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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없이 해맑고 끝없이 수다스러운,
못 말리는 상상력과 호기심으로 가득 찬
빨강 머리 소녀 앤의 인생 도전기……

▶ 작품 해설
1904년 어느 봄날, 캐나다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캐번디시에서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던 서른 살의 루시 모드 몽고메리(Lucy Maud Montgomery)는 자신이 어릴 때 쓰던 수첩에서 이런 메모를 발견했다.
‘어떤 농부가 양자를 삼기 위해 남자아이를 보육원에 부탁했는데, 일이 잘못되어 여자아이가 오게 되었다.’
몽고메리가 어릴 적 우연히 자기 옆집에 사는 독신 남매 집에 어린 조카딸이 와서 사는 것을 보고 문득 ‘저 아이는 고아가 아닐까?’라는 엉뚱한 생각을 했던 것을 적은 내용이었다. 그녀는 이 모티브에 착안하여 자신과 무척 닮은 소녀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몽고메리는 겨우 두 살 때 폐결핵으로 어머니를 잃고, 재혼한 아버지와도 떨어져 우체국을 운영하는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에 맡겨져 자라났다. 때문에 ‘북해의 진주’라고 불릴 만큼 아름다운 이 섬에서 그녀는 외롭지만 상상력이 풍부한 유년기를 보냈다.
그녀는 어릴 때부터 잠시라도 읽고 쓰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글을 쓰고 싶어 좀이 쑤시는’ 기질을 타고 나서 열 살 때에 〈가을〉이라는 시를 쓰고, 열다섯 살 때에는 샬럿타운의 지역 신문에 시를 발표하는 등 문학적 재능도 보였던 터였다.
그렇게 해서 몽고메리의 펜 끝에서 세계 문학사상 가장 사랑스러운 소녀 ‘앤 셜리(Anne Shirley)’가 탄생하게 된다.
호기심으로 반짝이는 커다란 눈과 주근깨투성이 얼굴에 찰랑거리는 빨강 머리칼을 가진 소녀 앤의 이야기는 상당 부분 작가 자신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2층 다락방 창 너머로 하염없이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궁금한 일에 대해서는 질문을 참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앤과 몽고메리, 몽고메리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작품 속에서 매슈 커스버트(Matthew Cuthbert)와 마릴라 커스버트(Marilla Cuthbert) 남매로 바뀌어 등장하고, 앤과 마찬가지로 몽고메리 역시 소원인 교사가 되었다.
그녀는 앤의 이야기를 이듬해인 1905년 10월에 탈고했다. 본래 제목은 ‘그린 게이블스의 앤(Anne of Green Gables)’으로 원래의 뜻을 살려 번역하면 ‘초록 박공(??)지붕(박공지붕: 건물의 모서리에 추녀가 없고, 용마루까지의 측면 벽이 삼각형으로 된 지붕)의 앤’이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빨간 머리 앤》 또는 《빨강 머리 앤》으로 출간되어 있다.
하지만 앤이 지나치게 수다스럽다고 여긴 것일까? 원고를 받아 주는 출판사가 한 군데도 없었다. 다섯 곳의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은 몽고메리는 낙심해서 원고를 창고 속에 처박아 두고 만다. 그러다가 2년 뒤 자신이 읽기에도 재미난 원고가 아까워 미국 보스턴에 있는 출판사에 투고했고, 이번에는 ‘크게 기대를 걸 만한 작품은 아니지만 책을 내겠다.’는 답을 받았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1908년 《초록지붕집의 앤(Anne of Green Gables)》이 출간되었는데, 출판사들과는 달리 세상에 나오자마자 독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어서 1백만 부 이상이 팔리는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은 몽고메리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후 가장 재미있고, 사랑스러운 소녀를 창조했다.’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앤을 실제 인물이라고 믿는 소녀들의 편지가 조용한 시골마을의 우체국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열렬한 호응에 힘입어 몽고메리는 출판사의 요청에 따라 속편을 쓰기 시작하여 이듬해에 《에이번리의 앤(Anne of Avonlea)》을 출간하는 등, 앤이 교사가 되고 길버트와 결혼하여 아이들을 둔 중년 부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후속 작품들을 계속해서 펴냈다.
1911년 그녀 나이 서른일곱에 함께 살던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같은 해 7월 그녀는 장로교회 목사인 이완 맥도널드와 결혼했다. 이후 그녀는 평생토록 목사의 부인, 두 아들의 어머니, 그리고 작가로서의 삶을 병행하게 된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몽고메리는 매일 두 시간씩 앤의 후속편을 썼다고 한다. 사실 그녀는 앤에게 이미 싫증을 느끼고 있었지만 출판사와 독자의 요청 때문에 앤 시리즈를 의무적으로 계속 집필했다고 하는데, 이러한 까닭인지 앤을 창조한 첫 작품 이후에는 앤 시리즈가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몽고메리는 《에밀리(Enily)》 시리즈 3부작(1923년 《귀여운 에밀리》, 1925년 《에밀리 영혼에 뜨는 별》, 1927년 《에밀리, 여자의 행복》)을 더 마음에 들어 했다고 하며, 이 작품에는 자전적인 요소가 매우 짙게 배어 있다.
1935년, 남편이 목사직에서 은퇴하면서 몽고메리 가족은 토론토로 이사했고, 7년 뒤인 1942년 68세의 나이로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녀의 묘소는 《빨강 머리 앤》의 무대이자 그녀가 평생 사랑했던 프린스에드워드 섬의 캐번디시에 마련되어 있다. 몽고메리의 생가는 현재 박물관으로 개조되어 보존 중이다.
꿈 많은 고아 소녀 앤이 곧은 성품과 열정, 어린이다운 상상력으로 성장해 가는 낭만적이고 감동적인 이야기는 40여 개국 언어로 전 세계 곳곳에서 출간되고, 영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는 등 탄생 12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다.

1. 레이첼 린드 부인이 깜짝 놀라다
2. 매슈 커스버트가 당황해하다
3. 마릴라 커스버트가 깜짝 놀라 소리치다
4. 초록지붕집의 첫 아침
5. 앤 셜리의 지난 이야기
6. 마릴라가 결단을 내리다
7. 앤의 기도
8. 앤을 가르치기 시작하다
9. 린드 부인이 충격 받다
10. 앤이 용서를 빌다
11. 주일학교에 대한 앤의 느낌
12. 엄숙한 맹세를 하다
13. 기대하는 즐거움
14. 사라진 브로치 사건
15. 시끌벅적한 학교생활
16. 다이애나를 초대하여 벌어진 일
17. 새로운 즐거움이 생기다
18. 앤이 아픈 아이를 구하다
19. 발표회도 가고, 조세핀 할머니도 만나고
20. 멋진 상상력은 엉뚱한 방향으로 날아가고
21. 기묘한 맛의 케이크를 만들다
22. 앤, 파티에 초대받다
23. 앤, 무모한 도전으로 부상당하다
24. 발표회를 준비하다
25. 퍼프소매가 달린 드레스
26. 이야기 클럽을 만들다
27. 염색의 유혹에 빠져 사고를 치다
28. 로맨틱한 꿈은 물거품이 되고
29. 인생의 전환점이 된 멋진 경험
30. 앤, 퀸스 입시 준비반에 들어가다
31. 개울물이 흘러 강을 만났을 때
32. 앤, 1등으로 합격하다
33. 앤, 호텔 발표회에 초청받다
34. 앤, 퀸스 아카데미에 입학하다
35. 퀸스 아카데미에서의 겨울
36. 영광의 날, 과거를 되새기고 미래를 꿈꾸다
37. 눈물마저 말라 버린 앤의 슬픔
38. 앤, 구부러진 길모퉁이에 서다

쫑알쫑알…… 끊임없이 이어지는 앤의 말, 말, 말……

“이제부터 알아내야 할 일이 많다는 걸 생각하니 아주 즐거워요. 세상의 모든 걸 다 잘 안다면 지금의 반만큼도 재미있지 않을 거예요. 상상할 거리도 줄어들 테니까요.”

“이름을 지어주면 더 친해지게 돼요. 제라늄이 그냥 제라늄이라고만 불리면 기분 나빠할지도 몰라요. 여자들도 여자라고만 불리면 어떻겠어요? 그래요. 이제부터 ‘보니’라고 부를래요. 다락방 창밖에 있는 벚나무에게도 이름을 지어주었어요. 하얀 꽃이 탐스러워서 ‘눈의 여왕’이라고요. 늘 꽃이 피어 있진 않지만 피어 있다고 상상할 수 있으니까요.”

“아줌마,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실수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고요. 제가 그 한계점에 닿고 나면 더 이상 실수를 안 할 거 아니에요. 이렇게 생각하니까 마음이 다소 놓이네요.”

“무언가를 기대한다는 건 그 기쁨의 절반을 미리 누린다는 뜻이잖아요. 혹시 이루어지지 못한다 해도 기대하는 동안의 즐거움은 아무도 빼앗아 가지 못할 거예요. 전 실망하는 것보다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 게 더 불행한 것 같아요.”

“저도 제가 너무 말이 많다는 것을 잘 알아요. 그래서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아직 잘 되진 않지만요. 하지만 하고 싶은데 참는 말이 훨씬 더 많단 걸 아신다면 조금은 이해해 주실 거예요.”

“아줌마, 저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그냥 잔가지를 쳐내고 새 가지를 뻗어 올리는 것뿐인걸요. 여기 초록지붕집에 있는 진짜 저는 언제나 똑같아요. 겉모습이 어떻게 변하든, 달라질 건 없어요. 제 마음속엔 언제나 아줌마의 꼬마 앤이 있는걸요. 평생 동안 아줌마와 매슈 아저씨, 그리고 이 초록지붕집을 매일매일 더 사랑하는 작은 앤 말이에요.”