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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꿈 꾸세요 : 김멜라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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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김멜라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22년 08월 20일
  • 쪽수 : 344
  • ISBN : 9788954677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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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부드럽고 신비로운 바람이 불어오면 시작되는 이야기
누군가의 꿈속을 향해, 사랑하는 사람의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우리가 바라온 8편의 이채로운 해피 엔딩

사랑스럽고 신비로운 힘으로 우리를 강력하게 몰입시키는 꿈의 세계처럼, 상상을 자극하는 생기로운 질문들을 통해 우리의 현재를 투명하게 비추는 김멜라의 두번째 소설집 『제 꿈 꾸세요』가 문학동네에서 출간되었다.

김멜라는 최근 다양한 작가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호명되고 있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매 계절 스펙트럼이 넓은 작품들을 발표하며 특별한 성취를 쌓아왔다. “모든 것을 다해 말하고 모든 것을 다해 웃으며, 자기 속도로 걷는 ‘체’라는 인물에게 나는 압도당했다”(소설가 이승우), “김멜라는 고유한 문제의식을 밀고 나가면서도 이를 거침없이 확장해가는 놀라운 저력을 보여준다”(문학평론가 김보경)라는 평과 함께 제12회 젊은작가상과 제11회 문지문학상을 잇따라 받은 「나뭇잎이 마르고」와 ‘레즈비언 커플을 불만족스럽게 바라보는 딜도의 관찰기’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제13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하며 화제작으로 떠오른 「저녁놀」, 그리고 “맑은 마음들이 만나지면서 깨끗하고 아름답게 다가오는 작품”(소설가 오정희)이라는 평을 받으며 제23회 이효석문학상 최종심에 오른 「제 꿈 꾸세요」가 포함된 이번 소설집은 새로운 목소리를 지닌 개성적인 작가가 등장하길 바라온 우리의 마음을 도발적이면서 경쾌한 상상력으로 가득 채워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천연덕스럽게 사랑을 선동하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동참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담대하며 명랑한 서정은 없었다.” _편혜영(소설가)

2022 젊은작가상 수상작 「저녁놀」,
2021 문지문학상·젊은작가상 수상작 「나뭇잎이 마르고」 수록

“좋은 만큼 무서운 마음이 들지만 그것보다 더 크게 좋아.”

김멜라의 소설세계를 향한 열광의 시작점인 「나뭇잎이 마르고」는 대학 선배인 ‘체’가 오랜만에 ‘앙헬’에게 연락을 해오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이때 우리를 소설 가까이로 잡아당기는 힘은 “한글 자음을 온전하게 발음하지 못”(58쪽)하는 탓에 중간중간 고인 침을 삼키느라 말을 멈추는 체의 모습이다. 체는 불분명한 발음으로 앙헬에게 말한다. 그녀의 할머니가 며칠째 한끼도 먹고 있지 않아 가족 모두가 걱정하는 가운데, 앙헬을 보고 싶어한다고. 할머니를 위해 잠깐 시간을 내어줄 수 없냐고. 앙헬에게 체는 어떤 사람이었나. 짧은 머리에 겨울의 나뭇가지처럼 팔다리가 앙상했던 체는 “보는 사람에게 안타까움과 동시에 옅은 안도감을 불러일으”(65쪽)키던 사람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분명히 요구할 줄 알며, 준 만큼 되돌려받지 못하더라도 다시 자기의 것을 내어주는, “다 헤아릴 수 없는 크고 높은 면이 있”(75쪽)는 사람이기도 했다. 또한 여자와 나누는 사랑을 원하고 그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않던 사람이었다. 한번은 앙헬에게 ‘둘이 같이 살자’며 청혼을 해오기도 했었다. 그런 체를 만나기 위해 앙헬은 공주로 향할 결심을 한다.
「링고링」은 퀴어로 자신을 정체화하지 않은 청소년 화자의 모습에 집중하며 그가 느끼는 혼란스러움과 들뜬 충동을 세심하게 담아낸다. 사귀는 사람이 동성인 여자라는 짝꿍의 말에 “웩, 너무 이상하다”(14쪽)라고 반응했다가 그애의 무리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한 적이 있는 ‘나’는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는 “누구와도 가까워지지 말”(17쪽)자는 규칙을 세운다. 하지만 선생이 “7번 김영주!”(18쪽)라고 출석을 부르자 ‘나’는 규칙을 잊고 그애를 쳐다본다. 자신과 이름이 같은 아이. 자신이 돌아봤을 때 마주보며 웃어준 아이. ‘나’는 그애와 친구가 되고 ‘운명처럼’ 함께 영주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영주는 ‘나’의 외갓집이 있던 곳으로, ‘나’는 종종 엄마를 따라 영주에 갔다가 한번은 엄마의 친구인 ‘링고 이모’를 만난 적이 있다. 그날 이후 ‘나’는 종종 엄마와 링고 이모와 함께 셋이서 영주를 돌아다니는데, 두 사람을 보며 왠지 묘한 기분을 느꼈었다. ‘나’는 영주와 함께 여행하는 동안 그날의 두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한다. “영주야, 난 너랑 같이 있어서 좋아. (…) 좋은 만큼 무서운 마음이 들지만 그것보다 더 크게 좋아. 우리 엄마도 그랬을까. 엄마도 링고 이모랑 그랬을까.”(46쪽)
우리 사회의 가장 첨예한 이슈인 퀴어와 장애 문제를 서정적이고 신비로운 문체로 그려낸 「나뭇잎이 마르고」와 「링고링」을 읽은 우리에게 「저녁놀」은 전혀 다른 스타일로 말을 걸어온다. 레즈비언 커플인 ‘지현’과 ‘민영’은 “두 여자가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애정 표현을 하기 녹록지 않은 세상”(98쪽)이라 서로의 애칭을 ‘눈점’과 ‘먹점’으로 정한다. 별명 덕분에 애정 표현을 마음껏 할 수 있게 된 두 사람은 “자신들을 둘러싼 언어의 속박을 유희로 바꾸었으며 점점 더 둘만의 비밀 언어를 늘려”(99쪽)간다. 이를테면 ‘못생긴 말’인 ‘모텔’은 ‘도서관’으로, ‘콘돔’은 ‘책’으로, ‘섹스’는 ‘독서’로. 서로의 몸에 집중하며 충만한 기쁨을 만끽하던 두 사람은 사귄 지 오 주년을 기념해 딜도-두 여자의 비밀 언어로는 ‘책갈피’-를 구매한다. 그것이 바로 딜도이자 책갈피인 ‘나-모모’가 두 여자의 집으로 오게 된 배경이다. 하지만 모모의 눈으로 바라본 두 여자는 답답하고 한심하기 그지없다. 자신을 그대로 서랍에 처박아둔 채 한 번도 제대로 쓰지 않는 것도 모자라 신성하고 지적인 자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대파를 정성 들여 가꾸지 않나,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표범 인형에게 ‘표표’라는 애칭을 붙여주며 소중히 대한다. 안 그래도 좁은 집에 대파까지 키우게 되면서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던 모모에게 또 한번의 큰 시련이 닥친다. 눈점과 먹점이 공간을 마련한답시고 필요 없는 물건들을 정리해 버린다는 것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과 더이상 읽지 않는 책들이 쓰레기봉투에 담겨지는 데 이어 모모까지 봉투에 들어가고 만다. 위대하고 고귀한 나를 어떻게 버릴 생각을 한단 말이지? 모모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다.
문학평론가 오혜진이 해설에서 “표표와 파파야와 모모가 함께 있는 모습, 용도 변경과 함께 자기 변신을 꾀한 유연한 신체들이 함께하는 곳에 드리워진 ‘저녁놀’은 성 전쟁sex war의 시대에 김멜라가 그려낸 가장 평화롭고 목가적인 풍경이다”(332쪽)라고 언급한 것처럼,「저녁놀」이 펼쳐 보이는 상상력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는 눈점과 먹점을 자신과 구분 지으려는 딜도의 시도가 엉뚱하고 귀여운 방식으로 해소됨으로써 세 인물이 함께하는 마지막 장면을 우리가 어떤 두려움과 불안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일 것이다.
표제작인 「제 꿈 꾸세요」 또한 이러한 상상력의 연장선에서 바라볼 수 있을 듯하다. 화자인 ‘나’는 지금 허공 위를 걷는 중이다. 아래로 얼굴이 파랗게 된 채 죽어 있는 자신이 보인다. 그러니깐 마치 “튜브에 든 물감을 짜는 것처럼”(268쪽) 죽어 있는 자신의 몸에서 쓰윽 빠져나온 것이다. 사인(死因)은 기도 폐쇄와 호흡곤란. 그렇다. ‘나’는 아몬드크런치크랜베리초코바를 먹다 어이없게도 목이 막혀 죽고 만 것이다. 그런데 죽어 있는 ‘나’의 앞으로 ‘챔바’라는 인물이 나타난다. 혹시 말로만 듣던 천사인가? 챔바는 자신을 가이드라고 소개하며, ‘길손’이 된 ‘나’는 지금 당장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어디로?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챔바의 말에 따르면 길손은 자신의 상상력 안에서 다른 사람의 꿈으로 갈 수 있다. 그 꿈에 들어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죽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나’가 지금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은 자신의 삶에 인과관계를 부여해 삶을 완성시키는 일이자 한편으로 “내 시신을 발견하고도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로 고통받지 않을”(274쪽) 사람을 고르는 일이기도 하다. 과연 어떠한 상처도 주지 않고 매끈하게 그 일을 완수할 수 있을까? 그 물음 앞에서 김멜라는 다른 사람의 꿈속으로 향하는 여정을 자신의 시신을 발견할 사람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닌 “일어났을 때 웃게 되는 꿈”(291쪽)을 꾸게 하는 것으로 바꾸어낸다.


“그녀는 처음으로 좋은 결말로 끝나는 자신의 마지막을 상상했다.”

김멜라 소설은 이렇듯 강렬하고 경쾌한 상상력으로 도입부와 결말부를 멀리 떨어뜨려놓음으로써 우리를 처음과는 다른 위치에 닿게 한다. 첫사랑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품고 서울역사에서 열리는 미디어아트 전시회에 스태프로 지원한 「설탕, 더블 더블」 속 ‘나’가 마주하는 사람은 뜻밖에도 서울역사 벽 너머에 ‘설탕’이 있는지 간절히 확인하길 원하는 할머니이다. 할머니는 오래전 서울역에서 일하는 일꾼들의 밥을 지어주는 식모로 일했었다. ‘작고 볼품없는 식모’였지만 우연한 계기로 일본인 역장인 ‘테루오’와 가까워졌고, 어느 날 그는 이렇게 말한다. “설탕을 따로 모아뒀다고, 어디 먼 데 가서 같이 살자고.”(164쪽) 설탕이 무척 귀했던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이 말은 곧 청혼을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광복이 되면서 테루오는 말없이 사라졌다. 그때부터 할머니는 테루오가 모아뒀다는, 서울역 어딘가에 감춰져 있을 설탕을 떠올리며 지금까지 버텨왔다. 그리고 할머니는 이제 알고 싶어진 것이다. 정말 설탕이 있는지, 아니면 테루오가 자신에게 거짓말한 것인지. 첫사랑을 향한 강렬한 궁금증과 그리움으로 시작된 「설탕, 더블 더블」은 예상외의 인물을 등장시킴으로써 서사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하고, ‘나’의 사랑이 가진 속성을 돌아보게 한다.
「물오리」는 팬데믹 시기의 목욕탕을 다루며 유머러스한 반전으로 우리의 인식에 산뜻한 타격을 가한다. 목욕탕 사장 ‘덕진’은 자신이 운영하는 목욕탕 의자 위에 올라서서 안마기 파이프에 넥타이로 매듭을 짓고 고리에 목을 건 상태다. 얼마 전 자신의 딸인 ‘을주’가 목욕탕 손님들에게 건넨 식혜가 문제가 돼 코로나 확진자가 연달아 나왔고, 죄책감에 괴로워하던 을주가 자살 시도를 했다가 겨우 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런 딸을 더이상 볼 수 없어서 끝내 죽음을 택하려는 듯 보이는 덕진의 모습은 사실 딸을 정신 차리게 하기 위해 시도하는 일종의 연극이다. 연극을 마친 뒤 덕진이 우연히 발견한 탕 속 물오리 인형처럼 귀엽고 천진하게 상황을 뒤엎는 이 소설은, 을주의 자살 시도를 비난했던 교회 목사로 대표되는 종교와 덕진이라는 중년 남성을 향한 지금 우리 시대의 고정관념을 허무는 데까지 나아가는 듯 보인다.
인상적인 반전은 「논리」에도 등장한다. 자동차 사고로 크게 다친 엄마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논리」는 레즈비언인 딸의 성적 지향을 받아들이지 못하던 엄마가 사고를 둘러싼 비밀을 알게 되면서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비로소 깨닫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그러한 결말 덕분에 우리는 “무덤을 찾는 심정으로”(239쪽) ‘개나리맨션에 혹처럼 튀어나와 있는 상가 2층의 202호’로 이사한 「코끼리코」의 ‘202호’를 보면서도 마냥 불안해지지만은 않는 게 아닐까. 위로 오빠만 세 명이 있는 집에서 태어나 자신을 위해 무엇 하나 제대로 해보지 못한 채 견디며 살아온 202호는 아버지의 유산으로 “벽 없이 하나로 트인 십칠 평 공간”(240쪽)으로 이사한다. 그곳에서 잘 죽는 게 애초 202호가 세운 목표였지만, 상가 일층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여자 화장실을 이용하는 것을 계기로 이 목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수정된다. 그러니까 죽음이 아니라 삶 쪽으로. 여자 화장실을 사수하는 일은 202호가 그전처럼 그저 참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죽음의 공간에서 격렬하게 드러내 보이는 삶을 향한 의지. 그와 함께 202호는 “좋은 결말로 끝나는 자신의 마지막을 상상”(244쪽)하게 되고 “그곳에 사는 자신이 좋”(260쪽)다고 긍정하게 된다. 매 작품 다양한 스타일을 시도하며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김멜라의 소설이 지닌 진정한 힘은, 바로 우리로 하여금 그러한 해피 엔딩을 믿게 하는 것이리라.

추천사


“소설을 쓰면서 저는 제가 꾸는 꿈을 펼치고, 보고 싶은 세계를 상상해 언어로 담아낸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모아놓고 보니 알겠습니다. 결국 그 모든 글쓰기는 당신의 꿈으로 가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것을요.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당신 꿈에 나오길 바라는 저의 들뜬 마음입니다. 바람이 있다면 부디 깨어났을 때 웃어주세요.” _‘작가의 말’에서

편혜영(소설가)
김멜라를 읽으면 마음이 부푼다. 어떤 사랑은 수영복 위에 내려앉고, 어떤 사랑은 숨겨둔 설탕이 되어 흔적을 남기니까. 천연덕스럽게 사랑을 선동하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동참할 수밖에 없다. 전복과 탈주의 언어조차 김멜라이기에 명랑하고 애틋하다. 몽환적이고 신비롭다. 이처럼 담대하며 명랑한 서정은 없었다. 오랫동안 이런 발칙하고 사랑스러운 소설을 기다려왔다.

오혜진(문학평론가)
인과관계를 명료하게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일들. 하지만 그 이해 여하와 무관하게 펼쳐지는 총천연색 환상의 시나리오들. (…) ‘알 수 없음’이라는 이 문제적인 상황을 최대한 오래 깊이 음미해보려는 시도. 그의 두번째 소설집 『제 꿈 꾸세요』는 그 시도를 끝 간 데까지 밀어붙여보는 아늑하고도 은밀한 실험실 같다. (…) 그의 소설에서 ‘알 수 없음’은 당장 해소해야 할 상태로 간주되거나, 회피를 정당화하기 위한 알리바이로 활용되지 않는다. ‘알 수 없음’은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믿었던 것에 대한 의심, 새로운 앎에 대한 기대를 만드는 역동적이고 창발적인 계기다.

목차

링고링 ㆍ 007
나뭇잎이 마르고 ㆍ 055
저녁놀 ㆍ 093
설탕, 더블 더블 ㆍ 137
논리 ㆍ 173
물오리 ㆍ 207
코끼리코 ㆍ 229
제 꿈 꾸세요 ㆍ 261

해설|오혜진(문학평론가)
빈 괄호를 그냥 둔 채 누군가를 웃게 만드는 일 ㆍ 297

작가의 말 ㆍ 339

본문중에서

체는 모든 것을 다해 말했고 모든 것을 다해 웃었다. 그녀가 내뱉는 소리 하나, 음절 하나에 그녀라는 존재가 온전히 녹아 있었다. 한때 앙헬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그녀처럼 말하고 그녀처럼 웃기를 바랐다.(「나뭇잎이 마르고」, 64쪽)

그녀는 사람에게 다가가 마음을 주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먼저 주고, 준 만큼 되돌려받지 못해도, 다시 자기의 것을 주었다. 결국 그건 자기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했다. 멀리, 크게 보면 그렇다고.(「나뭇잎이 마르고」, 75쪽)

다만 어떤 베풂은 인과적인 타당성을 설명할 수 없듯 어떤 거부도 합당한 이유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을 받아들였을 뿐이었다.(「나뭇잎이 마르고」, 90쪽)

먹는 것도 보는 것도 벌거나 쓰는 것도 서로의 몸을 만지는 것보다 더 큰 기쁨을 주지 못하며 인간의 모든 행위 중 만지고 비비고 문지르는 것이 가장 높은 만족을 준다는 것을 두 여자는 도시의 방들을 오가며 깨달았다.(「저녁놀」, 97쪽)

눈점은 남보다 더 넘어지고 아파하는 자신이 미웠다. 이겨내라고, 사는 건 다 그런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무서웠다.(「저녁놀」, 109쪽)

걱정해줘서 고마워. 네 편지를 받고 깨달았어. 사람이 언제 우는지 아니? 자기 자신을 동정할 때 울어. 난 네 편지를 받고 울었어.(「설탕, 더블 더블」, 147쪽)

네가 누구를 사랑하는진 몰라도 그 사랑이 내겐 위로가 돼.(「설탕, 더블 더블」, 148쪽)

우리는 너무 많은 비밀을 나누었기에 연인이 될 수 없었다.(「설탕, 더블 더블」, 150쪽)

놀라지 말자. 소리치지 말자. 엘사가 다음 편에서 누구를 만나든, 누구와 사랑에 빠지든, 화내지 말고 겁먹지 말자.(「논리」, 197쪽)

왜 모래사장에는 늘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쓰게 되는 걸까.(「논리」, 203쪽)

“아빠, 내 친구는 기도할 때 하나님 아버지라고 하면 아버지란 소리가 싫고 입에서 안 나온대. 근데 난 안 그래. 난 잘 나와. 아빠, 고마워.”(「물오리」, 225쪽)

그런 죄는 죽어서도 천국에 못 간다고?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어째 거기서 그런 말을 해. 사람이 살게 해줘야 살지.(「물오리」, 225쪽)

젊으니까, 출근해야 하니까, 남들도 이 정도 통증은 안고 산다 여기며 참고 살았다. 몸의 통증보다 다른 사람이 던지는 비난의 말에 더 깊은 상처를 받곤 했던 그녀는 안에서부터 밀려오는 비명은 꾹꾹 눌러 담았다.(「코끼리코」, 232쪽)

순하고 무른 성격에 다른 사람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는 그녀였기에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하는 것에도 특별한 용기가 필요했다.(「코끼리코」, 232쪽)

밤이 되어 천연 광목 이불을 덮고 누우면 이대로 잠이 든 채 생이 끝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녀는 처음으로 좋은 결말로 끝나는 자신의 마지막을 상상했다.(「코끼리코」, 244쪽)

낮에도 밤에도, 나는 잘 죽는 걸 목표로 살고 있어. 그러니까 아직은, 살아 있어. 하루하루 주어진 시간을 기쁘게.
그리고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202호는 자기 자신에게 대답했다.(「코끼리코」, 247쪽)

나는 나라는 존재를 빈 괄호로 두고 싶었다. 이제 죽은 나를 발견해주길 원하지 않았다. 내 죽음의 경위와 삶의 이력들을 오해 없이 완결하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나는 나와 이어진 사람의 꿈으로 가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었다.(「제 꿈 꾸세요」, 295쪽)

저자소개

김멜라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83

2014년 『자음과모음』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적어도 두 번』이 있다. 문지문학상, 2021년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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