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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기후재난의 시대, 돌보고 돌봄 받는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지난 2년의 사회적 거리두기와 격리 속에서 우리는 돌봄의 소중함과 어려움을 경험했다. 돌봄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그 부담이 가정으로, 특히 여성에게로 전가됐다. 빈부격차가 벌어지고 약자들의 삶이 악화되면서 돌봄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다. 이제 돌봄의 가치를 되묻고 돌봄의 원리에 따라 사회를 재구성해야 할 시점이다. 돌봄은 가족이나 개인의 문제도, 시혜와 수혜의 문제도 아니다. 호의와 온정만으로 해결되는 문제도 아니다. 때로는 설득하고 때로는 싸워야 한다. 무엇보다 그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 요즘처럼 재난과 양극화가 일상이 되는 시대에 돌봄은 우리의 삶을 지탱하고 생명을 지켜준다. 재난, 안전, 돌봄은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세 쌍둥이인데 그 중에서도 돌봄은 재난과 안전 사이의 다리를 놓는다. 개인, 사회, 국가, 세계, 나아가 인간, 동식물, 환경, 생태계, 지구 사이에 돌봄의 복잡하고 중층적인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 사이, 대선이 치러지고 정권이 바뀌었다. 많은 변화가 예고된 가운데 탈원전 정책의 폐기가 확실해졌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50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석탄발전소를 없애는 대신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험에 대응하자는 일이 또 다른 위험을 키우는 일이 돼버렸다. 이제 원전도 돌봄의 시각으로 숙고해야 한다. 자연 상태의 방사성 동위원소는 물질순환 과정에서 미세한 폭발을 일으켜 유기체를 무기물로 해체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원자로에서 일어나는 핵분열은 자연상태로는 존재하지 않는 엄청난 인공 방사성 동위원소를 만들어 자연에 돌려준다. 인권과 안전이라는 인간중심적 가치를 해치는 외에, 자연을 교란해 인간의 무지를 증가시킨다. 돌보는 인간은 무엇보다 약함을 인정하는 겸손한 인간이다.

[생태전환매거진 바람과 물(계간): 4호(봄호)(2022) 목차]

커버스토리 돌봄의 정의
We are Mauna Kea 하미나
돌봄이 집단 미학이 될 때 김현미
처벌은 어떻게 돌봄이 될 수 있나 박상은
우리야말로 돌볼 수 있는 사람들 박상호
사람과 세상 사이에 이웃이 있다 박승옥
인류세 시대, 돌봄의 철학 조성환

인터뷰
미래 가치가 현실이 되는 녹색당의 실험 김예원x장윤석
재생하고 순환하는 도시가 좋다 배형민x남상문
연결과 연대로 선거판을 흔들다 박혜민x이소연

라이프스타일
기후위기 고민상담소 다른 속도와 온도를 견디는 방법 김다은
전환을 꿈꾸는 로컬맵 사적이고 공적이며 사업적이고 사회적인 김희진
기후위기 시대 건축의 질문 집과 돌봄에 대하여 남상문

스토리+이미지
기후위기 시대의 이야기 지구영웅 서사 박혜진
기후위기 시대의 그림책 사라지는 것을 보살피다 김지은
갤러리 「우정의 가능성」 외 허윤희
만화 식탁에서 출발하는 돌봄 초식마녀
소설 바다와 함께 춤을 김청귤

이슈
과학 현장 최루탄 공해와 수행되지 않는 과학 현재환
친환경기술 대차대조표 폐기물, 묻거나 태우거나 윤신영
활동가 에세이 씨앗과 흙, 순환과 돌봄 유다님
붕앙-2 이야기 기후파괴 영업권은 기본권을 넘어설 수 없다 이치선

콜로퀴움
탄소중립과 탈원전은 함께가야 한다 윤순진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여론전 선정수
전환기의 원자력, 안전이 최우선 이정윤
토론 사회적 대화와 투명성이 중요하다

돌봄을 따뜻함, 다정함, 친절, 사려 깊음, 베풂, 공감과 같은 착한 속성으로부터 떨어뜨려놓는 일에서부터 시작하고 싶다. 돌봄을 삶의 중심에 둘수록 내가 배우는 것은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분노, 억울함, 상처, 계산적임, 부채감과 같은 속성을 지켜보고 다루는 일이다. 그것들은 다루기가 훨씬 까다롭다. (하미나, We are Mauna Kea’, 12쪽)

2년 이상 지속된 팬데믹 위기는 기존의 시스템과 관행을 다시 보게 한다. 봉쇄, 자가격리,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방역 원칙은 가족, 친족, 친구, 이웃이 제공해왔던 돌봄과 지원을 멈추게 했다. 방역의 단위로서 집이 안전한 공간이 될 때 우리가 목격한 것은 다시 돌봄 노동의 여성화였다. 학교와 공적 돌봄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사회적 돌봄 체계는 붕괴하였고, 집, 가족, 개인이 유일한 돌봄 제공자가 되었다. 사회적 논란이나 논쟁도 없이 다시 자연스럽게 여성들이 돌봄 노동의 담당자가 되었다. (김현미, ‘돌봄이 집단 미학이 될 때, 21쪽)

몫을 함께 나눈다는 이름처럼 우리는 돈을 벌어서 나눌 뿐만 아니라 지역과 삶의 문제도 함께 나누고 해결하는 가운데 우리의 길을 찾아간다.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우리가 일하는 목적이자 활동이 된다. 삶의 어려움을 끝까지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을 가진다면 지역 안에서의 연계와 지원은 반드시 생긴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 우리 앞에 누군가 있었고 나중에 오는 누군가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것을 지역 안에서 협동의 선순환이라고 부르고 싶다. (박상호, ‘우리야말로 돌볼 수 있는 사람들’, 37쪽)

돌봄이란 시혜나 자선이 아니다. 우리는 국가에 대해 돌봄의 확대를 요구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국가의 돌봄 정책은 인민이 ‘서로주체’의 주권자로서 스스로 서고, 지역공동체 스스로의 ‘서로돌봄’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시장경제의 국가돌봄은 심하게 말하면 국가가 인민을 노예로 부려먹다가 폐기물로 버리는 돈벌이 산업일 뿐이다. 가장 강력한 체제전환의 행동은 세계관을 바꾼 이웃 공동체의 행동이다. 가장 강력한 사회안전망은 국가돌봄이 아니라 서로돌봄의 공동체 돌봄이다. (박승옥, ‘사람과 세상 사이에 이웃이 있다’, 44쪽)

인류세 시대에 인간은 지구와 분리되어 생각할 수 없고, 지구 역시 인간과 분리되어 이해될 수 없다. 인간과 지구의 힘이 대등해지고, 그로 인해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구가 아프면 인간도 아프고, 인간이 병들면 지구도 병든다. 지구와 인간은 한 몸이고 서로 돌보는 사이다. (조성환, ‘인류세 시대, 돌봄의 철학’, 47쪽)

우리는 늘 많은 것들을 연결시키지요. 지방선거 슬로건도 “지구를 살리는 녹색, 동네를 바꾸는 선택”으로 정했어요. 기후위기와 동네정치를 같이 이야기할 거예요. 지구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실천하라는 메시지가 저희의 핵심이지요. (김예원, ‘미래 가치가 현실이 되는 녹색당의 실험’, 56쪽)

하이데거의 실존적 사유를 바탕으로 장소 이론을 발전시킨 건축학자 노베르그 슐츠는 말한다. “우리는 실제의 터전을 얻기 위해 환경과 친숙해져야 한다. 친숙함은 환경이 의미 있는 것으로 경험된다는 것이다. 장소에 주의 깊다는 것이다. 주의 깊다는 것은 돌본다는 것이고 그것은 창조적 적응이라고 할 수 있다.” (남상문, ‘집과 돌봄에 대하여’, 101쪽)

탄소중립 시나리오가 나오면서 재생에너지만으로 안 되니 탈원전 정책을 되돌리자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안 될 말이다. 원전은 가동 중 사고나 핵폐기물 처리, 특히 주민 수용성이나 안전성 문제로 위험은 높고 비용이 갈수록 늘어나기에 더 이상 확대해서는 안 되는 에너지원이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원전은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윤순진, ‘탄소중립과 탈원전은 함께가야 한다’, 186쪽)

향후 재생에너지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정책 하시는 분들, 정계와 학계에 계시는 분들이 사회적으로 합의를 이루려는 노력을 더 많이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위성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에너지 문제를 풀어야 생산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 같다.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납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사회적 합의를 이뤘을 때 에너지 전환 정책이 탄력을 받고 잘 추진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선정수,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여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