 의무 사항도 아니고, 미켈란젤로나 다빈치의 미술품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일상을 영위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다만, 저자는 미술관 방문이 무척이나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체험이라는 것을 전한다. 그동안 미술과 내외해 왔다면 이제부터라도 이 책으로 미술과 대화의 물꼬를 터 보시기를 바란다. 작품이 품고 있는 넘치는 말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비록 그 대화가 당장 삶을 눈에 띄게 바꾸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더 풍요롭고 다채로운 삶을 선물해 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지구가 멸망할 때 단 하나의 미술품을 구해 낼 수 있다면?”

프라도 미술관이 불길에 휩싸인다면 무엇을 건져 낼 것인가?” 프랑스 시인 장 콕토는 이 질문에 ‘불길’이라고 답했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한술 더 떠서 ‘산소’라고 말했다. 산소가 없다면 불길도 없을 테니, 모든 미술품을 지키겠다는 재치 있는 답변이었다. “지구가 멸망할 때 단 하나의 미술품을 구해 낼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에 세계 저명인사들이 저마다 다른 대답을 한 일화도 유명하다.
‘미술 덕후’ 저자는 그들에 대적할 위트도, 뛰어난 예술 지식도 없지만, 그 질문에 망설임 없이 최애 작품을 고른다. 바로〈진주 귀고리 소녀〉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진인지 그림인지 헷갈릴 정도로 사람이 붓을 움직여 만든 결과물이라는 것이 선뜻 믿어지지 않았던 그 작품이 첫 만남 이후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그 그림이 나중에 유명해졌을 때는, 틈날 때 꺼내 보며 혼자 좋아하던 것이 갑자기 전 세계의 공유 자산이 된 듯한 느낌에 떨떠름할 정도였다고 한다.
과연 우리는 같은 질문에 어떤 대답을 할까? 좋아하는 음식이나 노래, 영화에 관해 말할 때는 망설이지 않으면서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묻는 말엔 괜히 작아지곤 한다. 어쩌면 미술은 고상한 취미이며 예술적 지식 없이는 즐기기 힘들다는 인상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렇듯 미술에 다가가기도 전에 먼저 겁부터 먹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가볍게’ 미술에 접근하길 권한다. 특별한 미술 지식을 갖추지 않더라도 그저 좋아하는 작품 하나쯤 품겠다는 마음이면 된다는 것이다. 미술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자신 있게 나만의 인생 작품을 말할 수 있는 날을 꿈꾸며, 이제 《할 말 많은 미술관》 관람을 시작해 보자.

스몰토크로 시작하는
피크닉 가듯 즐거운 유럽 미술 여행!

저자는 직접 경험한 ‘말이 넘치는’ 미술관의 모습을 《할 말 많은 미술관》에서 재현해 냈다. 각각의 관은 루브르, 오르세, 오랑주리, 내셔널 갤러리, 우피치, 아카데미아, 바티칸 이렇게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7곳의 유럽 미술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원전부터 1920년대까지 다양한 시기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별하여 소개하고 있다. 다빈치, 다비드, 미켈란젤로와 같은 거장의 대표작은 물론 다른 책에서는 다루지 않는 거장의 숨은 명작과 작자 미상이지만 그 자체로 매력적인 작품들이 가득하다. 거기에 저자 특유의 솔직한 감상까지 더해져 볼거리, 읽을거리가 풍부하다.
이 책은 미술관은 조용하고 미술은 어렵다는 편견을 깬다. 저자는 우선 미술과 ‘스몰토크’부터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어떤 화가들이 스승과 제자 사이였을까?” “위대한 거장들도 남모를 굴욕의 순간이 있었다고?” “예술의 동반자이자 숙명의 라이벌 관계는?” “그림에서 화가의 고집이 보인다고?” 소소하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들로 먼저 ‘화가’와 가까워지면 그들의 ‘작품’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쉬워진다. 좀 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저자는 미술 사조나 색채 표현 기법, 그림을 주문한 이와 그림 속 모델 이야기, 당시의 역사적 배경에 관한 이야기도 덤으로 들려준다. 배경지식이 있든 없든 중요한 것은 일단 작품과 ‘대화’를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대화가 꼭 왁자지껄할 필요도 없다. 진짜 맛깔난 대화는 그저 속삭임일 수도 있고, 아예 침묵 속에서 서로를 마주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미술관에 가는 것이 삶의 의무 사항은 아니다. 평생 인문학 고전 한 권 읽지 않아도 얼마든지 행복하고 생산적인 삶을 살 수 있듯이, 거장들의 미술품에 눈길 한번 주지 않아도 일상을 영위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다. 다만 기존의 편견과는 달리, 미술관 방문은 ‘무척이나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체험’이다. 저자가 실제로 접한 미술관은 생기 없는 골동품 가게라기보다는 치즈처럼 풍미 깊은 지성과 와인처럼 달콤한 감성이 교차하는 흥겨운 피크닉에 가까웠다. 마치 피크닉에서 담소를 나누듯 미술과 수다를 떨어 보는 건 어떨까?

미술을 즐기는 데 정답은 없다
‘나만의 방식’으로 ‘나를 위한’ 미술 즐기기

저자는 어릴 적, 아무런 정보 없이 우연히 본 미술책에서 작품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이후 지식을 위한 미술 감상이 아닌 작품 그 자체로의 미술을 즐겨 왔다. 틈날 때마다 미술관을 방문하고 관련 책을 접하며 자연스럽게 미술 지식이 쌓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그 과정을 통해 ‘미술을 즐기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아마추어지만 오히려 미술을 더 속속들이 알게 된 것이다. 책에서 소개하는 작품 감상법을 참고해 독자들도 ‘나만의 감상법’을 찾아볼 수 있다.

모두가 좋다고 하는 그림 말고 자신의 그림 취향 찾기 〈암굴의 성모〉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화가의 대표작이자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작품이다. 인기를 증명이라도 하듯 루브르에서도 그 앞은 인파로 늘 혼란스럽다. 하지만 오히려 저자의 눈길을 끄는 다빈치의 그림은 〈암굴의 성모〉다. 섬세한 덧칠로 부드러운 명암이 느껴지는 다빈치의 여타 작품과 달리 〈암굴의 성모〉에서 드러나는 비교적 깔끔한 느낌의 붓질이 저자는 더 자신의 취향이라고 이야기한다. 분명한 선의 윤곽 덕분에 움직임이 확실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저자 취향을 만족시킨 이 그림이 제작 당시 의뢰인의 취향에는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처음엔 밀라노 프란체스코 성당 제단화로 사용되기 위해 제작되었는데, 성당 측이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작품 수령과 잔금 결제를 거절하는 바람에 화가는 다른 구매자를 찾아 나서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었다. 제아무리 뛰어난 예술가라도 의뢰인의 기호를 맞춰야 하는 현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순 없었다. 관람객의 취향은 제각각이다. 누군가에겐 〈암굴의 성모〉가, 누군가에겐 다빈치의 또 다른 그림이 최고의 작품일 수도 있다. 저자는 ‘유명하니까’ ‘모두가 그렇다고 하니까’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다수의 견해와 다르다고 하더라도 자신만의 예술적 취향을 가다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작가의 ‘말’속에 작품이 보인다 〈화가의 스튜디오〉
감독의 말속에 영화가 보이고, 소설가의 말속에 소설이 그려지는 경험을 해 봤을 것이다. 미술 감상이 막막하다면 작가가 남긴 말속에서 감상의 힌트를 찾아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사실주의 화풍을 이끈 쿠르베는 왜 종교화를 그리지 않느냐는 질문에 “천사를 본 적이 없소. 천사를 보여 주면 천사를 그려 드리지”라고 응수한 것으로 유명하다. 작품 〈화가의 스튜디오〉에서는 시인 보들레르를 비롯해 그의 지인들이 상당수 등장하는데, 이 등장인물들에 대한 해석에는 평자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쿠르베가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다양한 인간 군상을 표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가 남긴 말처럼, 그는 본 적 없는 천국과 지옥보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사는 ‘현실’을 직시했다.
완벽주의 성향으로 유명한 티치아노는 “즉흥시로는 결코 완벽한 시구를 지어 낼 수 없다”는 말을 남겼다. 당시 유행하던 속성 기법을 따르지 않고 오래 공들여 완성한 걸작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그린 화가다운 명언이다. 대중에게 너무도 익숙한 작품 〈별이 빛나는 밤〉을 그린 고흐는 “밤은 낮보다 훨씬 풍요로운 색을 띤다”고 했으며, 전무후무한 조각 〈다비드상〉을 만든 미켈란젤로는 “대리석 속에 천사가 갇혀 있기에 돌을 파서 그를 해방시켰다”고 했다. 작가들이 생전에 남긴 말들을 곱씹으며 그림을 보면 그들의 예술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작가들은 저마다의 예술관이 녹아든 작품으로 세상에 오래도록 ‘말’을 건네고 있다.

숨겨진 보석을 찾듯 새로운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 〈호퍼 가문 여성의 초상〉
유명한 작가의 작품은 늘 관심의 대상이다. 물론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겠지만, 숨겨진 보석을 발견하듯 작자 미상의 작품 중 관심이 가는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미술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호퍼 가문 여성의 초상〉은 작가도, 그림 속 여성의 정체도 오늘날까지 베일에 싸여 있다. 그런데도 만만치 않은 존재감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는데, 그림 자체가 상당한 콘텐츠를 담고 있어 볼수록 흥미진진하다.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큰 머릿수건, 모델이 들고 있는 물망초의 의미도 주목할 만하지만, 특히 그림 속 ‘파리’가 눈에 띈다. 파리는 중세~르네상스 회화에서 삶의 유한함, 인간의 연약함 등의 상징으로 쓰였다고 한다. 사람 목숨도 파리 목숨만큼 한 방에 훅 갈 수 있으니 평소 겸손하고 조심하라는 의미에서 그림에 자주 등장하는 해골과 같은 맥락이다. 파리를 화가 자신의 솜씨를 과시하기 위한 일종의 팬 서비스로 보는 해석도 있다. 그 정도로 화가가 내공을 쏟아 그린 흔적이 역력한데, 가는 촉수뿐 아니라 그 그림자까지도 놓치지 않았을 만큼 세부 묘사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진짜 파리가 그림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파리를 그려 넣은 의도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작품에서 신선한 비주얼 효과를 뽐내는 감초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술관과 작가의 인연 혹은 운명 〈수련 연작〉
‘그 작품은 왜 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품어 본 적 있는가? 왜 유독 한 작가의 작품이 특정 미술관에 많은지, 왜 작가의 고향에 있는 미술관이 아닌 다른 나라 미술관에 그림이 소장되어 있는지, 여기에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오랑주리는 ‘모네의 예술에 바친 영예의 전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모네와 인연이 깊다. 그의 작품은 다른 미술관에도 있는데 왜 유독 오랑주리 미술관에 그런 평가가 붙은 걸까?
영어에는 ‘백조의 노래’라는 표현이 있다. 백조는 죽기 직전 단 한 번 아름다운 소리로 운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말로, 대개 어떤 사람이 마지막으로 이루어 낸 업적, 유종의 미를 거둔 성공을 일컫는다. 슬럼프에 빠졌던 노년의 모네는 전례 없는 세계 대전을 목도하고 다시 붓을 든다. 두 아들이 징집되어 전장에 나가 있는 동안 그는 전쟁과 승리를 묘사한 그림이 아닌 물과 꽃을 묘사한 그림 〈수련 연작〉 8점을 완성한다.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던 빛과 어둠, 꽃과 물을 화두 삼아 그만의 ‘백조의 노래’를 부른 셈이다. 초대형 벽화 급 사이즈인 이 그림들을 걸기 위해 거의 건물을 새로 짓는 수준에 달하는 내부 공사를 벌여야 했다. 그토록 정원을 사랑했던 모네, 그의 유작은 마치 운명처럼 왕실 식물원 자리였던 오랑주리에 전시되어 지금껏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저자는 소개하는 작품 말미마다 짧은 감상을 P.S로 남겼다. 그 내용만 모아 읽어 봐도 미술이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진다. 작품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눠 보고 나만의 감상평을 P.S 한 줄로 남겨 보는 것은 어떨까?
미술을 즐기는 방식에 하나의 정답은 없다. 《할 말 많은 미술관》을 거니는 동안, 낯설기만 했던 미술에 조금 더 가까워지기를 바란다. 관람을 마칠 때면 당신도 미술에 대해 나름대로 ‘할 말’이 생길 것이다.

목차

프롤로그 | 미술관 혹은 지성과 감성의 교차로

제1관 루브르 박물관_왕궁에서 미술관으로, 절대 왕정의 보물단지
때론 완전하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 〈날개를 펼친 승리의 여신〉 〈밀로의 비너스〉
논란이 된 거장의 작품 〈암굴의 성모〉 〈라 벨 페로니에르〉
역사적 고증을 파괴한 새로운 접근 〈헬렌의 유괴〉 〈크리세이스를 부친에게 돌려보내는 율리시스〉
자존심의 두 얼굴 〈나폴레옹 대관식〉 〈레카미에 부인 초상〉
스승만큼 뛰어난 제자의 그림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푸는 오이디푸스〉 〈발팽송의 목욕하는 여인〉
대작을 그린 자, 무게를 견뎌라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상〉 〈사르다나팔루스의 최후〉

제2관 오르세 미술관 _철도역에서 미술관으로, 프랑스 근대 회화의 전당
대세 ‘소방관 미술’의 이상과 한계 〈뮤즈와 시인〉 〈사하라에서의 저녁 기도〉
때론 경쾌하게 때론 육중하게 현실을 직시하다 〈돈키호테와 죽은 나귀〉 〈쫓긴 사슴의 최후〉 〈화가의 스튜디오〉
악인이라곤 없을 것 같은 따스한 전원 풍경 〈만종〉 〈이삭 줍는 사람들〉
최상류 사회의 명암을 담아내다 〈루 로열가의 서클〉 〈무도회〉
금기를 깬 도발적인 그림이 가져온 파장 〈풀밭 위의 오찬〉 〈올랭피아〉
빛의 화가, 그 인상적인 시작과 진화 〈정원의 여인들〉 〈파라솔을 든 여인〉 연작
당대의 종합 예술가 드가의 재발견 〈중세 전쟁 장면〉 〈벨렐리 가족 초상〉
짧은 생애 속에서 피워 낸 새로운 경지 〈춤추는 제인 아브릴〉 〈물랭 루주에서의 춤〉 〈무어풍의 춤〉
선이 아닌 점으로 표현한 세계 〈서커스〉 〈우물가의 여인들〉
낮보다 밝은 밤을 그려 내다 〈별이 빛나는 밤〉
삶도 예술도 ‘돌파구’가 필요하다 〈타히티의 여인들〉 〈그리고 그녀들의 황금 육체〉
실감 나는 묘사가 불러온 오해 〈청동 시대〉 〈지옥의 문〉
‘한 방의 훅’을 노리는 폭발 직전의 에너지 〈활 쏘는 헤라클레스〉 〈베토벤 두상〉

제3관 오랑주리 미술관 _오렌지 온실에서 미술관으로, 전환기 프랑스 미술의 전당
영원히 울려 퍼질 백조의 노래 〈수련〉 연작(〈아침〉 〈버드나무의 아침〉)
쇼팽의 곡이 떠오르는 그림 〈피아노 앞의 소녀들〉 〈어린 두 소녀의 초상〉 〈피아노 앞의 이본과 크리스틴 르롤〉
평범한 것이 특별해지는 마법 〈세잔 여사의 초상〉 〈붉은 지붕을 품은 전원 풍경〉 〈사과와 비스킷〉
거장의 여유 〈회색 바지를 입은 오달리스크〉 〈내실〉 〈젊은 여성과 꽃병〉
눈치 빠른 변신의 귀재 〈붉은색 배경의 누드〉 〈빗질하는 여인〉 〈대형 정물화〉

제4관 내셔널 갤러리 _양보다 질, 소수 정예 군단
국가 원수의 위엄, 화가의 장인 정신 〈레오나르도 로레단 총독〉
그림에 드리워진 죽음의 그림자 〈대사들〉
신의 변신은 무죄? 〈유로파의 겁탈〉 〈가니메데의 겁탈〉
메멘토 파리! 〈호퍼 가문 여성의 초상〉
야심의 종착역 〈수틀 앞에 앉은 퐁파두르 여사〉
빛의 화가가 본 일출과 일몰 〈율리시스〉 〈전함 테메레르〉

제5관 우피치 미술관 _르네상스 황금기의 타임캡슐
위대한 작품, 위대한 스타의 탄생 〈수태고지〉
거장의 결코 작지 않은 소품 〈성가족〉
여신을 둘러싼 페르소나 혹은 숨겨진 알레고리 찾기 〈비너스의 탄생〉 〈라 프리마베라〉
균형 잡힌 미학이 주는 안정감 〈마리아, 그리스도, 어린 세례 요한〉
자체 발광 예술가의 면모 〈자화상〉 〈귀도발도 공작 초상화〉 〈엘리사베타 초상화〉
오래도록 완벽하게 〈우르비노의 비너스〉
충격과 위트의 공존 〈메두사의 머리〉 〈이삭의 희생〉
독자적인 모사본의 포스 〈카를 5세의 기마 초상〉

제6관 아카데미아 미술관 _우피치가 결코 갖지 못한 것
전무후무한 조각 〈다비드상〉
특이한 조화 혹은 조화의 결핍 〈세례 요한과 두 천사와 함께한 동정녀와 아기 예수〉

제7관 바티칸 미술관 _가장 작은 나라, 가장 큰 미술관
‘최고 존엄’의 경지 〈프리마 포르타의 아우구스투스상〉
불운의 예언자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라오콘 군상〉
비밀의 상자 〈성 헬레나의 석관〉
장인 정신과 사상적 내공이 빚은 예술적 승리 〈아테네 학당〉
인간은 우러러보고 신은 내려다본다 〈시스티나 예배당 천장화-천지창조〉
신의 심판, 아티스트의 심판 〈시스티나 예배당 제단화-최후의 심판〉

에필로그 | 세계의 종말과 한 점의 그림 〈진주 귀고리 소녀〉
참고문헌
이미지 출처

본문중에서

프롤로그
무엇보다도 미술관에서의 가장 중요한 ‘말’은 관람객인 나와 작품이 나누는 대화일 것이다. 또는, 작품을 매개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이루어지는 나와 예술가의 대화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미술품 감상은 특정 작품이 나에게 보내는 혹은 예술가가 창조물을 통해 나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알아채고 반응하는 대화에 가깝다. 그런 대화가 꼭 왁자지껄할 필요는 없다. 진짜 맛깔난 대화는 그저 속삭임일 수도 있고, 아예 침묵 속에서 서로를 마주하는 것일 수도 있다. 〈10쪽〉

제1관 루브르 박물관_왕궁에서 미술관으로, 절대 왕정의 보물단지
이 두 조각은 원래의 모습에서 일정 정도 훼손된 상태로 발굴되었다. 그럼에도 두 작품은 완벽함 혹은 완성됨을 영영 잃어버린 덕분에 전혀 새로운 차원의 미적 자산을 획득하는 역설, 반전을 이루어 냈다. 비록 온갖 상상력과 과학적 추정을 동원하더라도 결코 완성에는 다시 도달할 수 없는 안타까움이 그 조각들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다. 〈16쪽〉

제2관 오르세 미술관 _철도역에서 미술관으로, 프랑스 근대 회화의 전당
〈올랭피아〉는 마네가 1865년 살롱전에 재도전하며 출품한 작품인데, 살롱전에 전시는 되었지만 이때의 논란은 〈풀밭 위의 오찬〉을 능가했다. 관람객들 사이에서 탄식, 웃음, 고함 등 다양한 반응이 터져 나오는 가운데 아예 그림을 찢어 버리려고 달려드는 사람들까지 있어서 그림 주위에 보안 요원이 배치되어야 했을 정도였다. 주최 측에서는 결국 그림을 사람들 손이 닿지 않는 출입구 위쪽으로 전시했다고 하니, 상황이 어땠을지는 안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왔을까. 〈올랭피아〉는 그보다 300여 년 앞서 그려진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재해석한 그림으로 일컬어지지만, 이는 거장에 대한 오마주라기보다는 패러디에 가깝다. 〈우르비노의 비너스〉도 당대에는 상당한 논란을 일으킨 작품이지만, 마네의 〈올랭피아〉는 누드화에 대한 전통적 인식 자체-여성성에 대한 오마주, 인체의 곡선미 표현, 그리스·로마 예술의 재현 등-를 일거에 날려 버렸다. 〈82~83쪽〉

유서 깊은 프랑스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로트레크는 어렸을 때부터 유전적 결함으로 유독 뼈가 약했는데, 14살이 되던 해에 의자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면서 다리가 더는 자라지 않게 된다. 그 때문에 양갓집 규수와의 결혼은 물론 상류층 자제에게 흔히 기대하는 그런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없었다.
대신 로트레크는 당대 파리의 하류 문화 속으로 침잠하여 오히려 그 속에서 타오르는 정열과 생의 불꽃을 화폭에 담는 데 인생을 바쳤다. 〈101쪽〉

고흐는 “밤은 낮보다 훨씬 풍요로운 색을 띤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로 의미심장한 문구다. 밤은 정의상 많은 빛을 허용하지 않는다. 별빛과 달빛에만 의지해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고흐의 말은 물질세계에 존재하는 광학적 현실을 초월하고 있다. 상상력과 창조력으로 빚어낸 색과 이미지를 화폭에 담는 화가의 역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14쪽〉

제3관 오랑주리 미술관 _오렌지 온실에서 미술관으로, 전환기 프랑스 미술의 전당
영어에는 ‘백조의 노래swan song’라는 표현이 있다. 백조는 죽기 직전 단 한 번 아름다운 소리로 운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말로, 대개 어떤 사람이 마지막으로 이루어 낸 업적, 유종의 미를 거둔 성공을 일컫는다. 〈수련 연작〉은 문자 그대로 모네가 부른 백조의 노래다. 혹시라도 모네가 당시 전쟁 중인 조국과 국민의 사기를 북돋울 요량으로 프랑스 역사상 가장 극적인 8개의 대전투와 그 승리의 장면을 묘사하는 그림을 그려 국가에 기증했다면 어땠을까? 그렇다고 해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을 테지만, 명색이 예술의 나라 프랑스를 대표하는 화가 모네가 그런 체제 수호적 정치 선전에 자신의 마지막 시간을 바쳤다고 한다면 다소 유감스러운 기록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다행히도 모네는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던 빛과 어둠, 꽃과 물을 화두 삼아 그만의 백조의 노래를 불렀다.
원래 오랑주리가 왕실 식물원 자리였던 것을 생각하면 그토록 정원을 사랑했던 모네가 자신의 유작을 전시하기에 그보다 더 안성맞춤의 장소도 없었을 것이다. 〈142~143쪽〉

피카소의 위대함, 그 천재성이 빛을 발할 수 있었던 것은 유연함 혹은 시대의 변화를 읽고 적응하는 ‘눈치’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어떤 방향으로건 한 번 감정적 집착과 기술적 숙련도를 얻고 나면 예술가뿐 아니라 보통 사람들도 그 익숙함에 머물고 싶어 하기 마련이다. 인간은 놀랍도록 변화를 싫어하니까. 하지만 피카소는 큐비즘이 더 이상 대중에 어필하지 못한다는 것을 눈치채자마자, 스스로 그 한계를 깨닫자마자 곧바로 새로운 미술적 방법론의 모색에 들어갔다. 〈170쪽〉

제4관 내셔널 갤러리 _양보다 질, 소수 정예 군단
크롬웰을 포함하여 실제로 홀바인이 초상화를 그린 인물들 가운데는 헨리 8세 재위 시 대법원장까지 지냈던 저명한 인문학자이자 정치가였던 토머스 모어, 뛰어난 외교 수완으로도 유명했던 추기경 토머스 울시 등 불운한 최후를 맞은 이들이 적지 않다. 비록 오늘날 전해지지는 않지만 홀바인이 앤 불린의 생전 초상화 역시 그렸으리라 추정해 볼 수 있다.
이쯤 되면 홀바인을 죽음의 화가 혹은 메멘토 모리의 화가라고 불러야 할까. 하지만 영국 역사상 격동의 시대인 헨리 8세 재위기에는 지배층 인사들 가운데 한동안 잘나가다가도 하루아침에 왕의 신임을 잃고 몰락하는 일이 워낙 비일비재했다. 홀바인은 국왕을 정점으로 당대 지배층의 인기를 독차지한 스타 화가였으니 그에게 초상화를 의뢰한 이들에게 그런 불상사가 종종 닥쳤던 것은 놀라운 일도 아니다. 〈186쪽〉

영화 속 장면에서 둘이 함께 바라본 그림은 터너의 또 다른 걸작 〈전함 테메레르The Fighting Temeraire〉다. Q는 이미 중년에 깊숙이 접어든 본드를 그림 속에 묘사된, 용도가 다 해 막 폐기될 운명에 처한 낡은 군함에 빗댄 것이다. 현장 요원으로 뛰기에는 무리일 정도로 나이가 들었지만 내근은 또 안 하겠다고 버티는 본드. 퇴출이냐 도약이냐의 기로에 선 중년의 스파이라니, 천하의 본드도 처지가 딱하게 됐다. 그러나 퇴출당하는 군함을 묘사한 터너의 그림이 관람자들의 시선에서 퇴출당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211~212쪽〉

제5관 우피치 미술관 _르네상스 황금기의 타임캡슐
티치아노는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 물감을 몇 겹으로 덧칠해 선명한 색채와 함께 화면에 깊이를 주는 기법을 구사했는데, 이미 한물간 방식이었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한 기법은 ‘알라 프리마alla prima’로, 밑칠이나 덧칠을 하지 않고 물감으로 단번에 그리는, 이른바 속성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것이었다. 이 기법은 제작 기간을 단축함과 동시에 선과 색채가 다소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을 전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티치아노는 먼저 그린 붓질이 수일 혹은 수주에 걸쳐 다 마르기를 기다렸다가 다시 새로운 층의 색채로 덮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그림의 표면을 두텁게 만들어 각 층위의 대조를 더욱 분명하게 드러내는 기존의 방식을 선호했다.
또한 그는 평소에도 작품을 서두르지 않고 오랜 기간 그리는 방식으로도 유명했다. 그림을 상당 정도 완성한 뒤 최소 수개월 동안 치워 두었다가 다시 새로운 기분과 시각으로 수정과 보완 작업을 걸쳐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즉흥시로는 결코 완벽한 시구를 지어 낼 수 없다”라는 그의 어록은 그런 예술관을 잘 드러낸다. 그가 말년까지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며 이른바 ‘베니스 르네상스’의 가장 위대한 화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게 된 것 역시 이런 완벽주의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248~249쪽〉

제6관 아카데미아 미술관 _우피치가 결코 갖지 못한 것
미켈란젤로는 자신의 조각술에 대해 언젠가 “대리석 속에 천사가 갇혀 있기에 돌을 파서 그를 해방시켰다”라고 말 한 적이 있다. 얼핏 간단하게 들리지만 정작 미켈란젤로가 돌 속에 갇힌 다비드를 자유롭게 하는 데는 3년이 걸렸다. 작업 기간 내내 미켈란젤로의 용모는 마치 제빵사에 가까웠다고 알려져 있다. 제빵사가 종일 밀가루 더미를 온몸에 묻히고 다니듯이 미켈란젤로 역시 작업 중 부서진 돌가루, 그 부스러기를 몸에 덮어쓰고 지냈기 때문이다. 〈269쪽〉

제7관 바티칸 미술관 _가장 작은 나라, 가장 큰 미술관
미노스는 그 추악한 얼굴이 다른 등장인물들과 비교해 봐도 상당히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미켈란젤로는 당시 교황청을 드나드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미노스를 보는 순간 누구를 모델로 삼았는지 바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그린 것 같다. 비아지오 본인 역시 완성된 그림을 본 뒤 미노스가 자기 얼굴인 것을 알고 경악했다고 한다. 그는 교황 바오로 3세에게 미켈란젤로가 묘사한 미노스의 모습을 수정하게끔 해 달라고 간청했는데, 그때 교황의 대답이 교황답다. “나는 천국과 지상을 다스리시는 신으로부터 권능을 부여받았지만 지옥까지는 힘이 미치지 못한다오.” 즉 수정 불가라는 얘기였다. 〈316쪽〉

에필로그
그런데 이 그림이 너무 유명해진 뒤 정작 나는 약간 떨떠름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같다. 틈날 때 꺼내 보며 혼자서 좋아하던 무언가가 갑자기 전 세계적 공유 자산이라도 된 듯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진주 귀고리 소녀〉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가 되었지만, 단지 유명세 때문이 아니라 그림 자체의 미적 가치를 인정하고 즐길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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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정시몬 [저] 신작알림 SMS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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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새로운 책을 기획, 집필하거나 좋은 책을 소개하고 번역하는 것을 좋아한다. 저서로는 인문학 브런치 시리즈인 『철학 브런치』 『세계사 브런치』 『세계 문학 브런치』 외에 변호사 친구와 함께 써 호평을 받은 『미국을 발칵 뒤집은 판결』 등이 있다. 이전 브런치 시리즈의 저자 프로필에서 “어렸을 때부터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책만 읽었다.”고 한 것은 고백하자면 조금 과장이었다. 책만 읽고 산 건 아니고, 음악도 꽤 들었다. 음악이라면 장르를 가르지 않고 좋아했지만, 그중에서도 클래식 음악(고전 음악)의 자리는 특별했다. 마치 온종일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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