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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붓다 : 바람과 사자와 연꽃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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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고미숙
  • 출판사 : 북드라망
  • 발행 : 2022년 06월 30일
  • 쪽수 : 368
  • ISBN : 9791192128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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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붓다’가 번개라면 ‘청년’은 피뢰침이었다”
- 청년의 활기, 청년의 질문, 청년의 열정으로 이른 완벽한 자유와 해방을 만난다!

이름은 숱하게 들어봤지만 접근하기는 어려웠던, 혹은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고전들을 ‘지금, 여기’로 다시 불러내어 현재 삶에 생생한 내비게이션으로 삼게 하는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쓴 붓다 평전.
초기경전, 그중에서도 『숫타니파타』를 동반자로 삼아 청년 붓다의 여정과 사상을 기록한 이 책은 붓다의 깨달음에 ‘청춘’이라는 시점이 중요하다는 데서 출발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2,600년 전, 한 청년 구도자가 어떻게 자신을 얽어매고 있는 존재의 속박으로부터 탈출해서 바람처럼 사자처럼 연꽃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되었는지, 그의 삶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유와 당당함, 청정함을 배울 수 있을지가 저자 특유의 명쾌한 문체로 담겨 있다.
특히 저자는 불안과 공허에 사로잡힌 오늘의 청년들에게 스승 붓다와의 만남이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제목 ‘청년 붓다’에는 청년기에 깨달은 붓다의 사상이 여든에 생을 마감할 때까지 늘 푸르렀다는 것, 하여 “붓다는 청년이다”라는 의미와 “우리 시대의 청년들에게는 붓다가 필요하다”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출판사 서평

『청년 붓다: 바람과 사자와 연꽃의 노래』 지은이 인터뷰

1. 선생님께서는 연암의 『열하일기』를 시작으로 고전의 지혜를 지금, 여기에서 사용할 수 있게 변주하고 전파하는 작업들을 그동안 쭉 해오셨습니다. 연암에서 그 다음에 『동의보감』으로 다음 명리학으로 그리고 지금 불경으로 계속 변화해 왔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이렇게 공부의 궤적이 계속 이동하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붓다를 만나고 또 붓다로 고전평론을 하게 되신 건지 궁금합니다.

연암에서 『동의보감』, 『동의보감』에서 명리학. 사실 그다음에 주역으로 주역 공부를 좀 했기 때문에 주역으로 이제 책을 쓰고 강의를 하려고 했으나 주변에 주역을 너무 좋아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많아가지고 제가 통 크게 양보하고 그다음에 이제 불경을 만나게 된 거고요. 계속 이렇게 이제 공부의 방향 이렇게 변하고 흘러가는 거는 왜 그럴까요? 간단하죠. 살아 있기 때문에 그런 거죠. 살아 있으면 계속 어디론가 가야 되거든요. 삶 자체가 어디론가 가는 것이니까 그러니까 저는 당연히 고전평론가고 고전평론가는 고전을 읽고 쓰고 말하는 게 일상이에요. 다른 분들이 직장에 와서 일을 하고 논이나 밭에서 일을 하시듯이 저는 고전의 지혜의 밭을 일구는 게 제 직업인 거죠. 그러니까 그걸 계속 일구다 보면 아주 조금씩 조금씩 흘러가게 되어 있죠. 머무를 수는 없어요.
그리고 동양 사상이 유불도(儒佛道) 이렇게 삼교 회통이니까 불경을 만나는 건 너무 당연하죠. 안 만나면 오히려 좀 이상한 거죠 사실은. 그건 요리조리 피했다는 얘기인데 그거 이상하잖아요. 왜 지혜의 바다를 피하겠습니까. 근데 좀 늦긴 늦었어요. 저는 매사가 좀 늦깎이고 뒷북을 치는 스타일이라 남들처럼 앞서 나가지를 못한 채 지금 60대를 맞이했는데, 40대 연암 『열하일기』로 그 공부가 저의 40대를 이루었다면 50대쯤에 그러니까 지금부터 10년 전이죠. 2012년에 『나의 운명 사용 설명서』를 냈고 그 전해에 『동의보감』을 리라이팅한 책을 내고, 그러니까 50대의 『동의보감』하고 명리학을 공부하고 감이당 시작하고 여기서 많은 사람들하고 명리 공부와 『동의보감』 공부를 했고요. 몸에 대한 탐구를 하다 보니까 그러면 이제 자연히 마음의 세계가 궁금해지죠.
근데 『동의보감』에도 희노애락애오욕, 칠정이 있긴 있어요. 그래서 거기에서도 마음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됐는데, 마음이 너무 잠재력도 많고 아주 심층적이고 아주 다양한 지층으로 구성이 돼 있으니까 그걸 탐구해야겠다라고 늘 마음에 품고 있었고요. 그런데 딱 시절 인연을 못 만나서 이렇게 간접적으로 공부를 하고 있었어요. 정화 스님이 한 달에 한 번씩 한결같이 20년 동안 우리에게 강의를 해주셨잖아요. 제가 출석은 했는데, 반은 듣고 반은 졸고 했어요.^^ 이렇게 간접적으로 듣다가, 내가 직접 공부를 해야겠다. 이런 거는 2017년부터 시작이 된 거죠. 직접 불경을 읽고 탐구를 하니까 간접적으로 듣는 거하고 굉장히 다르더라고요. 정말로. 그래서 아주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야겠다, 이런 마음이 드는 거죠.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고전평론가니까 당연히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임꺽정』, 『서유기』 이런 고전을 읽어요. 읽다가 보면 당연히 의학, 역학이 궁금해지고 그러면 주역을 배우게 되고 그 다음에 이제 불경으로 가게 돼요. 물론 불경을 통해서 다른 것들을 또 배우기도 하겠죠. 그래서 불경에 다다른 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수순이라는 생각은 듭니다. 그런데 좀 늦긴 했죠.

2. 책 제목이 『청년 붓다: 바람과 사자와 연꽃의 노래』인데요. 붓다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청년’이라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책에서 ‘붓다는 청년이고 붓다의 깨달음은 청년기의 산물이다’라고도 하셨는데요, 제목을 이렇게 잡으신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일단 제가 불교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불경을 읽었죠. ‘니카야’가 붙은 초기경전을 읽고 대승경전인 금강경, 화엄경, 이런, 보통 많이 들어본 그 경전들을 읽었어요. 그런데 대승경전에는 정말 큰 가르침들이 막 충격, 반전 이렇게 다가와서 불교는 진짜 어렵다, 이건 어떻게 뇌구조가 바뀌기 전에는 배우기가 불가능한 거 아닌가 싶게, 그랬어요. 어느 정도 이상은 좁혀지지 않는 거예요. 아직 준비가 안 됐으니까, 나와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가르침이야, 이런 마음도 있었던 것 같고요.
그런데 초기경전을 읽으면 거기에는 부처님의 생애랑 부처님이 직접 설한 얘기들이 나오고 수많은 인연담이 나와요. 한마디로 스토리의 바다인데 일단 너무 재미있어요. 이야기니까 인물이 나오고 인물들이 일으키는 사건이 나오고 하는데, 이 사건을 보면서 왜 이런 사건이 일어났지 따져봤더니 전생의 업이 나오고요. 그런데 그 전생도 우리가 생각하는 이 앞의 생이 아니더라고요. 엄청 길어요. 무지막지하게 길죠. 이 이전에 억겁의 전생이에요. 그래서 그 이야기 구조에 너무 충격을 받았고. 거기에다 부처님의 생애 자체가 너무 흥미로웠어요.
근데 우리는 보통 불교 그러면 부처님의 생애보다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랄지 『금강경』의 ‘아상에 사로잡히지 마라’랄지 왜 이런 얘기만 주로 환기를 할까 싶었어요. 아니면 선문답이나요. 부처님의 생애가 먼저 떠올라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물론 부처님의 생애도 대강은 알고 있었죠. 출가하고, 깨달음에 이르고 이런 것들이요. 그리고 열반. 열반 하니까 저는 어렸을 때 부처님이 열반에 이르기 전에 식중독에 걸렸다 이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아니 부처님이 왜 이렇게 시시하게 식중독에 걸리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이런 식으로 너무 거칠게, 그런 것밖에 모르다가 초기경전에 부처님의 생애가 굉장히 자세히 나오니까 거기서 되게 감동을 많이 받았어요. 제가 철학적인 수준이 좀 낮아서 그런지 이야기가 재밌고 감동적이더라고요. 거기에 불교가 뭔지 다 집약이 돼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초기경전에서 받은 충격이 또 하나 있는데, 저는 막연히 부처님은 막연히 연로하다는 느낌, 중년 이후의 중후한 느낌이 있었어요. 절에 가면 대웅전에 있는 부처님 상들도 모두 중년 이후 아닌가요. 청년의 모습으로 있는 불상 보셨어요? 왜 이렇게 중후한 걸까요? 대웅전에 있는 불상들은? 아무튼 그랬는데, 부처님이 스물아홉에 출가하시고 서른다섯에 깨달았다. 이건 누가 쓴 부처님 생애든 공통적인 거예요. 나이가 그 이전에 출가하셨다든지 이런 얘기는 있어도 이후는 아니거든요. 또 서른다섯이면 지금은 뭐 확실하게 청년이죠. 제가 젊었을 때는 30대 넘으면 약간 아줌마 아저씨라고 했으니까, 조금 나이가 들었다 생각할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사람의 생애는 기본적으로 100년이라고, 이렇게 잡혀 있기 때문에 30대면 젊은 거예요. 그러니까 새삼 초기경전을 보면서, 아, 젊은 붓다네. 근데 나는 왜 이렇게 노인을 생각했을까, 이런 부분이 깨졌고. 그다음에 서른다섯 이후에는 여든까지, 45년간 설법을 오로지 한결같은 설법을 하신 거예요. 이것도 갑자기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45년 동안을 교육 활동을 하신 거잖아요, 길 위에서. 이런 생애가 있나요? 보통 처음에 이렇게 가르치다가 유명해지고 명망을 얻고 이러면 그다음에는 좀 지위가 높아지거나 뭐 이러면서 바뀌지 않나요? 우리는. 근데 정말 한결같이 길 위에 계셨다는 거. 마지막 열반에 이를 때도 석 달 동안 여행을 하면서 열반의 죽음을 맞이하는 거죠. 그때도 마지막까지 가르치시거든요. 그 사실이 너무 충격이었어요. 불교를 이렇게 저렇게 접하면서도 왜 이런 걸 생각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일단 이 책은 저 자신을 위한 책이에요. 내가 만난 붓다 그리고 붓다가 저 같은 중생한테 어떤 점이 감동인가, 그 포인트를 제가 새로 잡고 저랑 비슷한 사람들이 있으면 이런 거부터 시작하면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먼저, 붓다는 청년이다. 그다음에 또 우리가 불교를 배운다고 할 때 나중에 나이 들어서, 정년 이후 은퇴해서 배워야지, 이런 생각을 하잖아요. 여생을 정리할 때 불교를 좀 본다, 이런 이미지가 있어요. 이것도 터무니없는 거죠. 스물아홉에 출발해서 서른다섯에 깨달음을 이룬 이 가르침은 청년의 사상이잖아요. 이 사상 자체에 엄청난 에너지가 있는 거예요. 근데 왜 우리는 이걸 노쇠할 때 접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아주 잘못된 전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60대가 되어서 불교를 만난다는 건 정말 내 안에 있는 청년 에너지를 꺼내 쓰는 거예요. 그래야 이 사상과 만날 수 있어요.
이게 하나 있고, 또 우리 시대 청년들을 보니까 일단 마음이 너무 정처가 없어요. 방향이 없는 거예요. 꿈이 있다고 하면 전부 성공하는 거예요. 나머지는 없어요. 없어. 열심히 살아야 되나? 꼭 살아야 되나? 뭐 삶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런 게 너무 만연해서... 이런 청년들에게는 최고의 스승이 필요하다. 보통의 멘토로는 안 된다. 그래서 인류 최고의 스승, 청년기에 그런 고뇌를 안고 출가해서 그 에너지로 깨달음에 이르고 45년간을 길 위에서 길을 알려준 이런 스승이 필요하다, 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제목 ‘청년 붓다’의 ‘청년’은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거죠. “붓다가 청년이다”하고 “우리 시대의 청년들에게는 붓다가 필요하다”, 이 두 가지 의미요. 그래서 제가 부처님을 21세기 슈가맨이라고 썼어요. 슈가맨이 노래는 다 아는데 가수를 모르는 거 아닌가요. 가수는 잊혀진. 비슷해요. 우리가 불교 그러면 ‘색즉시공 공즉시색’ 이런 건 많이 들어봤어요. 그런데 그 가르침을 펼친 분을 잘 몰라요. 그분의 인생도 잘 모르고요. 이제 우리 시대 청년들이 그분을, 그 스승을 찾아서 만나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하고요. 또 제가 책에도 썼지만, 저희 감이당+남산강학원이 있는 깨봉빌딩의 청년들은 의외로 불경을 좋아해요. 왠지 끌린다는 거. 이게 미스터리인데, 사실 잘 모르는데 끌린다 이게 굉장히 강한 거 아닌가요? 우리가 연애할 때도 ‘왠지 끌려’가 제일 힘이 센 거잖아요.

3. 부제인 ‘바람과 사자와 연꽃의 노래’의 의미도 마저 말씀해 주시죠.

붓다의 가르침은 열반이나 해탈 이런 건 불교 용어인데 이걸 그냥 우리가 쓰는 언어로 풀면 ‘모든 존재론적 구속에서 벗어난 대자유’ 이렇게 생각하면 돼요. 자유는 우리가 다 좋아하죠. 자유 싫어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근데 뭐에 구속됐는지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다르기도 하고요. 뭐 나는 돈이 없어, 집이 없어, 또는 차가 없어. 이런 것도 구속이고, 또 몸이 아프다 그러면 몸이 바로 구속이 되죠. 그리고 기본적으로 생로병사, 태어나면 죽는다. 이 길을 내가 바꿀 수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이런 게 다 구속이고, 또 만나면 헤어져야 되고. 그러니까 이거는 누구나 갖고 있는 거죠. 만나면 헤어져야 돼요.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면 괴로움이야. 그러면 여기에 대응되는 게 헤어져야 되는데 못 헤어지는 사람. 그것도 보통 괴로움이 아니잖아요. 그것도 꽁꽁 묶여 있는 거죠. 그리고 무언가를 얻으려고 하면 얻은 다음에 잃거나 얻은 다음엔 더 얻고 싶은데 절대 안 채워지는 거. 이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죠. 동등해요. “내가 원하는 만큼 얻었어” 이런 사람은 세상에 없거든요. 그러니까 아주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어떤 괴로움, 구속. 여기에서 벗어난다, 이런 존재론적 그물망에서 벗어난다, 이게 대자유라고 말하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바람, 사자, 연꽃은 그 대자유에 이르는 길이에요.
첫번째 바람이 된다.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이 된다. 그물은 관습의 그물 또 자의식의 그물 또 인연의 그물. 그물투성이죠, 사실. 또 내가 많이 만들어요. 없으면 막 만들어서 그물에서 허우적거려 버둥거리고. 그래서 그런 그물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최고로 멋진 비유가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바람은 그물에 걸리지 않잖아요.
그다음에 두번째. 생로병사를 겪고 예기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이런 것들을 우리가 컨트롤을 못하니까 항상 두려움을 안고 있어요. 누구나 다 두려움을 안고 있어요. 아무리 똑똑하고 잘나고 그래도 확신에 차서 살 수가 없는 거예요. 내일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내가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라고 해도 내일 게임에서 내가 골을 넣을 걸 확신할 수 없죠. 이런 것들이 주는 두려움. 잃어버릴까 봐, 내가 소멸될까봐, 또는 내가 사랑한 사람이 또 사라질까봐 뭐 이런 두려움. 그 두려움을 벗어나는 것을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이렇게 표현을 했어요. 그러니까 아마 당시 인도에서는 사자가 가장 용맹스러워서 어떤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그런 존재로 여긴 거겠죠.
다음으로 연꽃은 그 청정함인데요. 연꽃은 진흙에서 꼭 자란다는 거죠. 근데 진흙에 물들지 않는 청정함 그게 아주 아이러니하면서도 정말 신기한 일이잖아요. 우리는 다 태어날 때 욕망의 진흙탕에서 태어나죠. 탐욕, 분노, 어리석음의 진흙. 거기에서 늘 허우적거리잖아요. 근데 그 진흙탕은 늪처럼 막 헤어나려고 할수록 더 거기에 빨려 들어가는 거죠. 그런데 또 그것이 아니면 연꽃이 피질 않아요. 그러니까 우리를 수렁에 빠뜨리기도 하는데 거기서 청정한 연꽃을 피워내기도 하는 그 바탕이라는 거죠. 이 욕망의 진흙 뻘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내가 수렁에 잠기냐 아니면 연꽃을 피워내느냐. 자기 욕망을 부정하고 갖다 버리고 없애 버리고 이러면 수렁도 없겠지만 연꽃도 피어날 수가 없어요. 그것을 아주 소중한 자양분으로 써야 해요. 그러려면 여기에 어떤 양분이 있는지 잘 관찰을 하고 이 욕망이 갖고 있는 속성 그리고 어떤 영양가가 있는지 뭐 이런 거를 잘 알아서 연꽃을 피워내는 거죠. 그래서 “진흙에 물들지 않는 연꽃처럼”.
이 세 가지가 붓다가 성도, 깨달음에 이른 지 가장 얼마 안 된 그 청년기에, 붓다가 돼서 길 위를 걸을 때 했던 그 설법이 『숫타니파타』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구절이라 이것을 부제목으로 쓰게 됐어요.

4. 이 책에서 선생님께서 붓다의 생애 중에서 주목할 만한 순간들을 클로즈업하시면서 불교의 핵심 사상을 재미있게 풀어주고 계신데요. 근데 우리는 보통 붓다의 생애를 대충 알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아니면 별로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아요. 또 그에 비해 불교의 사상은 좀 뭔가 어렵고 심오한 게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요. 우리가 붓다의 생애를 디테일하게 알아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그러니까 일단 뭐 아는 것 같은데 실제로 아는 건 없는 거죠. 하긴 대부분의 고전이 그렇긴 하죠. 우리가 공자님도 잘 아는 건 아니잖아요. 근데 공자님이나 부처님이나 노자나 소크라테스나 예수님이나 이런 분들은 진리의 궁극을 추구해서 그 존재가 일치된 분들이잖아요. 그분들의 가르침이나 사상은 공기하고 물 같은 거예요.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을 계속 우리가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공기와 물에 대해서 우리가 별로 관심이 없지만, 이것이 없이는 살 수 없잖아요. 그런 사실은 알고 있다가 어떤 계기에 의해서 아, 살아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구나, 이 공기가 너무 감사하구나, 이런 때가 있죠. 우리가 코로나 때문에 정말 평범한 일상이 이렇게 대단한 거구나를 알게 되었듯이요. 그러니까 잘 모르고 관심 없고 이거 자체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거예요.
근데 어떤 계기에 의해서 마주치게 됐을 때, 그러면 뭐 금강경이나 선문답이나 또 화엄경을 통해서 접속하는 경우도 있을 거고, 티베트불교를 통해서 마주칠 수도 있고, 어떤 스님을 통해서 갈 수도 있고.... 수많은 길이 있는 거죠. 있는데 저는 부처님의 생애, 그러니까 불교의 핵심은 부처님은 신이 아니고, 그러니까 신도 신의 사자도 아니니까 갑작스럽게 어떤 영감을 받거나 기적이나 이적에 의해서 뭐가 펼쳐진 게 아니고 인간의 몸으로 인간의 앎으로 이걸 찬찬히 밟아가서 완전한 자유에 이르렀다는 거, 이게 불교의 핵심이거든요. 그것이 다른 종교나 사상과 완전히 다른 지점이에요. 사람의 몸으로, 사람의 마음, 사람의 지성, 이 힘으로 완전한 자유에 이르렀다는 거거든요. 그러면 당연히 어떻게 살아서 어떤 코스를 밟았는가가 궁금하지 않나요? 신의 계시를 받았다면 그 계시 자체가 중요한 거잖아요. 그런데 불교는 그게 아니죠. 글쎄요. 저는 그래서 그 사실이, 그러니까 어떤 코스를 밟아 간 거지? 어떻게 깨달음에 이르지? 이것이 일단 궁금했고, 처음에 경전을 읽을 때도 부처님의 생애와 관련된 부분이 눈에 훨씬 더 많이 들어왔던 것 같아요.
부처님 생애를 보면서 너무 놀라운 게 디테일이 살아 있는 거였어요. 우리 생각에는 막 팍팍 점프를 해가지고 어느 날 깨닫고 어느 날 신통한 일이 막 일어나고 이럴 것 같은데, 너무너무 정교하게 디테일이 살아 있어요. 거기에 굉장히 놀랐고 진짜 감동을 받았어요. 이게 인간의 길이구나, 정말 인간이었구나. 솔직히 안 믿었죠. 사람으로 깨달았다고 해도 설마~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은 신이거나 신의 아바타거나 뭐 이런 거겠지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불교를 믿는다면 부처님을 다 신으로 생각을 하잖아요. 그런데 부처님은 절대 신이 아니라니까요. 그리고 신이라고 하면 다른 종교랑 차이가 없어요. 사람의 몸, 사람의 마음, 사람의 인지력,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자기의 속박을 다 풀 수 있을 만큼 충분하다, 충만하다. 그런 게 붓다의 생애에는 담겨 있어요. 그런데 그걸 부정하고 싶은 거죠. 왜 그럴까요? 수행하기 싫으니까, 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냥 누가 알아서 다 풀어줬으면 좋겠는 거죠. 사실 그런 마음이 담겨 있는 걸 알기 때문에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도 그런 식으로 누군가에게 기대는 마음 그걸 해체하는 거예요. 그 기대는 마음이 계속 구속을 만들어 낸다. 나를 어디에 계속 이제 의존하게 한다. 그럼 의존하는 그 순간부터 온갖 부정적이고 수동적인 것들이 개입을 하기 시작해요. 행위 오로지 자신의 생각과 말과 행동, 여기에서 모든 사실로부터 해방이 있다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믿기 어려운 거죠. 설마 내가 그럴 리가 있어, 내 생각과 마음과 말 이런 게 그렇게 대단한 힘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는 게 지금도 있는 거죠, 사실은.
이것이 붓다 가르침의 아주 특별한 지점이고, 그럼 일단 이걸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그렇게 하려 어떤 과정을 밟았는가. 신화적인 내용도 많이 들어가는데 거기에 담겨 있는 인간적 윤리적 의미는 뭘까. 이걸 살펴봐야죠.
우선 전생담이 너무너무 길게 나오는데, 그건 뭐 유적이나 이런 걸로 확인할 방법이 없어요. 그럼 이 전생담에 담겨 있는 의미가 뭘까. 두 가지구나, 보시하는 마음하고 진리에 대한 염원 이게 있으면 붓다가 된다는 거네. 이런 식으로 보면 되게 쉬워지잖아요. 실천은 어렵지만 일단 간단하죠. 끝없이 보시하고 그 다음에 내가 진리를 염원한다. 그런데 왜 진리를 깨달아야 하느냐면 나를 포함한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서다. 그러니까 이런 마음을 키워 가는 거다. 그냥내가 이렇게 엉성하게 살다가 갑자기 깨닫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기가 쉽지, 그런 마음을 매일매일 밭을 갈듯이 갈고닦아야 한다는 이런 생각을 못 하잖아요. 보통 주로 부정적인 방식으로 우리가 하루에 감정 처리를 하지 않나요? 근데 그거 자체가 사실은 좀 이상하지 않나요? 근데 부처님은 딱 그런 마음을 계속해서 갈고 닦고 계발을 해 나가면 그 깨달음에 이르는 인연이 온다고 하시죠. 왠지 맞는 말 같지 않나요? 우리는 그냥 억지로 참으면서 착한 일을 해야 돼, 누구를 사랑해야 돼, 이런 말을 해도 내가 정말 모든 것을 나눌 수 있는 존재가 되기를, 또는 나와 모든 사람들의 괴로움을 벗어나는 그런 깨달음에 이르기를 바라는, 이런 생각을 안 했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제가 저한테 쇼크를 받았죠. 내가 조금은 착한 줄 알았는데 너무 안 착한 거예요. 선함이라는 게 없으면 진리의 빛을 받아들일 수가 없어요.
근데 선하다는 게 딴 게 아니고 마음을 긍정적이고 자율적인 방향으로 마음을 일구는 거 마음을 계발해 내는 거죠. 그러면 잠재력이 계속 무한하게 뻗어나오는데, 이거는 그냥 적당한 수준에 딱 이렇게 묶어놓고 그냥 이 상태로 내가 어떻게 구원을 받겠어 이렇게 생각해요. 지금 이 순간 깨달음에 이르는 방향으로 내가 마음을 쓴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거예요. 오늘 이 순간에 그쪽으로 방향을 둘 수 있느냐. 근데 그건 사실 어려운 일은 아니거든요. 돈이 드는 일도 아니고 힘이 드는 일도 아니에요. 근데 우리는 안 하죠. 이거를 알게 됐어요.
그래서 부처님의 생애를 하나하나 따라가게 되면 나중에 깨달으면 막 휘황찬란한, 뒤에 후광이 비치는 이런 붓다가 되고 안 되고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삶의 방향, 마음의 방향, 인간으로 살아가야 하는 기준 이런 것들이 굉장히 충만하게, 그날 그날 충만하게 할 수 있다. 그게 아니면 사람이 이 삶의 허무를 이기기가 참 어려울 것 같아요. 지금 청년들도 그 허무감에 빠져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노동과 쾌락에 올인할 때만 막 살아 있다고 느끼고 나머지는 그냥 너무 공허한 거예요, 간략히 말하면. 근데 이 공허함은 이해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뭐냐면 깨달음이나 구도 혹은 지혜를 향한 마음이나 내가 온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고 하는 이 자비의 마음은 전혀 없는 거죠. 그냥 설명할 수 없는 이 공허감에 빠져 있으면 다 부정적인 마음이 생기죠. 근데 붓다의 생애를 보면 인간은 원초적으로 세상 모두와 연결되면서 그 존재와 세계에 대해서 알고 싶다고 하는 그 진리에 대한 염원이 이 생명을 끊임없이 낳고 기르는 것인데, 그 마음을 잃어버리면 공허할 수밖에 없어요. 삶의 의욕뿐 아니라 동력을 다 잃어버리게 돼 있어요. 그걸 저는 일상에서 좀 느끼는 것 같아요. 어느 순간에 삶이 너무 재미없는 순간이 있거든요. 너무 재미없고 지루해. 근데 원고를 막 쓰고 힘들 때, 그때는 좀 열심히 살고 삶이 충만한 것 같아. 근데 이렇게 편안하고 느슨하면 지루함과 허무함이 쑥 밀려오거든요. 그런데 그때 이게 얼마나 이기적인 마음인가, 세상과 단절될 때 내가 이렇게 하는구나. 그게 그러니까 지혜와 자비라는 그 마음이 나를 세상과 연결시켜 주는 거예요. 생명력의 원천이죠, 원천.
그 마음이 들 때 깨봉 청년들을 먹여 살려야 돼, 애들을 빈곤에서 탈출시켜야 돼, 이렇게 뭔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할 때 기운이 나는 거예요 사실은. 그리고 뭘 새로운 걸 알고 싶다. 예컨대 지금 제 앞에 저 책 『마하바라타』가 있는데, 이게 재밌긴 한데 사람이 너무 많이 나와서 괴로워요. 그런데 저걸 통해 인도 사상이 이런 거구나라는 걸 알 때 그럴 때 충만하죠. 그럴 때만 충만하죠. 그게 아니면 정말 너무 삶이 공허한 거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이 전쟁을 한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러니 이게 되게 무서운 감정이에요. 그래서 이 공허함이라든가 또 막막함에 오래 방치가 되면 거기서 싹 트는 건 혐오와 파괴력이지, 절대 새로운 것이 생성되지를 않아요. 그래서 정말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들은 붓다를 만나야 될 때가 됐다, 이런 생각이 들어요.

목차

책머리에. 붓다가 번개라면 청년은 피뢰침이었다!

Intro. 왜 '청년/붓다'인가?
붓다는 ‘청년’이다?!
무지와 편견
도시와 숲, 그 ‘사이에서’
불교, 마음의 혁명
붓다, 21세기 슈가맨

에세이1. 청년 붓다의 사자후, 『숫타니파타』
N개의 사건, 천 개의 스토리
다르마는 유동한다!
『숫타니파타』의 머나먼 여정
태양의 후예, 그리고 사자후!
바람과 사자, 그리고 연꽃의 노래

에세이2. 하늘 아래 나홀로 존귀하다!
탄생의 사자후
어디로부터 왔는가?-『자카타』(본생담)
‘32호상’에 담긴 뜻은?
전륜성왕이 되거나 붓다가 되거나
환생의 리얼리즘, 〈쿤둔〉

에세이3. 아프냐? 나도 아프다!
‘당번고도’를 아시나요?
눈의 나라, 붓다를 만나다!
열두 살 때 무슨 일이?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
쾌락은 고통의 원천이다
연민과 공감의 파동

에세이4. 청춘의 교만은 산산이 부서지고
환락의 이면
봄날은 간다
‘사문유관’-사건 혹은 변곡점
생의 교만은 먼지처럼 흩어지고
북문의 수행자, 시대의 나침반

에세이5. 성에서 숲으로, 환락에서 지혜로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의 비탄
영원한 장애물, 라훌라!
출가의 파트너, 찬타카와 칸타카
영원한 그림자, 마왕
환락의 늪에서 지혜의 바다로
‘집’에서 ‘집이 없는’ 곳으로
출가의 첫스텝-감각의 탈영토화

에세이6.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빔비사라 왕의 유혹
스승을 찾아서 1-알라라 칼라마
스승을 찾아서 2-웃다카 라마풋타
그들이 고행에 몰두하는 까닭은?
고행의 방향과 비전
카르마의 탈코드화
고타마 존자가 고행을 멈춘 까닭은?
벗들은 떠나가고

에세이7. 오, 진리의 기쁨이여!
보리수 아래, 동쪽을 향하여!
마왕과의 한판승부?대지여, 증언하라!
데바(신)는 ‘주는 자’다
갯복숭아나무 그늘의 추억
싯다르타, 다 이루었다!
우다나(Udana), 진리에 대한 영탄

에세이8. 진흙 속에서도 연꽃은 피어난다
붓다의 고뇌
우루벨라에서 바라나시로
고제와 집제-삼독의 ‘늪’
멸제-열반, 갈애로부터의 해방
도제-팔정도, 진흙 속에서 피어난 연꽃

에세이9. 연기법, 홀로 존재하는 것은 없다
와서 보라!
한 길을 둘씩 가지 말라!
저기, 두 사람의 벗이 오고 있다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생겨난다-유전연기
이것이 사라지면 저것이 소멸한다-환멸연기
연기를 알면 여래를 본다

에세이10. 무아, 공감의 무한한 파동
빔비사라 왕의 심오한 질문
‘나’는 내가 아니다!
그럼 ‘나’는 누구인가?-사대(四大, 地水火風)
그럼 ‘나’는 또 누구인가?-오온(五蘊, 色受想行識)
‘나’로부터의 해방, 열반
출생을 묻지 말고 행위를 물으라
자비, 무한한 공감의 프로세스
모든 존재는 한때 나의 어머니였음을!

에세이11. 좋은 벗과 함께 가라!
길 위에서 펼쳐지는 ‘언어의 향연’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마음의 밭을 갈아라
세 가지 보배-붓다와 다르마(법), 그리고 수행공동체
벗, 동쪽 하늘에 떠오르는 빛
좋은 벗과 함께 가라!

에세이12. 영원한 청춘의 파토스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나중도 좋은!
열반으로 가는 여정
벗이 벗에게 물어보듯이
다르마는 빛이고 파동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달라이 라마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오라, 청년들이여!

본문중에서

붓다는 2,600년 전 마음이 어떻게 이 세계를 창조하고 파괴하고 날조하는지를 생생하게 목격하였다. 인류사에 있어 마음이라는 대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이토록 심오하게 또 치밀하게 탐구한 지성은 없다! 그런 점에서 불교는 제도종교의 영역이 아니라 인류학의 차원에서, 영성과 윤리학, 교육학의 지평에서 유통되어야 한다. 신자가 될 것인가, 아닌가는 각자의 몫이다. 신자든 아니든, 공감하든 반발하든 마음의 탐구라는 이 인류의 자산은 모두의 삶에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상대성이론, 양자역학, 뇌과학 등의 첨단과학과 교감할 수 있는 최고의 영적 내비게이션이기도 하다. (「intro. 왜 ‘청년/붓다’인가?」 중에서)

이 책의 부제에 대해 이야기를 할 차례다. 왜 ‘바람과 사자와 연꽃의 노래’인가? 이 낱말들은 『숫타니파타』의 게송에서 유래한다. 『숫타니파타』는 초기경전 가운데 가장 오래된 텍스트로 꼽힌다. 다시 말해 청년 붓다의 여정을 가장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여, 청년 붓다의 여정에 『숫타니파타』를 동반자로 삼을 예정이다. 물론 다른 경전들도 등장하긴 한다. 하지만 기본 베이스는 『숫타니파타』가 될 것이다. (「에세이1. 청년 붓다의 사자후, 『숫타니파타』」 중에서)

무릇 청춘이란 본디 실존적 질문에 휩싸이는 시기다. 왠 줄 아는가? 에너지와 기운이 넘쳐서다. 질문을 하는 데도, 방황을 하는 데도 체력이 필요하다. 그저 추상적인 사고만으론 절대 불가능하다. 집요해야 하고 끈질겨야 하고 긴장감이 넘쳐야 한다. 즉, 신체적 활력이 수반되어야 한다. 앞의 스토리에 나오는 활쏘기 무공을 환기해 보라. 저런 에너지라면, 저 에너지가 활이 아니라 내면으로 향한다면, 에로스적 열락이 아니라 삶에 대한 질문으로 향한다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엄청난 사유의 공간이 폭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청춘이라는 시점이 중요하다. 중년이 되고 장년이 될수록 우리는 이 질문으로부터 멀어진다. 무엇보다 체력이 떨어져서다. 질문을 붙들고 내면의 심해를 자맥질할 여력이 없어서다. 체력은 떨어지는데, 가족적 책무, 직장 스트레스, 노후대책 등의 그물망은 더 촘촘히 조여 온다. 늘 쫓기며 살아간다. 체력은 없지 시간은 쪼들리지 결국 모른 척, 아닌 척 하면서 치워 버린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늙음이 코앞에 와 있고, 죽음이 목전에 당도해 있다. 결국 다시 윤회의 ‘파도타기’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에세이4. 청춘의 교만은 산산이 부서지고」 중에서)

그런데 문득 궁극의 깨달음을 이루고 나니 더 이상 존경하고 따를 존재가 없다는 사실에 직면한 것이다. 막막하고 허전했으리라.
그럼 이 고민에 대한 붓다의 답은 무엇일까?-“내가 깨달은 법, 이 법이야말로 존경하고 공경하고 가까이에서 의지할 곳이다.” 아주 참신하고 전복적인 사유다. 세상의 모든 종교는 교주 아니면 선지자를 중심으로 ‘헤쳐 모여’ 한다. 붓다 역시 무상정등정각, 곧 궁극의 깨달음에 이르렀다. ‘나를 믿고 따르라’고 할 법한데 그는 자신이 깨달은 다르마, 곧 진리를 스승으로 삼는다. 진리는 누구도 독점하거나 소유할 수 없다. 다만 발견하고 터득해 나갈 수 있을 뿐. 그렇다. 이제 이 법을 스승으로 삼아 나아가리라.
이런 결론은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으로 이어진다. 과연 내가 깨달은 이 법을 중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진리를 터득했으면 마땅히 그 진리를 전파해야 한다. 법을 스승 삼기로 했다면 당연히 중생을 그 스승에게로 안내해야 한다. 이 대목에서 붓다의 고뇌가 깊어진다. (「에세이8. 진흙 속에서도 연꽃은 피어난다」 중에서)

이렇듯 도제에서는 중도의 ‘중’과 팔정도의 ‘정’이 기묘한 화음을 연출한다. 흥미롭게도 중화문명의 고전인 『주역』의 핵심 역시 ‘중’과 ‘정’이다. 물론 그 사상적 배치에 들어가면 미묘한 차이가 존재하긴 한다. 공통점은 ‘중’과 ‘정’은 고정된 경계가 아니라는 것. 그것은 시공간의 연기조건에서 매 순간 다시 생성되어야 한다. 진흙 속에서 연꽃이 피어나지만 연못에 피어난 모든 연꽃이 각기 다른 모습을 하고 있는 것과 같다. 기준은 ‘나에게도 이롭고 타인에게도 이로운’ 것, 즉 황금률이다. 그 황금률을 기준으로 동심원처럼 퍼져 나가면 모든 생명에게 이로운 길이 나오게 된다.
또 하나, 팔정도의 정과 중도의 중은 금지나 터부가 아니다. 인간 내면의 긍정성과 자율성의 무한한 확대다. 예컨대, 정어(바른 말)는 ‘거짓말을 하지 말라’는 부정적인 명령이 아니라 진실을 말하라는 것. 올바른 때에 유용한 말, 가치 있는 말을 하라는 것. (「에세이8. 진흙 속에서도 연꽃은 피어난다」 중에서)

그러니 어떤 벗을 만나느냐는 일생일대의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좋은 벗을 일러 ‘선우’善友라 한다. 선우를 만난다는 건 최고의 행운이다. 붓다는 그 지복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비구들이여, 아침마다 해가 동쪽에서 떠오를 때, 그 조짐으로서 동쪽 하늘이 밝아오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와 마찬가지로 비구들이 여덟 가지 성스러운 도를 닦을 때도 그 선구인 조짐이 있다. 그것은 좋은 벗을 말한다. 비구들이여, 좋은 벗을 가진 비구는 팔정도를 배우고, 팔정도를 닦을 것이라는 것을 기대할 수 있다.”_『쌍윳따니카야』; 마스타니 후미오, 『붓다 그 생애와 사상』, 223쪽
오, 멋지다! 아침이 되면 해가 떠오른다. 해가 뜨는 것을 어떻게 아는가? 동쪽 하늘이 점차 밝아지는 것으로써 안다. 팔정도, 곧 깨달음에 이르는 이치도 마찬가지다. 그것이 가능한지 미리 알 수 있는가? 있다. 좋은 벗이 있다는 것이 그 조짐이다. 선우가 옆에 있다면 그는 팔정도를 잘 닦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 어떻게 이런 추론이 가능한가? 태양이 빛이듯이 사성제와 팔정도 역시 빛이기 때문이다. (「에세이11. 좋은 벗과 함께 가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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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고미숙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60

고전평론가. 1960년 강원도 정선군 함백 출생. 가난한 광산촌에서 자랐지만, 공부를 지상 최고의 가치로 여기신 부모님 덕분에 박사학위까지 무사히 마쳤다. 대학원에서 훌륭한 스승과 선배들을 만나 공부의 기본기를 익혔고, 지난 10여년간 지식인공동체 '수유+너머'에서 좋은 벗들을 통해 '삶의 기예'를 배웠다. 20대에는 청년 백수, 30대 중반에 박사학위를 받았지만 40대 초, 중년 백수가 되었다. 혼자는 너무 심심하고 외로워서 공부공동체를 꾸렸다. 덕분에 강연과 집필로 밥벌이를 하고 있다. 2011년 10월부터 '수유+너머'를 떠나 〈감이당〉 & 〈남산강학원〉에서 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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