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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 : 서효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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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 : 서효인
  • 출판사 : 문학동네
  • 발행 : 2022년 06월 10일
  • 쪽수 : 124
  • ISBN : 97889546869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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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나를 닮은 것들은 나를 닮아 슬프다”

세계와 나의 충돌에서 발생하는 격렬한 내분
후회하는 시, 고백하는 시, 대답할 수 없어 쓰는 시
김수영문학상, 대산문학상, 천상병시문학상 수상 시인 서효인 신작 시집

문학동네시인선 171번 시집으로 서효인 시인의 네번째 시집을 펴낸다. 우리가 살아가는 장소들을 경유하는 시간에 대해 쓴 시편들의 모음 『여수』로 대산문학상과 천상병시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하며 신뢰할 수 있는 언어를 가진 시인으로서의 면모를 입증한 이후 5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시집이다. 첫 시집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에서 분노를 통해 도시의 들끓는 삶을 생생히 그려내고,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두번째 시집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에서 세계의 폭력을 구조적으로 형상화했다면, 『나는 나를 사랑해서 나를 혐오하고』에서는 세계와 충돌한 나의 내부에서 발생한 격렬한 내분을 거침없는 시적 언어로 담아냈다. “지껄이고 후회하고 고백하는 삶에 시가 끼어들어 자꾸 묻는”데 “대답할 수 없어 썼다”는 시인의 말은 그가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설득하고자 했던 치열한 난전의 시간을 짐작케 한다. 발문을 쓴 소설가 정용준의 말처럼 “고개를 돌리지 않고 응시하며 모든 분노를 자기 쪽으로 끌고 와 샤워하듯 끼얹은” 시편들. 차마 받아들일 수 없던 외부 세계를 향하던 분노를, 이제는 자신에게 향함으로써 시인은 한 발 더 깊이 나아간다. 동시에 그는 쉽사리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각자의 자기 자신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향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온다. 그가 내밀한 진심을 담아 써내려간 50편의 시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슬프게도 서로 조금은 닮았다는 사실, 그리고 또한 그게 아주 슬픈 일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출판사 서평

나를 닮은 것이 태어나는 날에 나는
그녀의 머리맡에 있었다 포도껍질처럼
쭈그러진 모습으로 벌레가
꼬이듯 지은 죄들이 떠올라 무서워 허공을
휘저어보았다
_「버건디」 부분

시집의 문을 여는 시는 「서른 몇번째 아이스크림」이다. 동료의 조모가 돌아가셨다는 문자를 받은 뒤 자신의 아이에게 줄 아이스크림을 사며 시인은 이렇게 독백한다. “내가 좋은 아빠다 죽지 않는 아빠다”. “남의 삶 전반이 가늠되지 않는/ 나이”에 접어든 화자는 “삼가,/ 열심히 녹”는 드라이아이스를 바라본다. 이제 막 세계에 발을 들인 아이를 기쁘게 할 아이스크림을 온전히 유지하게 하는 것이 “30년의 장례를 준비”하듯 녹아가는 드라이아이스이며, 그것을 바라보며 ‘녹지 않음’이 아니라 ‘죽지 않음’에 대해 생각하는 시인의 모습은 이 시집을 관통하는 결정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어지는 시 「버건디」에서는 ‘나를 닮은 것’이 태어난 날 맞닥뜨려야 했던 알 수 없는 두려움과 슬픔을 그리고 있다. 나를 닮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기도를 하고 누굴 때리기도 하던 손에 단지 포도의 과즙이 묻은 것만으로 “용서를 빌며 싹싹/ 물티슈로/ 손을 모아” 죄를 닦는 것은 어떤 마음일까?
이 시집에는 나를 닮은 많은 존재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나’의 자식들이기도 하고(“나는 화들짝 놀라고 말았는데 내가/ 아비가 되어 있는 것이었다/ 고기국숫집에서 꿍얼꿍얼대는 딸에게/ 화는 나는데 화를 못 내고/ 끙끙 앓았다”, 「휴가지에서의 아버지」), 같은 고향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며(“죽이고 죽여도/ 되살아나는 빌어먹을 사투리여/ 염병할 뉘앙스여 괘씸한 톤이여 공동체여”, 「고등학교 동창들을 서울에서 만나면」), 나와 같은 성을 가진 사람들이기도 하다(“나랑 같은 성씨의 인간들의 김치 씹는 턱을 생각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다고”, 「김치 담그는 노인」). 그들은 마치 존재의 스펙트럼처럼 각자의 방식으로 ‘나’를 해체시키고 가시화한다. 시인은 그러한 자신을 닮은 사람들, 또는 자신이 닮은 사람들을 통해 도망치고 싶었던 자기 자신을 목격하고, 결국 피하지 못한 분노와 슬픔을 느낀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사랑하던 날도
있었다 친족의 울음이 귀 뒤로
떨어진다
(……)
이 자리에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도 사랑하던 날이
있던 적도 있어서 덜덜덜 몸을 떨며
울었다
_「부음 2」 부분

그런데 과거에는 사랑했지만 지금은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몸이 떨리는 슬픔을 느낀다면 거기에 사랑이 완전히 부재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랑의 부재에 강한 슬픔을 느끼게 하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아마 사랑일 것이다. 그렇다면 “바다처럼 넓은 마음으로 안 그런 척하는데 나는/ 나 때문에 괴롭고 나는/ 나를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로맨스」)다고 말하는 시인의 말이 이해가 되는 듯도 하다. 내가 ‘나’를 사랑해서 혐오하듯, ‘나를 닮은 것’들을 사랑하기에 분노하는 것이 아닐까? 사랑하고 싶어서, 사랑할 수밖에 없어서, 사랑해버려서 누군가를 도저히 견딜 수 없게 되는 마음을 우리는 한 번쯤 경험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서효인의 시를 읽는 일은 어쩌면 견딜 수 없는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토록 내밀하게 적힌 마음들이기에, 이토록 선명하게 잘라 내보인 인간의 단면이기에. 물론 거기에는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리고 ‘당신을 닮은 것’들도 들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는 “실패하는 마음의 한가운데에서”(‘시인의 말’) 자신을 돌아보는 일을 계속해나갈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벽에 머리를 찧으며 모순을 이겨내는 일상의 한 시절처럼 시가 나를, 내가 시를, 적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정용준)이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를 닮은 또다른 존재들과의 만남을 예비하게 된다.


◎ 서효인 시인과의 미니 인터뷰

Q1. 안녕하세요. 이번이 네번째 시집입니다. 세번째 시집 『여수』가 대산문학상과 천상병시문학상을 수상하고 독자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던 기억이 있는데요, 그게 벌써 5년 전이네요. 오랜만에 시집을 출간하게 된 소회가 궁금합니다.

시에 있어서 늘 자신이 없는 편입니다.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 같고, 세상에 내어놓기에 어딘가 부족해 보이고 그렇습니다. 그저 눈 딱 감고 낸다, 하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아요. 그 눈을 감을 찰나의 용기를 얻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굉장히 용감해진 상태라는 건 아닌데…… 그럼에도 시집을 내는 건 여러모로 좋은 일 같습니다. 밥벌이에 고통받고 살림살이에 몸과 마음을 다 내주면서도 시를 쓰는 사람이 있고, 시를 읽는 사람이 그보다 많다는 건 거대한 행운처럼 느껴집니다. 행운의 세계에 아무쪼록 더 머물고 싶습니다.

Q2. 시집의 제목이 독특하다고 해야 할까요? 그동안의 시집들(『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등)과 조금은 결이 다른 느낌입니다. 어떻게 이러한 제목을 정하게 되었나요?

몇몇 시집 제목 후보를 두고 고민중일 때, 김민정 시인이 힌트를 주었습니다. 어느 시의 구절에서 따온 제목인데요, 처음 듣고는 그런 구절이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거리감이 있었어요. 현실에서 저는 저를 그다지 사랑하지도, 그렇다고 혐오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냥 살아가는 것이죠. 그런데 그냥 살아가는 게 바로 사랑하는 것이고, 또한 살아가다보니 혐오하지 않을 수 없는 거예요. 시집에서 내내 사랑했다 미워했다 청기 들어 백기 들어 하고 있었는데, 딴청 피울 게 아니라 그걸 그렇다고 고백하는 문장이 필요했던 듯해요. 선배 시인의 감각과 친애의 힘을 빌려 저로서는 조금 낯선 제목을 갖게 되었는데, 제 시나 삶에 모두 제격인 듯하여 감사한 마음입니다.

Q3.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하신 후 16년째 꾸준히 작품활동을 이어오고 계신데요, 첫 시집에 실린 시를 쓸 때와 이번 시집을 쓸 때의 마음이 달라졌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합니다.

첫 시집에서는 시쓰기가 그렇게나 즐거웠어요. 첫눈 오는 날 목줄 풀린 강아지 같았다고나 할까. 지금은 눈이 오면 길이 막힐까봐 예민해지고, 목줄 대신 생활이라는 넥타이를 맨 개……는 아니고 인간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즐겁다기보다는 부끄럽습니다. 첫 시집에서 지금 시집에 이르기까지 시가 먼 곳으로부터 차근차근 저에게 온 것 같습니다. 제가 쓴 것들이 타인을 바라보고 세계의 모순을 궁리하는 듯했지만 시는 결국 돌고 돌아 저에게 왔습니다. 궁금한 곳, 더 알고 싶은 곳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자세로 시를 썼는데, 이제는 무한의 CCTV 앞에 발가벗은 자세가 된 셈이죠. 가릴 데는 가리고 못 가릴 데는 못 가리고 있습니다. 좀 추운 것도 같네요.

Q4. 제목부터 그러하듯 이번 시집에는 자기 자신을 긍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내면의 격렬한 갈등이 느껴집니다. 과거를 끊어내고 싶어하면서 동시에 노스탤지어를 느끼기도 하고요. 쉽사리 지금의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화자를 보니 도리어 궁금해지는 것이 있는데요, 작가님은 어떤 순간에 기쁨을 느끼시나요?

일이 잘될 때 기쁨을 느낍니다. 그리하여 일에 종속되었다 느낄 때 슬픔을 느낍니다. 지금의 저를 자랑스러워하면서 그런 자랑을 징그러워합니다. 다른 기쁨은 아무래도 아이들이겠죠. 아이들을 보는 순간이 기쁘다가도 그 순간과 순간이 시간이라는 타래에 엮여 별수 없이 자라고 말 아이들이 이 세계에서 느낄 좌절이나 분노, 고단함과 지리멸렬함을 상상하면 한낱 기쁨은 잘게 부수어집니다. 가루가 된 그것들을 정성스레 두 손으로 모아 녹여 붙이고, 그렇게 겨우 한 조각이 된 기쁨을 다시 빻아버리고 하길 반복하고 있습니다. 사랑과 혐오의 반복이지요.

Q5. 끝으로 이 시집을 읽을 독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인사말을 남겨주셔도 좋고요.

대체 어쩌다 시를 읽고 계신가요. 어떤 삶을 살아오신 겁니까? 다행입니다. 당신이 있어서. 쓰는 사람만 있다면 얼마나 외롭고 억울했겠어요. 읽는 당신이 있어서 외롭지 않고 억울하지 않습니다. 독자 여러분도 외롭지 않고 억울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시와 시집이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목차

시인의 말

1부 나를 닮은 것들은 나를 닮아 슬프다
서른 몇번째 아이스크림/ 버건디/ 고등학교 동창들을 서울에서 만나면/ 김치 담그는 노인/ 7년 동안/ 휴가지에서의 아버지/ 수도권은 돌풍주의보/ 함박/ 마라/ 붕어찜/ 닭의 갈비/ 소의 살/ 걱정스러운 개소리/ 이물스러운 입맛/ 허벅지 위로/ 육교에서의 친구들/ 딸바보/ 두 번 자는 인간들/ 눈알에 지진/ 교육관/ 회사 언어/ 가족력/ 반으로/ 귀향 안 함

2부 질투는 로맨스 같은 구석이 있다
북클럽에서의 만남/ 종각에서의 대치/ 습지/ 명절의 질문/ 아빠들/ 부음 1/ 부음 2/ 부음 3/ 부음 4/ 다이 하드-길 위에서 1/ 졸음운전-길 위에서 2/ 추돌-길 위에서 3/ 코어 근육/ 개에게 묻는다/ 축사 듣기/ 인증/ 화/ 무등산 수박/ 그릇은 필요 없어/ 선배, 페이스북 좀 그만해요/ 로맨스/ 파고다/ 휴화산/ 파트장과 성가 부르기/ 드라마틱

발문| 이야기의 바깥으로 | 정용준(소설가)

본문중에서

나를 닮은 것이 태어나는 날에 나는
그녀의 머리맡에 있었다 포도껍질처럼
쭈그러진 모습으로 벌레가
꼬이듯 지은 죄들이 떠올라 무서워 허공을
휘저어보았다
(……)
게으른 자여
이미 가진 자여 저지른
자여 휘젓던 손으로 뺨을 때린다 내 뺨을
나를 닮은 것들은 나를 닮아 슬프다
_「버건디」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 못해
다행스러웠다
아무것도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않아서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아도 되어서
?_「육교에서의 친구들」에서

지구는 아이스크림처럼 녹아
멸망하여도 좋을 것이지만
녹은 하드의 막대처럼 남은
아이를 안고 돌아간다
아이의 고향은
이곳일 터였다
_「귀향 안 함」에서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을
사랑하던 날도
있었다 친족의 울음이 귀 뒤로
떨어진다 고모와 고모의 오라비와 고모의 아들과
고모 아들의 처와 그들의 아들과 아들의 고모
눈알이 돌아간다 눈알이 도니 눈이
충혈된다 하필 주말이라니
우리는 장례 음식들처럼
그게 그것인 양 닮았다
?_「부음 2」에서

지구대에 잡혀 와
엊그제 해동된 굴처럼 흐느적거리며
아름다운 굴처럼 흐느적거리며
아름다운 문장을 적어본다
굉장히 멋진 말인데 이를테면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그러하지 않겠습니다, 같은 거
더이상의
그릇은 필요 없었다
새로이 무엇을 담을지
모르겠어서
?_「그릇은 필요 없어」에서

질투는 드라마에서처럼
누군가를 좋아해서 생기는 감정은 아니다 그것은
제가 저를 너무나 좋아해서 생기는 습기 같은 것이라
해수욕장의 발바닥이다 털어도 모래가 붙는다
(……)
푸르고 깊은 몸 곳곳에 해변의 모래가 들러붙어서
사무실에까지 왔다 질투는
로맨스 같은 구석이 있다
?_「로맨스」에서

드라마는 없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정도 지난
어느 날에 나는 드라마로부터 구원되어 큰딸과 손을 잡고 공원을 산책하고 면식 요리를 하며 현관의 신발을 정리할 것이다 딱 10년 만큼 늙어서 마지막이 없는 마지막 회를 찍으면 좋겠다 나의 신이여, 당신은
이제 막 곤히 잠들었고, 나는 너의
작디작은 손톱을 살짝 문다
드라마에서 배운 생각들이
어슷하게 잘려나가고 있었다
?_「드라마틱」에서

저자소개

서효인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810612

저자 서효인은 1981년 6월 12일 광주 출생으로 전남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11년 현재 명지대 문예창작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 2006년 '시인세계'로 등단했으며 현재 '작란(作亂)'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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