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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 : 배명훈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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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한국 SF의 이정표가 된 작가 배명훈의 신작 장편소설

2009년 기념비적인 첫 책 『타워』를 출간한 이후 문단과 독자들의 한결같은 사랑을 받아온 작가 배명훈의 장편소설이 문학과 영상의 색다른 결합을 꿈꾸며 한국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CJ 경장편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으로 출간된다. ‘Untold Originals(언톨드 오리지널스)’ 프로젝트의 첫 번째 시리즈로 출간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당신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CJ ENM이 가진 무궁무진한 이야기’라는 뜻을 담아 지난해 발표한 CJ ENM 엔터테인먼트부문의 브랜드 슬로건 ‘언톨드 오리지널스’를 보여줄 수 있는 IP 발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CJ ENM과 블러썸크리에이티브가 함께 기획한 IP를 소설로 선보인 후 영상 콘텐츠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배명훈 작가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은 작가 특유의 재기발랄한 상상력과 세계에 대한 날카로운 인식을 보여주는 동시에, 꿈을 찾고 상처를 극복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를 전한다.

출판사 서평

화성 인근의 스페이스 콜로니 사비는 별 볼 일 없는 우주 도시다. 화성 침공이 계획되던 시절 병력을 주둔시킬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나, 침공 계획이 흐지부지되며 사비 역시 그저 그런 도시로 남은 것이다. 그런데 사비에 킬러가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며 이 조그만 우주 도시가 동요하기 시작한다. 킬러의 목표는 ‘사비의 일인자로 추대될 사람’. 사비의 킬러는 과연 누구이며, 그를 저지할 방법은 무엇일까?

탁월하게 빛나는 존재를 부서지지 않게 지켜내려는 마음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에는 반짝거리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비록 실현 가능성은 적을지언정 눈을 빛내며 지구 밖의 사비예술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는 김구름, 사비에 작용하는 강력한 전향력을 감각적으로 이해하고 영점조준에 성공하는 천재 스나이퍼 한먼지가 바로 그들이다. 그리고 이들의 탁월함을 지켜보는 이초록이 있다. 이초록은 자신과 달리 빛나는 꿈을 가진 친구 김구름을 부러워하며 섣부르게 우주섬 사비로 떠난다. 그렇게 해서 친구의 꿈을 훔치려는 것이 그의 목적이었으나, 애당초 꿈은 누군가로부터 훔칠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초록은 우주섬 사비에 도착해서도 지구에서 살던 때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꿈도 목표도 없는 나날을 이어간다. 그런 이초록의 일상에 균열을 낸 것은 스나이퍼 한먼지가 남겨놓은 기이한 과녁이다. 인공중력을 만들어내느라 빠르게 자전하는 탓에 사비에는 지구보다 훨씬 강렬한 전향력이 작용하며, 그 때문에 장거리 저격은 불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날아가는 총알 역시 전향력의 영향을 받아 궤적이 예측할 수 없이 휘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베일에 가려진 스나이퍼는 놀랍게도 점차 과녁의 중앙으로 조준을 완성해간다. 초록은 얼굴도 모르는 이 ‘탁월하게 빛나는 존재’를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한다. 초록의 이러한 의지는 무언가를 꿈꾸고 성취하는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애정에 그 근거를 두고 있을 것이다. 작가 배명훈은 이렇듯 타인에게 매혹되는 순간을 소설의 도입부와 후반부에 배치함으로써, 여러 폭력 조직들이 등장하는 이 우주 누아르가 결국은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시작하고 끝맺어지는 이야기임을 분명히 한다.

비틀린 세계에 저항하는 사소하고 작은 선의들

작가 배명훈은 이번 소설에도 세밀하고 창조적인 세계관을 펼쳐놓는다. 우주섬 사비가 바로 그것이다. 배명훈의 오랜 독자들이라면 아마 이 우주섬이 SF영화에 흔히 나오듯 매끈하고 세련된 공간도, 과장되게 비극적인 디스토피아적 공간도 아님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병력 주둔지로 만들어졌던 우주섬 사비는 부조리하고 위험한 우주 도시로 남는데, 공권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는 탓에 공무원들은 죄다 업무에 무관심하며 경찰들은 폭력 조직에 가깝다. 여러 폭력 조직들이 세력 다툼을 하는 바람에 치안도 좋지 않고, 각 조직의 우두머리들이 정기적으로 만나 회담을 하는 덕분에 겨우 평화가 유지되는 형편이다. 이러한 비틀린 세계상은 멀게는 헐리우드의 서부영화와 80년대를 풍미한 홍콩 누아르 영화를 연상시킨다. 사비의 모습에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겹쳐 보는 것 역시 어렵지 않다. 그러나 작가 배명훈은 이 부조리한 세계를 결코 날카로운 눈길로 단죄하거나, 이곳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낭만으로 감싸지 않는다. 대신 그는 이 위태로운 도시에서 어떻게든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인물들에 주목한다. 오목눈이파의 보스이자 파벌들의 세력 다툼을 진정시킨 장고요나, 그런 그를 저격하는 스나이퍼를 집요하게 찾아다니는 초록과 수미야,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면서도 장고요를 겨눌지 말지 망설이는 스나이퍼 한먼지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은 모두 완벽한 선인과 거리가 멀다. 이들은 폭력 조직의 우두머리이거나, 게으름을 부리는 탐관오리 공무원이며, 누군가를 사살하는 일을 평생의 임무로 지닌 스나이퍼다. 그러나 이들의 작은 선의가 모여 위태한 우주섬 사비는 평화로운 공간으로 거듭난다. 작가 배명훈은 이렇듯 복잡하고 입체적인 내면을 가지고도 선한 쪽으로 움직이려 애쓰는 인물들의 모습을 따뜻하게 응원한다.

부조리한 세계를 드러내는 배명훈 특유의 유머

책의 뒤편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작가 배명훈은 자신은 터키의 작가 아지즈 네신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털어놓는다. 아지즈 네신은 권력의 압제에 굴하지 않고 사회 부조리를 날카로운 유머로 풍자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작가 배명훈 역시 이제는 그만의 유머가 특유의 인장이 되어도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작가다. 폭력 조직들이 아귀다툼을 벌이는 세계를 배경으로 스나이퍼를 쫓는 추격전을 벌이고 있건만, 『우주섬 사비의 기묘한 탄도학』을 읽다보면 어쩐지 자꾸만 웃음이 난다.
폭력 조직의 보스가 우주식 점집인 ‘운명 컨설팅 기업’에 자신의 목숨과 관련한 조언을 구하는 것이나, 사비에서는 비가 오지 않음에도 총알을 피하기 위해 우산을 쓰고 다니는 풍경, 혹은 여러 파벌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었던 시기에 대량 공급된 저격 총을 담는 가방이 젊은이들의 패션 아이템으로 굳어져버린 광경 등은 우주섬 사비의 비틀린 사회상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이러한 ‘배명훈식 유머’는 세계를 조롱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웃음의 끝에 어쩐지 서글프고 섬뜩한 감각을 남긴다. 이러한 웃음 끝에 독자들은 윤리와 평화를 다시 한번 고민하고, 부조리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목차

1_009
2_055
3_080
4_135

작가의 말_175

본문중에서

그러니까 그 꿈은 ‘진짜’였던 것이다. 그것은 천재적인 재능과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아니,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천재도 저걸 보면 한 사흘은 부러워할 게 틀림없었다.
-본문 12쪽

스페이스 콜로니 사비는 작은 도시였다. 우주선치고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구조물이지만 도시라고 생각하면 그냥 시골에 있는 중소 도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본문 14쪽

한먼지의 시대에는 어디서나 느린 곡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반면 한정림의 시대에는, 어서 듣고 죽으러 가기 바쁜 사람들의 세상이기나 한 것처럼, 음악조차 온통 빠른 곡 천지였다.
-본문 80쪽

“어차피 두 발은 못 쏜다. 한 발 쏘면 공격당한 쪽은 바로 추적 들어가는 거야. 쏘고 나면 호흡 가다듬고 바로 접어. 미리 정해둔 경로로 재빨리 빠져나가서 사라지는 거야.”
-본문 81쪽

그러니까 그건 베버의 오페라 〈마탄의 사수〉 같은 이야기였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기 위해 사냥꾼은 마을 사격 대회에서 우승해 삼림 감독관이라는 관직에 올라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부진으로 자신감을 잃은 사냥꾼은 결국 악마와 거래해 마법의 탄환 일곱 발을 얻는다. 노리는 건 무엇이든 명중시킬 수 있지만, 마지막 한 발만은 사수가 아닌 악마의 뜻대로 날아가는 조건으로.
-본문 82쪽

그 짧은 장면에서 장고요가 보여준 메시지는 이런 것이었다. 강한 것과 약한 것이 충돌하려 할 때 옆으로 비켜서야 하는 쪽은 강한 쪽이다, 약한 쪽이 아니라. 게다가 그 철학은 머리로 생각하고 말로 하는 다짐이 아니라, 이미 몸에 배어 있어서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진 습관이었다.
-본문 120쪽

‘이렇게 탁월하게 빛을 내는 건 스스로 부서지지 않게 지켜내는 수밖에. 왜 하필 내가 그래야 하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아, 피곤한 팔자야.’
-본문 142쪽

“너 세 발 더 남았잖아. 이제 그건 온전히 네 거야.”
-본문 163쪽

그건 너무나도 이상한 광경이었다. 방금 부서진 곳에 정확하게 날아와 다시 한번 박히는 묵직한 총알. 그 강렬한 에너지, 그리고 정교함. 인간이 사비의 탄도학을 정복하다니! 사비의 로컬 물리학이 사람의 의지에 굴복하다니! 사비에서 나고 자란 수미야에게는 세상이 뒤집히듯 낯설고 놀라운 장면이었다.
-본문 167쪽

그리고 여기까지 찾아와줘서 고마워. 그 먼 데서 이 깊숙한 곳까지 찾아와줘서, 정말로.
-본문 176쪽

문학은 유쾌함을 선호하는 예술 장르는 아니다. 그보다는 고통과 고독과 고뇌에 더 큰 박수를 보내는 장르다. 한 편의 이야기를 이끌어가다 보면 중요한 기로에서 나 또한 자주 그런 고민과 마주친다. 무겁게 풀어낼까, 경쾌하게 풀어갈까? 같은 갈림길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동종 업계 종사자들이 묵직한 발걸음을 선택한다는 것은 모를 수가 없다. 발자국이 수없이 찍혀 있으니까.
그래도 나는 자주, 그리고 점점 더 많이, 신나는 스텝을 선택하고 만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배명훈 [저] 신작알림 SMS신청
생년월일 19780605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우수논문상 수상). 재학 중이던 2004년 '테러리스트'로 '대학문학상'을 받았고, 2005년 '스마트D'로 '제2회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3인 공동 창작집 '누군가를 만났어'를 비롯해 '판타스틱' 등에 단편을 수록한 바 있다. 통찰력을 갖춘 상상력과 날카로운 풍자, 능청맞은 유머 감각이야말로 소설가 배명훈의 최대 강점이다. 2009년에는 연작소설집 '타워'를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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